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m CEO - '엄마'라는 이름의 위대한 경영자
강헌구 지음 / 쌤앤파커스 / 2006년 12월
평점 :
절판


<아들아, 머뭇거리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다>의 저자 강헌구 교수가 이번엔 어머니들을 위한 자기계발서를 출간했다. '엄마라는 이름의 위대한 경영자'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이 책, <Mom CEO>는 제목에서 말하는대로 이제 어머니가 가정의 CEO 자리에 취임해 그 가정을 경영해야 한다고 강조함과 동시에 어떤 자세로 가정을 이끌어가야 하는지에 대해 알려준다.
 
 
<Mom CEO> 는 두 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우선 파트1에서는 왜 어머니들이 가정의 CEO로 취임해야 하는지, 그에 따른 역할은 무엇이며, 보다 나은 가정을 설계하기 위해선 어떤 과정을 거치고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상세하게 안내하며, 한 가정을 잘 이끈 어머니들의 사례를 통해 자신의 가정을 설계하는데 도움을 준다. 뛰어난 맘 CEO의 예들 중에서 특히 귀머거리 아들의 운명을 목수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화가로 바꾸어 놓은 운보 김기창 화백의 어머니와 바보천치를 세계적 명의로 바꾼 벤자민 카슨 박사의 어머니가 아주 인상깊었다. 어머니의 뛰어난 리더십으로 한 아이의 인생을 180도 바꾸어 놓은 그 분들의 사례는 우리의 어머니들이 보다 지혜롭고 현명한 리더가 되어야 할 분명한 이유를 제공하기도 한다.
 
파트2에서는 맘 CEO로서 아이들에게 어떻게 꿈을 잉태하고, 심어주며, 그것을 현실로 만들지에 대한 리더의 방법론을 알려주고, 치유와 회복에 대한 밑그림도 그려준다. 부모가 낳았지만 부모 마음대로 안 되는게 자식이다. 또한 부모가 어떻게 이끌어 주느냐에 따라 자녀의 인생이 바뀌기도 한다. 맘 CEO는 우리의 자녀들이 보다 바람직한 꿈을 갖고 그 꿈을 실천해 나가는 사람이 되도록 이끌어주는 리더다.
 
저자가 제시한 꿈을 현실로 만드는 여러가지 방법 중에 ['적자'생존법]이 나온다. 자신의 꿈을 적어 놓으면 그 꿈을 이루기가 쉽다는 얘기다. 첨엔 무슨 뜬구름 잡는 얘긴가 생각했는데 그 내용을 읽어보니 일리가 있다. 막연했던 자신의 꿈을 글로 옮기면 그 과정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생각하게 되고, 그렇게 구체화된 꿈들을 보면서 각각의 꿈에 대한 실천방법을 떠올려보거나 그 꿈을 이루었을때 자신의 모습을 머리속에 그려보면 막연했던 꿈들이 보다 확실하게 다가온다. 그렇게 자신의 꿈에 대해 구체적인 방법으로 접근할수록 그 꿈을 이루고 싶은 열망이 커지게 되고 그것을 향해 더더욱 노력하므로 그 꿈을 이룰 확률이 높아지게 된다. 그러니 자신의 '꿈을 글로 적는 일'은 아주 작지만 위대한 시작인 셈이다.
 
- 말이 입 안에 있을 때는 사람이 그것을 지배하지만, 말이 입 밖으로 나온 뒤에는 말이 사람을 지배한다. (212 쪽)
 
 
마지막에는 자녀를 키우면서 가장 어려운 숙제인 치유와 회복에 대해 다루고 있다. 나는 아직 미혼인지라 자신있게 말할 입장은 아니지만 그동안 조카들을 통한 간접경험으로 볼 때 자녀양육에서 아이들의 잘못을 지적하고 바로 잡아주는 일만큼 힘든건 없는 것 같다. 언니들을 보며 부모 노릇도 참 힘들고 어렵다는 생각을 여러번 했으니까 말이다. 마지막 7장에서는 그런 어려운 경우를 맞았을 때 취해야 할 방법들에 대해 알려준다. 보다 많은 부모들이 알아두면 좋은 방법들이 아닌가 싶다.
 
