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 보세요. 공작, 제노바도 루카도 보나파르트 일가의 여지, 영지나 다름없이 되어 버렸잖아요. 미리 말씀드려두지만, 그래도 전쟁 같은 건 없다고 하시거나 반그리스도의(정말 저는 그자가 반그리스도라고 믿고 있어요)추악하고 무서운 소행을 변화라도 하실 생각이라면 저는 당장 당신과 절교 하겠어요. 당신은 더 이상 제 친구도 당신이 늘 입버릇처럼 말씀하시는 제 충실한 노예도 아녜요. 어쨌든 잘 오셨습니다. 잘 오셨어요. 제가 당신을 놀라게 해드린 것 같군요. 자, 앉아서 말씀을 들려주세요.'

-톨스토이 <전쟁과 평화> 중에서


1805년 7월 ,마리야 페오도로브나 황태후를 가까이 모시면서 이름을 떨치고 있던 여관 안나 파블로브나 셰레르는 자기 집 야회에 맨 먼저 도착한 위세 있는 고관 바실리 공작을 세련된 프랑스어로 맞아 들이면서 19세기 초 러시아 상류 사회 사교계들의 모습들이 눈 앞에 펼쳐 진다.

형형색색으로 수 놓은 궁중복을 입은 이들 별 모양의 훈장을 한 쪽 가슴에 주렁 주렁 달고 나타난 이들 온갖 향수 냄새로 진동하는 연회장 한 가운데서 안나 파블로브나는 느긋한 자세로 소파에 앉아 초대 손님을 향해 이렇게 말한다.


'아아, 오스트리아 얘기 따윈 그만하세요.!제가 잘 모르는 건지도 모르지만 오스트리아는 결코 전쟁을 원한 적이 없고, 지금도 원하지 않아요. 그 나라는 우리를 배신하고 있는 거예요. 오직 러시아만이 유럽의 구세주가 되어야 해요. 우리 폐하께서는 당신의 고귀한 사명을 알고 계시고 그 사명에 충실하실 겁니다. 제가 믿는 건 이것 뿐이에요.......

우리 러시아인 만의 힘으로 의인들이 흘린 피를 반드시 씻어주어야 합니다. 어디 한번 말씀해보세요. 우리는 도대체 누구에게 희망을 걸어야 합니까?....폐하께서 반드시 유럽을 구하실 겁니다.!'


1805년과 1807년, 그리고 1812년 나폴레옹이 모스크바를 점령 했다가 후퇴하는 시기를 담은 톨스토이의 대 장편 <전쟁과 평화>을 통해 유산을 위해 싸우고 영적 성취를 갈망하는 백작의 사생아인 피에르 베즈호프 백작, 나폴레옹과의 전쟁에서 가족을 뒤로 하고 싸우는 안드레이 볼콘스키, 그리고 귀족의 아름다운 어린 딸로 두 남자 모두를 유혹하는 나타샤 로스토프의 삶을 통해 전쟁을 겪으면서 소작농과 귀족, 민간인과 군인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인물들이 시대, 역사, 문화에 따른 문제와 씨름 하는 과정을 생생하게 그려 냈다.


[보나파르트가 지휘하는 10만 프랑스군의 추격을 받고 가는 곳마다 주민들에게 반감을 사고 이제 더는 연합군도 믿을 수 없고 식량이 떨어지고 전쟁의 예기치 않은 조건 아래서 행동할 것을 강요 당하던 3만 오천의 러시아군은 쿠투조프의 지휘 아래 도나우 강 하루 쪽으로 서둘러 퇴각했고 적군에게 추격을 당하면 멈춰서 중포 따위를 잃기 않고 후퇴할 수 있을 만큼만 후위 전으로 응전 하면서 나아갔다. 적군도 인정 할 만큼 러시아군은 용감하고 완강히 싸웠지만 이러한 전투는 결국 후퇴만 더 재촉할 뿐이었다.]

톨스토이가 36세이던 1864년이었다. 톨스토이는 같은 해 1월 20일자 편지에서 누이 동생에게 “1812년부터 취재한 장편 소설을 쓰고 있다”고 알렸다.

하지만 톨스토이가 실제 이 작품을 쓰게 만들었던 직접적인 동기는 1856년 유형지에서 귀환이 허용된 ‘데카브리스트(12월 당원, 1825년 12월 26일에 무장 봉기를 일으킨 러시아 혁명가들을 통틀어 일컫는 말)’들의 활동에 대한 깊은 관심에서 비롯 되었다.

말하자면 톨스토이는 데카브리스트들의 혁명 운동이 중심인 소설을 쓰고자 했기에 여러 가지 자료를 직접 수집하며 집필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는 데카브리스트의 성격과 세계관을 밝혀내기 위해서는, 어쨌든 그보다 한 시대 이전의 러시아 국가가 당면했던 역사적 대 사건이자, 당시 청년 계층에 커다란 영향을 준 나폴레옹 전쟁까지 거슬러 올라갈 필요성을 느끼게 된 것이다.

1864년 서른 여섯 살에 접어든 톨스토이는 1856년 유형지에서 귀환이 허용된 ‘데카브리스트(12월 당원, 1825년 12월 26일에 무장 봉기를 일으킨 러시아 혁명가들을 통틀어 일컫는 말)’들의 혁명을 중심으로 한 시대 이전의 러시아 국가가 당면했던 역사적 대사건이였던 나폴레옹 침공이 현세대와 미래 청년 세대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작품을 써내려 갔다.


톨스토이는 <전쟁과 평화>작품의 시작을 1805년으로 정해 놓고 개개인의 회상과 편지를 통해 당시 사회 정세 속에 여러 인물들의 삶이 어떤 변화와 성장 과정을 거쳤는지 상세하게 묘사했다.


『전쟁과 평화』는 인생, 역사, 가족, 그리고 인간이 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 하는가?에 대해 전쟁의 공포와 삶의 공허함에 대한 의문 즉 ,죽음의 공포 속에서 어떤 삶을 선택 할 수 있는지 묻고 있다.

전쟁이 발발한 원인은 인간이 알 수 없다. 전쟁은 숱한 인간 의지가 응집한 힘의 파급으로 특정 원인이나 한 사람의 주도적인 영향 만으론 절대 터지지 않는 수많은 우연이 켜켜이 쌓여 일어나는 필연이다.

인류는 전쟁의 한 단면만 볼 뿐 전체를 파악하는 시각을 갖지 못한 채 애국심에 불타 올라 이성을 잃고 광기에 휩싸일 뿐이다.

