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의 생각 - 우리가 원하는 대한민국의 미래 지도
안철수 지음, 제정임 엮음 / 김영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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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의 생각이 궁금했다. 개인의 성장을 위한 메시지는 기존의 방송 프로그램이나 강연, 책에서 접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본격적으로 사회 문제에 대한 생각을 공개하기 시작했다는 것이 새로웠다. 안철수는 이 책을 통해 복지, 경제, 교육, 통일 등 매우 광범위한 현안에 대해 자기의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그 생각들은 소위 진보 진영의 의견과 근접해 보이나 대부분은 중도적 통합책, 점진적 개선책들이며, 대학 입시의 논술 시험에 제시해도 될 모범답안들이다. ‘안철수의 생각은 합리적이며, 개혁적이고, 통합적이라는 세간의 그에 대한 평가를 더 강화시켜줄 것이다. 물론, 나도 이런 건강한 생각을 가진 지식인이 유력한 대권주자로 거론되고 있다는 사실이 기쁘다.

 

하지만 여러 현안들에 대해 '멋진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 대통령이 되기에 충분할까?' 라는 걱정도 드는 것이 사실이다.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생각을 하는 자리가 아니라 그 생각을 실현하는 자리다. 그 과정에서 공무원을 움직여야 되고, 정치인들을 끌어들여야 하며, 이익단체들을 조율함은 물론이고 시민들의 지지를 잃어서도 안된다. 아무리 좋은 생각을 가지고 있어도 추진의 동력이 떨어지면 실현될 수 없다. 과거 10년 민주정부를 보면 잘 알 수 있듯이 말이다. 안철수의 인기가 고공행진 중이라 지금은 여야 그 어느쪽에서도 확실한 비토를 하지 못하고 있지만, 만약 당선된다면 가혹한 길들이기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지금도 한쪽에서는 안철수의 성향을 의심하고, 한쪽에서는 안철수의 진심을 오해한다. 어느 쪽도 확실한 자기 편이 없는데, 안철수가 크고 작은 이 정치를 이겨낼 수 있을까? 혹시 안철수와 청와대가 우군을 잃고 고립되어 아무것도 바꾸지 못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정치적인 이상을 오히려 정치에 발을 들이는 순간 이루지 못하는 역설이 현실화될까 두렵다. 굳이 정치를 하지 않아도 안철수의 이상을 이룰 수 있다면 그 길을 택하는 것이 본인에게나 우리 사회에 더 이득이 되지는 않을지. 2013, 새롭게 출범한 정부의 내각에서 그의 얼굴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지만, 그 자리가 꼭 청와대 안이어야 하는지 아직도 고민이 된다. 그가 꿈꾸는 미래가 내가 꿈꾸는 미래이기에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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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지력의 재발견 - 자기 절제와 인내심을 키우는 가장 확실한 방법
로이 F. 바우마이스터 & 존 티어니 지음, 이덕임 옮김 / 에코리브르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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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지력이라는 단어는 자주 쓰는 말이지만 과학적인 접근이 어려운 영역인 것만 같다. 마치 과 같은 영역의 힘으로 취급한다. 하지만 이 책은 의지력을 하나의 실체로 인정한다. 심지어 의지력의 발휘는 포도당의 소모와 관련이 있고, 의지력이 고갈되면 포도당을 공급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의지력을 순전히 정신적인 힘으로만 생각해온 우리들에게 저자의 진지함이 우스꽝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책은 더 나아가 자기계발보다 자기절제가 인생에서 더 중요하다고 지적하면서 여러 실험을 토대로 의지력을 발휘하여 자기절제의 성공률을 높이는 방법들을 안내하고 있다. 책의 결론만 보면 뻔한 이야기지만 '미국식'으로 뻔하게 하지 않는다는 것이 독특한 매력을 풍기고, 심리학 실험에 대한 학술서인 듯 자기계발서인 듯 모호한 자리매김이 흥미롭다.

