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
아멜리 노통브 지음, 김민정 옮김 / 열린책들 / 200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노통브.는 또 뭐람.
암튼 독한년, 몬땐년, 나쁜년.

1_
내가 이상하다고? 어째서 이상하다는 거야?
그녀는 잠시 뜸을 들이다 말했다.
상처 주는 말이나 바보 같은 소리를 하는 적이 없으니까.
이상하다고, 그게?

2_
포르노그래피는 우리 현대인들 사이에 널리 퍼져 있는 거식증에 대한 해결책입니다. 우리는 더 이상 어떤 것에도 굶주려 있지 않습니다. 그럴 만하지요. 원하는 것이 아무것도 없으니까요.

3_
폴 볼스가 <진정한 여행자는 돌아올 것을 확신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4_
<시베리아>란 말을 들을 때 웃고 싶은 사람은 없을 거야.

5_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렸어. 대단하지 뭐야. 말의 힘이라는 거. 내가 서 있는 곳에서는 아무것도 보이지가 않았어. 그런데 그 막막한 수평선을 바라보면서 <시베리아>라고 중얼거리자마자 감동으로 온 몸이 떨려 오지 뭐야.


주인공 1_
'장래희망이라곤 연애가 전부'이고, 스스로를 '시선의 구토제'라고 여길 정도로 아주 못생겨빠진 '카지모도' 에피판,

주인공 2_
에텔, 에텔, 에텔, 에텔이라고 말하다보면, 에테르가 되는 에피판이 사랑한 그녀, 에텔.

줄거리_
'아름다움이란 게 사람에 따라 달리 보이지 않는다면 무슨 가치가 있겠어'라고 말하던 여자가, 장래희망이 '연애'인 못 생겨빠진 뻔뻔한 남자와 절친한 친구하며, 겉만 번지르르하게 잘생긴 남자 만나서 사랑에 빠져 허우적대는 바람에 비참한 최후를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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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림
성석제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9년 11월
평점 :
품절


성석제는, 기존 소설가들의 권위에 겁없이 도전했다.
그라고 겁이 나지 않았겠느냐마는, 어쨌든.
이 한 권만으로 엄지를 치켜세우기는 부족하지만, 어쨌든.

꽃피우는시간_
내 도시인 것 같은 K에 다녀간 이야기

해방(술마시는인간)_
도대체 이 여자는 왜 우는 걸까 추측하는 시간

소설쓰는인간_
뻔뻔한 왕제비의 회고록

홀림_
아이인지, i인지, 자신의 과거인지 모를 '아이'를 보는 이야기

협죽도그늘아래_
협죽도 그늘 아래 앉아있는 일흔살짜리 처녀 이야기

붐빔과 텅빔_
불행의 대물림

방_
책과 애인의 대물림

이무기_
바보 곽영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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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것은 가짜다 - 연암 박지원의 예술론과 산문미학
정민 지음 / 태학사 / 200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어제 내가 그대와 헤어진 뒤 그대는 마음을 가누지 못하고 정자 난간을 세며 돌고, 나도 차마 걸음이 떨어지지 않아 다리 어귀에서 말을 세우고 그대가 서성이는 그 모습을 바라보았소. 그때 우리 두 사람이 바라보던 그 지점은 어디였을까요? 허공의 환희와 그리움이 만나던 지점은 앞이었던가요, 뒤였던가요? 아니, 우리의 마음은 애초에 떨어짐이 없이 하나였는데, 만나기는 어디서 만난답니까?
 
박지원이 곁에 살아서 콧구멍으로 숨을 내뿜는다면,
나는 보따리짐을 싸고 튼튼한 신을 신고 그의 뒤만 졸졸졸,
그의 마음을 얻을 수만 있다면 그리했을텐데-
하지만, 이렇게 얘기해놓고 생각해보니,
나는 평생 그를 좇아도 그는 나를 동정해줄지언정,
마음을 주지는 않았을 것이다 싶은데,

애초에 마음이란 것이 없었는데 나는 무엇을 어찌 얻는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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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의 변화 - 상
산도르 마라이 지음, 김인순 옮김 / 솔출판사 / 2005년 7월
평점 :
품절


1부 일롱카 - 열정적 사랑
 
숨도 못 쉬고, 물도 못 마시고 읽었던 1.

 

책을 읽으면서 몰입할수록, 내 속에서는 갖가지 단어들이 합체하지 못한 채 마구 튕겨 올라왔고
포스트잇까지 붙여가면서 그 단상들을 붙잡고 싶었다. 일롱카에게 페터와 함께 한 시간은 행복하고 무난했던 몇 년이든, 괴롭고 억지로 이어갔던 몇 년이든, 그저 '그의 시간'의 고정돼 있었다.

그는 아직도 그녀를 멀리서 그를 잠깐 보는 것만으로도 한겨울에 차가운 아이스크림을 큰 숟가락으로 퍼먹게 만드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시린 존재.

 

2부 페터 - 용기 없는 사랑
 
페터가 유디트에게 엉켜있지 않았더라면 일롱카가 그와 헤어진 뒤 그를 우연히 만났을 때 그렇게 큰 숟가락으로 쉴 새 없이 아이스크림을 퍼먹진 않았을 것이다. 페터가 한 번 건드려보지도 못하고 겁을 집어먹은 채 유디트를 마음속에 품고 있지 않았어도 일롱카에게 그렇게 매력적인 인물이었을까.

손에 들어온 것보다는 손 끝에 닿는 것이 훨씬 매력적인 법이니까. 페터가 일롱카에게 얘기했듯이 그들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 문제인지를 말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이지만 아무리 모른 척 눈 돌려봐도 결국 문제는 문제. 결국 헤어졌잖아.

