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천 반의 아이들
솽쉐타오 지음, 유소영 옮김 / 민음사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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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시간을 거슬러 중학교 2학년으로 돌아간다. 새 학년 새 학기가 시작하면서 모두가 조금씩 낯설어 하는 그때 서슴지 않고 먼저 말을 걸어주던 한 친구가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조금은 특별한 아이였던 것 같다. 공부에는 큰 관심은 없어 보였던 그였지만 유독 영화에 관한 것이라면 말리지 않는 이상 끝도 없이 이야기할 수 있는 그런 녀석이었다. 특히 그는 홍콩 영화를 굉장히 좋아했다. 사실 그때 그 시절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치고 홍콩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드물었다. 홍콩 느와르 영화가 갖고 있는 매력이란 마니아들에게는 여전하다. 그렇게 우리는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고 그 친구의 영향으로 나 또한 영화를 좋아하게 되었다. 좋아하는 영화가 있다면 10번, 20번을 보고 또 보는 습관 같은 취미는 그때부터 생긴 듯하다.


솽쉐타오. 중국의 신예 작가 중 한 명이다. 작가가 되기 전 그는 대학에서 법학과를 졸업하고 은행에서 일하는 평범한 은행원이었다. 그러던 와중에 아파트 계약금을 내기 위한 목적으로 응모했던 공모전에 당선되며 문단에 들어서게 되었다. 그 후 "나는 작가로 밥을 먹고 살고 싶다. 불구덩이에 뛰어들어 끝내주는 소설을 쓰고 싶다"라는 말과 함께 전업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그로부터 불과 5년 만에 2012년 '타이베이 문학상'을 시작으로 2014년 '백화 문학상', 2017년 '왕쩡치 중국어 소설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그야말로 중국 문단을 대표하는 신예 작가로서의 입지를 굳혀 나가고 있다. 이 책은 그에게 문학상 수상의 영예를 안겨준 작품을 비롯하여 그간 써온 단편들을 한데 묶어 놓은 소설집이다.


소설집의 첫 장을 여는 이야기는 <9천 반의 아이들>이라는 제목의 단편 소설이다. 이야기는 90년대 말 중국 둥베이 지역의 조금은 특별했던 교육 제도를 배경으로 중학교에 입학한 두 주인공의 조금은 특별한 학창 시절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이 학교는 특이하게도 고등학교나 대학교 입학시험과 달리 시험에서 1등을 하더라도 별도로 9000위안의 내야 입학이 가능했다. 때문에 사람들은 이 학교를 '9천 반'이라 불렀다. 그 당시 9000위안은 결코 적지 않은 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이 학교에 입학하려고 기를 썼다. 그 와중에 어려운 집안 사정에도 불구하고 어렵사리 끌어모은 돈으로 입학한 주인공 리모와 안더례. 두 주인공의 만남은 특별했다.


수업시간에 딴짓을 하던 안더례는 교탁 앞으로 불려 나온다. 담임 선생님의 훈계에도 불구하고 이상하리만치 논리 정연함으로 선생님을 당황하게 만들어버린다. 결국 안더례는 제일 뒤쪽 구석자리로 쫓겨나고 만다. 리모에게는 같은 반에 짝사랑하는 여학생이 있었다. 그는 그녀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였는지 그녀가 알지 못하게 매일 아침 일찍 등교하여 그녀의 책상을 정리해주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여느 날처럼 아침 일찍 등교한 그때 생각지 못했던 일이 벌어졌다. 그 일로 인해 리모는 안더례의 짝꿍이 되어버렸고 그렇게 두 사람의 인연은 시작되었다.


소설집에는 총 10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각각의 이야기마다 나름의 주제와 메시지가 있지만 가장 인상적이었던 작품을 하나만 고르라고 한다면 이 책의 제목과 똑같은 <9천 반의 아이들>을 꼽고 싶다. 그 이유는 앞서 서두에서도 잠깐 언급했던 것처럼 작품을 읽으면서 옛 추억을 떠올릴 수 있었고 두 주인공 특히 안더례의 모습에서 그때 그 시절 사회와 교육 제도의 부조리함을 빗대는 해학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압권은 단연 안더례의 국기 게양대의 연설이다. 우리로 치자면 국민학교 시절 조례 시간에 학생 대표로 연단에 서는 일이다. 보통의 아이들의 연설은 국가와 사회에 대한 찬양 일색이었다면 안더례는 그렇지 않았다.


