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여행가방 - 박완서 기행산문집
박완서 지음 / 실천문학사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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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기만 해도 가슴 설레는 단어가 있다.
여행 !!
이 단어를 떠올리기만 해도 내 마음은 벌써 배낭 챙겨 들고 어디론가 떠나기 시작한다.
여행만큼 삶에 활기를 주고, 또다른 애착을 느끼게 하는 것이 있을까! (물론 많겠지만; ^ ^;)
단순한 일상의 반복에 지쳐갈 때 우린 곧잘 '여행'이란 단어를 떠올린다.
단 며칠만이라도 무료한 일상을 잊고 색다른 세상을 접한다는 생각만 해도 심장이 요동칠테니 말이다.
물론, 그러면서도 선뜻 나서지 못하는 것이 여행이기도 하다. 그리고 나 또한 그렇다;;

‘잃어버린 여행가방'이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박완서님의 기행문을 담았다.
사랑스런 우리 산천 뿐만 아니라 중국과 바티칸, 인도네시아와 에티오피아, 티벳과 네팔에 이르기까지. 박완서님이 발 딛은 곳의 체취와 감상이 여기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마지막 작가의 말을 보니. 예전에 펴내셨던 티벳과 네팔을 여행기를 이번에 새로 책을 단장하면서 우리나라와 다른 곳의 기행문까지 함께 담으셨단다. 티벳과 네팔의 사진을 많이 볼 수는 없지만 좀 더 다양한 곳의 감상을 접할 수 있으니 내겐 더 좋은 기회인 셈이다. ^ ^

 
같은 곳을 다녀와도 사람에 따라 그 감상이 다르듯. 경험과 감성이 풍부한 노작가의 눈으로 본 각 지역들의 느낌을 엿보는 재미가 솔솔하다. ^ ^
우리땅 기행은 내내 넉넉한 느낌이 감돌았으며, 교황의 장례식 참여라는 특별한 이유로 시작된 바티칸 여행에서 들려주는 풍경들은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들로 마음이 차분해졌다.
중국을 통해 마주한 백두산 기행은, 곳곳에 묻어나는 중국의 태도에서 최근 고구려 테마파크를 세우며 노골적으로 동북공정을 전개하는 중국과 여전히 무기력하게 대응하는 우리 정부에 대한 분노로 바뀌어갔다.

김혜자님의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가 생각났던 인도네시아와 에티오피아의 여행기.
참담한 환경이지만 그래도 삶은 계속되어가는 그 장엄한 풍경들에 가슴 찡했다.
911테러로(며칠전이 벌써 5주년이란다;;) 수천명의 죽음에 전세계가 그렇게 들썩이더니, 2만명이 넘는 인명피해를 낸 인도네시아의 쓰나미는 왜 이렇게 조용한가..하고 한탄하신 대목이 가슴을 쳤다.
나 또한 강 건너 불 구경하듯 한 사람 중의 하나였기에;;

오랜 내전으로 기아에 허덕이는 에티오피아의 모습 또한 참담하긴 마찬가지다.
고대 전설의 낭만을 가슴에 품었다가 그 땅에 발을 내딛는 순간 그 낭만이 깨져버릴 만큼 참혹한 땅.
인간의 잘못이 얼마나 큰 재앙을 불러올 수 있는가를 느끼게 해주는 곳이 아닐까.
박완서님의 글들을 보며, 최근 읽은 한비야님의 '지구 밖으로 행군하라'에서 구호봉사 일을 하는 분들이 얼마나 대단한가 다시금 느끼게 됐다.
더불어. 그곳을 대하며 공인으로서 감정을 꾸며내지 않고 한 명의 인간으로서 느끼는 감정들을 솔직하게 표현하셔서 더 좋았다. 글을 읽으며 순간순간 놀라기도 했지만 저 분도 나랑 비슷한 평범한 사람이구나;라며 어쭙잖은 위안을 얻기도 했다; ^ ^;


모든 여행장소가 좋았지만. 특히! 가장 인상적인 곳은 (아마 많은 분들이 그러하셨듯)‘티벳'이었다!
마치 내가 티벳을 함께 여행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세밀한 설명과 생생한 감상 덕에 읽는 내내 머리속에 수많은 그림을 그리고 함께 여행했다. 분량도 가장 많았던 지라 독립된 한 권의 여행기를 읽는 느낌도 들었다. 

