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수와 미녀 (2disc)
이계벽 감독, 류승범 외 출연 / KD미디어(케이디미디어)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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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연배우가 영화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보고서를 작성해야 한다면 이 영화를 꼭 봐야하지 않을까 싶다. 진정 이 영화는 류승범을 위해 만들어진, 류승범을 위한 영화이다. '마들렌'에서 좋은 인상을 줬던 신민아 역시 귀엽고 깜찍하다. 이야기는 동화의 컨셉을 빌려오긴 했는데, 엉성하고 허구적이다. 또한 귀엽게 보이려고 노력하지만 진부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하지만 그나마 영화보는 중간중간에 잔웃음을 지을 수 있게 하는 것은 류승범과 신민아의 힘이다.

  우리 사회의 외모 중시에 대한 언급을 하려는 듯 보이지만 날카롭지도 않고 그것에 대해 크게 관심을 기울이려고 한 것 같지는 않다. 또한 대한민국 검찰들은 경찰차타고 저렇게 싸돌아다니나라는 '현실적인' 비판과 냉소도 갖게 만드는‥ '그렇고 그런(?)' 영화이지만 글쎄, 나는 이런 느낌이라고 하고 싶다.

  왜, 있지 않는가. 밥솥에 밥도 가득하고 냉장고에 재료도 가득해서 요리만 하면 진수성찬을 먹을 수도 있는데, 이상하게 귀찮은 날. 그래서 배를 벅벅 긁으면서 라면물을 올리는 날! 그렇게 라면 한 사발 뚝딱하고 TV 앞에 비스듬히 누워서 채널을 돌리다가 아무 생각 안하고 보다가 계속 보게 되는 영화. 박장대소를 하게 만들지는 못하지만 중간중간에 키득키득, 낄낄거리며 결국 끝까지 보게 되는 영화. 이 영화는 바로 그런 영화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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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집
신태라 감독, 황정민 외 출연 / CJ 엔터테인먼트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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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공포영화를 별로 안좋아하는데 어쩌다가 이 꼬임에 빠져들었는지. 결국 보게됐다. 황정민이라는 배우에 대한 신뢰도 이 영화를 보는 한 이유가 됐다. 한국의 전통적인 공포인 전설의 고향식의 귀신에 대한 공포보다 더 섬뜩한 것은 이 영화와 같은 인간에 대한 공포다. 
 
  <쏘우>시리즈를 볼 때와 같은 시각적 고문이 쏟아졌고, '싸이코패스'가 실제 존재한다는 생각에 섬뜩하기도 했다. 영화를 본 사람들 중에는 하나도 안 무섭고 눈만 괴롭기만 하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인터넷 게시판의 별점도 생각보다 낮다. 

  그런데 나는 무서웠고 104분에 이르는 러닝타임이 짧게 느껴질만큼 영화가 잘 만들어졌다고 느꼈다. 황정민을 비롯한 배우들의 연기도 너무나 훌륭하다. <공공의 적>에서 호감가는 상사의 모습을 보여준 강신일씨나 예쁜 줄만 알았던(!) 유선의 연기도 볼 만 했다. 나는 우리나라의 너무 뻔한 공포영화 트렌드에서 벗어난 성공한 영화라는 생각을 했다. 재미있게 봤지만, 끔찍한 영상 덕분에 유쾌한 경험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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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 타겟
안톤 후쿠아 감독, 마크 월버그 외 출연 / 아트서비스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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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리우드판 '공공의 적'이랄까. 내 느낌은 그랬다. 분위기는 두 영화가 비슷했지만 무대가 미국인만큼 스케일부터가 달랐다. 스나이퍼들을 위한 저격용총과 폭탄이 등장하고, 마크 월버그가 연기한 밥 리 스웨거 중사는 마치 람보나 맥가이버를 능가하는 초인적인 능력을 보여준다. 미해병대의 부사관들은 모조리 저럴까 혀를 내두를 정도다. 슈퍼맨 스웨거 중사 앞에서는 우리의 성깔 드러운 강필중, 경구형은 너무나 서민적이다.

  법은 정의의 편이라지만, 반드시 그렇지만 않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법은 무력하고, 돈과 권력을 모두 가진 사람들에게 쉽게 농락당한다. 그래서 동서고금을 떠나서 로빈후드나 홍길동이 존재하나보다. 이 영화 역시 국가권력과 비도덕적인 정치인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한 사람의 인생을 희생양으로 삼으려고 한다. 그리고 법은 주인공을 지켜주지 못한다. 하지만 '악당'은 상대를 잘못 골라 고전하게 된다.