전쟁이 터지면 인간은 미쳐간다. 러시아 민중이 애국심에 불타 이성을 잃고 광기에 휩싸인다.

​그렇다면, 전쟁과 평화는 인간이 만들어낸 허공 속의 외침 일 뿐 일까?

세상 곳곳에서 발발하는 전쟁에서 완전한 승리도 그리고 완전한 평화도 없다.

그저 한쪽의 추가 기울어지지 않게 팽팽하게 당겨야 하는 평화라는 힘의 균형을 가까스로 유지 하고 있지만 언제 어디서 어떤 식으로 균열이 생겨서 전쟁이 발발 할지 모른다.


2022년 2월 14일 새벽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땅을 침공했다.


'인류는 과거에도 지금과 같은 상황을 두 번 맞이했습니다. 그리고 두 번 다 세계 대전이라는 너무 큰 대가를 치렀습니다. 이제 우리는 전쟁이 반복 적인 패턴이 되기 전에 이 흐름을 바꿀 기회를 맞이했습니다. 수 백만 명의 희생자가 나오기 전에 다른 체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는 지난 두 번의 세계 대전에서 배운 교훈을 기억하고 세 번째 전쟁이 일어나는 것 만은 기필코 막아야 합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우크라이나에서 온 메시지> 중에서



이제 전 세계는 전쟁, 기후 변화, 그리고 끝이 보이지 않는 전염병만이 창궐할 뿐이다.

인류의 역사는 전쟁에서 평화로 이어지면서 지속 되어 왔다.

증오와 폭력의 먹구름 속에서 사랑과 자비, 용서는 언제나 승리 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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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3-02-04 00: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심지어 전쟁과 평화도 안 읽었다는..... ㅠ.ㅠ 올해 읽겟다고 책은 사두었죠. 힘내겠습니다. ^^
오늘 올라온 러시아가 잡아간 우크라이나 아이들에 대한 관련 기사는 너무 끔찍해서 입에 꺼내기도 싫네요. 설마 싶으면서도 그 설마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것이 전쟁이니 안타깝다고 말하기도 끔찍하고 부끄러웠습니다.

scott 2023-02-04 00:20   좋아요 1 | URL
쟁여두면 언젠간 읽게 됩니다 ^^

러시아가 머나먼 시절 스탈린 때부터 해왔던 짓입니다
마을 전체 굶겨 죽이거나 몰살 시키고
아이들을 러시아로 끌고가서 러시아인으로 세뇌 교육 시켜서 성장하면 전쟁 용병으로 ㅠ.ㅠ

망고 2023-02-04 07: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벌써 1년 되었네요 다시 겨울이 올 동안 전쟁이 안 끝나다니 우크라이나 사람들 너무 안타깝습니다 아ㅠㅠ 톨스토이 전쟁과 평화는 무려 4권이나 하아...언젠간 읽겠죠😂

2023-02-04 10: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2-04 11: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2-04 11: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2-04 11: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2-04 08: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2-04 10: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새파랑 2023-02-04 13: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쟁과 평화 읽고
와! 감탄했던 기억이 나네요 ㅋ 장편인데도 전혀 지루하지 않고 흥미롭던 ㅎㅎ 요걸 원서로도 읽는 스콧님은 리얼천재!

우크라이나 전쟁이 평화로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scott 2023-02-04 13:10   좋아요 1 | URL
새파랑님 러시아 문학! 주르륵 섭렵 하신분!ㅎㅎ

불멸의 고전 이유가 있었습니다
전평 그동안 4-5번 읽었지만
이번엔 제대로 정독

톨스토이 전평 번역본 품질 ㅋㅋ 비교도 해보느라 가장 훌륭하다는 영역판도 완독 ㅎㅎㅎ

얼마전 테스트 해봤는데
제 지능은 천재와 거리가 먼 ㅋㅋ


푸틴이 사라져도 전쟁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ㅠ.ㅠ

moonnight 2023-02-04 14: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쟁과 평화 아직 못 읽었습니다(동서문화사편)ㅠㅠ 언젠간 읽겠지 위로해봅니다. 전쟁이 사라지고 평화가 영원히 유지되길 기도합니다ㅠㅠ

scott 2023-02-04 14:59   좋아요 0 | URL
문나잇님 쟁여 두셨으면 언젠가 ^^

평화로웠던 세상은 없었지만 이번 전쟁 멈추지 못할 것 같습니다(악마 푸틴 절대로 종전 선언 안함 ㅠ.ㅠ)

희선 2023-02-05 0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디서든 전쟁이 일어나지 않으면 좋을 텐데, 사람이 욕심을 버리면 좀 나을 텐데... 어떤 일 하나로만 전쟁이 일어나지 않겠네요 그렇게 되기 전에 막을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좀 달라도 받아들이면 좋을 텐데, 말로 하든지... 이겨도 져도 좋지 않은 게 전쟁일 텐데...


희선

거리의화가 2023-02-05 07: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글을 보니 ‘전쟁과 평화‘만큼은 읽어야겠다라는 생각이 드네요. 읽어야 할 작가 중 하나인데... 우크라이나 EU가 지원한다고 하던데... 전쟁이 멈출 줄을 모르네요. 이제는 종전이 양보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닌지;;; 애꿎은 주민, 피난민과 총알받이가 된 병사들이 피해를 보네요.

scott 2023-02-05 09:19   좋아요 1 | URL
불멸의 고전입니다
세상에 영원한 평화도 없지만 이번 전쟁의 비극 멈춰야만 ㅠㅠ

coolcat329 2023-02-05 12: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저도 읽어야 할 책인데 너무 길어서 ...😓
일단 쟁여두기라도 해야 하겠죠?

scott 2023-02-05 13:01   좋아요 0 | URL
쟁여두면 언젠간 반드시 😄

페넬로페 2023-02-05 16: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아직 전쟁과 평화를 읽지 못했어요 ㅠㅠ
언젠가는 읽게 되겠죠^^
미국의 전쟁 중재안이 참 황당한데
전쟁은 언제나 비극입니다^^

2023-02-05 23: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꼬마요정 2023-02-05 23: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쟁이 빨리 끝나면 좋겠습니다. 러시아는 그동안 기후 등의 이유로 전쟁에서 패한 적이 별로 없으니 유럽과의 전쟁에는 자신감이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그것도 다 사람을 갈아넣은 거였죠ㅠㅠ 아직도 <에너미 앳 더 게이트>였나 영화에서 병사 두 명당 한 명에게 총을 지급하고 나머지 한 명에게는 총알만 준 장면을 잊을 수 없어요. ㅠㅠㅠㅠ

전쟁과 평화 정말 재미있게 읽었어요. 그런데 읽으면서 전쟁이 얼마나 허무한지, 진짜로 전투에 참가한 군인들과 말만 하는 윗사람들 사이의 간극이 참 그랬습니다. 나폴레옹도 그닥 훌륭한 전술가가 아닌 것 같았구요. 그리고 결국 피해는 그 땅의 모든 생명체, 무생명체 모두가 입었죠ㅠㅠ
피에르가 전투 구경하는 장면은 신기했습니다. 뭐지? 싶었어요. 그래서 드라마도 봤어요. 음...