 
 
보다 훌륭한 가정을 꾸려가는 CEO로서의 엄마의 역할은 참 많고도 어렵다. 그러나 이 책에서 알려주는 여러 방법 - 맘 CEO 선언문과 가족들 각자의 비전선언문 작성, 패밀리 로드맵 만들기, 100가지 소원 적기 등을 활용한다면 그 길을 잡는데 한층 수월할 것 같다. 뭐든 머리로만 생각하는건 소용이 없다. 직접 몸으로 실천해야 그 빛을 발할 수 있다. 이제 어머니들의 활약이 펼쳐질 시간이다. 당신은 충분히 그럴 자격과 능력이 있으니 망설이지 말고 시작해보자. 지금부터 당신은 당신의 가정을 경영하는 Mom CEO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 이 땅의 모든 어머니들이 맘 CEO로 거듭나길 바래본다.
 
 
- 억만금의 재산보다 한 줄의 비전을! (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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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 여행 - 내 인생의 첫 번째 여행
김병희 지음 / 황금사과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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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라고 하면 내게도 떠오르는 추억이 있다. 하나는 첨으로 혼자 떠난 울릉도 여행이다. 친구가 얼마간 그곳에 터를 잡고 살았기에 잠자리제공을 보장받고 간 여정이긴 했지만, 성인봉 등반을 친구와 함께 한 것을 빼곤 일주일 정도 되는 시간동안 온전히 혼자서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울릉도를 탐사(?)했던 그 시간들은 나에겐 정말 색다른 경험이었다. 혼자서 다니는 여행의 맛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던 기회였다고나 할까. 다른 하나는 몇 해 전엔 20년지기 내 죽마고우와 처음으로 함께 배낭을 짊어지고 떠난 여행길이다. 담양과 보성을 거쳐 순천을 찍고 부산영화제로 향했던 그 여정이 아름다웠던 것은 나를 둘러싼 눈부신 자연 뿐만 아니라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좋은 친구와 함께했기 때문이리라. 나 뿐만 아니라 모든 이들에게 여행은 언제나 갈망하는 대상이 아닐까.
 
 
불타는 청춘들을 위한 여행백서 <스무 살 여행>. 이 책은 '스물'이란 단어만큼 상큼한 외모를 자랑한다. 귀여운 표지와 첫 장부터 눈을 사로잡는 멋진 사진들, 원색의 활발함이 꿈틀거리는 목차와 곳곳에 활기와 젊음이 느껴지는 글들까지.. 스무 살의 그 느낌을 담아내려 노력한 흔적이 곳곳에서 듬뿍듬뿍 풍겨난다.
 
'스물'이란 나이에 초점을 맞춰 제시한 여행의 방법 또한 그 나이답다. 여행방법의 '주무기'로아직은 뚜벅이인 젊은 청춘을 위해 버스, 기차, 자전거, 걷기 등을 제시하고 있고(물론 집안 잘 만나 어린 나이에 벌써 자신의 차를 갖고 있는 부유한 영혼들은 제외하고 한 말이다;;), 그래서 여행테마도 '버스 여행 / 섬 여행 / 자전거 여행 / 걷기 여행 / 기차 여행 '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각의 테마에 맞춰 선보이는 여행지들은 멋진 사진들과 함께 저자의 느낌, 돌아본 장소 등이 실려있고, 마무리로 뒷면 한 장은 그곳에 대한 각종(이라고는 하나 대여섯 개의) 정보도 간략히 실어놓는 센스를 발휘해 놓았다.
 
 
책 속에서 내가 가봤던 담양과 순천이 소개될 땐, 담양 대나무 공원과 순천시티투어로 지나왔던 선암사와 순천만이 기억의 숲을 헤치고 떠올랐고(저자도 나처럼 순천시티투어를 했다니 괜시리 반가워지는 이 마음;; ㅎㅎ;; 만약 순천을 여행할 계획이 있으시다면 꼭~ 시티투어를 이용해 보라고 말하고 싶다. 정말 추천할만 하다!), 경주부분에선 좀 더 볼거리들을 그냥 지나간 저자가 아쉬웠으며, 마이산에선 그 산을 처음 볼 때의 경이롭던 느낌이 생각났다.
 
또한 아직 가보지 못한 영월에서는 굽이쳐 흐르는 동강이 화면가득 잡히던 영화 <라디오 스타>가, 석모도의 환상적인 바닷가에서는 <시월애>가, 남이섬에선 <겨울연가>가, 인천의 차이나타운 패루에서는 그 앞에 쪼그리고 앉아 친구와 이야기하던 동구의 모습이 잡히는 <천하장사 마돈나>가, 내소사의 전나무숲에선 <가을로>가, 그리고 섬진강에선 섬진강 시인으로 유명한 '김용택 시인'이 그 장소들과 겹쳐졌다.
 