무엇보다 티벳이 내 맘을 확~ 뺏어버린 이유는.. 바로 첫 장에 실려있는 - 눈이 시리도록 푸른(말로는 표현이 안 된다;;) 티벳의 하늘과 호수를 담은 사진 때문이었다.
나무라곤 없는 갈색 민둥산의 위 아래로 펼쳐진 파란 호수(?) 더더욱 새파란 하늘..
세상에나~ 저렇게도 파란 하늘이 존재하다니!!!
사진을 보자마자 아무생각할 겨를도 없이 꼭!!! 가보고 싶다는 소망이 가슴 한 켠을 차지해 버렸다!
그러다가 책 중간에 계속 반복되는 고산병과 구걸하는 아이들, 말썽부리는 버스로 그 바람이 조금씩 옅어질 때쯤 다시 불을 지펴주는 구절이 있었으니.. 바로 팅그리의 밤이었다.
팅그리의 밤을 보낼 때, 태어나서 그렇게까지 매혹적인 밤하늘은 처음 봤다는 문장을 접하는 순간! 다시금 불 붙는 티벳으로 향하는 내 마음! 그런 밤하늘을 볼 수 있다면 고산병쯤이야!!라는 말도 안되는 다짐도 하면서 말이다; ^ ^;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차한 덕에 오랜 기간 자신들만의 독특한 문화를 유지해 왔던 나라, 티벳.
중국에 주권을 빼앗겼지만 아직도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하나의 나라로 생각하고 있는 곳.
중국의 점령으로 인해 순수했던 그들의 문명이 때묻어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노작가의 시선은, 일제점령기라는 가슴아픈 시대를 몸소 겪었던 분이기에 더더욱 안타깝다.
어디든 많이 가진 것들이 문제다. 중국도 일본도 그 정도면 만족할 만도 하련만 손에 쥔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더더욱 가지려고 안달이다. 우리나라도 티벳도. 그들의 더러운 욕심의 희생양이다.

인도로 망명해 평화적으로 독립운동을 하는 달라이 라마 이야기에서 오체투지로 성지순례를 하는 티벳국민들, 화려함의 극치로 오히려 사람들보다 더 세속적으로 비쳐지는 사원과 불상들, 외국인만 보면 구걸하느라 벌떼처럼 몰려드는 아이들, 척박한 자연이지만 주어진 환경에 최선의 방식으로 적응하여 살아가는 농가의 모습들.. 작가는 이런 다양한 모습들을 담으며 티벳의 많은 이야기들을 풀어낸다.

 
여행은 티벳을 넘어 네팔로 이어진다.
네팔의 불상들의 모습도 인상적이었지만. 무엇보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살아있는 여신이라는 ‘쿠마리'에 대한 이야기였다. 처음 들어보는‘쿠마리'에 대해 알아가면서,  작가의 말처럼 가장 최후의 희생자는 항상 여성인게 우울해졌다;;

 

 ‘잃어버린 여행가방'을 이야기하며. 우리도 '육신'이라는 여행가방에 담겨있다고 말하는 박완서님.
적잖은 나이에 떠나기를 주저않고, 그 곳에서 배우기를 마다않는 그 분이 참으로 멋져 보인다.
책을 읽는 내내 풍요로운 우리네 땅과 생소한 이국땅의 정경들이 펼쳐지고, 그 곳들을 마주하는 작가의 소소한 감상들과 보다 응축된 깨달음이 펼쳐지는 책, <잃어버린 여행가방>
삶이 무료하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을 때. 그렇지만 당장 떠날 수 없을 때 이 책을 읽어 보자.
어느덧 마음은 티벳의 사원에 머무르고 있으리라. ^ ^


 

 

 + 보탬 +

책을 표지보고 판단하진 않지만 그래도 이 책, 너무 예쁘다.
정사각형의 앙증맞은 크기로 손에 착~ 붙고, 반짝반짝 빛이 나는 표지를 두른 고급스런 느낌이 참 좋다.
그리고 많진 않지만 책 중간중간에 사진도 실려있다.
다만. 그 풍경을 설명하는 곳에 사진이 배치되었다고 해도, 사진 밑에 간단하게나마 간략한 설명이 적혀있다면 더 좋았을텐데. 가끔 헷갈리는 사진들을 보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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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 2006-09-14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리뷰를 보며 책 한권 읽은듯 즐겁습니다..
저도 담아갈께요..좋은 책 소개 고맙습니다..

