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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연결 - 구글, 아마존, 애플, 테슬라가 그리는 10년 후 미래
W. 데이비드 스티븐슨 지음, 김정아 옮김 / 다산북스 / 2019년 4월
평점 :
고된 하루를 뒤로하고 집으로 가기 위해 사무실을 나와 자가용이 있는 곳으로 향한다. 차에 가까이 다가가자 문이 자동으로 열리고 닫힌다. 차의 시동을 켜고 운전대를 잡는 대신 "집으로"라고 말하고선 수면을 취한다. 차에 탑재된 AI는 운전자의 음성을 인식하고 시스템을 자동 운전 모드로 전환한다. 잠시 후 집에 도착하자 AI는 운전자를 깨우고 차 문을 연다. 차에서 집으로 향한다. 음성 인식으로 문을 열고 들어간다. 홈 시스템은 동작 인식 센서를 통해 자동으로 집안의 어둠을 밝히고 온도와 공기를 조절하기 시작한다. "목욕물 받아줘. 커피도 부탁해"라는 말에 어느새 욕실에서 물소리가 들리고 부엌에서 원두커피가 갈리는 소리가 들린다.
SF 영화 또는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한 영화의 한 장면처럼 보인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영화 속에서만 볼 수 있는 모습은 아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 이제는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영화를 통해 상상했던 미래 사회가 한 발 앞으로 다가온 것이다.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무엇일까?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를 가리켜 4차 산업혁명 시대라고 표현한다. 20세기 인터넷이 주도했던 정보화 시대를 거쳐 지금에 이르렀다. 가까운 미래 사회의 모습은 지금과는 사뭇 다른 모습일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영화 <제5원소>와 같은 모습은 아니겠지만 인간의 삶에 많은 변화가 일어날 것은 분명하다. 앞서 짧게 만나본 미래가 떠오르는가.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그렇다면 '무엇'이 인간의 삶을 영화 속 미래 사회처럼 변화시켜 줄까. 그것은 바로 IoT 기술이다. 과거에 유비쿼터스라는 용어로 불리기도 했던 기술의 21세기 버전이 바로 IoT, 사물인터넷이다. 다시 말하면 인간을 비롯해 모든 사물이 서로 연결되어 정보를 주고받으며 상호작용할 수 있는 기술 또는 그 상태를 말한다. 그것은 인공지능, 블록체인, 디지털 쌍둥이 등과 함께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대표 기술 중 하나며 각각의 기술은 서로 상호의존성을 갖는다. Iot 기술은 인공지능, 블록체인, 디지털 쌍둥이와 같은 기술들과 떼어놓고 사용될 수 없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인공지능은 IoT 기기가 수집한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빠른 시간 안에 가치 있는 정보로 바꾸는 역할을 하며 IoT는 인공지능이 학습하고 진화하기 위해 반드시 흡수해야 하는 실시간 데이터를 가장 완전하게 제공하는 정보원 역할을 한다. 모든 사물이 서로 연결되어 상호작용하는 시대에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정보 보안이다. 블록체인 기술은 IoT가 가장 중요하게 다루는 기능, 즉 확장성, 개인 정보 보호, 신뢰성 등을 해결할 수 있는 역할을 한다. 엄청나게 큰 데이터를 실시간 처리하기 위해서는 그에 따른 비용도 엄청날 것이다. 하지만 블록체인이 갖고 있는 분산 처리 방식과 암호 알고리즘은 비용과 정보 보안 측면에서 다른 무엇보다 효율적이고 효과적이다. 디지털 쌍둥이 현실 속 사물에 대한 모양, 위치, 상태 등의 모든 정보를 디지털로 복제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디지털 쌍둥이는 현실 속 사물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할 수 있는 모든 시뮬레이션이 가능해진다. 미래 사회에 구현될 완벽한 IoT 기기의 탄생과 유지 보수 및 성능 향상이 가능해진다.
IoT 기술의 가장 큰 특징 초연결이다. 사물과 사물, 인간과 사물, 디지털과 아날로그 등 두 세계를 가르던 경계선이 차츰 무너지고 있다. 이제는 유형의 실물이 갈수록 무형의 디지털과 연결되고 상호 작용하기 시작했다. IoT의 본질은 바로 이 두 세계의 결합, 그리고 그에 따른 가공할 만한 이익에 있다.
IoT 분야를 선도하는 기업은 독일과 미국의 디지털 산업 기업 '지멘스'와 'GE'다. 지멘스와 GE 모두 100년이 넘은 기업인데도 쟁쟁한 벤처 기업들보다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스스로를 파괴하고 재건하면서 변화에 맞서고 있다. '초연결'이라는 화두 속에서 실물 세계와 디지털 세계의 융합이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는 사실을 미리 알아보고 변화에 전념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100년이라는 시간을 뛰어넘어 미래 사회에 가장 빠르게 나아가고 있으며 IoT 후발 기업들을 선도하고 있다.
또, 다른 기업으로 전기차 업체 테슬라를 꼽을 수 있다. 테슬라는 자사의 전기차에 결함이 발생하여 대규모 리콜 사태가 예상되는 시점에 IoT 원격 시스템을 통해 고객이 직접 차를 정비소에 가져올 필요 없이 빠르고 손쉽게 결함을 해결했다. 테슬라는 IoT 기술을 바탕으로 그들의 고객과 완전히 연결 즉, 초연결 되었다.