이 책에 소개된 여러 좋은 곳 중에서 가장 가보고 싶은 곳을 꼽으라면 단연 '대관령'과 '고창의 청보리밭'이다. 대관령은 그곳을 향한 무조건적인 나의 동경과 쉽게 볼 수 없는 양들이 내 마음을 잡는데 한 몫 했고, 고창의 청보리밭은 책 속 사진의 힘이 크게 움직였다. 그 한없이 푸르른 사진속 청보리밭을 본 순간 숨이 막힐 뻔 했다, 너무 감동적이어서. 두 곳 모두 언젠간 꼭~ 가보리라 점찍고 있다. ^ ^
 
 
그러나 이 책은 '스물'의 싱그러움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그 속에서 여행이 주는 깊은 맛을 느끼긴 힘들다. 발랄한 청춘의 가벼움을 지향하기에 여행에서 만나는 삶과의 조우, 삶의 묵직한 깨달음과 여운을 기대했던 독자에겐 조금 당황스러울 수도 있을 듯. 그러나 깊은 사색 뿐만 아니라 이 책처럼 잠시 일상의 단조로움을 지워주는 것도 여행의 한 묘미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가장 맘에 든 것은 곳곳에 실린 '사진'이었다. 그곳만의 아름다움과 당시 여행의 느낌까지 잡아내는 그 사진들은 훌륭했고 너무 좋은 사진들이 많았다. 또한 그 사진들은 나로 하여금 다시 한 번 사진에 대한 열정을 불 태우게 만들었다. (곧 꺼져버리긴 했지만; 쿨럭;) 그러나 여기에도 아쉬움이 있었으니.. 사진 위에 배열된 글자들을 읽기가 수월하지 않다는 것이다. 모양새와 분위기도 좋지만 활자들을 편안하게 눈에 담을 수 있었다면 더 좋았을텐데. 어떤 곳엔 사진의 검은 테두리에 글자가 묻혀 끝끝내 알아보지 못한 경우도 있다;; 편집자께서 다음 판본에서는 좀 더 읽는 이들의 눈의 압박을 배려해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스무 살 여행>의 상큼한 여행을 뒤따르다가 문득 내 나이 스물의 여행을 헤아려본다. 나의 스물의 여행의 화두는 뭐니뭐니해도 '별과 밤산행'이다. 아마추어 천문 동아리에 들어 주말마다 밤산행을 하던, 죽을 듯이 헥헥대며 올라간 산의 정상에서 눈부시게 뿜어대는 쏟아질 듯한 별들의 무게에 모든 피로를 순식간에 잊었던 그 황홀한 기억들과 감동들! 일상의 지루함 속에서 오랫만에 그 상큼한 기쁨들을 기억할 수 있게 해 주었기에 이 책에게 고마움을 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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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할 수 있어! - 자신감을 가르쳐 주는 10가지 방법
웨인 W. 다이어.크리스티나 트레이시 지음, 멜라니 시겔 그림, 정미영 옮김 / 한언출판사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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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이기주의자>, <자유롭게> 등으로 국내에 잘 알려진 웨인 W. 다이어 박사의 첫 어린이 그림책인 <나는 할 수 있어!>는 그간 그의 이력에서 보듯이 단순한 동화책이 아니다. 이 책은 어린이들에게 자신감을 가르쳐 줄 수 있는 10가지 방법을 제시함으로써 아이들이 자신에게 펼쳐진 무한한 가능성의 세계로 달려나갈 수 있도록 격려하는 어린이용 자기계발서다.

몇 장 안 되는 책의 장수만큼이나 책의 구성 또한 단순하지만 그 내용은 충분히 설득력있다. 한 장에 한 가지씩 자신감을 가지는 방법이 제시되어 있고 그 밑엔 간략한 설명과 함께 제시된 방법을 행하는 삽화가 그려져 있어서, 아이들이 그림을 보며 자기 나름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재미도 누릴 수 있다. 또한 열 가지 방법을 모두 알려준 뒤 마지막 부분엔 '여러분 생각을 알고 싶어요!'라는 코너를 마련해 어린이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형식을 취하고 있어 아이들이 자신만의 생각을 말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을 마련하고 있다.


- 아이들에게 자신감을 주는 10가지 방법은 다음과 같다.

