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재테크
박경민 지음 / 책든사자 / 2006년 12월
평점 :
품절


영화나 드라마를 보다보면 부유한 주인공이 화랑을 돌아보며 그림을 감상하는 장면을 적지않게 만난다. 그들은 소위 그림을 '볼 줄 아는' 안목을 갖춘 교양인으로 묘사되는데, 여기에서 '그림을 보는 안목'이란 그림 자체의 순수한 예술성을 알아보는 눈을 뜻할 수도 있지만 대게는 '돈이 될 가능성이 있는' 그림을 알아보는 능력을 뜻한다. 이런 영화속 장면들처럼 미술품을 하나의 투자대상으로 여기고 정보를 살피는 사람들은 대게가 부유층이기에 가끔 고흐나 피카소의 그림이 얼마나~ 박수근의 그림이 얼마나 오른 가격에 팔렸니~하는 이야기를 들어도 그런 이야기들은 나같은 소시민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라 여겨왔다. 일단 어마어마한 그림을 살 돈도 없을 뿐더러 어떤 것들이 돈이 될지 알아볼 눈조차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렇게 높아만 보이는 미술시장도 주식이나 부동산처럼 하나의 투자시장이 형성되어 있으며 그 수익률이 만만찮으니 지금부터라도 아트시장에 대해 공부하라고 부추기는 책이 나왔다. 바로 이 책 <아트 재테크>다. 어차피 주식이나 부동산도 처음 시작할 땐 백지상태지만 열심히 공부하다보면 어느 순간 보는 눈이 생기는 것처럼, 예술품도 막연히 두려워하거나 기피하지 말고 꾸준히 작품을 돌아보며 자신의 안목을 높히고 시장조사를 통한 정보습득으로 미술계의 동향과 흐름을 파악하여 앞으로의 방향을 잡을 수만 있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다.


물론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기있는 박수근 화백이나 이중섭, 김기환 화백등의 작품은 수억원을 호가하는 터라 나같은 서민은 구매의 꿈도 꾸지 못할 작품들이다. 그런 작품들은 주식으로 치면 초우량주인 삼성전자나 SK텔레콤의 주식에, 부동산으로는 강남의 알짜배기 땅에 비유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주식시장에 삼성전자만 있는 것도 아니고 땅은 강남에만 있는게 아니듯이 미술품에도 박수근, 이중섭 등의 작품만 있는건 아니다. 부자들은 그런 초대박 작품에 투자를 하지만 일반 서민들은 자기 수중의 종잣돈에 맞춰 중저가의 작은 작품들부터 투자를 시작할 수 있단다. 미술작품도 주식처럼 저가에서 고가까지 다양한 작품들이 있으니 말이다. 또한 요즘 유행하는 펀드처럼 미술품 투자에도 아트펀드라는 제품이 나와있으니 관심이 있다면 참조해도 좋을 것 같다.

그렇지만 여기서 간과할 수 없는 것은 과연 작품을 잘 고를 수 있는 안목을 갖고 있느냐일 것이다. 또한 무작정 작품을 사고 보는게 아니라 미래의 투자처로서 어떤 이득을 남길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런 의문에 저자는 작품을 고를 때 고려해야 할 사항을 나열하고 있다. 드라마틱한 스토리를 갖고 있는 작품이나 새로운 시대를 여는 작품을 찾아내고, 각 나라별 정서와 선호도를 파악하며, 희소성의 정도, 팝아트처럼 당대의 유행에 맞는 작품인지 등등. 그러나 아쉬운 점은 이런 내용들은 미술에 무지한 나도 알만큼 일반적인 내용이며, 주로 일반인들이 투자가능한 중저가의 작품들이 아닌 초대박 예술작품 등에 해당되는 이야기라는 점이다.

또한 이 책은 그리 많지 않은 분량인지라 좀 더 가볍게 만들어 가격에 거품을 제거함이 바람직할 듯 하다. 굳이 지금의 편집과 두께 등을 유지하겠다면, 책 중간중간 저자가 예로 들어 설명하는 작품에 대한 사진 정도는 첨부해서 독자의 이해를 도왔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이 책이 미술작품이나 경향을 설명하는 책이 아니라 그 미술품으로 재테크를 하라는 이야기를 담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나는 그 점이 참으로 아쉬웠다!