  호쾌한 액션과 몸을 달아 오르게 하는 스토리, 간간이 보이는 초강대국 미국에 대한 조소와 비판, 영웅을 통한 대리만족. 영화보는 두 시간 내내 흥미로운 영화였다. 하지만 상부의 명령으로 스웨거 중사를 잡으러 왔다가 전멸당하는 한 개 소대 규모의 병사들을 보면서 왠지 슬퍼졌다. 그들의 꿈, 그들의 가족과 사랑. 그들이 무슨 죄가 있길래 희생되야 하는걸까. 

  영화 마지막 부분에 모든 비극의 원흉 '미 상원의원'의 비서인 듯한 사람의 대사가 생각난다. '나는 죄가 없어. 저 사람만 죽이면 되잖아. 나는 살려줘.' 다들 무슨 잘못일까. 그저 힘이 없는 게 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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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어떤 영화 보셨어요?
무지개 여신 (2disc)
쿠마자와 나오토 감독, 아오이 유우 외 출연 / 엔터원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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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나 보고 싶었던 영화였다. <러브레터>의 이와이 슌지 감독이 제작에 참여하고, 우에노 쥬리나 아오이 유우가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볼만한 이유가 됐다.군대에 있을 때 개봉했었는데 휴가 나가서 찾아보니 이미 막이 내렸더랬다. 결국은 이렇게 봤으니 그동안의 갈증은 풀어진 셈이다. 

  보고 나니 가슴이 후련해야 할텐데 오히려 묵직하다. 이와이 슌지 감독의 전작들처럼 영상은 수수하고 아름답다. 이야기도 순정만화 비슷하기도 하고 신파조가 흐르지만 헤어나올 수 없이 빠져든다. 안타까움과 아쉬움이 극대화되도록 이야기를 뒤틀어도 결말에서는 행복하게 끝을 내는 것이 보통 드라마의 공식일텐데, 이 영화는 초장부터 주인공을 죽이고 시작하니 끝까지 남는 것은 아쉬움과 안타까움이다.

  설레임과 망설임의 벽을 넘어서지 못하는 사랑은 연애로 이어지지 못한다. 극중 토모야의 사랑은 언제나 스토커적이고, 다른 사람의 사랑에 끌려 다닐만큼 수동적이다. 사랑앞에서 늘 설레이지만 망설임의 벽은 넘지 못한다. 아오이도 마찬가지. 자신의 취미활동인 영화 속에서만 꿈을 이룰 뿐이다. 자기의 꿈을 찾아 일까지 내던지고 떠날만큼 결단력있는 그녀도 연애에서 만큼은 우유부단한 셈이다.

 대학 졸업을 앞둔 청년들의 취직과 꿈에 대한 이야기. 10년 후쯤 되면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하는 고민들. 망설임. 설레임. 그 감정과 이야기들이 왜 모두 스쳐지나가지 않는 여운으로 남는 건지. 어딘가 나와 맞닿아있다고 느끼고 있기 때문일까. 

  사람은 언제나 확신을 갖고 싶어한다. 설레임 속에서도 망설이고 주저하는 이유는 확신이 없어서이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뿐, 이것이 꿈은 아니라고 생각하며 취업을 준비하는 아오이. 아오이를 좋아하는 듯 느끼면서도 쉽사리 고백하지 못하는 토모야. 모두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 확신이 없을 때는 누군가의 진실한 조언 한마디가 도움이 되기도 한다. 아오이가 자신의 꿈을 살려 취직할 수 있도록 한 것은 토모야의 조언 덕분이고, 아오이가 해외로 떠나기로 결심한 것은 히구치의 도움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확신을 갖지 못하고 흔들리고 누군가가 잡아주기를 바란다. 그 한 사람의 존재는 정말, 정말 중요하다. 