2023-02-06 00: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NamGiKim 2023-02-16 19:24   좋아요 0 | URL
참고로 영화 <에너미 앳 더 게이트>는 헐리우드식 연출이 들어간 장면입니다. 스탈린그라드 전투 당시 소련군이 그렇게 싸운 적은 없어요. 그리고 독전대라는 것도 팀킬하는 용도가 아니었고, 소위 영화상에서 자국 군인 막 죽이는 주체로 나오는 이들 또한 전투에서 굉장히 많이 전사했습니다. 제프리 로버츠의 <스탈린의 전쟁>에 아주 상세하게 나옵니다.
 

2022년 한 해를 되돌아 보며 책장을 정리하며 버릴 책, 팔아 버릴 책, 기증 할 책 그리고 영원히 간직할 책들을 분류 하고 있다.

해마다 연말이면 온라인 서점들과 언론에서 한 해 가장 좋았던 책들, 잘 팔렸던 책들, 베스트셀러 목록에는 없었던 묻혀 버리기에 안타까운 책들의 목록을 소개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지난해에 비해 올해 2022년 독서량은 그리 많지 않았다.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 했던 해인 2020년 부터 2021년 동안 닥치는 데로 읽어서 인지 2022년은 종이 책 기준으로는 늘 해마다 읽는 양 정도로 읽었지만 구매량은 훨씬 늘어서 각 서점들 플래티엄이자 프레스티지 회원을 유지 중이다.

책을 고르는 기준은 그때 그때 마다 다르지만 통상적으로 여러 매체나 셀럽들이 추천하고 소개 하는 책이여서 구매 하는 경우는 없다.

어린 시절 부터 내 손으로 직접 책을 구매 했기 때문에 누구 누구의 추천에 흔들리지 않는 고집이 있다.

그리하여 올해 2022년 내 손으로 뽑은 최고의 소설은 다음과 같다.



후안 가브리엘 바스케스의 < 폐허의 형상>은 작가의 실체 체험과 조국 콜롬비아 현대 역사 속에 허구의 이야기를 교묘히 엮어 넣었다.


'죽음은 모든 사람이 보는 가운데 숨김없이, 일반적으로 이루어지는 내밀 한 방식으로 도래한 것이 아니라 대낮에 난입한 것이다.'


이 작품은 1948년 4월 9일 누군가가 쏜 총에 맞아 사망한 콜롬비아 자유당의 대표 호르헤 엘리에세르 가이탄 (Jorge Eliécer Gaitán Ayala , 1903년 1월 23일 ~ 1948년 4월 9일)의 암살 사건을 소재로 하는 소설로 그가 살해되었을 때 콜롬비아는 보수파와 자유파의 대립이 치열하던 시기였다.

당시 보수파 정치인들은 자유당이 집권한 기간 동안 잃어버렸던 나라를 되찾는다는 명분으로 때로는 보수파들의 과격한 행동을 묵인하고 때로는 종용하며 자유파의 저항이 범 국가 차원에서 통제되고 이런 악순환의 연쇄 고리처럼 딸 붙는 엄청난 비극적인 사건들이 콜롬비아 전체 현대 역사에서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다.

여전히 누가 가이탄을 죽였는지 그 배후 세력을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작가 바스케스는 이 작품을 통해 과거의 사건은 파묻어 버리고야 마는 승리자들의 프로파간다, 그 이상인 적이 과연 존재 했는가를 되묻는다.

작가 바스케스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폐허의 역사, 형상의 모습을 후대에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하늘이 무너져 내리기를 기다리며 이 책을 완성했다.


[나는 내 나라의 과거가 이해 불가능하고 어두운, 진정한 암흑의 영역이 되었음을 깨닫기 시작한 순간이 언제 인지 모르고 내가 그토록 신뢰하고 예측 가능하리라 믿었던 모든 것이 내가 자란 곳, 내가 말하는 그곳의 언어, 내가 경험한 그곳의 풍습, 초 중등학교와 대학에서 배운 그곳의 과거 해석하고 이해하는 척하는 데 익숙한 그곳의 현재 우리가 방심하자마자 끔찍한 인간들이 튀어나오는 그늘 진 곳으로 변한 순간이 언제인지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한다.]

​-후안 가브리엘 바스케스의 < 폐허의 형상>중에서


'삶에는 어떤 알맹이, 핵심, 중심이 있어서 모든 게 거기서 비롯되고 다시 거기로 돌아가기 마련이다.'


1580년대 영국 스트랫퍼드 헨리 스트리트에 살던 부부에게 세 아이가 있었다. 첫째 딸 수재나에 뒤이어 태어난 쌍둥이 남매 햄닛과 주디스.

1596년 쌍둥이 남매 중에 남자 아이인 햄닛이 열 한 살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라는 역사적 사실 기록에서 출발한 작가의 상상으로 탄생한 작품 <햄닛>

열 한 살 햄닛이 집안 곳곳을 뛰어다니며 어른들을 찾는 장면으로 시작한 이 작품은 청년시절 셰익스피어와 가족들, 셰익스피어와 애그니스의 만남, 아내 애그니스의 신비로운 능력, 결혼과 출산, 역병과 죽음, 런던으로 떠난 후에 열 한살 나이에 죽은 자신의 아들을 무대 위에서 환생 시켜낸 아버지 셰익스피어의 모습을 시 공간을 초월한 감각적인 글쓰기로 완성했다.

그는 죽어서 떠나갔어요,

그는 죽어서 떠나갔어요,

머리 맡은 푸른 떼로 덮이고,

발치에는 돌이 놓였죠.

<햄릿> 4막 5장

He is dead and gone,lady,

he is dead and gone;

At his head a grass-green turf,

At his heels a stone.

Hamlet,Act IV, scene v

공식적으로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 부터 정부 기록물에 년도와 날짜 출신 지역으로 기록 된다. 누군가는 단 한 줄의 기록으로 누군가는 여러 장의 기록으로 그리고 누군가는 역사에서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이름을 새기게 된다.

