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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괜찮은 하루 (윈터에디션)
구작가 글.그림 / 예담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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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말도 안 돼요.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 툭, 하고 나도 모르게 볼멘소리가 먼저 튀어나왔다. 누구를 향해 뱉어낸 말인지 나 스스로도 알 수 없었지만 '말도 안 돼요,'라고 나라도 대신 누군가에게 이건 부당하다고 이건 너무하다고 항변해야했다. 그렇게 독실한 신자는 아니지만 하느님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같은 크기의 불행과 같은 크기의 행복을 나누어 주셨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어떤 불행도 감내할 수 있었고 어떤 행복엔 감사할 수 있었는데. 이건 나의 그 믿음을 깨트려버리는 일이었다. 한 사람이 감내하기엔 너무 무거운, 슬픔이었다.


여태 나는 토끼 베니, 구작가님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랐다. 그래서 책을 받았을 땐 귀엽고 사랑스러운 일러스트 에세이집이라고 생각하며 가볍게 지하철에서 읽기 시작했었는데 중간 즈음 더 이상 페이지를 넘기지 못하고 책을 덮어야했다. 눈물이 날 것 같아서. 따스한 색감의 일러스트가 오히려 더 아팠다. 그림을 그리는 사람에게 시력을 잃어간다는 것은, 그 절망의 무게는, 얼마나 무거운 걸까. 나로서는 감히 헤아릴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 무게 앞에 허투루 그 어떤 말도 꺼낼 수 없었기에 차일피일 이 책에 대해 이야기하기를 미뤄왔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 어떤 말도 그 절망의 무게에 비해 너무 가벼웠고 하찮았다. 세상의 어떤 문제에는 그저 조용히 곁에 있어주는 것만이 가장 큰 위로일 수도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깜빡이는 커서만 한참 바라보다 결국 단 한 글자도 적지 못하고 다시금 책을 손에 쥐고 페이지를 넘기기 시작했다.


가만히 누워 페이지를 넘겨가며 다시, 아픈 이야기를 가슴에 담고 다시, 예쁜 그림을 눈에 담다보니 퍼뜩, 비록 구작가님에게 닥친 일은 슬픈 일이지만 그렇다고 구작가님의 삶이 불행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들을 수 있고, 볼 수 있는 나 역시 구작가님과 마찬가지로 하고 싶은 일이 많은 사람이지만 구작가님은 하나하나 그 버킷리스트를 '이루어내는 사람'인 반면, 나는 그 버킷리스트를 '바라만 보는'사람이지 않은가. '이루어냄'의 행복수치로 따지자면 오히려 불행한 쪽은 나였다. 가만히 멈춰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쪽은 바로 나인데. 나와 구작가님 사이에 가로놓인 커다란 벽만 바라본 채, 그 벽 뒤에서 놓인 구작가님의 예쁜 꽃밭을 보지 못했구나. 그래, 구작가님은, '괜찮'구나. 내가 해야 할 일은, 슬픔의 무게에 짓눌린 침묵이 아니라 이뤄냄이라는 행복을 위한 응원이었구나. 그렇게 생각하고 나서야 비로소 나는, 무언가를 쓸 수 있게 되었다.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아요. 그래서 계속 행복할 것 같아요.


언제나 그렇다. 차고 넘치는 사람은 본인의 손에 쥐고 있는 것의 소중함을 모르고 풍족함 속에 안주한다. 그런 삶은 빈곤하다. 어쩌면, 조금 덜 가진 사람. 조금 부족한 사람이야말로 인생을 풍요롭게 사는 방법을 찾아내고, 직접 실행하는 진짜 풍족한 사람이 아닐까. 어두움 속에서도 희망을 찾는 구작가님의 삶을 살아가는 강한 모습이 참 예뻤다. 상실에 분노하고 아파하기보다는 이뤄냄에 만족하고 아직도 이루어낼 것을 발견해냄에 기뻐하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행복하기를. 매일 매일이, 괜찮은 하루이기를. 응원하고 싶어지는, 예쁜 사람의 이야기. <그래도 괜찮은 하루>는 꽤 오랫동안 묵직하게 가슴속에 남아 게으른 나에게 오늘에 안주하는 나에게 말을 걸어줄 것 같다. 찾으라고, 그리고. 이뤄내라고 말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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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01. 옹동스1

스노우캣의 세번째 책, 옹동스. 