  하지만 결국에는 망설이고 주저하던 토모야를 보면서 이런 생각도 든다. 확신이 없어도 일단 부딪혀보는 건 어땠을까. (역시 남의 일은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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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어떤 영화 보셨어요?
호텔 르완다
테리 조지 감독, 닉 놀테 외 출연 / 아인스엠앤엠(구 태원)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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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이후로, 인종학살은 끝이 났다.'는 영화의 마지막 자막을 보면서 '정말 그것으로 모든 비극은 끝이 났을까?' 다시 묻게 됐다. 영화는 분명히 해피엔딩으로 끝났지만, 만화영화를 볼 때처럼 '그리고 왕자와 공주는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라는 자막에서 느꼈던 안도와 기쁨의 감정은 생기지 않았다. 오히려 영화의 한 장면이 복선처럼 떠올랐다. 그 장면은 후투족 대통령과 투치족 반군사이의 평화협정이 체결되면서 UN평화유지군 사령관이 이제 평화의 시작이라며 축배를 제의하는 장면이다. 하지만 그 장면에 이어서 후투족 대통령이 암살되고 끔찍한 학살이 벌어진다. 마치 복선과 같은 이 장면은, 해피엔딩처럼 보이는 결말도 폭풍이 몰아치기 전 잠시동안 찾아오는 고요가 아닐까하는 의심을 벗어버릴 수 없게 했다.   

  슬픈 대륙 아프리카. 이 이야기는 르완다 내전에 관한 영화지만 르완다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유럽의 제국주의 국가들이 제멋대로 정해버린 구획 안에서 지금도 수많은 민족 분쟁이 일어나고 있다. 후투족의 지도자가 전범재판소에 불려 나가고 투치반군이 정권을 장악하는 것으로 권선징악이 이루어진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문제는 그것이 아니지 않을까? 

  벨기에가 르완다를 점령하기 이전까지 후투족과 투치족은 특별한 갈등 없이 어울려 지내왔다. 영화에서도 두 부족은 겉모습으로 구별할 수 없을만큼 비슷하다고 토로한다. 하지만 벨기에 사람들은 코와 키와 같은 잣대를 만들어 후투족과 투치족을 억지로 구분하고 소수부족인 투치족을 지배계급으로 만들어서 두 부족간의 갈등을 조장하고 그것을 식민통치에 이용했다. 후투족의 상대적 박탈감은 벨기에가 식민통치를 끝내고 돌아가버리자 폭발하여 투치족과 후투족간의 내전으로 치닫게 된다.

  결국 문제는 부족간의 갈등을 조장한 서구 제국주의 국가들의 부도덕한 통치기술, 후투족 반군 정치 지도자들의 광기와 선동, 세계의 무관심과 방조이다. '세계는 하나'라고 외치며 '세계화'와 '지구촌'을 부르짖으면서도 왜 세계의 한켠에서 일어나는 일들에는 이렇게 무관심한지. 서구 국가들 뿐만 아니라 많은 나라들의 무관심함이 너무 화가났다. 그들이 주장하는 '세계화'는 결국 물건을 팔아먹을 때만 소용되는 것인가.

  돈 치들이 연기한 주인공 폴 루세사마키나는 솔직히 말해 영웅은 아니다. 그는 친한 이웃이 투치족이라는 이유만으로 끌려가는대도 '중요한 건 우리 가족'이라는 이유로 방관하기도 하고 고위층에 선을 대기 위해 뇌물을 바치는 소시민일 뿐이다. 하지만 인간으로서 차마 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자 뜻하지 않게 영웅이 되고 만다. 후투족이나 투치족이기 이전에 우리는 모두 인간이기에. 

  내가 이렇게 무심히 보내고 있는 시간에 지구 반대편에서는 얼마나 많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생각하게 했다. 총과 폭탄이 날아다니고 피가 튀는 장면은 없었지만 집단적 광기에 젖은 후투족 민병대가 칼로 아스팔트 바닥을 긁는 장면이나 얼굴 한 번 나오지 않는 후투족 지도자의 라디오 방송만으로도 충분히 끔찍하고 두려웠다. 보여주지 않고도 공포를 이끌어낸 감독의 기교가 대단했다. 투치족의 시체더미를 보고 두려움에 넥타이조차 제대로 매지 못하여 오열하는 주인공을 연기한 돈 치들의 연기도 돋보였다. 

  이 영화는 정말 잘 만들어진 좋은 영화이다. 그리고 우리 모두 꼭 한 번은 봐야될 영화라는 생각도 든다. 분명히 누군가가 조장했을 경상도 사람들과 전라도 사람들의 갈등을 볼 때, 그리고 비무장지대에 흐르는 남한과 북한의 갈등과 긴장을 볼 때, 르완다는 어쩌면 우리 곁에 가까이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섬뜩해진다. 부디 누구의 선동과 광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우리들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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