단 한 줄로 기록된 역사적 사실에서 출발한 상상력이 대 문호 셰익스피어의 아들의 이름 <햄닛>을 영원한 문학 작품으로 기억하게 만들었다.

영장류인 인간에게 주어진 신의 선물은 바로 상상력으로 인간은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스스로 상상하며 뇌 영역을 확장 시켜 나갔다.

때로는 그 상상력 속에 자신의 기억과 체험을 넣어 새로운 이야기를 탄생 시켜 나간다.

허구의 이야기에 빠지는 인간의 뇌는 재밌는 것 생생한 감정을 이끌어내는 스토리에 시간 가는 줄 모른 채 몰입 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따라서 스토리에 몰입하게 만드는 작가들은 마법사, 각자의 천재적 재능을 쏟아 부어 탄생 시킨 이야기의 마법사들이다.


김영하 작가는 책을 고를 때 다음과 같은 , 네 가지 기준으로 선택한다고 한다.

첫째는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

둘째는 꼼꼼하고 믿음직스럽고 우아한 편집을 제공하는 출판사

셋째로 번역서의 경우에는 신뢰하는 번역자의 책을 고르고

마지막으로 처음 접하는 저자의 책일 경우는 작가의 관상을 눈 여겨 본다고.....











'불멸에 대한 확신은 영원히 사라졌다. 그녀는 자신의 인생에서 한두 번은 더- 어쩌면 어느 늦은 오후에, 사랑의 순간에, 죽음의 찰나에-숭고하고도 창조적인 무의식을, 날카롭고 맹목적인 직관을 얻게 될 터였다. 진실로, 자신은 언제나 불멸 한다는 깨달음을...'

-클라리시 리스펙토르의 '야생의 심장 가까이'중에서

'낮을 빼앗기고, 눈이 뽑히고, 빛을 박탈 당한 이들의 목소리가 요동치는 이 야상곡보다 더 아름다운 선율이 있을까?

-엘렌 식수 -아야이! 문학의 비명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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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12-16 22:0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전에도 보고서 이 책 좋겠다하고 찜했던 것 같은데 여지껏 도전못했던 <폐허의 형상> 찜해놓아야겠어요!^^
저도 늘 베셀과는 거리가 멀고 누가 추천해주는 책 읽는다고 해서 만족스럽지 않더라구요. 역시 내가 직접 골라야 만족도도 더 커지는 것 같습니다. 저는 작년보다 올해가 훨씬 많이 읽었어요. 워낙 그전에 안 읽었던지라~ 저도 슬슬 결산 정리를 해봐야겠네요^^*

scott 2022-12-16 22:12   좋아요 3 | URL
언론이나 기타 매체에서 뽑아 놓은 책들 전부 비슷해서
식상하고

이번 NYT에서도 한 해 좋은 책들 리스트 올라 왔는데

어떤 문학 기자가 2022년에 인상 깊었던 소설 책이 없었다고 솔직하게 고백을 ㅎㅎㅎ

화가님의 결산 정리 궁금합니다!

이 포스팅은 소설편

담번은 역사-에세이 등으로 올려 볼까 이 책 저 책들 고르고 정리 하고 있습니다 ^^

책읽는나무 2022-12-16 22:5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2탄도 기대가 되네요?
왠지 김금희 작가님이나 김초엽 작가 에세이가 올라올 듯도 싶구요?ㅋㅋㅋ

scott 2022-12-16 23:22   좋아요 4 | URL
금희 초엽은 올해 리스트에서 탈락
에세이 리스트엔 영쿡 미쿡인이 ^^

미미 2022-12-16 23:2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작가의 관상ㅎㅎㅎ 저는 스콧님이 소개해주신 작가들 중
마음이 움직이는 경우 일단 구매! 쟁여두면 언젠가 읽을거란 믿음으로 모아둡니다
‘야생의 심장 가까이‘ 문장
역시 꽂히네요*^^*

2022-12-16 23: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나의책장 2022-12-17 00: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scott님 선정이니 무조건 찜콩합니다^^
2022 서재의 달인 그리고 북플 마니아에 선정되신 것, 축하드려요♥

scott 2022-12-17 00:25   좋아요 2 | URL
하나님도 추카추카
하나님 올해 베스트 리스트 궁금합니다 ^^

yamoo 2022-12-17 12: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흠...저두 이런 페이퍼 하나 서야하는뎁~~

버릴 책이야 수두룩해서 사진만 찍어서 올려야 겠고...

영원히 간직할 책은...타타르인의 사막과 나는 고백한다..정도..

팔아버려야 할 책도 많은데, 안 팔려서 걱정..ㅎㅎ


근데, 제안들 시리즈...이건 호불호가 극명히 갈리는 책들이 혼잡스럽게 섞여 있어 참으로 이 시리즈를 컬렉션해야할지 고민이 깊어집니다. 결론은 몇 권 빼고 정리하자로 기울어지고 있습니다..ㅋㅋㅋ

scott 2022-12-17 18:49   좋아요 1 | URL
오 ! 타타르 나는 고백 야무님에게 최고작이였군요
제안들 가격 사악하지만 엘렌 식수 책은 넘 훌륭해서 용서 해주기롱 😄
정리는 과감하게 하지 않으면
책 탑에 깔릴 지도 ^^

어쩌다냥장판 2022-12-17 22: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추천 소설도 있었군요~ 저는 책에 관한 지식이 많지 않아 그저 시간만 허락되고 내앞에 주어지는게 뭐든 읽는 편이라 대부분은 추천에 의지하긴 하는거 같아요 단하나 고집하는건 에세이는 말고였지만 ㅎㅎㅎ
추천책들 소개글은 일단 냥이들 챙기고 길애들 만나고 와서 다시 천천히 장바구니로 담아야 겠어요~~^^

2022-12-17 23: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mini74 2022-12-21 13: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올해 최고의 책이라니 저도 일단 담아갑니다.
전....고민이 많아요. 이 책도 좋고 저 책도 좋고..달리 말하면 확!!와닿는 책은 없었다는 거 같기도 하고....스콧님 추천은 믿고 보는 *^^*

2022-12-21 15: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독서괭 2022-12-22 14: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알라디너스 픽에 스콧님 글이 주루루룩!! <폐허의 형상> 리뷰 올려주셨을 때 보고 찜해뒀었는데.. 올해의 픽으로 또 꼽아주시니 꼭 읽어봐야겠어요 ㅠㅠ
그런데 김영하작가 기준 중 관상이라니 ㅋㅋㅋ 재밌습니다 ㅋㅋ

scott 2022-12-22 14:57   좋아요 1 | URL
김영하 작가님 새벽에 가끔 페북에 자신이 현재 읽고 있는 책장(한 부분만 공개) 보여 주면서 주절 주절 글을 올리시는데(나중에 펑하쉼)
엄청 웃깁니다 ㅎㅎㅎ

저도 작가 관상 보고 구매 할 때가 있어요

<폐허의 형상> 정말 명작 입니다
조구호 교수님 번역도 훌륭하고(스페인어권 중에 쵝오)
논픽션과 픽션을 넘나드는 작가의 필력도 대단합니다 ^^
 




이름 값을 하는 문진, 알라딘 최고의 굿즈 아이템으로 책을 펼치는 순간 항상 손에 쥐고 있는 물건이 되었다.