블로그나 홈페이지를 통해 너무나도 익숙해진 스노우캣의 세 번째 이야기. 

아기자기한 스노우캣의 그림과 고양이 집사로서 살아가는 소소한 생활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하다.



#02.나답게 사는건 가능합니까

책의 제목을 보고 문득, '나답다'라는 것은 무엇일까라는 근본적인 질문부터 스스로에게 던져야했다.

이십년지기 친구들이 서로의 흔들리는 시간을 보아오며 어떠한 이야기를 나누었을지 궁금해지는 책이다.

함께 역사를 만들어 온 친구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나와 나의 친구들의 역사에 대해서도 함께 생각해보고싶다.


#03. 비비안 마이어 : 나는 카메라다

책 만큼, 영화에도 관심이 많다. 지난해 전주 국제영화제 출품작인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는

끝내 보지 못한 채로 지금이 되었지만, 책으로라도 비비안마이어라는 수수께끼의 사진사에 대한 이야기를 읽어보고싶다.

공개하려 찍은 것이 아닌 사진에 담겨진 자유로운 시선을 만나보고싶다.


#04. 우리가 사랑해야 하는 이유 - 생텍쥐페리 잠언집

언제나 모든 문제는 관계로부터 시작되는 것 같다. 

'오랫동안 서로를 길들여'가는 관계를 쌓아가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진 이 속도전의 시대에

생텍쥐베리의 잠언집은 조금씩, 천천히, 익숙해져야 한다고 이야기 해 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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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엔 돌아오렴]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금요일엔 돌아오렴 - 240일간의 세월호 유가족 육성기록
416 세월호 참사 기록위원회 작가기록단 엮음 / 창비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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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며칠만 더 지나면 벌써 1년이다. 처음 사고가 났던 날을 떠올려본다.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었고 업무 때문에 켜 놓았던 네이트온 속보로 사고 소식을 접했고 잠시 후 지금 생각하면 너무나도 소름이 끼치는 오보인 '전원 구조' 뉴스까지가 그 날 밤 12시가 되기 전에 내가 접했던 세월호 소식의 전부였다. '전원 구조'오보를 마지막으로, 아 잘 해결 되었구나 하고 관심을 접었던 것이다. 아무렇지 않게 업무를 마치고, 저녁을 먹었고, 영화를 보았고, 책을 읽으며 지하철을 타고 집에 돌아와 샤워를 하고, 그리고 잠자리에 눕기 전에 잠시 TV를 틀었다. 그런데 이미 12시간 전에 '잘' 마무리 되었다고 알고있었던 오전의 그 사고가, 여전히. 진행형이었다. 왜? 왜? 전원 구조라고 하지 않았었나? 그리고- 나는, 우리는. 국가의 무능으로인해 꽃같은 생명들이 물 속에 가라앉아 사그러져가는 모습을 생방송으로 그저 지켜만 볼 수밖에 없었다.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이 주는 폐색감. 내 생애, 처음으로 강렬하게 느껴본 폐색감이었다. 그리고 그 폐색감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갑갑하게 내 목을 죄어왔다. 속 시원하게 밝혀지는 것은 하나도 없고, 언론의 무책임하고 예의없는 포인트가 어긋난 보도는 계속되고, 정부의 무능과 정부의 몰염치함은 점자 우리들을 지치게 했다. 너무나도 강력한 폐색감이 주는 피로. 나는 그 피로로부터 도망치고 싶어서, 세월호를 외면했었던 것 같다. 그리고 몇 몇 서명운동에 이름 한자 보태는 것으로 외면하고있는 스스로에 대한 죄책감에 면죄부를 주려 했었던 것 같다.


