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대개 문제에 대해 빠른 결론을 내린다.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몇 초 만에 댓글과 조롱을 올릴 수 있는 곳)는 ‘빠른 의견‘을 조장한다. 나는 ‘느린 의견’의 열성적인 지지자이다. 당신이 ‘느린 의견가’라면 당신은 삶과 인간과 현대 사회의 복잡성을 이해하고, 문제를 심사숙고하기 전까지는 의견을 형성하길 거부할 것이다.
(중략) 느린 의견은 또한 공감에 관한 것이다. 다른 사람의 입장은 어떨지 궁금해하는 것이다.

/19

축산업은 동물 착취의 가장 광범위하고 중대한 형태이다. 인간이 죽이는 동물의 99%가 여기에 해당되고, 과학 연구, 사냥, 의류, 오락 산업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동물들이 식품 산업 안에서 죽는다.

/27

고(故) 놈 펠프스는 그의 책 <<게임 바꾸기>>에서 사육, 가공 소매를 합산하여 미국에서만 연 2.74조 달러 수익이라는 수치에 도달한다. 이 수치를 자동차 산업(제조, 판매, 서비스까지 합쳐서)이 올리는 ‘고작‘ 연 7340억 달러 수익과 비교해 보자.

/36

사람들에게는 도덕적인 설득 이상의 것이 필요하며, 죄의식을 갖게 하는 것보다 격려해 주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결론 내렸다.

/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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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페이스트리가 된 기분이다. 겹겹이고 얇다.

/106

훈민정음 해례본을 살펴보고 있을 때였다. ‘ㅇ’은 아음(牙音)이니 ‘업(業)‘자의 첫 발성과 같다. 나는 종성에만 남은 ㅇ의 음가를 옛사람처럼 초성에서 내보려고 업, 업, 업, 반복했지만 아무래도 잘 되지 않았다. 그때 가게에 나와 있던 설아씨가 내 수업 교재를 넘겨보고는 도움을 건넸다. "잉어, 할 때의 ‘어‘처럼 하시면 돼요." 잉어. 잉어. 나는 일러준 대로 해보았고, 그렇구나, 그냥 ‘어‘가 아니고, 닫힌 문이 열리는 것 같은 ‘어‘. 내가 찬탄을 하자 그는 어머니가 베트남 사람이라고 알려주었다. "베트남어에는 그 비슷한 발음이 있어요." 나는 설아씨의 목소리에 메아리가 내장된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꼭지 이응의 꼭지가 그 메아리의 조절 밸브인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

/131

나는 토성암을 앓고 있었다. ‘토성암‘이라 적고 보니 무슨 돌이 떠오른다. 화강암이나 현무암 같은. 그런데 土星癌이다. 췌장암이나 자궁암 같은. 토성은 하늘에 떠 있었다. 크고 창백하고 고리가 없었다. 고리는 어디 갔지? 그런 생각이 들자 나는 위장이나 콩팥에 병이 든 것처럼 토성의 부위가 아팠다. 아파서가 아니라 아픈 데를 움켜잡을 수 없어서 눈물이 쏟아졌다.

/137

빈정거리려던 건 아니었는데, 터트렸던 웃음을 나는 얼굴에서 깨끗이 지워내기 어려웠다. 지운 웃음과 남은 웃음이 뒤섞여 광대뼈를 건드리고 입 주변의 근육을 일그러트렸다.

/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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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친 숙면은 꿈에 해롭습니다.’ 현판의 문장을 보며 나는 싱거운 웃음을 표 나게 흘렸다.

/17

나는 마가렛을 사랑해서 이 비가 어디서 오는지를 안다.

/21

이렇게 넓은 벌판이 어떻게 머릿속에 들어가는 거지? 이렇게 많은 꿈들을 어떻게 나 혼자 감당할 수 있지? 하는 수 없겠지.

/23

여름과 겨울의 경계에서 나는 낙하산처럼 펼쳐진 망토를 어깨에 두르고 눈과 함께 내렸던가.

/27

꿈을 기록하는 사람들은 의외로 많을지 모른다.

/53

시계는 시간보다 빨리 간다.

/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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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사람들도 있겠죠. 그렇지만 우린 •••이 아니에요.” 매애우 익숙하다.