쫙 펴지지 않는 새 책의 옹졸한 틈새도 이렇게 부드럽게 균형 잡히게 펼쳐 주는 문진!


손바닥 크기의 문고본 책도 이렇게 페이지를 고정 시켜주고

넓직한 판형의 책도 순식간에 펼쳐 본 페이지가 닫혀 버리지 않게 눌러 준다.

<다락방의 미친 여자> 완독 하기 위한 필수템, 굿즈

페이퍼 백 크기와 무게 만큼 값진, 문진 !^^



“우리가 어느 일정 시기에 본 사물이나 읽은 책은, 단지 그때 우리 주위에 있던 것에만 언제 까지나 연결되지 않고, 당시의 우리 모습 그대로 충실하게 남아 있으면서 그때의 우리 감성이나 인간, 상념에 의해 다시 느끼고 다시 사유 할 수 있게 한다. ” 

유리알 문진은 장식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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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12-02 17: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름 잘 지은듯 정직하게 기능에 부응하는 문진이에요*^^* 두개 사두었는데 딱 안정적이고 좋아요ㅎㅎㅎ

scott 2022-12-02 17:03   좋아요 1 | URL
그쵸! 역대급 문진
전, 가을 특별 굿즈 전용 쿠폰으로 거의 칠십퍼센트 할인 받고 장만했습니다 ^^

바람돌이 2022-12-02 18: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유리알 문진은 장식용에 절대 공감입니다. ^^
저는 제값 다주고 산거같은데요. 아 비싸다 하면서요. ㅠ.ㅠ

scott 2022-12-02 19:42   좋아요 0 | URL
페이지 고정이 안되여 ㅎ ㅎ

새파랑 2022-12-02 18: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문진 너무 탐나네요 ㅋ

잃시찾~!! 역시 모아놓고 보니 멋지네요 ^^

scott 2022-12-02 19:43   좋아요 2 | URL
읽을 땐 커버를 벗겨 버려서 사진샷 할 때만 씌우기롱 ^^

미미 2022-12-02 18: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스콧님! 위에 기다란 문진 탐나네요ㅎㅎ
유리알 문진도 이뻐요!! 한번씩 성공적인 알라딘 굿즈^^*

scott 2022-12-02 19:44   좋아요 1 | URL
맞습니다
알라딘 가끔 이렇게 기능에만 집중 시킨 굿즈가 나올 때도 ^^

책읽는나무 2022-12-02 21: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문진도 결국 사야만 하는 아이템!!!!
이렇게 독서에도 갖춰야 하는 장비가 자꾸 늘어만 가네요ㅋㅋㅋ

scott 2022-12-02 21:40   좋아요 2 | URL
네, 온갖 장비가 있어야
독서를 할 수 있는 시대 입니다 ㅎㅎㅎ

망고 2022-12-02 21: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와 일본어로 된 책도 읽으시는구나😃넘 대단한 스콧님 멋져요!

scott 2022-12-02 21:40   좋아요 2 | URL
요즘은 읽기 보다는
만화를 즐겨 보고 있습니다 ^^

파이버 2022-12-03 00: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유리알 문진 넘 예쁜데, 떨어뜨리면 깨질까봐 조마조마해서 안샀어요... scott님께서 올려주신 문진은 중고서점에서 실물로 봤는데, 유리와 달리 떨어뜨려도 덜 아플(?) 것 같더라구요 ㅎㅎ 살까말까 고민 했었는데 이렇게 추천을 해주시니 다음 중고서점 갈 때 다시 봐야겠어요~

scott님 일본 서적도 읽으시는군요! 몇 개 국어를 하시는지.. 역시 능력자이십니다. 세로쓰기 읽으시는 데 불편하시지 않은지 문득 궁금해요~

scott 2022-12-03 01:14   좋아요 2 | URL
저 문진 정말 기능에 충실하고 촉감도 좋아서 책과 착 붙습니다
일본어 세로줄은 여전히 적응이 잘안되여 ㅎㅎ
뇌건강을 위해 외국어는 꾸준히 성실히 ^^

한국 축구 제발 역전 해서
16강 go~@~@

blanca 2022-12-03 09: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기분좋은 아침! 저 문진 사야겠네요. 저는 독서대 사용하는데 자꾸 책이 넘어가 버려요.

scott 2022-12-03 10:34   좋아요 0 | URL
기분 좋은 아침 입니다!
어제 축구 하이라이트 명장면만 보고 또 보고! ㅎㅎ

독서대에도 이 문진 착 !붙템입니다
양쪽의 무게가 균형감 있게 붙어 있거든요 ^^

페넬로페 2022-12-03 12: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굿즈가 그리 만족스럽지 않아 별로 애용하지 않는데 저 문진은 탐이 나네요.
친구분들이 올려주시는 굿즈에 사지 않겠다는 굳은 결심이 와르르 무너집니다^^

2022-12-03 13: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러블리땡 2022-12-04 17: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두 요거 샀어요ㅎㅎ 꽤 고정 잘 되는 편이라 만족스러운 굿즈였어요ㅎㅎ

scott 2022-12-04 19:00   좋아요 0 | URL
그쵸! ㅎㅎ
기능에 충실한 문진^^
 



[세상에는 이해 할 수 없는 것들이 많다. 이를테면 눈의 결정 같은 것, 똑같은 모양은 하나도 없는 그것이 속수무책으로 쏟아져 내리는 풍경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그 다르고 다른 것들이 초속 30센티미터로 떨어져 내리는 데는 어딘가 초월적인 부분이 있다.]

​-김금희 <크리스마스 타일> '하바나 눈사람 클럽'중에서


2022년 11월 중순 한 낮의 온도가 17-18-19도를 오고 갈 정도로 포근 하다.