책을 받은지 한참이 지나고도 차마 책장을 열지 못하다가 서평단 서평 마감일이 가까워와사여 겨우 지하철에서 처음, 책을 펼쳐보았다. 몇 장 넘기지 않아 울컥, 눈물이 날 것 같아서 책을 덮었다. 아직까지 아무것도 제대로 해결 된 것이 없는데 벌써 일년이 다 되어간다니. 이 시간의 벽에 나는 또, 갑갑해졌다. 이 폐색감이 과연 해소되는 날이 올까 싶다. 지나간 시간에 '만약'이라는 말이 얼마나 덧없는 단어인지 안다. 하지만, '만약에...'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는 도무지 믿을 수 없는 사건. 이 책을 읽고 유가족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고는 절대 쓸 수 없다. 어떻게 다 이해할 수 있겠는가. 사고로, 그것도 전대미문의 사고로 피붙이같은 자식을 잃고, 그리고 그 후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의 언행으로 상처받은 그들의 마음을 어찌 다 이해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존재해야하는 이유, 이 책을 더 많은 사람들이 읽어야 하는 이유는 단 하나. 잊지 않기 위해서가 아닐까. 


엄마 아플 때 죽이라도 끓여주고 싶어 요리사가 되고싶다던 건우, 의사가 되어 선교와 봉사활동을 하고싶다던 미지, 장학금으로 부모님 결혼 20주년 여행을 보내주었던 선생님이 꿈이었던 승희, 아버지와 둘만의 생활이었지만 누구보다 더 행복하게 아버지와 이곳 저곳에서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냈던 소연이. 책을 좋아하고, 말하는 것도 좋아해서 국어선생님이 꿈이었던 호성이, 친구들과 게임, 여행을 좋아했던 창현이, 스튜어디스가 되고싶어했던 예쁜 지성이, 음악을 좋아하던 잘 웃던 아이 수현이, 예쁘게 돋보이는 걸 좋아했던 연예인이 되고싶었던 채원이. 공부도 잘하고 똑부러지게 미래계획도 세우던 준우, 조향사가 되고싶어했던 세희, 어른스럽게 어려운 집안에 중심역할을 해 주었던 다영이, 어린 동생들을 잘 돌봐주던 다정다감했던 제훈이. 그리고, 그리고, 그리고...... 다른 모든 희생자들에게 담겨져있을 삶, 그리고 이야기. 이 이야기를 읽고난다음엔 절대로 그 누구도 '이제 그만하라'고 말하지 못할 것이다. '피곤하다, 지겹다'라고 말하지 못할 것이다. 이것은, 아직 '그만'해서는 안 되는 현재진행형의 이야기이며, '피곤하고 지겨워'서는 안 되는 우리의 삶 바로 가까이에 있는 이야기이다. 



엄마들이 먼저 깨어 있어야지. 내 자식 내가 그렇게 키워야지.

'내 자식만 잘살면 돼'라는 마음으로 아이들 키워서는 진상규명이 되고 안 되고를 떠나 

이 사회는 바뀌지 않는다고 봐요. 지금부터 그렇게 키우면 

오래 걸리겠지만, 어쩌면 내가 죽기 전에 그런 모습을 못 보게 돼도

그렇게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 2학년 4반 김건우 학생의 어머니 노선자 씨 이야기

누구는 진실을 밝히는 게 뭐 중요하냐. 앞으로 안전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지라고 하는데,

썩은 데가 있으면 그곳을 파내고 새 살이 돋아나게 해야 하는데 그냥 두고 새 살이 돋길 바라는 것은 말도 안 돼요.

제대로 된 진상규명을 못하고 의문만 남기는 법이라면 제2, 제3의 세월호 참사가 나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어요.

그때가서 누구를 원망하고 누구를 탓하겠냐고.

안전에 대해서도 자기들 일이라고 생각을 못하는 거야. 내 자식이 그렇게 될 것이라고 생각 못 해.

간담회 가면, 내가 우리 자식 물에 빠져 죽지 않게 하려고 수영 가르쳤다고 그런 얘길 해요.

한게 그게 개인이 노력해서 수영 잘해서 될 게 아니잖아.

왜 법이 만들어져야 하는지 말하는거지. 그런데 사람들이 자기 자식 일이라고 생각 안해요.

소를 잃어본 사람이 외양간을 고치지, 소가 멀쩡하게 있는 사람은 모르더라고.