 

아트 재테크라는 처음 듣는 용어에 호기심이 생겨 보게 된 책이지만, 나는 이 책을 다 보고 난 뒤에도 여전히 미술작품에 대한 투자는 아직 나와는 먼 이야기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내 생각으론, 주식은 그 회사의 자산이나 실적 등을 밑바탕으로 어느정도 예측이라도 가능하지만, 아트 재테크는 그 작품을 보는 안목이나 전반적인 미술계의 동향에 관한 폭넓은 정보나 교류를 갖고 있지 않다면 결코 쉬운 투자처는 아닌 듯 하다. 고로 여전히 일반인들에겐 문턱이 높다. 그러나 최근 아트펀드처럼 일반인들도 보다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상품이 나온다고 하니 그건 반가운 일임에 틀림없다.

 

참,,,
이 책을 읽으면서 부모님이 즐겨보시는 주말 티비 프로그램 <TV쇼 진품명품>이 생각났다. 우리 주위의 골동품을 들고 나와 전문가들이 가격을 매기는 이 프로그램은 예술작품의 가치를 돈으로 책정한다는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멀게만 느껴졌던 그런 작품들을 보다 친근하게 여기고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순기능이 인정되어 지금까지 방영되는 장수 프로그램이다. 여기서 만나는 그 물건들도 모두 아트 재테크의 대상이겠지.. 그러고 보니 아트 재테크.. 그리 먼 곳의 이야기만은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문득 든다. ㅎㅎ;;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늘빵 2007-02-01 2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런 것도 보는 분이 없으면 -_- 꿈도 못 꾸겠어요.

별빛속에 2007-02-02 2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런 것도 보는 분이 없으면 -_- ← 무슨 말씀이신지 이해가 잘 안되지만;; ^ ^;;
일반서민들은 이런 재테크, 꿈꾸기도 좀 벅차죠;; ;;
 
야간열차 - 꿈꾸는 여행자의 산책로
에릭 파이 지음, 김민정 옮김 / 푸른숲 / 2007년 1월
평점 :
절판


내가 언제 야간열차를 타봤더라.. 기억을 더듬어 보니 정동진으로 향하던 밤기차가 떠올랐다. <모래시계> 이후 유명해진 정동진역은 꼭 한 번 가보고 싶었던 곳이지만 너무 멀어 쉽게 엄두를 내지 못하던 곳이었다. 그렇지만 밤기차를 타면 새벽녘 정동진에 도착해 바로 앞에 펼쳐진 해돋이를 볼 수 있다는 이야기에 매혹당한 나와 친구는 큰 마음을 먹고 정동진으로 떠났다. 정동진 직행기차의 시간이 맞지 않았던 터라 영주에서 바꿔타는 경로를 택했는데, 여름으로 가는 길목이었지만 밤 1시에 기차를 기다리며 보냈던 영주역사의 두 시간은 꽤 쌀쌀했다. 드디어 기다리던 기차 도착! 덜컹거리는 정동진행 무궁화호 기차에 몸을 싣고 뜨뜻~한(때론 묘한 냄새를 품고 있는) 공기에 몸을 녹이며 정동진으로 향하던 밤,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던 우리는 어느새 슬며시 잠이 들어버렸다.

잠결에 중간중간 바라보던 창 밖에는 까만 배경에 불빛 몇 개만 보였었는데 어느 순간 환해진 창 밖으로 파랗게 철썩이는 바다가 펼쳐졌다. 그 바다를 보는 순간 천근만근하던 눈이 번쩍 떠졌고, 삐그덕 거리던 의자의 불편함에 쑤시던 온 몸이 갑자기 가뿐해졌다. 그리고 친구와 나는 서로를 바라보며 이렇게 소리쳤다. 야~ 바다다! (사실 나는 요즘도 늘~ 맘만 먹으면 바다를 볼 수 있는 곳에 살고 있지만 그 바다는 왠지 특별해 보였다; ^ ^;;)

부랴부랴 짐을 챙겨들고 기차에서 내려선 우리. 날은 벌써 환해졌고 해도 꽤나 떠오른 뒤였지만 아직 눈곱도 제대로 떼지 않은 졸음 가득한 눈에 펼쳐지던 그 바다와 태양은 잊을 수가 없다. 더불어 내 볼을 스쳐가는 그 상큼한 바람, 기분좋은 바다냄새까지도. 그리고 그 장면은 마치 오래된 영화의 한 장면처럼 내 머리속에서 연속재상영된다. 그날의 그 막연한 기분좋음을 가득 싣고 말이다. ^ ^ (그 후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기 위해 기차에서 내리 7시간을 시달리다가 허리 부러질 뻔 했지만;; -0-;;)