별빛속에 2006-09-16 2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즐겁게 읽어주시니 제가 더 감사하답니다. ^ ^;
 
구름빵 한솔 마음씨앗 그림책 2
백희나 글.사진 / 한솔수북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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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도 조카에게 선물할 만한 책을 찾다가 편집자 추천이라는 글자에 클릭하게 된 동화책.
두루두루 살펴보니 평도 아주 좋은 우리 동화라 선뜻 장바구니에 담았다.
알고보니 어린이 그림책의 베스트셀러였다고. ^ ^;

책이 도착해서 조카에게 주기 전에 먼저 읽어보았는데.
우선, 볼로냐 국제 어린이 도서전에서 픽션 부문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뽑혔다는 카피가 무색하지 않게 그림들이 이뻤다.
그냥 손으로 그린 그림들이 아니라, 작가가 직접 만든 소품들의 질감-천과 부직포 등-이 그대로 살아나 보다 따뜻한 느낌의 물씬~ 풍기는 그런 그림책이었다. 책 속에 등장하는 고냥이 남매의 표정이나 소품들, 폭신폭신할 것 같은 구름의 느낌도 참 좋았다. ^ ^


어느날 아침 나무가지에 걸린 구름을 가져온 아이들에게 엄마가 맛난 빵을 만들어 주신다. 그리고 그 빵을 먹은 아이들은 몸이 둥둥 떠올라 하늘을 훨훨 날게 된다. <구름빵>은 이렇게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상상이 참으로 기발하고 귀여운 이야기다.

하늘을 날게 된 아이들은 아침도 굶고 바쁘게 회사에 가는 아빠를 찾아 구름방을 전해주고, 구름빵을 먹은 아빠는 배고픔을 달램과 함께 만원버스에서 벗어나 훨훨~ 날아 회사에 도착하게 된다.
마냥 구름빵을 먹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신남으로 끝나는게 아니라 아버지를 생각하는 아이들의 마음이 함께 배어나 가슴 따뜻해지는 동화책이다.

 
아이들에게 구름으로 만든 빵을 먹고 하늘을 나는 신나는 경험과 함께 서로 사랑으로 엮어진 가족의 의미를 함께 되새길 수 있는 동화, <구름빵>
나도 함께 추천해 본다. ^ ^

더불어.. 책과 함께 온 '키재기자'도 너무 이쁘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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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의 구멍 길벗어린이 과학그림책 5
이혜리 그림, 허은미 글 / 길벗어린이(천둥거인)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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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이 좋아 조카에게 선물주려고 구입했다.
크기는 큼지막하면서도 장수는 그리 많지 않아 어린이들이 지루하지 않게 볼 수 있는 책이다.

첫 장을 열면 우리 생활에서 자주 볼 수 접할 수 있는 사물을 먼저 제시하고 그 옆에 우리 몸의 구멍을 보여줌으로써. 아이들로 하여금 비교할 수 있는 생각의 틈을 제공하고 있다.
조카에게 읽혀보니 아주 즐거워하며 그 둘을 비교하며 내용을 익히는 모습을 보였다.

눈구멍, 콧구멍, 귓구멍, 땀구멍, 배설하는 구멍과 아기가 나오는 구멍까지.
쉽지만 선뜻 가르쳐주기 힘든 부분까지 책은 간단하고 재미나게 알려준다.

슬슬 우리 몸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아이들에게 보다 친근하게 우리몸을 설명해 줄 수 있는 책.
옆에서 부모님들이 함께 이야기하면서 읽으면 더욱 좋을 듯 하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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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온 바다에서 차를 마시다
한승원 외 지음 / 예문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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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온 바다? 와온? 와 본 바다란 말인가;; -_-
이 책의 제목을 첨 들었을 때. 나는 저렇게 무식한 소리를 했었다;; (땀삐질;; ^ ^;;)
책을 읽으며 알게 된 뜻.. 와온(臥溫) 바다 - 따뜻하게 누워있는 바다라.. (표지엔 한자가 안 적혀있었단 말이닷;; 흑흑;;) 오~ 정말 멋진 이름 아닌가!!! (감탄!)
제목인 <와온 바다에서 茶를 마시다>는 11분의 작가분들 글 중에 곽재구님의 글제목을 약간 바꾼 것이다. 이 제목을 듣고 있으면 와온 바다에 가면 꼭 차를 마셔야 할 것 같다. 그러면 차의 향기가 바다에서도 퍼질 듯 하다.