 

  여러가지 목표를 세우기 보다는 하나의 목표에 집중하고, 비현실적인 완벽함보다는 현실적인 목적달성을 추구하고, 장기보다는 단기로 계획을 세워 성공시 보상을 제공하라는 지침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다시 한 번 귀담아들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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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가지 행동 - 김형경 심리훈습 에세이
김형경 지음 / 사람풍경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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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경의 사람풍경천개의 공감을 읽고 공감과 위로를 받았던 기억이 있다. 이 책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서점 서너 군데를 돌아다니며 발품을 팔아 구입하여 보았다. 하지만 책을 읽을 때도 책을 읽고 나서도 이해되지 않는 점이 많아 모호하다. 오히려 책을 읽기 전보다 읽은 후가 더 찝찝하다. 어쩌면 내가 그의 책에서 위로를 기대했던 것이 잘못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그의 책에서 기대했던 것과 그녀가 책을 통해 말해주려고 했던 것 사이에 간극이 있었던 것이다. 내 멋대로 기대한 것이므로 이 허탈한 감정은 모두 나의 몫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김형경은 오랜 시간 그녀를 붙잡아왔던 문제들에서 제법 자유롭게 된 듯하다. 사실 나도 나의 족쇄로부터 벗어나고 싶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것은 그가 도달해있는 그런 경지는 아닌 듯하다. 나는 그저 집 안에 낡은 곳은 보수하고 인테리어를 새롭게 하고, 외벽의 페인트칠을 다시 하고 싶을 뿐이라고 한다면, 그녀가 인도하는 곳은 아예 집을 새로 장만하는 길인 것 같아 그녀를 따라가기가 겁이 난다. 내가 원하는 건 남이 흘린 김치국물을 불평 없이 닦아주고, 채식을 하며, 수행과 기도를 하는 삶이 아니다. 출근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고 이런 일상생활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다. 다만 마음속의 불편함을 털어내고 조금 평화롭고 자유롭게 살고 싶을 뿐이다.

 

이런 생각을 하다가 하나의 우화가 꾸며냈다. 탁구를 배우고 싶어 현정화에게 배우러 갔다. 그녀는 탁구로 인해 맛보았던 희열과 쾌감을 열심히 설명하며 몇 시간이고 탁구를 가르쳐준다. 나는 회사일을 마치고 피곤해 현 감독의 훈련이 괴롭다. 그리고 이렇게 이야기하겠지. “현 감독님, 저는 단지 탁구를 취미생활로 배우고 싶을 뿐입니다. 일상생활을 하면서 주말에 탁구를 즐기며 땀도 흘리고 사람도 만나고 그저 재밌게 살고 싶을 뿐이예요. 탁구선수가 되고 싶은 건 아니란 말입니다.” 그렇게 말하면 그녀는 이렇게 대답할지도 모른다. “마치 선수가 되려는 듯이 배우지 않는다면, 탁구를 알 수 없습니다.”

 

김형경처럼 깊이 발을 담그지 않으면 그녀가 만난 마음의 평화에 닿을 수 없는 것일까. 그 과정을 밟지 않으면 어른이 될 수 없는 것일까. 지금은 발을 넣다 빼었다하며, 책을 읽었다 덮었다 하면서 망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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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연금, 보험, 저축을 능가하는 노후대비'책'
    from 책으로 여는 지혜의 인드라망, 북드라망 출판사 2012-10-26 14:36 
    '두통에는 진통제', '우울증엔 항우울제', '불면증엔 수면제'라는 것이 공식처럼 각인되고 있다. 그러나 시댁과 갈등을 겪는 전업주부의 두통과 학습우울증에 걸린 청소년의 두통이 과연 같은 질병일까. 또 시댁과 갈등을 겪는 주부에게 어깨 결림, 두통, 불면증, 소화불량, 생리통이 동시에 나타났다면, 이는 각각 정형외과, 신경과, 정신과, 내과, 산부인과에서 따로 해결해야 할 병일까. ─강용혁, 『닥터K의 마음문제 상담소』, 12쪽 예전에 손발이 너무..
 