1 좋은 생각을 함께 나눠 봐
2 네가 정말 좋아하는 일이 뭘까?
3 네 안은 사랑으로 가득하단다
4 마음이 평화로워지는 곳을 찾아봐
5 오늘 하루를 특별하게 만들어 봐!
6 좋은 쪽으로 생각해 봐
7 너는 소중하단다
8 멋진 네 모습을 떠올려 봐
9 신은 모든 사람을 사랑하신단다
10 행복한 생각을 하면 힘이 솟아

위의 열 가지 중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게 없지만 그 중에서도 나는 특히 '네가 정말 좋아하는 일이 뭘까?, 너는 소중하단다, 행복한 생각을 하면 힘이 솟아' 등이 눈길이 갔다. 어릴 때부터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헤아려보는 것의 중요함, 나는 그 무엇보다 소중하고 특별한 존재라는 특별함, 긍정적인 생각의 위대함 등은 아이들을 보다 자신감 있는 존재로 의식하게 만들어줄 방법이라 생각된다.

짧은 이야기 속에 그 무엇보다 소중한 삶의 지혜를 담고 있는 <나는 할 수 있어!>.
원색의 알록달록한 삽화와 함께 책을 읽으면서 아이들과 함께 생각하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좋은 책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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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와 비밀의 부채 1
리사 시 지음, 양선아 옮김 / 밀리언하우스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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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두 소녀의 평생에 걸친 우정과 오해, 그리고 화해와 용서에 대한 이야기, <소녀와 부채의 비밀>. 여든 살의 미망인 설화가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며 회고하는 형식으로 시작하는 이 소설은, 책의 주제인 소녀들의 우정이라는 큰 줄기를 바탕으로 19세기 중국에서 살아가는 여성들의 여러가지 삶의 모습을 담담히 그려내고 있다.
 
가난한 농부의 딸이었던 설화와 지체높은 집안의 나리는 평생동안 우정을 나누는 영혼의 친구인 '라오통'을 맺게 되고 그들만의 우정을 쌓아간다. 많은 시간 많은 부분을 함께 하며 그 누구보다 깊은 우정을 만들어온 그녀들도 나이가 차면서 각자 결혼을 하게 되고, 그동안 몰랐던 설화의 비밀이 밝혀지는데..
 
 
여자만이 겪는 고통과 그 속에서 싹틔우는 희망을 대표하는 전족과 함께 여자들에게만 전해와 그녀들만의 의사소통의 도구로 씌여지는 누슈는 소설 속 두 소녀의 삶과 우정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특히 이 소설에서 처음 들어보는 '누슈'는 실제로 중국의 외진 지역에서 여자들만의 비밀문자로 사용되었다고 하는데 현재는 거의 전해지지 않는다고 한다. 여성에게 교육의 기회를 주지 않았던 옛날과 달리 지금은 남녀 모두 교육의 기회를 접할 수 있기에 그 보존이 더 힘들지 않았나 싶다.
 
이 책은 평생 그녀들을 지탱했던 '소녀들의 우정'과 그들의 마음을 전했던 방법이었던 '비밀의 문자 누슈', 그리고 여성을 억압하는 현실의 족쇄를 상징하는 '전족'을 통해 남녀차별이 공공연히 행해지는 19세기 중국에서 여자들이 어떤 성장과정을 거쳤고, 어떤 희망을 꿈꾸었으며, 어떤 고통을 감당해가며 삶을 꾸려왔는지 들려준다. 특히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몰락하는 설화의 모습은 그 시대 여성의 아픔을 대표한다.
 
 
그러나 회고의 형식으로 느리게 진행되는 이야기는 소설적 긴장감이 떨어지고, 이야기 중간중간 수차례 예고하던 '결정적 사건'은 아쉽게도 누구나 예상가능한 결론으로 흘러 그 임팩트가 크지 않다. 무엇보다 아쉬운 것은 책제목에도 언급된 그 '비밀'이 그리 충격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그들의 비밀을 품고 있는 부채와 비밀의 문자 누슈는 그들 일생의 가장 큰 오해를 제공하고 또 그것을 해결하는 열쇠를 품고 있긴 하지만 '비밀'이란 말 자체가 가진 강도를 만족시키진 못한다.
 
미국인인 저자 리사 시는 그 당시 중국의 모습을 놀랍도록 생생히 재연해  내며(물론 그 시대를 살아보지 않아 정확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억압받던 시대와 그 속을 살아가던 다양한 여성들의 모습을 애정어린 시선으로 그려낸다. 이 소설은 무엇보다 '누슈'라는 잊혀진(또는 완전 생소한) 문자의 존재를 사람들에게 알리고, '전족'이라는 여성억압적 문화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를 마련했다는데 나름의 의의가 있다고 본다.
 