이런 여행의 느낌을 다시 느낄 수 있을까해서 읽게 된 <야간열차>.
우선 이 책, 참 이쁘다. 작은 양장본의 크기로 야간 열차의 그림이 담긴 매력적인 외모다. 게다가 읽기 전에 휘리릭~ 대충 넘겨볼 때 중간중간 보이는 삽화들은 뭔가 모험이 가득찬 여행이야기가 담겨있음을 암시하는 듯 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의 예상은 절반은 맞았고 절반은 틀렸다.

이 책은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깊이있는' 문학과 영화에 대한 작가적 견해와 철학적 사유가 어우러진 여행에세이로, 몸으로 부딪치고 만나는 외적 모험보다는 정서적 충격으로 접하는 내적 모험이 주를 이루고 있는 책이었던 것이다. 더불어 각각의 장소에서 그와 관계되는 작가와 그의 작품들, 영화에서 연상되는 장면들을 줄줄이 읊어대는 저자에게 존경의 눈빛을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내가 잘 모르는 작가나 작품들의 언급이 계속되면 조금 의기소침해며 몸으로 겪는 모험이 조금 그리워지기도 했다. (공산권 국가에서 그들이 맞게 되는 상황이 그런 갈증을 어느정도 채워주긴 했지만서두;;)

카프카를 찾던 프라하와 뒤렌마트와 상드라르를 떠올리던 스위스의 이야기보다 지나 철의 장막이 제거되던 역사적인 순간에 베를린에 있던 이야기가 좀 더 흥미로웠다. 특별히 독일에 관심이 있는건 아니지만 우리와 비슷한 처지였고, 그 아픔을 우리보다 먼저 이겨낸 나라이기에 베를린 장벽의 붕괴에 대한 그의 이야기에 자연히 귀 기울여졌으리라. 또한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탔던 그를 뒤쫓으면서 여행한 황하와 몽골, 북경 등은 서양인의 눈으로 보고 느낀 모습들을 담아놓은 터라 우리와 다른 그들의 관점을 보는 것이 흥미로웠다. ㅎㅎ;;



야간열차, 그것도 몇 시간 안에 목적지에 도착하는 급행열차가 아니라 느리게느리게 자신의 목적지를 향해 달려가는 야간열차를 너무 사랑하는 저자, 에릭 파이. 그와 함께 야간열차에 탑승하는 순간부터 그의 발길이 머무는 곳에 숨겨진 수많은 작가와 감독들의 이야기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여행지를 돌아보면서 그곳의 풍경과 감상만을 담아두지 않고, 저자는 책 곳곳에 자신이 사랑하는 수많은 작가의 말과 그 작품들, 감독과 그의 작품속의 장면들을 끊임없이 쏟아낸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나면 책 한 권이 아니라 여러 책과 영화를 섭렵한 듯한 느낌이 든다. 그리고 미처 몰랐거나 예전엔 별로 관심 가지지 않았던 그들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되기도 한다.

그런 까닭에 이 책은 기존의 여행서와는 차별성을 갖는다. 그러나 너무 자주 깊이로의 사색을 시도하는 터라, 나처럼 고전문학이나 고전영화 등에 관한 사전지식이 빈약한 독자는 자칫 지루함을 느낄 수도 있음을 미리 말하고 싶다. 물론, 그런 작품들에 흥미를 느끼는 독자라면 더할나위 없이 좋은 여행이 될테지만. 야간열차 여행에서 만난 여러 모습에서 수많은 사유를 쏟아내는 깊이있는 여행에세이를 찾고 있는 당신이라면 이 야간열차에 동행하는 것도 그리 나쁘진 않을 것 같다.