- 2학년 9반 임세희 학생의 아버지 임종호 씨 이야기


김혜리 기자님께서 영화 <한공주>에 대해서 이야기하던 중에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서로의 아이를 지켜줘야 하거든요. 내 아이만 지켜서는 다 못지켜요. 아이들의 그 긴 인생동안.",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교육이죠." 김건우 학생의 어머니 노선자씨 이야기, 임세희 학생의 아버지 임종호씨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김혜리 기자님의 그 단호한 목소리가 함께 떠올랐다. 우리가 진상규명을 반드시 해야하는 이유. 그것은 누군가의 이득을 위해서도, 누군가를 끌어내리기 위해서도 아니다. 단 하나의 이유. 지금보다 훨씬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라는 것. 정치적인 이해득실을 위해서도 금전적인 이득을 위해서도 아니고 단지, 내가, 우리가 사는 세상이, 그리고 우리의 다음 세대가 살아갈 세상이 좀 더 좋은 세상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세월호를. 지겨워 해서도, 피곤해 해서도 안되는 것이 아닐까. 본인의 일이 아닌 어떤 이야기로 인해 가슴이 답답하고, 슬프고, 눈물이 나는 일이 조금은 피곤하고 힘들더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잊지 말아야 겠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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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좀 많습니다 - 책 좋아하는 당신과 함께 읽는 서재 이야기
윤성근 지음 / 이매진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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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이 되고나서 결심한 것이 한가지 있었다. 그것은 내 방 책장에 꽂혀져있는 읽지 않고 사 두기만 한 책 57권을 다 읽기 전까지 새로운 책을 사지 않겠다는 것이고, 아직까진 잘 지켜지고 있는 새해 다짐이다. 이런 상황에서 제일 조심해야 할 것이 바로 책에 관한 책이었다. 읽을 때마다 읽고싶은 책 리스트가 몇 배로 불어나게 하는 책에 관련된 책은 이러한 상황에 가장 가까이 해서는 안되는 책이었는데, <책이 좀 많습니다>는 그런 때에 나에게 덜컥, 찾아와버린 난감한 책이어서 사실 처음엔 반갑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안 되는데. 지금 이런 책 읽으면 안되는데- 하면서 한 장을 읽고, 두 장을 읽다보니 멈추지 못하고 끝까지 다 읽어버리고 말았던 책을 좋아하는,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우리집엔 책이 많지는 않다. 나름대로 책을 열심히 읽는 편이지만 거의 도서관에서 빌려보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러 사는 책은 도서관에서 빌려 읽은 책이 정말 너무 좋아서 이 문장들은 내 책장에 보관해두어야겠다라는 생각이 드는 책들, 혹은 정말 좋아하는 작가분들의 책들, 그것도 아니라면 꼭 읽어야 한다는 고전들이 전부이다. 거실 책장에 300여권, 그리고 내 방에 200여권. 그 정도가 우리집에 있는 책의 전부다. 그래서 책이 집안 곳곳에 차고넘쳐 컨테이너까지 두어 책을 보관한다는 분들의 이야기가 정말 너무나도 놀라웠다. 

어떤 사람은 그저 책을 많이 '소유'하고 있는 것에만 집착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적어도 이 책에 실린 스물 세 분의 장서가들은 단지 그 '소유'의 문제에만 집착하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진정으로 책이라는 것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읽어가며 많은 것을 느꼈고, 배울 수 있었다. 특히 내가 주목했던 부분은, 관심 분야에 대한 책을 다양하게 읽어, 그 책을 통해 다양한 시각을 배우고, 그렇게 배운 것을 통해 자신만의 철학을 만들어가려고 노력하는 부분이었다.  

어떤 사람들은 알고 싶은 분야의 책 몇 권만 읽고서 
쉽게 단정하고 자기 지식으로 만들어 버린다. 
이것처럼 위험한 게 없다. 좁게 쌓아올린 지식은 높아질수록 위태롭게 흔들리다가 
바람이 불면 한꺼번에 무너진다.
자기가 관심있는 주제를 즐기면서 책을 보는 사람은 여름나무 같아서 줄기가 굵고 가지가 많으며,
그 가지에는 열매까지는 아직 이르더라도 초록색 잎이 무성하다.
그저 필요에 따라 책을 보는 사람은 겨울나무다.
어느 곳에 뿌리를 내리고 줄기와 가지를 뻗었다고는 하지만 가지 끝은 말랐다.
다가가서 건드리면 툭 부러질 것 같다.
사람은 모든 것을 직접 경험할 수 없다.
경험한다고 하더라도 그 경험을 이해하는 건 또 다른 문제다.
이해하려면 자기 안에 철학이 있어야 한다. (중략)
아무리 책을 많이 읽고 머릿속에 든 게 많아도
그것을 버무려 자기철학을 만들지 못하면 '아는 척'밖에 할 수 없다.
치우친 생각을 하는 사람은 책을 잘 안본다. 보더라도 한두분야에 빠져버린다.
책을 통해서 자기를 만들어야 하는데, 오히려 자기 멋대로 책을 판단해버린다.
책 속에서 뭔가를 계속 얻어가려고 하는 사람은 그저 자기 욕심만 챙겨갈 뿐이다.
그리고 사람들 앞에 그 욕심을 내세우며 책 속에서 뭔가를 얻었다고 자랑하기 바쁘다.
사실 그것은 책 속에서 받은 게 아니라 책을 이용해 자기가 만들어낸 것이다.