제프리 록우드 | 그렇지만 그냥 너무 겁난 거죠. 매슈 셰퍼드 살해사건은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 우리 스스로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 왔는지에 대해 정면으로 맞선 사건이었습니다. 그래서 우린, 우리가 해 온 이야기를 근본적으로 바꿔 버리거나 아니면 사실관계를 버려야만 했던 겁니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까지 사실관계를 버린 겁니다.
레지 플루티 | 수치란 건 웃기죠. 정말로 자기 자신을 열심히 들여다보게 만들어요, 그렇죠? 마을에 그런 일이 일어나면, 그리고 공동체가 상처를 입으면, 그 자리에서 ‘그래, 여기서도 일어날 수 있어‘라고 생각해야죠. 그런데 ‘그래, 우리가 망쳤어‘라고 하며 수치스러워지는 건 힘든 겁니다. 그 대신에 다시 변명을 만들기 시작하고, 누군가 다른 사람을 손가락질하면서 탓을 합니다. 그걸 개인적으로도, 공동체로서도 하고, 국가라는 이름으로도 우리는 하고 있어요. 그것이 우리가 지금까지 해 온 거라고 생각해요.

- 래러미 프로젝트: 십 년 후 /160

그레그 퍼라티 | 그러고 나서 물었다. ‘그래서 민속학자로서, 왜 여기 래러미에 이런 소문이 만연한지 말해 주시겠습니까?
존 도스트 | 민속학자로서 볼 때, 공동체는 자신들의 역사를 소유하고 통제하려는 욕망이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그리고 그게 너무 지나치면, ‘반동형성reaction formation’이 일어납니다. 사건을 구성한 사실이나, 재판 진행 과정처럼 이미 형성되어 버린 요소로부터 사람들은 시작합니다. 그리고 전설을 만드는 과정에서 종종 실제 사건, 우리가 이야기라고 부르는 게 소멸될 때까지 세부적인 사실을 깎아 내려가며 선별하고 축소하는 일이 일어납니다. 그리고 그게 바로 민속학자들이 소문이라는 장르로 부르는 겁니다. 그런데 제가 묻고 싶은 건, 여기 래러미에서 어떤 종류의 이야기를 들으셨죠?
그레그 퍼라티 | 음, 리와 저는 어젯밤에 3번 가와 스틸 가 사이에서 있었던 포트럭 파티에 초대되어서 몇 사람들과 이야길 했는데요.
존 도스트 | 그리고 뭐라고 하던가요?
조지 | 마약 거래가 망쳐져서 그렇게 된 거라고 들었어요. 증오범죄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래러미는 그런 마을이 아니에요. 동부의 언론들이 우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지만, 우린 그런 사람들이 아닙니다. 다른 곳에선 그럴 수 있겠죠.
그레그 퍼라티 | 네. 사람들이 연극을 볼 때 저희가 자주 들은 반응 중 하나는 이거였어요. ‘이건 우리 마을이야. 래러미는 우리 마을과 똑같아.‘
조지 | 그거예요. 바로 그겁니다.
그레그 퍼라티 | 그럼 그 말은 래러미엔 동성애 혐오가 없다는 뜻인가요, 아니면 다른 마을에도 역시 동성애 혐오가 있다는 뜻인가요?
조지 | 래러미는 동성애를 혐오하는 공동체가 아닙니다. 그런 사람들도 있겠죠. 그렇지만 우린 동성애를 혐오하는 마을이 아니에요.

- 래러미 프로젝트: 십 년 후 /161

존 도스트 | 어떤 면으론, 네, ‘우리 마을 래러미에 마약 문제가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게 더 받아들이기 쉽거든요. 그건 고칠 수 있는 거니까요. 혐오, 특히 동성애 혐오는 그보다 더 통제가 안 되는 것이죠.
벤 | 아직 어느 쪽으로도 마음을 정하진 못했지만, 이걸 증오범죄라고 말하는 건 상황의 맥락을 고려하지 않은 겁니다.
(중략)
벤 | 친구들한테 들었죠. 아는 사람들, 제가 어울리는 사람들이 말하기를 걔들 그냥 약에 취한 거였대요.
리 폰다카우스키 | 그렇지만 경찰이 약에 취한 게 아니라고, 약물 때문이 아니었다고 밝혔는데요.
벤 | 음, 제가 이야기한 사람들은 말이죠. 전 걔들을 경찰보다 믿거든요. 전 권위있다는 사람들 대개는 안 믿어요. 그리고 래러미 경찰은 신뢰하지 않아요.
존 도스트 | 그런 종류의 내부자 정보는 사람들이 자기 이야기를 통제한다고 주장하는 또 다른 방식입니다. 이런 거죠. ‘우린 내부자야, 진짜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
짐 | 그 세 사람은 그냥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열차사고 같은 거였어요 성적인 뭔가가 있다는 것도 들었어요.
그레그 퍼라티 | 어떻게 아시는 거죠? 그게 사실인 것처님 말씀하시지만, 지금 말씀하시는 걸 부인할 수 있는 많은 정보가 재판에서 있었어요.