* 뒷담화;;

- 무식하게도 나는, 책 날개에 저자가 프랑스 작가라고 소개되어 있음에도 그걸 미처 잊어버렸다. 그리곤 프롤로그속 저자가 인용한 영화 '킹덤'의 감독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각주를 잘못 이해해 그걸 이 책 저자의 이력으로 오해해 버린채 책을 읽는 사태가 벌어졌다;; -_-;; 덴마크 영화감독이라고 굳건히 믿고 책을 읽으니 책속에서 작가가 프랑스말을 하고 프랑스 이야기를 하는게 이상하게 느껴질 수 밖에;; ㅡㅡ; 앞으로 작가 소개 제대로 보고, 각주를 잘 구별해서 보자!!! ㅠ

- 어느 나라를 가게 될 때 그 나라의 인사말과 간단한 표현 정도는 준비하는게 여행자의 센스~가 아닐까 싶다. 단지 세계 공용어 '영어'만을 가진채 조금의 준비도 없이 중국이나 몽골을 들른 저자가 그들이 영어를 못한다고 타박할 형편은 아니라고 본다. 그의 말처럼 다음에는 부디 간단한 표현 정도는 준비하는 센스를 발휘하시길 바랄 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위대한 기업, 로마에서 배운다 (양장)
김경준 지음 / 원앤원북스 / 2006년 11월
평점 :
품절


로마.하면 지중해를 제패한 대제국이라는 이미지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더불어 콜로세움과 검투사, 폭군 네로, 그리스ㆍ로마 신화, 기독교 박해 등도 함께 연상된다. 정복으로 넓힌 대제국을 그토록 오랜 기간 유지하며 문화를 꽃피울 수 있었던 로마인들의 경영방법에는 그들만의 특별한 비법이 있지 않을까. 이 책은 이런 의문점에서 출발한다.

큼지막한 크기의 양장본에 400쪽에 달하는 두툼한 두께를 갖고 있는 이 책은 그 첫인상과 달리 그리 어렵거나 딱딱하지 않다. 눈의 압박을 덜어주는 큼지막한 글자와 깔끔하고 세련된 편집과 구성, 중간중간 곁들여 놓은 사진과 보충설명 등으로 독자에게 배려하는 모습을 보인다. 더불어 어려운 용어를 자제하고 말하고자 하는 바를 쉽고 명료하게 설명해 줌으로써 나같은 초보자들도 큰 부담없이 읽어내려 갈 수 있었다.

이 책을 읽어내려가는데 약간의 걸림돌이 있었다면 그건 로마에 대해 부족한 내 사전지식이었다. 예전 학창시절 배웠던 세계사의 구석구석을 떠올리기엔 세월이 너무 흘러버렸고, 그간 로마를 몰라도 사는데 별 지장이 없었던지라(^ ^;) 로마는 내 관심권 밖에 있었다. 로마에 대해 아는 것이라곤 기껏해야 위에서 열거한 것들과 예전에 배운 지식들의 아련한 흔적 정도랄까.. 그래서 책에 언급되는 이름도 어려운 왕들은 아주 유명한 몇 명을 제외하곤 참으로 생소했다;;; 그러나 책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긴 이름의 왕들이 아니라 그들이 보여주거나 행했던 일들에 대한 교훈이기에 나랑 비슷한 독자도 미리 겁먹을 필요는 없겠다. ^ ^

 

저자는 오랜 세월동안 로마라는 대제국을 훌륭히 경영했던 로마인들에게서 배울 수 있는 경영 키워드를 크게 4 가지로 나누고 있다. 로마인들 특유의 개방성 / 탁월한 리더십 / 체계적인 시스템 / 능력위주의 실력주의.가 바로 그것인데 그 중에서도 적까지 포용하길 주저앉는 그들의 개방성과 황제의 자리도 실력있는 자들에게 계승하는 실력주의, 그리고 가진 자들이 앞장서서 실현하는 사회환원, 원칙을 지키는 법치주의 등이 가장 인상깊었다.

로마인들의 개방성 부분을 읽고 있노라니 현재의 미국이 떠올랐다. 예전에 읽었던 서른살 경제학이란 책에서 미국이 지금처럼 발전할 수 있었던 원동력 중의 하나가 바로 이민정책이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미국의 이민정책으로 끊임없이 보충되는 인재들이 바로 지금의 강한 미국을 만드는 원동력이 되었단다. 로마도 마찬가지였다. 적이라도 일단 로마에 뜻을 같이 한다면 그들을 폭넓게 받아들여 중용했다. 신분제가 있는 고대사회였지만 폐쇄적인 신분제도를 유지했던 기타 다른 주변국과 달리, 로마에서는 노예들도 일정 조건을 갖추면 해방될 수 있었고 자신의 능력으로 지위상승까지 가능했다. 해방노예의 자손이 황제까지 역임했었던 사실은 로마시대의 개방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더불어 능력을 우선으로 후계자를 정하는 로마의 황제계승도 정말 기억에 남는다. 우리나라만 보더라도 왕위세습이 당연한듯 여겨졌는데 그 고대시대에 실력을 우선으로 황제를 선출하는 능력위주의 인사를 단행했다는 것은 정말 신선한 충격이었다. 이것만 보더라도 합리적인 로마인들의 생각을 알 수 있다. 다만 영토확장기였던 공화정을 지나 안정기로 접어드는 제정시대로 넘어가면 다시 세습체제로 바뀌긴 하지만, 그 시대와 상황이 처한 여건에 맞춰 적절한 시스템으로 변화를 꾀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로마왕국이 그토록 오래 명맥을 유지한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 ^

