책읽기부터 시작하는 글쓰기 수업
이권우 지음 / 한겨레출판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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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도 머리에 남지 않는다는 생각을 줄곧 해왔다. 어떻게든 이 못된 버릇을 고치고자 책읽기, 글쓰기에 대한 책을 몇 권 읽고 있다. 얼마 전에 보았던 <서평 글쓰기 특강>은 다소 아쉬웠는데, 이 책은 꽤나 만족스러웠다. 전하는 메시지는 비슷하지만 구성이나 체제가 완결성이 있고, 조금 더 공을 들인 티가 난다. 지은이는 자신이 글쓰기에 대한 책을 쓸 만한 위치에 있지 않다고 하는데, 내가 볼 때는 충분한 자격이 있는 것 같다. 이 책은 책 읽기의 중요성부터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그리고 글 쓰는 방법까지 잘 가르쳐준다.

 

이 책이 전하는 메시지는 크게 두 가지이다. 먼저, 읽기에 대한 방법론인데 글 쓰는 것을 염두에 두고 책을 읽으라.’고 한다. 아무래도 글 쓰는 것을 염두에 두면 좀 더 꼼꼼하게 표시하면서 읽고, 정리하면서 읽게 마련인데 바로 그 점을 노린 것이다. 그렇게 되면 책을 훨씬 잘 이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글 쓸 때도 잘 활용할 수 있다. 지은이는 바로 그러한 이점 때문에 독서토론에 참여하고, 토론할 것을 사전에 생각하고 책을 읽으라고 권하기도 한다.

 

다음으로 글쓰기의 방법론인데 단락 중심의 글쓰기키워드 중심으로 쓰기를 권한다. 막상 글을 쓰려고 하면 엄청난 부담감에 놓이기 마련인데 이 기술들은 그러한 부담을 경감시켜 준다. 한 단락마다 하나의 주제를 말하도록 쓰고, 그 단락들을 모아 한 줄거리를 가진 글로 만드는 것이다. ‘천릿길도 한걸음부터라는 생각으로 단락부터 시작하는 것은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키워드를 중심으로 쓰는 것이나 개요를 정한다음 쓰라는 방법도 그와 비슷한 맥락이다.

 

이 책은 조금이라도 더 남는 독서를 하는데 도움을 주는 책이다. 분량이 가볍고 구어체라 술술 읽히지만 중요한 고갱이는 다 갖추고 있다. 하지만 내 경험을 돌이켜볼 때,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데 가장 방해가 되는 것은 따로 있다. 바로 귀찮음이다. 책을 보느니 딴 것을 하고 싶고, 독후감을 쓰느니 책을 빨리 덮어버리고 싶은 이 마음. 이 책은 그러한 욕망을 다스리는 비결을 제시해주지는 않는다. 결국 집 밖의 좋은 세상을 아무리 일러줘도 이불을 걷어차고 나갈 마음을 가지는 것은 온전히 자신의 몫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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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지 1 - 전국편력
요시카와 에이지 지음, 강성욱 옮김 / 문예춘추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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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전국시대 이야기에 흥미를 느껴 <대망>이라는 책을 몇 번이나 읽어보려고 시도했지만, 성공해 본 적이 없다. 전체적으로 힘이 들어가서 읽기가 힘이 들고, 무사 문화와 그와 관련된 전통을 찬양하는 듯하여 거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은 조금 달랐다. 일단 인물 묘사가 뛰어나고, 속도감이 있다. 역사적으로 악연이 있는 히데요시를 주인공으로 삼기 때문에 거부감이 들지만, 그 점을 제외하면 야마오카 소하치의 글보다 훨씬 재미있다.
 