게양대에 오른 그는 완전히 딴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가 마이크를 손에 들고 주위를 둘러봤다. 사람들이 모두 완벽하게 입을 다문 후에야 그가 큰 소리로 말했다. 오늘 제 연설 제목은 '내 마음속의 조국'입니다. 이어 한껏 숨을 들이쉰 후 마치 다른 사람이나 된 양, 지휘자처럼 한 손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 "혁명의 폭풍우 난징을 뒤흔들어, 100만 해방군 창장강을 넘으니, 웅장하고 험한 산세에 오늘의 기운 더해져, 세상 변화에 감개무량하네. 인생은 쉬 늙지만 하늘은 항상 푸르고, 전쟁터의 황화 유난히 향기롭도다……. 이어 돌고래의 호흡 체계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교정 전체에 우레와 같은 웃음소리, 박수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뿐만 아니라 안더례의 격려와 도움으로 리모는 시험에서 1등을 하게 된다. 그 결과 싱가포르에 유학생으로 갈 기회가 생기지만 담임 선생님의 교묘함으로 그 기회를 박탈당하게 된다. 리모는 억울하지만 일개 학생 신분으로 어쩔 수 없는 현실에 안주하고 말지만 안더례는 대자보를 통해 교내에 공론화 시킨다. 하지만 아쉽게도 결국 리모는 싱가포르 유학생이 될 수 없었다.


작품을 읽고 난 후 두 주인공의 학창 시절과 그 이후의 삶의 모습을 보면서 작금의 현대 사회의 모습이 오버랩되었다. 소설 속 학교가 각종 제도로 점철된 사회를 대변한다면 생활화는 주인공은 우리의 모습을 대변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된다. 그 안에서 한 명은 현실에 안주하고 틀에 맞는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 반면 다른 한 명은 틀을 벗어나 열린 사고를 하는 사람이다. 요즘 사회에서 바라는 이상적인 인간상은 미래 지향적인 열린 사고를 갖고 있는 안더례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 그러면서 그를 우리와 다른 생각을 하는 다른 존재로 여긴다. 소외시킨다. 만약 안더례가 그를 진짜 알아봐 주는 환경에 살았다고 가정한다면 어땠을까. 잘은 모르겠지만 소설의 엔딩은 지금과는 사뭇 다르게 전개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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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후 월세 1,000만 원 받기
구자익 지음 / 한국경제신문i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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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초반. 아직은 은퇴를 걱정할 나이는 아닐지 모르겠지만 은퇴 후 삶을 생각하면 걱정부터 앞서는 것은 사실이다. 금수저, 은수저가 아닌 이상 모두 같은 고민을 갖고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은퇴 후 삶이 어떠할지 예상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삶이란 게 반드시 돈이 풍족해야 행복한 것은 아니겠지만 여생을 살아가는데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지 않고 살기 위해서는 반드시 적정 수준의 돈을 갖고 있어야 한다. 이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하루 종일 밖에서 일하며 고생하는 중에도 은퇴 후 삶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조금씩 준비해 나가려고 노력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런데 막상 은퇴 후 삶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걱정 없이 살 수 있을까. '이것만 하면 아무 걱정 없이 은퇴 후에 사는데 지장 없다'라고 할 수 있는 방법이란 없다. 반대로 말하면 이 말의 뜻은 자신에게 맞는 방법만 찾는다면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의미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은퇴 후 삶을 위해 우리가 준비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흔히 많은 사람들이 하고 있는 거라면 이런 것들이다. 국민연금, 개인연금, 퇴직연금, 금융상품, 부동산 등등. 국민연금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두가 의무적으로 해야 되는 것이기에 사실 큰 의미가 없다. 개인연금과 퇴직연금도 60세 이후 받게 되는데 그 수령금액이 생각보다 많지 않아 현실적으로 실효성은 없어 보인다. 물론 비록 적은 금액이라지만 매달 일정 금액을 받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은퇴 후 생활에 보탬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펀드나 주식과 같은 금융상품은 맘만 먹으면 나이를 불문하고 할 수 있는 재테크 방법이다. 하지만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을 항시 조심해야 하기에 변동성이 너무 커 안정적인 생활에 마냥 적합하다고 할 수는 없을 듯하다. 마지막으로 많은 사람들이 바라 마지않는 부동산에 투자를 해서 월세를 받는 방법인데 사실 현실적으로 은퇴하신 분들에게 가장 적절하고 최선의 방법이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부동산 투자의 맹점은 다른 모든 투자가 그렇듯이 모두가 다 성공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공적인 투자를 한 사람들은 있으며 우리는 그런 선례를 갖고 있는 분들의 노하우를 배워 내 것으로 만들면 된다.