로마인들은 명예를 중시했는데 그런 사회 분위기로 사회환원과 기증, 기부 문화가 활발했다고 한다. 권력이나 부를 가진 자들이 솔선수범하여 자신의 부를 사회에 환원하고 거기서 돌아오는 명예를 중요하게 생각했고, 시민들도 도로나 하수도 같은 공공시설에 약간의 기부를 함으로써 자신의 명예를 높였단다. 나누기는 커녕 혼자만 잘 살려고 하는 부자들이 대부분인 요즘 세상에서 사회의 권력층과 부유층이 앞장서서 기증과 기부같은 사회환원에 앞장섰다는 것은 정말이지 부러운 이야기다. 지금 남겨진 로마시대의 큰 건축물들은 대부분 개인이 지어 기증한 것이라고 한다.

 

<위대한 기업, 로마에서 배운다>는 각 주제마다 우선 로마인들의 이야기를 풀어놓고, 거기에서 배울 수 있는 교훈과 그것에 대비되는 우리시대의 한 단면을 연이어 이야기함으로써 로마시대와 현대를 비교분석한다. 그리고 로마인의 경영지혜를 본보기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미처 몰랐었던 로마인들의 새로운 모습들을 볼 때마다 흥미진진했고, 그들의 합리성과 오랜 지혜에 감탄하면서 로마를 바라보던 편협한 내 시야를 좀 더 넓혀준 지식의 발견들을 즐기기도 했다. 다만 책을 읽어나감에 있어 내 지식의 얕음이 안타까웠을 따름이다.

과거의 역사는 우리들이 살아가는데 있어 모든 것을 알려주는 가장 훌륭한 교과서란 말이 있다. 이탈리아 구석의 작은 로마에서 시작해 지중해 연안의 드넓은 영토를 차지하고 오랫동안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던 로마제국. 그들이 남겨준 수많은 지혜들을 찾아내고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은 이제 우리들의 몫일 것이다. 특히 세계를 대상으로 준비해야 하는 수많은 기업들에게 로마인들의 경영 키워드는 아주 훌륭한 방향을 제시해 줄 것이라 생각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빛의 제국 도코노 이야기 1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6년 12월
평점 :
품절


꽤 오래전에 티비에서 '환상특급'이란 외화를 본 적이 있다. 20분 가량의 짧은 단편이었는데 4차원의 세계 같은 묘한 분위기에 마지막엔 항상 예상보다 강도 높은 반전이 기다리고 있어 여러번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판타지를 표방하는 단편이긴 하지만 느낌이 아주 묘하고 강렬해서 그 여운이 참 오랫동안 머물렀다. 그래서 뭔가 기괴한 느낌의 책이나 영화를 볼 때면 항상 연상작용으로 그 때 본 '환상특급'이 떠오르곤 한다.

최근 미야베 미유키와 함께 일본문학의 대세를 이루고 있는 온다 리쿠. 그 입소문 자자한 <굽이치는 강가에서>도 책장에 예쁘게 꽂아만 두고 아직 읽어보질 못한 터라(^ ^;;) 온다 리쿠의 작품에 대해 함부로 왈가왈부 할 입장은 못 되지만, 그녀의 전작 <밤의 피크닉>, <굽이치는 강가에서>, <삼월은 붉은 구렁을> 등의 뜨거운 반응과 함께 여러 작품이 동시다발적으로 출간되는 걸 보니 이미 그 인기가 장난이 아닌 듯 하다. 나도 그 열기에 살짝 편승해 이 책 <빛의 제국>을 질러주는 센쓰를 발휘했다;; ^ ^;;