초연결시대 IoT 기술 혁신의 최종 단계는 어디일까? 그것은 아마도 IoT 기기의 설계와 개발이 가능해지는 것이 아닐까. 사물과 디지털의 융합으로 우리는 구입한 제품을 취향에 맞게 설계하고 개조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로 인해 자신만의 IoT 기기를 갖게 될 것이며 이는 또 다른 IoT의 연결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전에는 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선점할 것인가, 그저 바라만 볼 것인가?"
초연결시대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다. IoT는 가까운 미래 현실이 될 것이고 그 안에서 우리가 어떤 모습으로 남게 될 것인지는 앞서 주어진 두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는 일에서부터 시작되리라 생각한다.
IoT Design Manifesto 1.0
초연결시대 IoT 설계 선언문
1. We don't believe the hype.
우리는 호들갑 떠는 IoT 광고를 믿지 않는다. 따라서 세상이 숭배하는 신상품을 의심의 눈초리로 지켜보겠다고 맹세한다. 제품에 단순히 인터넷만 덧입히는 것은 답이 아니다. 그런 상업적 성공은 오래 지속되지 않을 것이다.
2. We design useful things.
우리는 쓸모 있는 사물을 설계한다. 진짜 가치는 목적이 분명한 제품에서 나온다. 우리는 사람들의 삶에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치는 제품을 설계하겠다고 다짐한다. IoT 기술은 이를 가능케 할 수단일 뿐이다.
3. We aim for the win-win-win.
우리는 모든 이해관계자가 이익을 얻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IoT 제품을 둘러싼 이해관계는 사용자와 기업 그리고 그 사이에 있는 모든 관련자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우리는 이 복잡한 교화 체계에서 모든 사람이 이익을 얻도록 사물을 설계할 것이다.
4. We keep everyone and everything secure.
우리는 모든 사람, 모든 사물을 안전하게 지킨다. 연결성은 외부인이 제품을 타고 들어와 보안을 위협할 가능성을 수반하므로 치명적이고 심각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우리는 어떤 위험이 닥치든, 이런 위험에서 사용자를 보호하겠다고 다짐한다.
5. We build and promote a culture of privacy.
우리는 개인 정보를 보호하는 문화를 만들고 알린다. 외부의 위협만큼이나 심각한 위협이 내부에서도 나올 수 있다. 제품이 수집한 개인 정보를 부주의하게 다루면 신뢰가 무너진다. 따라서 우리는 모든 데이터를 신중하게 취급하는 문화를 정착시키고 그것이 표준이 되도록 앞장설 것이다.
6. We are deliberate about what data we collect.
우리는 어떤 데이터를 모을지 늘 신중하게 생각한다. IoT는 데이터를 은밀히 저장하는 사업이 아니다. 우리는 제품과 서비스의 유용함에 도움이 되는 데이터를 모을 뿐이다. 따라서 특정 데이터가 모일 경우 그것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를 신중하고 양심에 비춰 예상해야 한다.
7. We make the parties associated with an IoT product explicit.
우리는 IoT 제품과 관련해 누가 이익을 얻는지 명확히 밝힌다. 이해관계자끼리 정보를 막힘없이 유동적으로 주고받는 IoT 제품의 독특한 연결성 탓에, 눈에 보이지 않는 복잡하고 모호한 관계가 생긴다. 우리의 책임은 그런 이해관계자 사이의 역학 관계를 누구나 보기 쉽게, 이해할 만하게 드러내는 것이다.
8. We empower users to be the masters of their own domain.
우리는 사용자가 자기 소유물의 진정한 주인이 되도록 한다. IoT 제품을 둘러싼 여러 이해관계자 사이에서는 사용자가 자기 역할의 통제권을 잃기 일쑤다. 우리는 이해관계자가 사용자의 데이터에 어떻게 접근할지, 사용자가 제품을 통해 어떻게 연결될지의 테두리를 결정할 권한을 사용자가 지녀야 마땅하다고 믿는다.
9. We design things for their lifetime.
우리는 사물이 수명 기간 내내 제대로 작동하도록 설계한다. 초연결이 시행착오를 겪으며 활발하게 진행되는 지금, 실물 제품과 디지털 서비스의 수명 기간이 다르게 설계되곤 한다. 하지만 IoT 세계에서는 제품과 서비스의 특성이 서로 긴밀히 의존하므로 당연히 수명도 일치해야 한다. 우리는 제품과 서비스가 내구성 있는 단일물로 묶이도록 설계할 것이다.
10. In the end, we are human beings.
누가 뭐래도, 우리는 인간이다. 모름지기 설계란 영향력이 큰 행위다. 우리가 하는 일은 기술과 사람 사이뿐만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영향을 미칠 힘이 있다. 우리는 이 영향력을 수익을 내거나 로봇 지배자를 만드는 데에 쓰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모든 것을 연결할 수 있는 IoT 초연결의 힘을 이용해, 이 땅의 모든 공동체와 사회가 번영하도록 도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