이 책의 저자 또한 은퇴 후 삶에 대해 무수히 많은 고민을 거듭한 끝에 부동산이 최선의 방법임을 깨닫고 투자를 강행했다. 그 결과 그가 목표했던 월세 1,000만 원의 수입원을 확보하는데 이르렀다. 즉, 이 책은 저자 본인이 어떻게 부동산을 통해 은퇴 후 삶을 준비할 수 있었는지 그 과정을 담고 있다. 부동산 투자에 앞서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은퇴자의 입장에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상세히 설명한다. 우선은 은퇴 후 월급을 대체할 수 있는 고정적인 수입원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보고 이어서 자산의 규모를 파악해야 한다. 그 후 부동산을 통해 어느 정도의 수익을 내기를 원하는지 목표 설정을 한다. 여기까지 되었다면 이제 부동산 투자에 대한 지식을 습득해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부동산 투자라는 게 마음만 먹는다고 하루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다. 조바심을 갖고 무턱대고 투자만 서두르면 은퇴 후 삶은 절망의 나락으로 빠져들고 만다.


책을 통해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한 가지다. 부동산 투자로 자산을 늘리는 게 목표가 아닌 매월 고정적인 임대 수익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따라서, 부동산 투자의 대상도 명확하다. 월 임대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아파트보다는 원룸, 투룸과 같은 빌라와 상가가 더 좋다. 오피스텔이나 지식산업센터와 같은 일명 수익형 부동산도 있지만 시장의 변동성이 심해 추천하지는 않는다. 그렇게 투자 대상을 물색한 이후에 매입부터 임대 관리까지 저자의 실제 투자 사례를 바탕으로 노하우를 전수한다.


부동산뿐만 아니라 모든 투자는 개인의 몫이다. 똑같은 방법으로 투자를 한다고 하더라도 그 결과는 개인마다 모두 다르다. 다시 말해 자신이 얼마큼 노력하느냐에 따라 파이의 크기는 달라진다는 것이다. 투자는 예행연습을 할 수 없다. 단 한 번의 투자도 실전이다. 따라서 성공적인 부동산 투자를 위해서는 자신만의 투자 원칙을 세워나갈 필요가 있다. 은퇴 후 삶을 고민했던 선배 은퇴자가 앞으로 은퇴를 앞둔 후배 은퇴자를 위한 부동산 투자의 노하우가 그 노력에 보탬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은퇴 후 삶을 고민하고 있다면 사전 준비 단계로 이 책을 읽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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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차이가 일류를 만든다 - Think 4.0 시대의 역발상 콘서트
이동규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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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이제는 더 이상 우리에게 낯설지 않은 단어다. 오히려 친숙해지고 당연해진 미래 사회로 가는 이 시대의 키워드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등의 신기술로 현대 사회는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으며 그 영향력의 파급 효과는 단순히 비즈니스 산업에만 국한되지 않고 전이류의 삶을 변화시키고 있다. 과거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가능했던 일들이 현실 세계에서도 가능해짐에 따라 미래 산업 생태계에서 도태되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와는 다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며 지금이 바로 그 시점이다.