1권에서는 쇠락하고 가난한 무사 집안의 아들로 태어난 히데요시의 초년 시절을 그리고 있다. 못생기고, 볼품없는 외모에다 허풍까지 잘 떨어 비웃음을 사지만,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성실성과 기지로 윗사람의 마음을 얻어 가는 과정이 흥미롭다. 이외에도 사이토 도산의 죽음과 그로 인한 아케치 미쓰히데의 방랑, 오다 노부나가의 각성 등 전국시대 인물들의 이야기가 빠르게 펼쳐진다. 2권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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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움직이는 승부사 제갈량 - 승부처는 사람에게서 나온다 삼국지 리더십 2
자오위핑 지음, 박찬철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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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국지의 인물들을 통해 삶의 지혜를 뽑아낸다는 것 자체가 흥미롭다. 어떻게 읽어도 재미있는 책이 삼국지이기 때문이다. 지은이는 제갈량을 촉한이라는 그룹의 유능한 CEO로 되살려냈다. 그가 어떻게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는지, 그 배경에 얽힌 관리의 기술을 들춰낸다. 회사 생활에 지치고 답답할 때 마음을 다 잡을 수 있어서 좋았다. 나도 이런 글들을 쓰고 싶다. 한 편의 사람이야기를 통해 역사와 지혜를 녹여내는 글들. 그래서 자오위핑의 팬이 되어 버렸다.

  그래서 관리는 사람들 모두를 개조하여 천사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 모두가 천사의 행동을 하도록 인도하는 것입니다. 관리를 잘한다는 것은 마귀에게 천사가 하는 일을 하게 인도한다는 것이고, 잘못된 관리란 천사를 핍박하여 마귀가 하는 일을 하게 하는 것이라는 겁니다. 관리의 핵심은 한 사람을 바꾸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인도하려 하는 행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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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 세상을 바로 읽는 진실의 힘 팩트체크 1
JTBC 뉴스룸 팩트체크 제작팀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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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 시절에는 어느 한 쪽의 주장이 불변의 진리인 양 생각했었다. 그러다가 조금 더 나이가 들어서는 얼토당토 않다고 생각했던 주장들에도 나름의 근거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것이 함정이었다. 제대로 판단하고자 양 쪽의 주장과 근거들을 세세히 살피려고하면 할 수록 그럴듯한 말들 속에서 허우적대기 십상이었다. 돈벌이에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골몰해야하는 요즘에는 차라리 양비론과 냉소로 세상사에 신경을 끄고 지내는 편이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렇게 살고 있지 않을까?

  이 책은 JTBC 뉴스룸의 인기 코너 '팩트 체크'의 방송분을 한 데 묶은 것이다. '팩트체크'는 당연하게 생각하는 통계나 상식들, '팩트(fact, 사실)'라는 이름으로 인용되고 재인용되는 주장들이 진짜인지 검토해보고 확인하는 코너이다. 사실이 진짜인지 검증하는 일이 어쩌다 이 시대에 이렇게까지 인기를 끌게 된 것일까? 아마도 황당무계하고 뻔뻔한 주장들이 '사이비 팩트'의 힘을 빌려 세상을 활보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물론 핑계 없는 무덤은 없다고 진솔한 사과보다 그럴듯한 변명을 하게 되는 것이 인지상정이긴 하지만 '변명'이 '사과'보다 더 인정받는 사회라면 희망이 없다.