3부 유디트 - 파괴적 사랑

그들의 관계는 처음부터 셋이었다. 그랬기 때문에, 그들의 관계는 시작되고 유지될 수 있었다. 유디트의 사랑은 경외였으며 경외는 무의식에서 솟구쳐 올라온 경외라고 믿었던 다른 것이었다. 유디트가 그 사실을 조금만 더 빨리 알았다거나 조금만 더 늦게 알았더라면 또 한 번의 결혼이 미완으로 끝나지 않았을 텐데-

시작도 되지 않았을 거니까. 그리고 그들도 결국은 헤어졌잖아.

 
일롱카에서 페터, 유디트로 이어지는 이야기는 시차가 드러난다. 일롱카의 이야기가 시기적으로 가장 앞서 있고 유디트의 이야기는 시기적으로 가장 뒤에 있다. 또 일롱카의 이야기가 지극히 페터에게 초점 맞춰져 있었다면 페터의 초점은 유디트였고 유디트의 초점은 사회 속의 자기자신과 그들이었다.

그러니까 결국 이들이 서로 결혼을 하게 된 데는, 사적인 감정 따위는 사실상 영향을 주지 못했고 사회가 이들을 그렇게 하게끔 등을 떠민 셈이다. 그리고 그들은, 그것이 자신의 감정이며 의지라고 생각했나 보다.


읽으면서 나는 이게 무어 특별히 결혼 이야기냐 생각했는데, 이건 사랑 이야기다 생각했는데, 사랑 이야기보다는 결혼 이야기에 가깝고 결혼 이야기보다는 어떤 '', 우리가 무의식 중에 우리에게 씌운 틀에 관한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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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항아리 - 이태리작가 작품선 2
루이지 피란델로 지음, 장지연 옮김 / 예니 / 2001년 9월
평점 :
절판


루이지 피란델로는 말년에 희곡을 쓰는 데 힘을 쏟았다고 한다. 우리나라에 번역된 책을 찾기는 쉽지 않지만 20세기 초반에는 희곡으로 굉장한 인기를 끌었고 노벨상도 받았다.

 

내가 구할 수 있었던 '바보'라는 제목의 희곡과 '항아리'라는 제목의 희곡은, 휘어진 코를 발견한 것 때문에 그렇게나 심오한 방황을 하는 모스카르다의 이야기만큼, 기발하고 재치 있다.


<바보>의 줄거리는 이렇다,

 

(애석하게도 지금 이름은 생각 안 난다, 이탈리아 이름 어렵다-_-)
A
라는 사람이 자살을 했다.

 한 출판사 뒷방에 누워서 이 출판사의 편집장을 죽이고 죽을 생각으로 거사를 치르기 전에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던 B가 편집장이 하는 말을 듣는다.

 "기왕 죽을 거였다면, A C를 죽였어야 했어. 가치 있는 일 하나는 하고 죽었어야지! A는 바보야!"
(C
는 거물급 정치인이고, 편집장과는 반대성향이다)

 이 말을 들은 B는 사실, C가 편집장을 죽이라고 시켜서 온 거였다. 그리고 편집장의 말을 듣고 자극을 받는다. 그래서, B는 마음을 살짝 바꾸는데, 편집장에게 이차저차 해서 내가 너를 죽이러 왔는데 너를 죽이지 않을 테니 시키는 대로 각서를 쓰라고 하는 것.

내용인 즉,

"B는 총을 들고, 정말 편집장을 죽이러 왔지만 죽이지 않았다. 그러므로 비록 아무도 죽이지 않고 자살을 했지만 B는 바보가 아니다."

결국, B는 스스로 바보가 된다. 그렇게 자살하고 나면 편집장은 그 각서를 찢어버릴 테고, 그리고 나서는 다시 ‘B A보다 몇 백배는 더 바보야하고 말할 테니까.
 

<항아리>의 줄거리는 이렇다.

 

굉장히 돈 많고 인색한 올리브유 농장 주인 돈 롤로(이름이 생각난다, 아이러니하게 이름에 ''자가 들어간다)는 올리브유를 담을 커다란 항아리를 산다.

하지만 가격에 비해서 크기가 작고 왠지 부실하다고 불만이 많다. 게다가 노새꾼은 약속시간에 늦어서 열 받았다. 싸우러 간다.

그 사이에 농장 일을 해주는 일꾼들이 돌아온다. 그리고 항아리가 있는 창고로 갔는데, 아무 이유 없이 항아리가 쩍! 하고 갈라진다.

돌아온 돈 롤로가 흥분하며 그 책임을 일꾼들에게 떠 넘기고, 가난한 일꾼들은 항아리를 땜질할 땜장이를 생각해낸다. 땜장이는 본드로 간단하게 붙일 수 있다고 말하지만, 불안한 돈 롤로는 못까지 여러 개 치라고 말한다. 항아리에-_-

땜장이는 할 수 없어서, 못을 치기 위해서 항아리 안 쪽으로 들어간 다음, 밖에서 본드를 바르게 한다. 근데, 항아리 주둥이가 유난히 좁아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안에 갇힌다.

돈 롤로는 항아리를 깨고 나오려면 돈을 물라고 하지만, 땜장이는 절대 돈을 물 수 없다고 한다. 그리고 어쨌든 일한 값을 받는다. 돈 롤로는 화가 나서 마음대로 하라고 하고는 돌아가고, 땜장이는 그 돈으로 일꾼들과 함께 술과 음식을 산 뒤, 항아리를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음주가무를 즐긴다.

화가 난 돈 롤로가 자다가 뛰어나와서 항아리를 뻥 차고, 항아리는 깨지고, 땜장이는 빠져 나오고, 돈을 물어주지 않는다.

 

줄거리만 들어도 너무너무 흥미롭고, 뭔가 깊숙하지 않은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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