전 세계가 발 빠르게 4차 산업혁명이라는 국가적 어젠다를 실행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은 4차 산업혁명 시대라는 커다란 바다에서 좌초된 듯하다.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하는 국가경쟁력 평가에 따르면 한국은 2010년 이래 계속 추락하고 있으며 스위스 국제 경영개발원이 발표한 올해 국가경쟁력 순위에서도 28위를 기록하여 말레이시아와 태국에도 밀린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세계 유수의 기관에 의한 이러한 평가는 세계 5대 공업국이자 7대 무역국인 주식회사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한 전망을 비관론 일색으로 어둡게 한다. 이미 늙어버린 중진국이라는 지적 아래 과거 일본의 뒤를 따라 한국판 '잃어버린 10년'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발상의 전환을 통한 국가적 대 혁신이 필요한 이유다.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목표보다 방향이다.


그렇다면 올바른 방향 설정을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우리가 원하는 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 정확히 알아야 그것을 얻기 위해 필요한 질문이 무엇인지를 찾는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변화를 원하면서 똑같은 질문을 계속해서는 원하는 답을 결코 얻을 수 없다. 원하는 답을 얻기 위해서는 질문을 달리해야 한다. 질문이 달라져야 답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목표 설정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정확한 방향 설정이 되어야 한다. 아무리 원대한 목표를 세운다 한들 계속해서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서는 절대 목표에 도달할 수 없다.


2013년 발표된 옥스퍼드 대학교 마틴스쿨의 연구 결과는 "기술 발전으로 인해 향후 20년 이내에 현재 직업의 약 47%가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라고 전망했다. 인공지능으로 대표되는 신기술로 인한 미래 사회는 인류를 한 단계 진화 시킬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가 결코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변화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거나 역행하는 우리를 기다리는 것은 알면서도 피할 수 없는 '회색 코뿔소'다. 하지만 "위기는 기회다"란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는 법이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해서는 똑같은 사물도 다르게 볼 수 있는 통찰력과 역발상적인 사고 능력이 필요하다. 이것을 가장 잘 보여준 현실 사례가 스티브 잡스의 'Think Different'와, 'Simple is best'로 시작된 변화가 아닐까 싶다. 그 변화의 결과는 우리가 이미 알고 있듯이 전 세계 시장의 흐름을 일순간 뒤바꿔 버렸다. 저성장 수축 사회라 일컬어지는 불황의 경제 환경에서도 스티브 잡스와 애플이 히트 상품을 지속적으로 낼 수 있었던 비결이다.


시드로우 백스터는 이런 말을 했다. "모든 기회에는 어려움이 있고, 모든 어려움에는 기회가 있다(Every opportunity has a difficulty. Every difficulty has as opportunity). 익숙함을 버리고 새롭게 시작하는 것만큼 어려운 것은 없다. 하지만 그 어려움을 극복해낸 순간 새로운 기회가 찾아온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도전하려는 요기다. 용기란 두려움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두려움에 맞서 싸우는 것이다. 만약 우리가 인생의 가치를 단순한 '성공'보다는 지속적인 '성장'에 중점을 둔다면 조급함이 주는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여유를 만끽함과 동시에 끈기를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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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일대의 거래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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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는 수많은 아버지와 아들이 존재한다. 그들은 가족이라는 줄로 이어져 있지만 그 줄의 무게와 굵기는 모두 다르다. 부모와 자식의 관계란 정말 복잡 미묘하다. 부모는 자식에 대해 조건 없는 사랑을 주는 존재라 알고 있지만 현실을 꼭 그렇지는 않다.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결국 아버지와 아들도 부모와 자식이기 전에 똑같은 하나의 인격체로써 동등한 존재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관계가 반드시 특별할 것이라 여겨지는 건 잘못된 생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세상의 많은 아버지와 아들이 서로 사랑하며 서로를 존중한다. 이 세상이 아직 존재하는 이유는 이들의 사랑이 있어서다.