  진짜가 진짜인지, 진리가 진리인지 따져보는 일들은 '허위의 권세'를 벗겨내는 데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시민들은 거짓말과 억지주장에 지쳐 있으면서도 그것을 반박하는 일이 더 없이 피곤하기에 잠자코 있다. 사실 그래서 언론이 있는 것이고, 언론인은 시민을 대신하여 '팩트 체크'를 하는 데 소명이 있다. 그것은 '팩트 체크'라 이름 붙일 일도 아니고 어찌보면 '언론'의 한 역할이다. 하지만 대한민국 언론이 얼마나 무너졌길래, 작은 방송사의 5분 남짓의 한 코너에 이다지도 열망하는 것일까.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책은 단숨에 볼 수 있지만, 재검증과 재확인은 원래가 쉬운 일이 아니다. 짧은 시간에 한 꼭지를 만들어내야 하는 만큼 내용이 충실하지 않은 것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이마저도 값지다. 당장 나를 포함하여 많은 사람들이 '회의'에 머무르지 않고 '재검증'하는 삶의 태도를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지만, 그 전까지는 '팩트체크'가 할 일이 많을 것 같다.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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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을 다시 생각한다 - 한국사회를 움직인 대법원 10대 논쟁 김영란 판결 시리즈
김영란 지음 / 창비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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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은 우리나라에서 여성 최초로 대법관에 임명된 사람이다. 이제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의 최초 제안자로 더 유명해졌다. 대법관으로 재직 시 사회적 소수자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은 바 있고, 퇴직 후에도 뭇 대법관들과는 다른 길을 걸어 모범과 존경을 받고 있다. 사법부의 최고 권위자로 퇴임하고도 변호사가 되어 서초동을 기웃대거나, 스스로의 가치를 절하하여 정부나 의회에 몸담는 현실에 국민들의 실망이 컸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은 김영란 전(前) 대법관 자신이 관여했던 판결 중 사회적 함의가 큰 열 건을 골라 반추한 후 정리한 책이다. 그는 각 꼭지마다 사건의 배경과 논점을 서술하고, 다수의견과 소수의견의 논리적 흐름을 풀어놓은 후 평가를 덧붙이고 있다. 부분적으로 가독성이 떨어지기도 하는데, 이는 판결문을 인용하면서 생긴 문제들로 보인다. 보통 판결문은 일반 시민이 잘 사용하지 않는 단어와 호흡이 긴 문장을 사용하여 '병신체'라고 조롱받기도 하는데, 특별한 노력이 없다면 국민과의 소통은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다.

김 전 대법관은 자신의 과오에 대한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어둠 속을 헤매는 것이 미래를 뚫고 나가는 유일한 방법' 이라는 생각에 과감히 펜을 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 노력은 상당히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일례로 '삼성 사건'의 논점을 이보다 더 쉽게 설명한 책은 없을 것이다. 내 경우에도 관련 판결에 대한 신문 특집기사 몇 건을 보는 것보다 더 이해하기 쉬웠다. 또한, 성소수자의 기본권이나 양심적 병역거부, 존엄사와 같은 오래된 사회쟁점에 대해서 생각해볼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것도 이 책이 가지고 있는 중요한 미덕 중에 하나다.

하지만 책을 읽다 보니 우리나라 사법 현실에 대한 실망도 동시에 커졌다. 보통 가장 억울한 이들이 3심 제도의 끝인 대법원까지 달려오기 마련이고, 그곳에서 논의되는 사건들은 가장 사회적으로 첨예한 문제들일 것이다. 그렇다면 그 쟁점들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은 그 사회 지도층들의 의식과 수준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대법관들의 다수의견을 보다 보면, 잘못된 현실을 법적으로 추인해주는 것을 본업으로 삼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대법관은 현실의 모순을 일축하는 주장들을 '축성'하는 사제가 되어서는 안된다. 이 점은 사회적으로 더 많은 논의와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다.

얼마 전 교수신문은 2015년을 말해주는 사자성어로 '혼용무도(昏庸無道)'를 골랐다. '마치 암흑에 뒤덮인 것처럼 온통 어지럽고 무도하다'는 뜻이라고 한다. 만나는 사람마다 절망과 무력감을 호소한다. 지은이는 마지막으로 리베카 솔닛의 글을 인용하며 '미지의 미래를 뚫고 나가는 유일한 방법은 어둠 속을 헤매는 것'이라고 했다. 나는 사법 현실을 포함해서 대한민국의 현재와 미래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가 이래야 하지 않을까 싶다. 담대함과 지혜와 겸손을 지니고 어둠 속을 헤매야하지 않을까. 그래서 해 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고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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