패딩을 입지 않아도 될 정도로 이토록 포근 했던 11월에 첫 눈을 기대 하기 힘들 정도로 올해 가을은 어느 해 보다 길어졌다.

이상 기온 현상으로 계절의 시간에도 이상이 생겨서 어쩌면 12월에도 눈 구경을 할 수 없을 지 모른다. 11월 창문을 열어 놓아도 차가운 공기를 느끼지 못하니, 길어진 가을 빛에 마냥 행복하기만 한 건 아니다.

그럼에도 곧 찾아 올 12월의 눈을 기다리고 있는 건, 차가운 공기를 가로 질러 날아 다니는 하얀 눈 가루가 날리는 몽환적인 겨울 풍경을 바라 보며 새해를 기다리는 것도 1년 중 가장 손꼽히는 것 중에 하나 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겨울이면 떠오르는 단어들

'호빵'

'바람'

'김밥'

'떡볶이'

'크리스마스'

'도넛'

그리고

'라면'

아빠가 밥을 챙겨 먹으라며 돈을 주고 나가면 그 돈을 '비밀 상자'에 넣어 두고 혼자 라면을 끓여 먹었던 아이가 있다.

아홉 살 소녀는 막 도시에서 시골로 내려온 아버지를 따라 낯선 곳에서 처음 맞는 크리스마스 날, 아버지가 축사 일로 바쁜 틈을 타 딸을 마을 교회에 맡긴다.

[처음으로 들어가 본 교회에는 애들이 우글거렸다. 그동안 나를 빼고 다들 신앙생활을 해왔는지 성탄절이라 교회를 찾았는지는 모르지만 평소에 보던 얼굴들이 그대로 있었고 나는 꼭 휴일에 등교한 기분이라고 생각했다.]


낯선 교회, 억센 억양의 사투리를 구사하는 이들이 아이의 손을 잡아 끄는 순간 , 두터운 스웨터를 입은 남자애가 말을 걸며 다가 온다.

주찬성,예수님이 그려진 가짜 돈을 건넸던 소년은 교회에서 열리는 시장에 가면 이 지페로 무엇이든지 살 수 있다는 말을 한다.

소녀는 떡볶이-순대-솜사탕의 냄새로 배고픔은 더해 가고 축사 일을 마친 아버지가 폭설을 뚫고 달려와 자신을 언제 데릴러 올지 모르니 무작정 주찬성을 따라 시장에 선뜻 따라 나서지 못하고 있다.

새벽 예배에 빠지지 않고 마태복음이랑 어린이 전도서를 매일 매일 읽으면 이 지폐를 손에 넣을 수 있다는 말을 내뱉는 주찬성의 뿌듯해 하는 표정을 보며

'혼자 라면 끓여 봤다.'라고 자랑스럽게 말하는 소녀

소녀의 아버지는 자신의 빚더미 처럼 가득 쌓인 축사의 건초더미를 치우는 일을 하고 돌아 와서 '그래도 나는 어떻게 든 고아원에는 안 보낸다.'라는 말을 내뱉을 때면 딸은 순간 공포심에 사로 잡혔다.

아버지가 주고 간 돈은 비밀 상자에 넣고 매일 매일 혼자 라면을 끓여 먹는 소녀

매일 매일 성실하게 새벽 예배에 참석해서 모은 지폐를 소녀에게 주는 주찬성

배고픔에 허기진 소녀는 주찬성이 준 지폐를 받자 마자 시장으로 달려가서 떡볶이-도넛을 사먹는다.

먹는 동안에도 허기진 배가 차오르지 않아 다리까지 후들 후들 떨고 있는 소녀의 모습을 본 주찬성

1년 내내 성경의 말씀을 실천해서 지폐를 가득 모은 주찬성은 소녀가 원하는 것, 먹고 싶은 것을 마음껏 사줄 수 있었다. 다만 한 가지 조건이 있었다.


'매일 성실하게 교회에 나와서 주님의 말씀을 듣고 찬송가를 부를 것.'


수 년의 세월이 흘러 성인이 된 소녀는 선배 미용사의 소개팅 상대 남자 이름이 주찬성이라는 소리를 듣게 된다.

[주찬성이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동명 이인이리라 생각하면서도 마음 한편이 일렁였으니까. 만나기를 기대하는 건지 피하고 싶은 건지 알 수 없는 가운데에서도 그랬다.]


살면서 지난 시절의 추억 속의 그 친구의 이름과 같은 이름을 만날 확률이 얼마나 될까, ...

주찬성이라는 이름을 떠올리는 순간 낯선 환경에 어느 날 문득 배고픔에 허덕였던 추운 겨울을 떠올리는 그녀,


'미워하지 말고 더 분노하라 카던데, 수난 받는 자를 탓하지 말고 그 수난에 대해 분노하라꼬. 참 알 듯 말 듯한 말아이가.'


처음 교회에서 만났던 주찬성을 학교에서 마주치게 되면 서로 모른 채 초등학교 시절을 보낸 후 중학교에 올라가면서 서로 가장 많이 만나는 친구가 되었다.

동네에서 책을 가장 많이 읽었던 두 학생은 백일장 대회에서 상을 받았고 학교가 끝나면 서로 함께 모여 글짓기 연습을 했다.

백일장 대회에 나갔던 어느 겨울, 마을에 내린 엄청난 양의 눈 폭설로 도로 위를 달리던 버스 안에 갇혀 버린 두 사람, 퍼붓는 눈의 속도를 바라보며 커다란 눈송이를 향해 입김을 내뿜으며 눈덩이가 떨어지는 속도에 맞춰 떠오르는 단어를 내뱉으며 시간을 보낸다.


[그렇게 한 단어씩 더할 때마다 우리는 우리가 과거의 어느 날을 향해 가고 있는 지를 깨달았다. 처음 만났던 크리스마스 이브의 밤이었다. 그때는 해명할 수 없었지만 늘 녹진 하게 달라붙어 있던 어떤 감정들을 처음으로 공유한 듯한 기분이 들었다.]


가난했던 그 시절, 딸을 고아원에 버리지 않기 위해 동네 축사를 돌아다니며 일거리를 찾았던 아버지, 항상 배고픔에 시달렸던 소녀는 교회 예배 시간에도 하느님의 말씀 보다 배고픔을 채울 수 있는 먹을 것들을 떠올렸다.