이제는 작가 본인의 이름보다 '오베'라는 이름이 더 잘 어울리는 스웨덴을 대표하는 베스트셀러 작가 프레드릭 배크만. 그 또한 이 세상의 수많은 아버지들 중 하나다. 그런 그가 크리스마스이브 늦은 밤 곁에서 잠들어 있는 가족을 보며 써 내려간 이야기가 바로 이 책이다. 책 속에 등장하는 지명은 모두 작가 본인이 살았던 곳의 실제 장소이며 지금도 있는 곳이다. 즉, 자신의 삶이 소설 속에 어느 정도 투영되었다는 의미다. 그래서였을까. 그전에 그가 썼던 작품들과는 사뭇 다른 느낌의 소설이다. 무언가 삶의 진중함이 느껴진달까. 아니면, 나 또한 그처럼 한 아이의 아빠이기에 느끼는 감정이 비슷하기 때문일까. 무엇이 되었든 소설을 통해 그가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뜨거웠다. 짧은 이야기 속에 감춰진 감동은 읽는 이로 하여금 가슴속에 쓰나미를 일으킨다. 왈칵 눈물을 쏟게 만드는 부성애를 느낄 수 있게 한달까. 아이를 향한 아버지의 사랑을 돌아보게 한다.


이야기는 인생에서 가족보다 자신의 삶을 우선순위에 둔 한 남자가 암 선고를 받으며 그동안 잘못 살아온 지난날을 후회하며 마지막으로 자신의 유일한 피붙이인 아들에게 자랑스러운 아버지로 기억되기 위해 벌이는 일생일대의 거래에 대한 내용이다. 사업가로써 그는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성공한 사람이지만 아버지로서 그는 실패한 삶을 살아왔다. 아들의 인생에서 그는 단 한 번도 아버지로서의 역할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 그가 치료를 위해 입원한 병원에서 만난 자신과 똑같이 암 선고를 받은 어린 소녀를 만나면서 자신의 삶의 궤적을 돌아보며 과오를 깨닫게 된다. 그런 그에게 죽음이 아닌 삶의 기회가 찾아온다. 하지만 어린 소녀에게는 꺼져가는 삶의 그림자만 드리워져 있다. 그런 그가 중대한 결심을 한다. 자신의 인생에서 단 한 번이라도 의미 있는 삶을 살아보려고 한다. 자신의 목숨을 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말이다. 과연 그는 뒤늦게 깨닫게 된 아들을 향한 사랑과 아버지로서의 삶을 모두 뒤로한 채 자신을 희생할 수 있을까.


누구나 인생에서 가장 큰 결심을 해야 될 때가 한 번은 찾아온다. 나 자신을 위해 서일 수도 있고 내 가족을 위해 서일 수도 있다. 만약 우리에게 사랑하는 가족이나 다른 누군가를 위해 무언가 해야 될 때가 찾아온다면 온전히 자신을 희생할 수 있을까. 만약 내가 이야기 속 주인공이었다면 과연 나는 어떻게 했을까. 그와 같이 행동할 수 있었을까. 10초 이상 망설이지 않았다고 자신 있게 '그렇다'라고 대답하지 못했다. 희생이란 게 그렇다. 아무리 가족이라 할지라도 선뜻 그렇게 하기 힘든 것이 바로 희생이다. 인간은 어쩔 수 없이 이기적인 존재임이 드러나는 진실의 순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 세상이 따듯한 이유는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하는 많은 곳에서 그렇게 희생하는 삶이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살면서 후회되는 일이 없을 순 없다. 중요한 것은 그 후회를 바로잡기 위해 어떻게 행동하느냐다. 너무 늦은 때란 없다. 만약 '이제는 돌이킬 수 없다'라는 생각이 든다면 그때가 바로 시작할 때다. 더 이상 기회가 오지 않을 만큼 진짜 늦기 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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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보는 미술관 - 나만의 감각으로 명작과 마주하는 시간
오시안 워드 지음, 이선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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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또는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가려고 할 때 우리는 보통 사전 답사를 한다. 여기서 사전 답사란 말 그대로 일행이 가기 전에 먼저 가보는 것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인터넷이나 책을 통해 여행 장소 또는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는 작품들에 대해서 공부를 하는 것을 말한다. 그렇게 하는 이유는 아무것도 모르고 가서 그저 눈으로만 쓱 보고 오는 것보다 조금이라도 알고 가면 더 깊이 있게, 의미 있게 보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바쁜 와중에 시간과 돈을 들여서 가는 것이기에 그 시간을 알차게 보내고 싶은 생각에서다. 그런데 가끔은 이런 준비가 오히려 순수한 여행의 목적과 작품 감상에 있어 독이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미술관에 가면 전시된 작품을 감상하는 많은 사람들을 볼 수가 있는데 저마다 감상하는 모습은 각양각색이다. 어떤 사람은 조용히 혼자서 한 작품을 오래도록 바라보며 깊은 생각이 빠져 있다. 한쪽에선 연인 또는 친구들끼리 같은 작품을 보면서 서로의 감상을 나누기도 한다. 또 다른 한쪽에선 작품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가이드와 함께 감상을 하는 무리도 보인다. 저마다 미술 작품을 감상하는 방법도 다르고 그에 따라 작품에서 느끼는 점도 다르다. 어떤 방법이 좋다 나쁘다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가끔은 아무것도 모른 채 미술 작품을 처음 봤을 때 전해지는 감동이 더 특별할 수도 있다. 설명이 오히려 그림에 대한 생각 또는 느낌을 틀안에 가둬버리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제는 그 틀에서 벗어나 보는 것은 어떨까. 미술 작품을 잘 알지 못한다 하더라도 전문가의 설명이나 다른 사람들의 감상평을 참고하지 말고 부딪쳐보는 것은 어떨까. 오롯이 나 혼자만이 느낄 수 있는 감상법으로 말이다.