이 책은 茶라는 이미지에 어울리는 한지 느낌의 표지와 정사각형의 작고 아담한 크기, 그리고 깜짝 놀랄만큼의 가벼움을 갖고 있다. 그래서 어딜 갈 때 갖고 가기에 딱인 듯 하다.
책 속엔 11분의 향기로운 글들과 함께 중간중간 여유로운 수묵화들이 자리잡고 있다.
덤으로 책 내용의 이해를 도우면서 차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게 상세히 설명해 둔 부록도 수록되어있다. 내게는 어디하나 나무랄 구석이 없는 맘에 쏙~ 드는 책이다. ^ ^



두어해 전에 그토록 가보고 싶었던 보성차밭에 갔었다. 부푼 기대를 안고 도착했으나
드라마나 광고에 유난히 많이 나오던 그 차밭은 티비화면에 비해 너무 작고 아담해서 살짝 실망했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새벽녘의 그 차밭의 향기는 너무 좋았다. 크기는 아담했지만 눈앞에 쭉~ 펼쳐진 녹색의 차나무들은 싱그러웠고, 풋풋한 그 내음도 맑았다. 차를 마실 줄만 알았지 차밭에 발을 딛은 것은 처음인지라 나와 친구는 나름 감격했었던 기억도 난다.

그런 기억이 남아있었던 지라 지리산 화개골에 차밭을 경작하신다는 남난희님의 글은 너무 좋았다.
그 분이 살고 계시다는 집이며 차밭을 머리에 그리며, 그곳의 신선한 공기까지 느껴지는 듯 했다.
글 속엔, 찻잎을 따고 그걸 다시 차로 만드는 힘든 과정들이 나열되어 있지만 그 속에 묻어나는 차에 대한 사랑은 피로감을 씻어내고도 남을 듯 충만하다. 그 분의 툇마루에서 나도 백운산을 바라보며 차 한 잔 하고 싶어진다. ^ ^

그와 함께 화개골 문덕산에 들어와 산지 11년이 되었다는 김필곤님의 글도 아늑했다.
차밭을 가꾸며 시를 읊는 시인. 차(茶)시인인 그의 글에 넉넉히 담긴 詩들도 여유롭다. ^ ^
또한. 역시나 차 밭을 가꾸고 계신 한승원님이 시인과 대화를 나눈 글도 인상적이었다.
더불어.. 그의 소설 <초의>도 꽤나 궁금해졌다.

 
책의 첫머리를 여는 조병준님의 글에는 역시나~ 인도이야기가 있다. ^ ^
인도의 차 '짜이'에 대한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나도 '짜이' 한 잔 들고 모퉁이에 쪼그리고 앉아 옆의 낯선 친구와 이야기를 하고 싶어진다. 하늘의 별을 바라보면서..
차는 그렇게 서로의 어색한 벽을 허물고 순식간에 누군가와 교감을 나눌 수 있게도 해 준다.
- 색, 향, 맛, 이름이 달라도 세상의 모든 차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불과 물과 어떤 료가 합쳐서 만들어 내는 어떤 신비로운 것이 있었습니다. 그걸 차의 연금술이라고 불러도 좋을까요? 불과 물과 차 재료에 마음이 더해집니다. 마음은 정말 얼마나 놀라운, 얼마나 신비한 것인가요! 그러면 세상의 그 어떤 황금을 아무리 많이 준다 해도 살 수 없는 귀하고 귀한 차가 만들어집니다. 세상의 모든 색깔과 모든 향기가 모든 맛을 다 담은 것, 차의 다른 이름은 어쩌면 우정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우정 대신 사랑이라는 단어를 쓰고 싶으시다면 뭐 안 될 거 있겠습니까. (p.25)