'도코노 이야기_첫번째'라는 부제가 붙어있는 이 책의 관건은 도대체 '도코노는 누구인가?'이다. 모든 이야기가 '도코노'에서 시작되어 '도코노'로 끝이 난다. 그러나 '도코노'가 도대체 뭐에 쓰는 건지(?) 모르는 상태에서 무작정 읽기 시작한 첫 단편 '커다란 서랍'은 읽는내내 미스테리 투성이였다. 뭘 넣어두고 뭘 울리는지, 도대체 그 가족은 뭐하는 사람들이고, 왜 그렇게 급히 떠나야 하는지.. 그러나 그 궁금증은 뒤이어 펼쳐지는 다른 이야기들을 통해 조금씩 해결되며, 이야기의 중반을 넘어서면 그렇게 모아진 정보를 토대로 도코노의 정체를 완전히 파악할 수 있다. (이러한 읽는 재미를 위해 '도코노'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련다. ^ ^;)

<빛의 제국>은 열 개의 단편 - 열 가지의 도코노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단편마다 새로운 인물들이 새로운 사건에 맞닥뜨리고 그것을 해결하면서 완결된다. 여러 시대에 걸친 긴 여생 덕에 몇 편의 이야기에 연달아 모습을 드러내는 '두루미 선생' 같은 캐릭터가 있긴 하지만 그 외엔 중복되는 인물도 거의 없다. 그러나 독립된 각각의 이야기들은 각 편마다 등장하는 주인공들이 모두 특별한 능력을 가진 도코노 일족이라는 거대한 공통점으로 연결된다.

 
깊은 부정(父情)을 보여주는 '커다란 서랍'을 시작으로 서서히 도코노의 실체가 드러나는 '두 개의 찻종', '다루마 산으로 가는 길', '오셀로 게임', '편지' 등을 여러 이야기를 거쳐 이 책의 제목으로도 쓰인 '빛의 제국'에 이르면 가슴이 아려온다. 도코노라는 가상의 인물들에게 드리워진 전쟁의 아픔이 마냥 판타지로만 느껴지지 않음은 나 뿐만이 아닐 것이다. 중편에 가까운 '빛의 제국'을 지나 '역사의 시간'을 거쳐 '검은 탑'에 이르면 애잔한 부모님의 사랑에 고개 숙이게 된다. 앞에 나왔던 '오셀로 게임'이랑도 약간 연관성이 있는 '잡초 뽑기'는 짧지만 가장 섬뜩하면서도 강렬한 느낌을 남겼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탐욕을 부리며 삶을 살고 있는 걸까 하는 씁쓸한 생각이 든다. 마지막 '국도를 벗어나'는 로맨스가 곁들여진, 열 편 중 가장 상큼한 이야기였다. ^ ^

- 매일을 소중하게 살아. 눈을 크게 뜨고, 귓속도 깨끗하게 후비고, 시야 끄트머리에서 일어나는 일도 놓치지 마. 그러면 자네 등에는 잡초가 안 나. 잡초가 안 나는 사람이 세상에 난 잡초를 뽑는 거야. (215 쪽, '잡초 뽑기' 중)

 

'도코노'라는 이상야릇한 판타지의 세계로 나를 안내해 준 <빛의 제국>. 책을 덮고 나니 예전 그 '환상특급'의 기묘한 느낌이 남아있다. 물론 입을 못 다물게 하는 엄청난 미스테리와 놀라운 반전을 보여주는 건 아니지만 각각의 이야기마다 짧지만 긴 여운을 남겨준다. 그 여운이 참 복잡미묘하다.

이제 <빛의 제국>을 끝냈으니, 그동안 책장에서 잠자고 있던 <굽이치는 강가에서>를 시작으로 그녀의 다른 작품에도 손을 뻗어봐야겠다. 한동안 온다 리쿠에게 빠져들 것 같은 예감이 든다. ㅎㅎ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국어실력이 밥 먹여준다: 낱말편 1 국어실력이 밥 먹여준다
김경원.김철호 지음, 최진혁 그림 / 유토피아 / 2006년 8월
평점 :
품절


나는 우리말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 친구랑 편지를 주고 받아도 맞춤법 틀린게 먼저 눈에 들어오고, 상대방과 이야기 하면서도 그 사람이 반복적으로 틀리는 말을 어떻게 하면 기분 안 상하게 고쳐줄 수 있을까 고민하며, 즐겨보는 티비 프로그램은 '우리말 겨루기'다. 주변 사람들의 핀잔에도 굴하지 않고 틀린 단어를 고쳐주다 수모를 겪기도 하는 등 나름대로 한글에 많은 관심과 애정을 갖고 있다고 자부하는 나이지만, 여전히 말을 하거나 글을 쓸 때 적절한 단어를 찾지 못해 고민하고, 비슷한 단어들의 미묘한 뜻 구별이 쉽지 않으며, 여전히 맞춤법과 띄어쓰기가 헷갈리기 일쑤다.