 
 
기나긴 하루
박완서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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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득 며칠 전에 티브이를 보던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일흔이라는 나이가 무색하게 곱디고운 연극계의 거장이 나온 오락프로그램이었다. 그 연극배우는 돈을 벌자고 연극을 해본 적이 없다고 했고, 삼십여 년 동안 한 번도 쉼 없이 무대 위에 올랐다고 소개됐다. 대가를 향한 존경심이 우러나야 당연한데, 마음속에서 시샘이 소리 없이 새어나왔다. 왜 이런 감정이 올라오는지 나도 뜨악했다. 생각해보니 그 이의 고고함 속에서 일상이 전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일상의 무게에 짓눌린 우리와는 전혀 다른 세계에서 구축된 듯한 그 우아함에 배가 아팠던 것이다. 덧붙여, 라면 하나 제대로 못 끓인다는 그 거장의 말에 경계감이 사라지고 웃음이 터졌던 것도 비로소 일상의 존재를 확인했기 때문은 아닐지.


  이 책을 읽고 뜬금없이 그 기억이 떠오른 이유는 아마도 박완서는 그 반대이기 때문일 것이다. 말하자면, 박완서의 글에는 일상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어서 애초부터 거리감이나 부담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작가는 언제나 누군가의 엄마이고, 이웃이며 일상에서 자유롭지 않은 생활인으로 등장한다. 일례로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이라는 작품은 손윗동서와 전화 수다의 형식을 띠고 있다. 글이 내포하고 있는 주제의 심오함은 논외로 하고, 전화수다의 자연스러움만 이야기하자면 박완서에게 그런 일상은 친숙한 것으로 보인다. 돼지꼬리 수화기 선을 손으로 배배꼬며 삼십 분이 넘게 통화하는 어머니의 모습이 연상될 정도다.


  여섯 개의 단편 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카메라와 워커」였다. 1975년에 쓰인 작품이지만 단연 압권이다. 작가의 작품에서 여러 번 다뤄진 한국전쟁의 아픈 기억이 중심 소재가 되지만 진짜인지 가짜인지 헷갈리는 개인사를 담고 있다. 주인공은 오빠부부가 전쟁통에 비명횡사한 탓에 홀로 남겨진 조카를 키우며 겪었던 갈등을 겪는다. 갈등은 가치관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전쟁통에서 간신히 살아남아 개발독재시대를 살아가는 주인공은 사회에 순응하며 성실하고 근면하게 살면 된다고 믿는다. 카메라는 세상이 어떻게 굴러가든 조카가 가족들과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바라는 주인공의 바람을 상징한다. 하지만 조카는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를 포착하고 주인공의 소신에 반항한다. 워커는 그 상징이다. 발바닥에 땀나도록 뛰어도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현대사 교과서의 1970년대의 중심내용을 요약한다면 이렇지 않을까? 그리고 박완서가 포착한 이 갈등은 지금도 유효한 질문이 아닐까? 박완서의 글이 개인사인 동시에 우리 모두의 역사이며, 일상이 탈색되지 않으면서도 예술적 가치가 높다고 평가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사실 나는 잠을 이기고 밤늦게까지 무엇에 집중을 해본 경험들이 없다. 하지만 잠자리에 들기 전, 피곤한 상태에서 이 책을 읽었는데 그때마다 눈가에 눈물이 맺히고 가슴이 먹먹해지곤 했다. 읽다보면 어느새 피곤이 싹 달아나고 무거웠던 머리가 가벼워졌다. 뭔가 있어보이는 문장 하나를 만들려고 공을 들였지만 내용은 부실한 책들이 많다. 박완서의 글에는 아포리즘은 없지만 쉽게 읽히고, 읽고 나서는 반드시 가슴을 때린다. 정말 모국어로 쓰인 글을 읽는 기쁨을 알게 하는 작가이며, 대단한 이야기꾼이다. 사실 게으른 탓에 박완서의 작품을 몇 개 읽지 못해 더 이상의 수사를 붙이기가 부끄럽다. 이 기회에 올 해의 목표는 박완서전집을 독파하는 것으로 삼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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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침 一針 - 달아난 마음을 되돌리는 고전의 바늘 끝
정민 지음 / 김영사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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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책에서 임금에게 간언하는 대목을 보면, 대부분 속 시원하게 왕의 잘못을 지적하지 않고 고사(古事)를 인용해 돌려 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왕의 비위를 맞추려는 소심함의 표현일 수도 있겠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참 현명한 방법인 것 같다. 오늘의 잘못을 바로 치고 들어가는 방법은 적진으로 돌격하는 것과 같아서 자칫 목적달성도 실패하고, 큰 희생을 야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옛 일의 권위를 빌려서 말하는 것은 적진을 우회하여 포위하는 방법으로, 상대가 순순히 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기 때문이다. 옛 일을 빌려서 이 시대에 하고 싶은 말들을 하는 것, 이것이 바로 이 책이 말하는 차고술금(借古述今)의 정신이고, 그 어떤 방법보다 매서운 현실참여의 유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현재에 시사점을 던져주는 문구와 일화를 고전에서 추려 소개하고 있다. 단순히 사자성어를 소개하여 독자의 교양수준을 높이려는 목적이 아니라, 매 꼭지마다 사자성어와 함께 현 시대에 대한 지은이의 소신을 피력하고 있다. 때문에 이 책은 일간지의 칼럼을 모아놓은 듯한 느낌을 준다. 짧아서 쉽게 읽히고, 출퇴근 시간 등 짬을 내어 한 꼭지씩 읽으며 생각할 거리를 던져 주는 것은 장점이지만, 그 한계도 분명하다.