와온 바다를 이야기하는 곽재구님의 글은 따뜻한 바다 만큼이나 온기가 서려있다.
와온 바다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노스님과의 대화에서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책 주인공인‘희랍인 죠르바'가 나오더니 어느새 죠르바의 고향 크레타 섬으로 넘어간다. - 시인은 가난해도 좋은 차를 마셔야 하오. 좋은 언어로 좋은 세상을 꿈꾸어야 하니 좋은 차를 마셔야 한다오.. 라는 여연 스님의 말씀이 가슴에 남았던 글이었다.
(참고로‘그리스인 조르바'라는 책을 이 글에서 처음 알았는데 그 뒤로 신기하게 다른 책에서 연속해서 이 책의 제목을 발견했다;; (근데 다른 책은 제목이 생각 안난다;; -_-;;) 알고보니 굉장히 유명한 책이었다는;; 조만간 읽어보려고 한다; ^ ^;)

 
‘차를 덖는다'라는 표현을 처음 알게해 준 강우방님의 글. (계속 읽어나가니 뒤의 글들에도 수두룩~;;)
이제껏 차는 쪄서 볶는줄 알았지 덖는다..라는 표현을 쓰는 줄은 몰랐다;; (무식;;;;)
일본은 찌고, 중국은 발효시키고, 우리는 덖는단다. 이 중에서 우리네의 덖는 방식이 가장 까다롭고 손이 많이 간단다. 그러나 그 맛은 그윽하고, 색은 맑고 깊으며, 향은 은은하단다. (뒤의 부록을 보면 덖는 과정이 사진으로 소개되어 있다. ^ ^)

정목일님은 계절마다 꽃-매화,연꽃,국화,난초-과 차를 노래한다. 그 중 마지막 구절이 참 좋았다.
- 꽃을 보면서 차를 마시는 건 계절과 세월의 흐름을 눈여겨 보자는 심사이다. 아름다움은 찰나에 불과하다. 모든게 사라져간다. 우리 주변에 철따라 피고 지는 꽃이 있다는 건 얼마나 신비스런 일인가. 꽃을 보면서 계절을 느끼고 차를 마실 수 있다는 건 얼마나 큰 행복인가. 행복을 물질에 두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차와 꽃과 벗이 있다면 더 이상 무얼 바라는가.  (p. 67)

김영진님은 영화평론가답게 차와 영화를 연결해서 이야기 한다.
그 중 부산영화제에서 인상깊게 봤던 <스테이션 에이전트>의 이야기는 많이 공감됐다.
- 차를 마시는 것의 요체도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이렇게 저렇게 우리 삶은 흘러간다. (중략) 그 와중에 문득 잠시 시간이 정지하는 듯한 느낌을 가져보는 것, 또는 시간이 느리게 간다고 느껴지는 것, 슬로모션으로 내 자신과 주위 사물이 지각되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비밀의 입구가 아닐까. (p. 77)

 
다풍(茶風)에 대해 이야기 한 유건집님의 글 또한 잘못된 지식을 바로잡는 글이었다.
우리는 흔히 무릎을 꿇고 앉아 엄숙하고 절제된 자세로 차를 마시는 예절을 우리 전통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그건 일제치하에서 자연스러움을 존중하던 우리의 다속(茶俗)이 끊어지고 일본의 것이 넘어온 것이라고 한다. 소위 교양있는 사람들이 배우고 행하는 그 '다도'는 우리 것이 아니라 일본의 것이라니. 정말 기가 찰 노릇이다;; - 0-;;
- 우리의 다풍(茶風)은 인위적인 것을 버리고 물 흐르는 듯한 자연스러움에 바탕을 둔다. 차의 색향미를 자연 속에 녹여 한가하고 여유롭게 즐기는 것이다. 이와는 달리 최근 중국 사람들은 차를 마시면서 돋보는 재미를 곁들여 오감을 즐기는 예(藝) 쪽으로 흐르는 것이 특징이고, 일본은 줄곧 찻자리에서 절제된 행위의 구속 안에 자신을 내맡기는 분위기를 좋아하는 것이 특징이다. (p.91)

지허 스님도 일본의 다도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 놓으셨다.
다인이신 일본의 한 스님이, 한국에 다도가 없다고 하자 일본엔 다도가 있고 한국엔 다도가 없으니 일본이 차의 원조요, 선진국이란 확신을 갖고 일본으로 가셨다고 한다.
자유롭고 자연스러운 우리네의 차문화. 정말 일본보다 못한 걸까.
지허 스님은 아니라고 얘기 한다.
- 일본 사람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요즘 한국에도 다도를 만들려는 사람들이 있다 한다. 하지만 우리 조상들은 무엇이든 내용을 구가했지,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웠으며 규격짓지 않았다. 형식으로 다도를 찾는 것은 허공의 구름을 손으로 잡으려는 것과 같다. (p.144)