이런 나를 위해 일용할 양식(?)이 나왔으니 바로 따끈~한 <국밥> 두 그릇이다. (내가 국밥 좋아하는건 어찌 알고; ^ ^;) <국어 실력이 밥 먹여준다>라는 다소 노골적이면서 정곡을 찌르는 획기적인 제목을 내세운 이 책은, 온국민이 영어에 열광하고 있는 이 때 홀연히 나타나 국어공부의 중요성을 새삼 강조하며 온 몸 바쳐 국어 바로 알기에 열정을 불사른다. 우리말을 잘 해야 외국어도 잘 한다는 명언은 국어 이외의 외국어엔 꽝인 나에게는 슬프게도 해당사항이 없는 말이지만, 최소한 번역을 업으로 하는 분들에겐 아주 귀담아들어야 할 말이 아닌가 싶다. 잘못된 번역이 국어 전체의 물을 흐리고 있는 현재 상황에선 더더욱 책임감있는 번역이 요구되고 있다.



예전에 '가지다'라는 말의 용법에 대해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영어 'have'가 가지는 뜻이 여러가지가 있는데 천편일률적으로 '가지다'라고 번역하고, 그 번역문들이 여기저기 쓰이다보니 이젠 '모임을 가지다','시합을 가지다' 등의 오역이 우리말 속에 너무나 자연스럽게 사용되고 있다. 나 또한 이 표현이 잘못된 말인지 얼마 전에야 알았고, 아마도 이런 사실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거라 생각된다. 위의 예시는 '모임을 하다', '시합을 하다'로 고쳐서야 옳은 표현이 된다.(225쪽) 또한 '새'와 '새로운'의 차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영어사전과 번역문 때문에 '새로운'이 어느덧 '새'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단다.(144쪽)

이 책엔 언급되어 있지 않지만 영어번역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 더 하자면, 우리가 흔히 쓰는 잘못된 표현 중에 '좋은 하루 되세요'가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것은 '좋은 하루 보내세요'라고 해야 옳다. 앞의 표현에서 '되다'는 주체가 필요한 서술어인데 '좋은 하루'는 주체가 될 수 없다. (표현 그대로 해석하면 '너는 좋은 하루가 되어라'라 된다고;;) 이것은 영어 become의 영어식 표현을 그대로 우리말로 옮긴 잘못된 표현이다.(→상상플러스 올드 앤 뉴 76회) 이것처럼 당연히 맞는 줄 알았던 표현들이 틀렸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예전 국어시간, 무척 놀랐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국밥-낱말편>은 크게 명사편을 설명하는 한 그릇과 동사ㆍ형용사편을 알려주는 두 그릇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개인적으로 동사ㆍ형용사편이 훨씬 재미있었다. 두번째 그릇에 평소에 궁금했던 내용들이 많이 다루어졌던 까닭도 있지만, 명사편은 상대적으로 좀 어렵게 느껴졌다. 어쩜 맨 처음에 나오는 '속:안'의 설명중 '터널'에서 막혀서일 지도 모른다. 다른건 그 차이를 알겠는데, 나는 아직도 '터널'이 왜 '1차원 선'으로 추상화 될 수 있는지에 대해선 이해가 안 된다;; -_-; 부디 아시는 분이 있다면 친절한 설명을 부탁드린다;; -0-;

책을 읽다보면 막연히 이런 상황엔 이런 단어를 사용해왔던 우리의 직감이 어떤 이유를 근거로 작동되었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어렴풋이 유의어의 차이점을 느끼더라도 막상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많은데 <국밥>은 바로 이런 고충을 덜어주는 고마운 책이다. 고개와 머리, 가족과 식구, 궁둥이와 엉덩이, 끝과 마지막을 비롯 고르다와 뽑다, 기쁘다와 즐겁다, 끝내다와 마치다, 다시와 또 등등 이 단어들의 차이점을 잘 안다고 자부할 수 있는가? 나처럼 당신도 그렇지 않다면 꼭!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이런 미묘한 어감의 차이를 알게되면 보다 우리말에 자신이 생길 것이다.