  우선, 언급하고 있는 사건들은 시의성을 잃어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모호할 때가 많다. 그리고 사자성어와 그에 대한 설명 이외에 덧붙인 말들이 오히려 중언부언으로 느껴질 때도 있다. 어떤 경우에는 꼭지가 너무 짧아 아쉽게 느껴지기도 한다. 또, 대부분의 경우에는 지은이의 말이 일침(一針)이라는 제목과 달리 매섭게 느껴지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정민이라는 지은이의 명성에 비해 완성도에 있어서 아쉬움이 남는 책이 아닐 수 없다.


  그래도 소득이 있다면 선인들의 삶을 바탕으로 현재 나의 모습을 되돌아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연암 박지원의 공작관문고자서(孔雀館文稿自序)에 나오는 한 대목이다. ‘얻고 잃음은 내게 달려 있고, 기리고 헐뜯음은 남에게 달려 있다. [得失在我, 毁譽在人]’ 참 연암다운 패기와 당당함이 느껴지는 말이다. 다른 사람의 눈에 벗어날까 전전긍긍하고, 실수와 실패가 두려워서 색다른 시도와 도전에 머뭇거리는 나에게 또 얼마나 정신이 번쩍드는 말인지! 실로 일침과 같은 문구였다.


  일상에 젖어서 하루이틀 보내다보면 문득 공허한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중요한 결정들도 깊은 고민 없이 습관처럼 해치워버린다. 이런 날들이 누적되어 어느샌가 정신을 차려보면 내가 걷고자 했던 삶의 궤적에서 멀리 벗어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매일 몸과 마음을 성찰할 수 있는 준거틀이 필요하다. 이 책이 제시하는 준거틀은 바로 동양의 고전이다. 선인들은 전미개오(轉迷開悟)하여, 심입천출(深入淺出)하란다. 그리고 역경을 만나도 감이후지(坎而後止)라니…! 감히 내가 범접할 경지가 아니지만, 일침과 같은 그 조언들을 받아들여 인격의 한 단계 성장을 기대해본다. 못내 아쉬움이 남는 책이지만 일단의 유익함이 있다면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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