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천의 공부 - 어떻게 배우며 살 것인가
최재천.안희경 지음 / 김영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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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척 재미있고 흐뭇하게 읽었다. 편안하고 유쾌한 대담이다. 사회적으로 명망 있는 대상과 인터뷰하게 되면 극존칭을 쓰면서 뭔가 옥음을 듣는 것 같은 태도를 취하는 인터뷰어 때문에 불편할 때가 많았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감정이 들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대화에 스며드는 느낌이었다. 평소에 말 잘하고 글도 잘 쓰고 이야기 상대로서의 경험과 편안함을 두루 갖춘 최재천 교수와의 대담집이라 가능한 일일 것이다.


  이 책은 교육, 더 나아가 공부와 성장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대화가 '배움'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의 성장 스토리나 경험담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제목은 '최재천의 공부'이지만 어떻게 살아야 할지 크게 크게 이야기하는 에세이 또는 대담집 정도로 보면 좋을 것 같다. 저자는 독서는 치열하게 해야 한다며, 가볍고 말랑말랑한 책을 취미처럼 읽는 것은 시간 낭비라고 질타하는데, 사실 이 책이 자기계발 쪽으로 분류되어 있어서 조금 아이러니하다. 누군가에게 이 책도 시간 낭비가 될 수 있을 것이나, 또 나를 포함한 누군가에게는 영감을 줄 수도 있으리라 본다.


<독서는 일이어야만 합니다. 독서는 빡세게 하는 겁니다. 독서를 취미로 하면 눈만 나빠집니다. (중략) 취미 독서를 하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독서는 기획해서 씨름하는 '일'입니다. _ 144쪽>


  최재천 교수는 정부의 여러 위원회에도 많이 참여하고 있지만 사실 실무자 입장에서는 굉장히 짜증 나는(!) 유형의 전문가일 것 같다. 실무자가 원하는 것은 법과 제도 안에서 어떻게 개선할지를 자문하는 것일 텐데, 이것저것 싹 바꾸자는 의견이니 실무자로서는 자문을 받아도 굉장히 막막하고 답답할 것 같다. 책에서도 저자가 교수 회의나 여러 위원회에 참여하면서 겪었던 답답한 일화들이 많이 소개되는데, 그럴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서도 교육제도를 어떻게 바꿔야 할지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있지만, 사실 제도화하기에는 많은 무리가 따르는 생각들이다. 물론 여러 사람들이 공감을 하고, 그 공감대를 기반으로 법과 제도를 바꿀 수 있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한 부처에서, 예컨대 교육부나 위원회에서 바꿀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결국, 시간과 경험이 축적되어야 하는 일이다. (우리에게 그만한 시간이 남아있는지 의문이지만...)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더디고 더딘 교육개혁이 아쉽고 초조하기만 하다. 아이가 사는 세상은 지금과 다를 텐데 지금과 같은 틀의 교육을 강제하는 것에 대한 부당함도 공감이 된다. '스카이캐슬'과 '인간극장'의 홈스쿨링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나를 포함한 많은 부모들이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다들 한다던데', '우리 아이만 뒤처지면 어쩌나' 하는 유혹과 공포들을 어떻게 이겨내야 할지. 이 책에 명확한 답은 없다. 하지만 모두 같이 고민해 봤으면 한다. 다행히 재미있는 책이다.


<"어른들뿐 아니라 아이들 중에는 내로라하는 대학을 나와야 어느 정도 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은데요.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은 지금부터 20년 후에요. 40대가 삶의 중심이라고 하면, 지금 공부하는 아이들은 적어도 20년 후의 세상을 예측하면서 자기 삶을 기획해야 합니다. 하지만 20년 후를 내다보기에는, 우리의 생각이 너무도 하루하루 현실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최재천) _ 18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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