 
전족을 해야 결혼을 할 수 있기에 뼈를 부러뜨려 작은 발을 만들고(책에 묘사된 전족의 과정은 충격적이었다;;), 결혼 후에는 아들을 낳아야만 겨우 대접받는 영원한 이방인이며, 언제나 남자들(아버지,남편,아들)에게 복종하며 살아야 했던 그 시대 여자들의 가련한 삶 속에서 피어난 두 소녀의 아름답고 안타까운 우정이야기를 담고 있는 <소녀와 비밀의 부채>. 읽는내내 안타까움과 분노가 교차하며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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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의 우울
안드레이 쿠르코프 지음, 이나미.이영준 옮김 / 솔출판사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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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독특한 제목, 만나기 흔치않은 우크라이나 작가, 반전이 기가 막힌다는 입소문 - 이게 <펭귄의 우울>에 대한 내 첫인상이자 이 책을 접하게 된 계기다. 한 번 들으면 쉽게 잊을 수 없는 제목 <펭귄의 우울>. 설마~ 했는데 책 속엔 제목 그대로 우울증에 걸린 펭귄이 나온다;;

동거하던 여자친구가 떠나고 쓸쓸한 빅토르는 동물원에서 펭귄을 한 마리 분양받는다. 이 펭귄의 이름은 미샤. 선천적으로 심장이 약한 우울증에 걸린 펭귄이다. 작가를 꿈꾸는 빅토르는 출판사와 신문사에 자신의 작품을 투고하지만 작가의 길이 쉽지 않다. 그러던 어느날 그에게 신문사로부터 수상한 청탁이 들어오는데 그건 다름아닌 살아있는 사람들의 조문을 써달라는 것. 더구나 그 글엔 빅토르의 실명을 게재할 수도 없고 신문사에서 요구하는 내용들을 반드시 포함시켜야 하는 조건이 붙어있다. 그러나 빅토르는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고 그 대가로 주어지는 넉넉한 보수에 그 일을 맡지만, 곧 그가 조문을 쓴 사람들이 차례로 죽음을 맞이한다. 더불어 빅토르의 주변에도 알 수 없는 의문의 사건들이 하나둘씩 벌어지고 그 자신도 모르게 서서히 함정속으로 빠져든다.


이 책을 읽을 당시 배경지식이 하나도 없었던 나는, 책을 다 읽고 나서야 이 작품의 배경이 소비에트 연방(구소련)이 무너지고 자본주의의 물결이 들어오기 시작한 혼란한 러시아라는 걸 알게 됐다. 이런 과도기적 시기엔 어느나라 할 것 없이 부정부패가 극성을 부려 혼란을 겪게 되고 그 당시의 러시아 또한 그러했기에 빅토르가 사는 시대의 묘사도 꽤나 무겁고 우울하게 그려진다. 그런 시대에 사는 터라 등장인물들도 칙칙하긴 마찬가지다.

이 책의 가장 독특한 점은 제목에도 등장한 '펭귄'이란 존재다. 펭귄 미샤는 빅토르의 룸메이트이지만 가끔 머리를 부비적거리거나 음식을 달라고 할 때를 제외하곤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있다. 우울증에 걸린 펭귄이란 설정답게 자못 심각한 표정으로 말이다. 그러나 때때로 빅토르가 돌아보면 펭귄은 말없이 그를 바라보고 있다. 그래서 작품속에서 항상 빅토르의 주변을 멤도는 펭귄은 어쩌면 빅토르 자신의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이 우울증 걸린 펭귄의 모습은 혼돈의 시대를 살아야 하는 그 시대 지식인들의 우울이 반영된 모습이 아닐까..


의문의 음모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건들, 속도감있는 전개와 치밀한 구성으로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펭귄의 우울>은, 빅토르의 추적끝에 그를 둘러싼 음모의 전모가 밝혀지면서 더욱 긴장감이 고조된다. 마지막 빅토르는 다른 사람에 의해 이미 정해진 자신의 운명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점점 긴박해지는 상황에서 마주한 결말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열린 결말의 형태가 꽤나 근사했는데, 나는 그 반전이 꽤나 맘에 들었다. 또한 결말을 생각해 볼 때 이 작품 전반에서 '펭귄'의 존재가 얼마나 절묘한 선택이었는지 작가의 치밀함에 박수를 보낸다.

독특한 느낌의 러시아 소설 <펭귄의 우울>은 미스테리 스릴러의 형식으로 읽는 재미와 함께 묵직한 여운을 주는, 기억에 남는 작품이었다. 그래서 속편이라는 <펭귄의 실종> 또한 궁금해진다.
기나긴 겨울밤, 이 책과 함께 하는건 훌륭한 선택이다. <펭귄의 우울> 추천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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