나는 독서에 재미를 느낀 것이 그다지 오래 되지 않았다. 그래서 누구나 당연히 읽었을 법 한 책들도 아직 못 읽어본 책이 너무 많다. 읽었어야 할 예전 책들에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져 나오는 좋은 신간들의 숫자에 압박을 받다 보면, 어느새 욕심만 부리며 꾸역꾸역 활자만 삼키는 내 자신을 발견할 때가 많았다. 그러나 이 책에 담겨져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앞으로는 삼키는 것보다 소화하는 것에 더 시간을 할애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이제는 그저 책을 읽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책을 나의 것으로 만들고, 그것으로부터 나만의 생각을 만들어가는 노력을 해야겠다고,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들어 준 책이었다. 

책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공통점이 있는 것 같다. 시간에 정직하다는 것. 우직하다는 것. 책을 읽는 시간과 책을 소화하는 시간에 대해 진심을 다 한다는 것. 한 권 한 권 책이 늘어날 수록, 한 시간 한 시간 그 시간 역시 함께 늘어나는 삶. 절대로 급하지 않게, 절대로 조바심 내지 않으면서. 그렇게 책과 함께 하는 삶을 살아가고 싶다고, <책이 좀 많습니다>에 소개된 스물 세 명의 이야기를 읽어가는 시간은 그러한 것을 다시한 번 다짐하는 시간이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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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이유]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떠나는 이유 - 가슴 뛰는 여행을 위한 아홉 단어
밥장 글.그림.사진 / 앨리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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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터로서의 밥장님을 좋아한다. 강의도 들으러 가 보았고, 그의 첫 책 <나는 일러스트레이터다>는 손꼽아 기다리다 구매했었을 정도로, '일러스트레이터' 밥장을 좋아한다. 그러나 이상하게 그의 블로그 글을 볼 때면 이상한 이질감 느껴졌다. 그림으로서 읽혀지는 밥장과는 다른 이질적인 느낌이 있었다. 처음엔 그 이질감의 원인을 알 수 없었다. 그냥, 내가 좋아하는 일러스트레이터니까 뭔가 머릿속에서 까글거리지만 그 느낌을 무시했다. 그러다 '정말 이상한 점이 있다'라는 것을 확실히 깨달은 것은 책 <밤의 인문학>을 읽었을 때였다. 일러스트레이터 밥장을 좋아할 순 있겠지만 저자 밥장을 좋아할 수 있을지 그때 처음으로, 자신이 없어졌다. 나는 그 책에서 밥장이라는 사람이 내재한 컨텐츠의 한계같은것을 보았다. 대기업 입사, 창업후 실패, 이혼, 그림으로서의 재기, 그리고 현재. 이미 전작들에서, 블로그에서 다 이야기했던 컨텐츠가 '밤' 'Bar' '맥주'에 '인문학' 이라는 것으로 치장된 채로 다시 언급되고 있었다. 수 많은 책에서 발췌한 그럴싸한 인용구들의 비호를 받으며 말이다. 실망이었다. 그래도 또 사람 마음이란 게 일단은 '좋아함'의 마음이 더 큰 사람이었기에 새 책이 나왔다는 사실을 모른 척 하기는 어려웠다. 이번엔 조금 다르지 않을까? 그리고, 여행에 대한 이야기잖아, 라면서. 적어도 <밤의 인문학>보다는 나아지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를 품고 책장을 열었다.