 

국제화 시대를 외치면서 영어의 전성시대가 계속되고 있다. 영어를 배우기 위해 외국으로 나가고 각종 영어마을이 생기며 영어학원가는 언제나 성황이다. 물론 영어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 자체는 나쁘지 않다. 국제화, 세계화에 발맞추기 위해선 분명 영어를 잘 해야 한다. 그러나 그런 이유로 우리말을 가벼이 여기는 지금 세태는 심히 안타깝다. 세종대왕이 백성들을 위해 어렵게 만들어낸 한글을 보급하는데  그당시 가장 큰 장애물은 정보를 독점하고 자신들을 차별화 하려는 기득권층의 이기심과 한자에 대한 지식인층의 문화 사대주의였다. 오늘날은 그 대상이 한자에서 영어로 바뀌었을 뿐이다. 전문 영역일 수록 외래어의 남용이 심하다. 예를 들어 패션잡지를 펼쳐보면 조사빼곤 온통 외국어로 채워진 문장을 만나는건 어렵지 않다.

물론 시대가 변하는 만큼 새로운 어휘를 필요로 하게 되고 그에 따라 새로운 단어들이 생성되거나 외부에서 유입되는 어쩔 수 없지만, 이런 식으로 무분별하게 남용되는 사례를 보면 가슴이 답답하다. 우리가 우리말을 아끼고 사랑하지 않는다면 그 누가 사랑해 주겠는가. 세계화ㆍ국제화에 발맞춰 가장 먼저 관심을 기울이고 보듬어야 할 대상은 바로 우리말 - 한글이 아닐까 싶다. 한글만큼 우리의 정서를 잘 담아낼 수 있는 그릇은 없으니까.

 

나를 감동시킨 책 <국어 실력이 밥 먹여준다>. (벌써 초등학생용도 출간되었다. ^ ^)
이번 '낱말편1'을 시작으로 앞으로 계속 맛있는 국밥 시리즈가 나올 예정이라니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지금의 배부름이 꺼지기 전에 눈부신 활약을 펼칠 두 번째 국밥의 위력, 지금부터 기대해 본다. ㅎㅎ

국밥을 먹는 동안 쌓여가는우리말에 대한 사랑과 관심.
이 책, 당신에게도 강추한다!!! ^ 0^

 

 

 

 

 

+ 책 속 오탈자 +

책에 잘못 표기되거나 인쇄된 부분이 보여 몇 자 적어본다.
참고로 내가 본 책은 '초판 제 2쇄'라서 벌써 수정이 되었을 수도 있음을 미리 밝힌다;;
(작년에 막~ 출간됐을 때 사서 해를 넘겨 이제야 봤다;; =.=;; 쿨럭;;)

- 43쪽 그림 : 생물의 경우 속엣것과 붙어있을 때는 '껍질'이라고 하고, 분리되면 '껍데기'라고 한다고 했다. (44쪽 설명) 그런데 43쪽의 그림엔 껍질과 껍데기의 글자가 반대로 씌여있다.
→ '윗그림 : 껍질, 아랫그림 : 껍데기' 로 고쳐야 옳은게 아닐런지;;

- 264쪽 7번째 줄 끝의 '데우다'는 문맥상 '덥히다'가 옳다고 보여진다.

이외에도 몇 개가 더 눈에 뜨었는데 따로 표기를 안 해둬서 못 찾겠다;; 더불어 띄어쓰기 틀린 곳도 2,3 군데 보였다. 부디 지금은 다 수정했길 바란다.  ^ ^;;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맑음 2007-01-19 0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진원 기자 쓴 교정교열 책도 재미있어요. 특히 과거 신문사에서 교정교열의 실수담은 정말 웃기죠. 독재정권 시대에 대통령의 한자 대를 견으로 썼다가 영업정지를 받은 적도 있데요.^^;
전 아직 이 책은 담아두기만 하고 있어요.^ㅅ^

별빛속에 2007-01-20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홋~! 좋은 책 추천 감사해요. ^ ^
기억해뒀다가 담에 꼭~ 구해서 읽어볼께요. 맑음님, 최고~! ㅎㅎ
글구 이 책도 언젠가는 장바구니로 옮겨갈 날이 오길 바래용~~~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