찻잎으로만 끓인걸 차라고 할까.
엄격히 말하면 그렇겠지만 굳이 그렇게 차의 범위를 좁힐 필요는 없는 것 같다. 그리고 이연자님은 여러 꽃을 이용한 꽃차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그의 이야기를 읽고 있노라면 찻차 속에 꽃을 피우는 그 차들을 당장 마시고 싶어 안달이 났다. (올 가을에는 나도 국화차를 마셔보리라~~~ ㅎ.ㅎ*)
참! 여기서도 놀라운 사실을 하나 발견했는데. ‘아카시아'는 일제 때 생긴 이름이고 순우리말로는 ‘아까시'란다. 우리 생활 곳곳에 알게 모르게 남아있는 일제의 잔해에 새삼 놀랐다;;

 

 

이 책에는 茶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차에 대한 자신의 견해는 물론이고 거기에 담긴 철학, 그리고 종류와 차를 만드는 방법.. 더불어 잘못된 차예절이나 바로잡아야 할 풍속 등.. 차에 대한 감상과 지식이 골고루~ 담겨있는 책이다.

차는, 차를 마시고 음미하고 자신의 시간을 갖는 것만으로 큰 의미가 있는 것 아닐까 한다.
차를 마시는데 굳이 무슨 규칙과 법도가 필요할까. 오히려 까다로운 규칙을 지키려다 그 형식에 얽매여 진정한 차의 맛을 알지 못할 것 같다.
느긋하고 자유롭게 차를 마시는 그 시간. 그 시간 만큼은 온전히 나를 위해 쓸 수 있는 시간이다.
일상의 버거움 속에서 잠시나마 나 자신과 마주할 수 있는 여유, 그게 내가 차와 함께 하는 이유다.

차를 좋아하는 분은 물론이고 그닥 관심없는 분들이라도 이 책을 읽으면 차에 흥미가 생길 것 같은,
여유로움과 향긋함이 함께 하는 책, <와온 바다에서 차를 마시다>
따뜻한 차 한 잔과 함께 읽어보시길 추천해 본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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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해줘
기욤 뮈소 지음, 윤미연 옮김 / 밝은세상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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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기 전에 제목이 참 궁금하다. 대체 뭘 구해달란 얘긴가?
그러나 책을 덮을 때쯤엔 제목 참 적절하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내가 가진 상처와 아픔에서 나를 구해 주렴, 그 무거움을 벗고 행복을 느낄 수 있게 해 주렴..

이 책, 요즘 입소문이 솔솔찮다. 책을 읽어 본 주변 사람들은 모두 좋았다 하고, 인터넷 서점의 판매순위도 꾸준히 오르고 있었다. 그래서 책이 더 궁금해졌다.
우선 집에 배달된 책을 봤을 때 생각보다 두툼해서 놀랐다. 무려 411쪽. 묵직하다.
그렇지만 두께의 압박에 시달릴 걱정은 하지 않아도 좋다. 읽기 시작하면 그 두께가 무색해지게 책 넘기는 속도가 빨라진다. ^ ^


샘과 줄리에트가 우연한 계기로 만나 순식간에 격정적인 사랑에 빠지고 곧 닥쳐올 이별이란 장해물에 혼란스러워 할 때까지만 해도 나는 이 소설이 처음부터 끝까지 로맨스물일 것을 의심하지 않았었다!
그러나 곧 뜻하지 않은 일련의 사건들이 터지고, 의문의 형사 그레이스의 등장으로 이제껏 로맨스물로만 알았던 이야기는 갑자기 판타지 미스터리물로 변신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등장인물들의 숨겨진 과거와 아픈 상처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고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치유해 간다.

세상 사람들은 각자 크고작은 상처를 한둘 쯤은 갖고 있다. 물론 그 크기와 무게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말이다.
<구해줘>에서도 상처와 아픔의 무게에 짓눌려있는 여러 종류의 인물들이 등장한다.