사유가 가능한 책이 좋다. 함께 생각해보길 권유하는 글이 좋다. 그 정도의 경지까진 바라지 않더라도 적어도, '본인의 글'을 쓰는 사람의 책을 읽고 싶다. 그러나 이 책은 어딘가 미묘했다. 읽은 지 한참이 지났는데도 이 책에 대한 글을 쓰지 못하고 있었던 이유는 이 미묘함의 정체가 무엇인지를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고민해서 찾아낸 미묘함의 정체는 다름 아닌 전작 <밤의 인문학>과 마찬가지로 넘쳐나는 인용구에 있었다. 한 꼭지에 적어도 한 개, 많으면 4~5개까지 들어있는 '누군가는 책에서, 이렇게 말했다'류의 문장들이 차고 넘치게 많았다. 이 인용구들을 빼면 책의 볼륨이 반으로 줄어들진 않을까 싶을 정도로. 그 과한 인용구들은 밥장만의 매력을 똑바로 바라볼 수 없게 만드는 장애물이었다. "예전에 내가 읽었던 책에 이런 말이 나왔다. 그리고......" 로 이어져야 옳았을 문장들은 "예전에 내가 읽었던 책에 이런 말이 나왔다. 그리도 다른 책엔 또 이런 말이 나왔다. 그리고 또 다른 책엔 이런 말도 나왔었다."라고, '그리고....'로 이어져야 할 본인의 생각은 없고 온통, 그 상황과 잘 맞아 떨어지는 인용구를 찾는데 모든 역량을 할애한 것 같아 보이는 부담스러운 문장들은 밥장만의 이야기를 궁금해 했던 나에게 큰 실망을 안겨주었다. 나는 밥장님의 책에서 무엇보다 그가 그림으로서 사유하고 그림으로써 소통한 이야기를 원했다. 밥장이 다른 여행자들과 다른 점은 다름 아닌 바로 그 부분이니까. 그것이 밥장의 경쟁력이니까. 그러나 밥장님은 본인의 독서취향, 본인의 음악취향을 뽐내고 싶었던 걸까.  떠나는 이유를 설명하고 싶었다면 떠나는 이유에만 집중했어야 했지 않을까? 그것도 자신이 제일 잘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말이다. 자신이 보고 듣고 알아 온 많은 것을 보여주고 들려주고 알려주고 싶었고, 또 남들과는 다른 여행 에세이를 쓰고 싶은 욕심이 컸던 탓이겠지만 나에겐 100개의 화려한 반찬 앞에 덜 익은 밥과 간이 맞지 않는 국이 올라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중간정도까진 정말 혹시나가 역시나였어, 라는 마음으로 읽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인용구는 줄어들고 본인의 생각을 본인의 글로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을 무렵부터 이 책이 비로소 좋아졌다. 특히 쿠바의 탱고 그림을 그리는 할아버지와의 에피소드는 소름이 온 몸을 훑고 지나갈 정도로 읽는 것만으로 행복해지는 에피소드였다. 비로소 '본인의 경험'과 '본인의 생각'과 '본인의 글'이 쿵짝을 맞추며 밥장만의 색을 드러내주고 있는 다섯번 째 키워드부터는 즐거운 마음으로 책을 읽을 수 있었다. 또, 마지막 키워드 '기록'이야말로 '이것이 밥장이다'를 보여주는 꼭지 아니였을까. 내가 원한 밥장의 여행이야기 역시 이것이었다. 그림으로 보여주는 여행. 기억력도 나쁘면서 게으르기까지 한 나로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카메라 없는 여행'이지만 그림을 그리는 재주가 있는 밥장이라면 가능하다. 그러니까 나는 결국, 여행 순간 순간의 이야기들이 담겨져있는 밥장의 그림을 구경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이 책이 그러한 그림과 메모를 좀 더 많이 보여주기보다는 다른 이야기를 너무 많이 하고 있어서 약간 뿔이 났었나보다. '선택과 집중'은 그러니까, 참 중요한 것이다. 경제에서든 인생에서든. 나에게 이 책은 기획 단계에서 욕심을 버리지 못한 선택과 집중에 실패한 책으로 기억될 것 같다. 아주 나쁘진 않았지만, 아주 좋지도 않았던 책으로 말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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