마을의 유일한 버스 정류장 앞을 환하게 밝혀 주었던 '하바나 클럽'

두 사람은 학창 시절 내내 버스정류장 앞 '하바나 클럽' 앞에서 서로의 말투 때문에 싸웠고 눈에 보이는 데로 서로 으르렁 거렸고 비아냥 거리다가 정작 함께 버스에 올라 탄 건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 였다.

무더운 여름 하바나 클럽 버스 정류장에서 1시간 정도 되는 곳에 있는 해변가를 놀러 가고 난 후 빨간색으로 머리를 염색한 모습을 본 주찬성은 범생이가 날날이가 되었다며 온갖 잔소리를 퍼붓고 그렇게 서로 만나기만 하면 으르렁거렸다.

외고가 아닌 실업계 고등학교로 진학하기로 마음먹은 딸이 서울의 미용학원이라도 다닐 수 있게 하기 위해 아버지는 연락이 끊어졌던 막내 이모의 주소와 연락처를 알려 준다.

​서울로 올라와서 미용실 수습 딱지를 막 떼자마자 샛별이라는 이름을 달은 그녀는 동료 미용사의 소개팅 남자인 주찬성과 마지막 만났던 그 순간을 떠올린다.


'서울 스타일이 필요해지면 연락해'


마침내 만나기로 한 주찬성, 그녀는 이제는 관광지 명소가 된 그 시절 교회 앞을 거닐며 성탄절 기념 크리스마스 트리를 지나 버스 정류장이 있는 '하바나 클럽'을 찾아 간다.

16년전 자신을 버리고 갔던 엄마를 처음 만났던 순간에도 그다지 벅찬 감정을 느껴 보지 못했지만 낯선 곳, 교회에 홀로 남겨진 자신에게 지폐를 손에 쥐어 주었던 주찬성을 기다리는 동안 그동안 켜켜이 쌓여 두었던 슬픔이 엄마와 마지막으로 헤어지던 그 순간의 슬픔과 겹쳐지고 약속 시간이 훌쩍 넘기 시각에 낯선 남자가 그녀 앞으로 다가온다.


'화려하게 빛나던 크리스마스 트리 조명도 꺼졌을 즈음,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아홉 살의 내가 하바나 클럽 앞에서 우두커니 맞고 있었던 눈이.......'


시간을 초월한 듯한 눈송이가 날렸던 순간, 기나긴 시간 배고픔으로 눈 앞이 새하얗게 보였던 그 날 분홍빛깔을 내뿜는 솜사탕 덩어리를 손에 쥐어 주었던 그 소년

매일 매일 성실하게 기도 하면 언젠가 이 모든 걸 초월 할 수 있다고 말했던 교회의 목사의 말 보다 주찬성이 내민 지폐를 손에 쥐었던 소녀

어지러이 내리는 눈 속에서 아무도 소녀를 데리러 오지 않았던 그 시절 그 밤 거리

시퍼런 가스 불 앞에 서 있었던 아홉 살 소녀는 교회 불빛 속에서 '기적'을 꿈꾸지 않았다.


'초월이라고 하면 뭔가 대단한 듯 느껴지지만 창밖을 보기 위해 발꿈치를 드는 행동에도 있다고,.....


배고픔의 허기를 따스한 온기로 채워 주었던 주찬성, 허공 속을 흩날리는 눈 송이 속에서 마침내 모습을 드러 낼까....


'아홉 살의 내가 하바나 클럽 앞에서 우두커니 맞고 있었던 눈이, 그 뒤로 수십 번 맞닥뜨렸지만 한번도 시시 하지 않았던 그 작고 특별한 것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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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11-22 09: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릴 적 교회 가는 이유 중 대부분이 먹을 거 찾아가는 거라고 농담조로 던지는 이야기들이 많았죠^^; 저도 실제 배고파서 갔었습니다. 저는 한 번도 썸탔거나 사귀었던 아이를 시간이 지나서 만나본 적이 없어요. 대체 어떤 느낌일까 잠깐은 궁금할 때가 있지만 추억은 추억으로서 간직해야 아름답다는 결론을 내리곤 합니다ㅎㅎㅎ

scott 2022-11-22 10:29   좋아요 2 | URL
맛나는 추억이 많죠!^^
특히 이 책 속 주인공이 살던 곳은 시골 마을이여서 그곳에 단 하나밖에 없었던 교회에서 크리스마스 날에는 어디에서도 먹기 힘든 음식들로 가득차 있더군요.

화가님과 썸탔던 그분도 지금쯤 어딘가에 ㅎㅎㅎ

추억은 추억으로 만 ^^

코로나로 교회 성당 절에 신도들이 잘 안가고 온라인 예배를 주로 하고 있다고 합니다!

독서괭 2022-11-22 17:42   좋아요 2 | URL
오 한번도 시간 지나서 만나본 적이 없으시다니!! 전 여러번 ㅋㅋ 별로 좋지는 않더라구요? ㅋㅋㅋ

scott 2022-11-22 22:00   좋아요 1 | URL
역쉬 추억은 추억으로만 ! ㅎㅎㅎ

이 단편 Ott드라마로 만들어진다면
마지막 라스트 신에서 대박 날 것 같습니다.


독서괭 2022-11-22 17: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옴마 이 책 굉장히 낭만적으로 느껴지네요! 아픈 이야기도 많은 것 같지만 로맨틱..^^ 과연 주찬성과 만날까? 궁금하니다.

scott 2022-11-22 22:00   좋아요 2 | URL
가장 중요한 단서와 장면은 뺐습니다 ㅎㅎㅎ

주찬성
주찬성
주찬성 ^^

2022-11-22 22: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1-22 22: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어쩌다냥장판 2022-11-22 22: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뭔가 아련하기도 하면서 추억은 뭉게뭉게 같은 느낌이 날것 같은 책일 것 같은 후기글인데요
읽고 싶어지네요
내일 다시 소개주신 책들 살펴봐야겠어요 요즘 또 정신없이 보내는 중이라 책을 둘러보지도 못했네요

scott 2022-11-22 22:53   좋아요 1 | URL
이 작품에 실린 단편들 중에서 여러번 읽었을 정도로 좋아합니다 ^^
냥이님 바쁘신 일상이여도 건강 잘 챙기세요
서울 코로나 확진자들 엄청난 속도로 급증하고 있습니다 ㅠㅠ

희선 2022-11-24 03: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주찬성... 같은 사람일지... 같은 사람이면 좋겠지만, 어쩐지 이름이 같은 사람일 것 같네요 그냥... 쓸쓸했던 날 자신을 도와준 아이가 있어서 그래도 괜찮았겠습니다 하바나는 쿠바 수도던가요 다음에 쓴 이야기에서는 은하가 쿠바에 갔잖아요