꿈을 이루기 위해 뉴욕까지 왔지만 절망만 경험한 배우지망생 줄리에트,
지금은 성공한 의사지만 과거의 어두운 기억들과 아내의 자살로 고통의 나날을 보내는 의사 샘,
경찰의 직분을 다 하고자 노력했지만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그레이스, 
그런 그녀를 너무 사랑했었기에 그녀를 잃은 슬픔을 견디지 못하고 망가지는 루텔리,
엄마를 잃고 마약중독자가 되어 험난한 삶을 살고 있는 조디,
과거의 상처를 견대내지 못해 결국 스스로 죽음에 이른 페데리카,
어두운 과거를 종교의 힘으로 극복한 셰이크까지.. 다양한 인간군상들이 펼쳐진다.

이들은 직접 입으로 내뱉지는 않지만 이들은 자신의 이런 고통과 상처로부터 구해달라고 외치고 있다. 과거의 아픔들로 더이상 상처받지 않고, 현재의 행복을 느낄 수 있게 해 달라고. 이제 이런 고통은 지긋지긋하다고, 당신의 사랑과 용서로 나를 구해달라고.. 그들은 어쩜 우리들의 모습 중 하나가 아닐까..

<구해줘>의 퍼즐을 맞추는 것처럼 조각조각 연결되어 완성되는 이야기들은. 결국. 우리에게 용서와 화해를 통한 치유의 사랑을 이야기 한다. 샘과 줄리에트의 사랑과 함께 샘과 그레이스의 관계, 그레이스와 루텔리, 조디와 샘의 인연까지.. 그들을 관계를 보며 인간이 만든 상처는 다시 인간을 통해 치유될 수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단점은.. 이야기가 어느정도 진행되면서 다음 내용이 어느정도 예상가능하다;; (그렇지만 여전히 흥미진진하다!) 마지막에 나름의 반전도 준비하고 있지만 그것도 대략 짐작할 수 있는 내용이다. (그래도 마지막 케이블카를 향해 갈 때는 정말 정신없이 책장을 넘겨댔다;; ㅎㅎ;;)
그리고 독자에 따라 장점 또는 단점이 될 수 있는 특징은 바로 기존의 프랑스 소설 '특유의' 분위기보단 미국적인 냄새를 더 물씬~ 풍겨댄다는 것이다.  '줄리에트'를 제외하곤 모두 미국인들이 등장하는 뉴욕이라는 배경도 무시못할 요소이긴 하지만 말이다. (나는 뭐.. 별 상관없었다;; ^ ^;;)

더불어.. <구해줘>의 장점은.. 일단 재미있다는 것!
읽는 내내 지루함을 못 느꼈다는 것만으로도 점수 한껏 먹고 들어간다. ^ ^;
젊은 작가답게 속도감 있는 스피드한 전개와 세련된 필치는 책을 읽는 동안 눈을 떼지 못하게 하고,감각적 영상기법으로 글자를 읽음과 동시에 머리속에 필름이 돌아가게 만든다. 책을 덮고 나면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본 듯한 느낌이다. 옮긴이의 말대로 이 소설을 스크린에서 만날 날이 그리 멀진 않을 듯 하다. (영화로 만들기에 아주 딱 맞는 소설이란 생각도 든다) 또한. 두 남녀의 애틋한 사랑에서 판타지와 미스터리를 넘나드는 구성적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 마지막에 준비하고 있는 깜짝 선물도. ^ ^
그리고 이야기 전체를 관통하는 상처입은 영혼들의 용서와 화해, 사랑의 정서가 읽는 이의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준다.

 

재미있고 가슴 따뜻해지는 소설, <구해줘>
만약 지금 우리를 옥죄는 고통과 상처가 있다면 그것들로부터 우리를 구해보는 것은 어떨까.
그 방법을 잘 모르겠다면 이 소설을 읽어보는 것도 좋을 방법일 듯 하다.

<구해줘> 나는 추천! ^ -^

 

 

 

* 궁시렁궁시렁;;

이 책을 읽다보면 단 한 번. '한국'이란 단어가 나온다.
샘이 10년만에 그의 오랜 친구 셰이크를 만나고 나오는 그 때. '한국인이 운영하는 식품점'이란 단어가 눈에 들어온다. 흠.. 미국인도 아닌 프랑스인의 눈에 한국인이 운영하는 식품점이 그렇게 많이 보였던 것일까. 한국이란 단어에 순간 반갑다가도 어째 기분이 조금 씁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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