이 책은 오랫동안 미술관 큐레이터로 일해오며 평론가로도 활동 중인 작가가 미술관에서 다른 누구도 아닌 나만의 방식으로 미술 작품을 바라보고 그 안에서 감동을 느끼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쓴 가이드북이다. 그렇다면 미술관에 전시된 복잡 미묘한 명화들을 어떻게 감상하면 좋을까. 저자는 고전 미술을 각자 독창적으로 감상할 수 있는 방법으로 열 단계인 '타불라 라사 TABULA RASA'를 제시한다. 타불라 라사는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은 백지상태를 뜻하는 말로 막 태어난 인간의 마음 상태를 가리키는데 우리가 미술 작품을 감상할 때 아무런 선입견 없이 시작해야 한다는 의미로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타불라 라사' 감상법의 단계를 간략하게 살펴보면 이렇다. 미술 작품을 감상하는 단계 Time(시간), 작품을 들여다보며 말을 걸어보고 마음을 나누는 단계 Association(관계), 미술 작품의 출처를 알아보는 단계 Background(배경), 작품 안에 담겨 있는 의미를 이해하는 단계 Understand(이해), 작품을 보며 놓친 것은 없는지 확인하는 단계 Look Again(다시 보기), 작품에 대한 나만의 평가를 내리는 단계 Assessment(평가), 작품 안에 담긴 간격과 박자를 찾는 단계 Rhythm(리듬), 작품 안에 숨겨진 상징이나 의미를 찾는 단계 Allegory(비유), 작품을 더 깊이 있게 보기 위한 구도를 파악하는 단계 Structure(구도), 작품이 주는 전체적인 느낌, 여운을 깨닫는 단계 Atmosphere(분위기).


미술에 문외한인 사람이더라도 한순간 어느 작품을 보고 큰 감동을 받는 순간이 찾아온다. 이런 순간은 정말 의도치 않은, 무의식중에 일어나곤 한다. 그러고 보면 큰 깨달음이나 감동은 무지에서 비롯되는 것은 아닐까 생각된다. 결국은 틀에 갇힌 생각 또는 느낌이 자신도 모르게 의식적으로 정해진 감동으로 이끌리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그래서 어쩌면 이 책에서 저자가 제시하는 새로운 감상법은 우리를 우물 밖으로 꺼내줄지도 모르겠다. 더 넓은 시야로 너 깊은 감동을 받을 수 있게 말이다. 낯선 것을 처음 접할 때 느끼는 감정은 두 가지다. 두려움과 새로움. 어쩌면 '타불라 라사'는 우리로 하여금 낯선 미술 작품을 만났을 때 느끼는 감정이 두려움으로 시작해 새로움을 발견하고 마지막에 즐거움에 이르게 하는 과정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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