- 래러미 프로젝트: 십 년 후 /162

짐 | 아, 못 들었네요. 어쩌면 사실이랑 허구가 섞인 것 같네요. 그렇게도시 전설이 생기잖아요. 도시 전설이죠.
존 도스트 | 자신들이 들었던 소문 같은 걸 내밀었을 때 좀 더 질문을 받게 되면 사람들은 재빨리 뒤로 물러섭니다. 더 밀어붙이면 ’소문의 관례‘를 위반한 겁니다. 사람들은 당연히 물러나게 됩니다. 그 관례란, 절대 소문으로는 다투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게 바로 이런 식으로 흐릿하게, ‘어디서 들었는지는 모르겠어‘라면서 소문이 도는 이유 중 하나죠. 말하자면 공기 중에 있는 거죠. 그냥 떠돌아다니는 겁니다. 그게 소문의 본성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식으로 정신적 외상을 입을 정도로 충격받은 공동체에 얼마만큼의 동정심을 가져야 할까요? 동시에 이러한 소문에 맞서고자하는,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위치를 포기하지 않으면서요? 아주 복잡한 문제입니다.
제가 볼 때, 이건 분명히 중요한 문제입니다. 어쩌면 여기 래러미의 가장 핵심적인 문제일 겁니다. 기억이나 역사를 통제하고자 하는 욕망 말입니다.
수전 스와프 | 그렇지만 공동체 전부가 그걸 증오범죄가 아니었다고 생각하는 건 아무래도 잘못된 거 같은데요.
서술자 | 래러미 주민 수전 스와프입니다.

- 래러미 프로젝트: 십 년 후 /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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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지긋지긋하게 일관성 있는 캐릭터

"여자들은 우리 남자들이 술 마시는 걸 결코 이해 못 하잖아요."
이치로가 말했다. 그런 다음 자기 앞에 놓여 있는 접시로 관심을 돌렸다가는 이내 다시 고개를 들고 말했다. "할아버지도 오늘 밤 저녁식사 하러 오실 거죠."
"그래, 이치로, 노리코 이모가 아주 맛있는 걸 준비할 것 같구나."
"노리코 이모가 사케도 좀 샀어요. 이모 말이 할아버지와 타로 이모부가 그걸 모조리 마실 거랬어요."
"음, 그럴지도 모르지. 여자들도 분명히 좀 마실 거다. 하지만 이모 말이 맞다. 이치로, 사케는 주로 남자들이 마신단다."
"할아버지, 여자들이 사케를 마시면 어떻게 되죠?"
"흠, 그건 아무도 모르지. 여자들은 우리 남자들만큼 강하질 않거든, 이치로, 그래서 아주 빨리 술에 취한단다."
"노리코 이모는 술에 취할 거예요! 이모는 아주 조금만 마셔도 완전히 취해 버릴걸요!"
내가 소리 내어 웃었다. "그래,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지."

/205

"때때로 인간은 틀릴 수도 있는 신념을 전력으로 붙잡고 자기 삶의 근거로 삼는다. 내 초기 작품들은 이런 인물들을 다룬다. (중략) 그 신념이 결과적으로 잘못된 것이었다고 할지라도 환멸에 빠져서는 안 된다. 그건 그저 그 탐색이 어렵다는 걸 발견한 것뿐이고, 탐색을 계속해야 한다는 의미인 것이다."(《파리 리뷰와의 인터뷰) 삶의 요체가 완성이 아니라 과정에 있다는 것, 문학이 영광이 아니라 좌절의 자리에서 빛난다는 걸 확인하게 해 주는 대목이다.

/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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