이 책을 보면 마음이 따듯해질 것 같습니다


희선

scott 2022-11-24 10:54   좋아요 2 | URL
연작 소설집이여서 장소와 시간 인물들의 스토리가 긴밀하게 연결 되어 있습니다

하바나는 쿠바 수도 이지만
이 작품에서는 클럽 이름이기도 하고
은하가 여행 간 곳이기도 하고 ㅎㅎ
희선님도 이 작품 읽으셨군요 ^^

mini74 2022-11-29 21: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낯선 남자가 주찬성이길 비리며 읽어내려왔어요. 와 스콧님 필력 ! 👍

scott 2022-11-29 22:31   좋아요 0 | URL
드라마로 만들면
꼬옥 히트 칠 것 같은데
요즘 재벌집 막내 아들이 채널 점령을 ㅎㅎㅎ
 


[하루 종일 두 번의 산책을 하는 동안 또는 소나기가 내리는 동안 잠시 낮잠 자는 장소로밖에 보이지 않는 조금은 지나치게 전원 풍인 처소에서, 각각의 객실들은 녹음으로 뒤덮인 정자인 양, 어떤 방의 벽지에는 정원의 장미가, 또 어떤 방의 벽지에는 나무의 새들이-어쨌든 다른 것들로 부터 떨어진 -우리 곁에 와서 머무는 듯 했다.]

-마르셀 프루스트 <되찾은 시간12> 중에서

1922년 11월 18일 마르셀 프루스트는 자신의 전 생애의 시간이 담긴 대장정의 역작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여기, 대학교 4학년시절 첫 장을 펼치자 마자 마법처럼 빨려 들어간 작품에 빠져 수 년동안 읽고 공부했던 학자 김희영 교수는 이 책의 저자 마르셀 프루스트가 코르크로 문틈을 막고 방 안에 틀어박혀 이 소설을 14년 동안 집필한 것처럼 지난 10년 동안 낮에 자고 매일 밤 12시에 일어나 하루 6~8시간 씩 번역 작업에 매달려서 마침내 13권의 한국어 번역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완역했다.


2012년 부터 2022년 까지 김희영 교수가 번역한 분량은 5704쪽에 달한다.

프루스트 작품을 연구한 학자의 사명감으로 방대한 작품을 완역 한 김희영 교수의 올해 나이는 73세로 여전히 다듬고 싶은 구절이나 문장이 있는지 되새겨 보고 있다.

하루에 원서 기준 3쪽 남짓을 겨우 번역할 수 있었을 정도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작품을 이해 하려면 프랑스 19세기말부터 20세기 초의 사회,역사 배경 지식이 필요했기 때문이였다.

김희영 교수님이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3권의 작품 중에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1권에 있다.


[한 밤중에 잠에서 깨어날 때 나는 내가 어디 있는지 알지 못했으므로, 처음엔 내가 누구인지도 알지 못했다. 내겐 동물 내부에서 꿈틀거리는 생존에 대한 지극히 단순한 감정만 있었을 뿐,아니, 동굴 속에서 살았던 사람들보다도 더 헐벗은 존재였다. 그러자 추억이, 현재 내가 있는 곳에 대한 추억이 아니라, 내가 살았던 곳, 혹은 내가 살았을지도 모르는 곳에 대한 추억이 저 높은 곳에서 부터 구원처럼 다가와 도저히 내가 혼자서는 빠져나갈 수 없는 허무로 부터 나를 구해 주었다. 한순간에 나는 몇 세기의 문명을 건너뛰었고, 어렴풋이 보이는 석유 램프와 깃 접힌 셔츠의 상이 차츰 차츰 내 자아의 본래 모습을 재구성해 나갔다.]

-마르셀 프루스트 <스완네 집 쪽으로 1>중에서


1909년 서른 여덟 살 마르셀 프루스트는 사랑하는 사람과 영원히 헤어져 버린 기나긴 고통의 시간을 이겨 내기 위해 펜을 들었다.


100년 전 그가 관찰 했던 사물들 사람들의 모습은 광범위한 시간을 넘어 활자라는 진공 속에 갇혀 있다.

그가 묘사한 시간 속 세상 어디에도 무의미한 존재나 가치들이 없다. '문학 작품의 모든 소재는 우리 모두의 지나간 삶'인 것처럼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사랑의 환상이 해체된 작업을 다시 시작한 한 인간의 위대한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책이 말하는 것을 독자가 자신의 마음속에서 알아보는 것이 바로 책의 진실을 증명하며, 적어도 어느 정도는 그 반대도 진실이라고 할 수 있다.'

-마르셀 프루스트 <되찾은 시간13>중에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가 수집가의 책장에 장식품처럼 꽂혀있는 책이 아니라, 지하철에서도 들고 다니면서 읽는 책이 되기를 바랍니다.”

-2022년 11월 17일 김희영 교수 인터뷰 중에서


완역 기념 책갈피를 만지작 하니 재독의 열정에 불이 붙었다.


모든 독자들이 지하철에서도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들고 다니면서 읽는 책을 만들려면,,,,


별다방과 콜라보 해서 마들렌+커피 세트 굿즈를 내놔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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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버 2022-11-18 00: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갈피 넘 예쁩니다. scott님 재독의 열정 화이팅! 드려요~ 그나저나 김희영 교수님 바람대로 지하철에서도 들고 보기엔 책이 넘 크고 무거운 것 같습니다 ^^;;;
마지막 디 에센셜 별다방 콜라보는 scott님 서재에서 처음 접해보는데 너무 곱네요. *_*

scott 2022-11-18 10:05   좋아요 2 | URL
책갈피 생각보다 예쁘고 26장 정도 들어 있습니다

재독이라고 해도 스완네 집쪽으로와 되찾은 시간만 집중적으로 읽어서
중간 번호 부터는 재독

첫권과 마지막권은 수십독을 해도 부족할 만큼
최고의 작품입니다(나머지 현대 문학 작품들이 시시하게 느껴질 정도로)

되찾은 시간 원래는 600페이지 정도 분량인데 이번에 두권으로 쪼개서 지하철과 함께 타도 됩니다 ㅎㅎㅎ

별다방 마들렌은 맛이 별로인데
이번에 혹쉬라도 김희영 교수님이 해설집을 출간 하신다면
콜라보를 해야 ^^

blanca 2022-11-18 09:4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김희영 교수님은 일흔이 넘으셨어요? 세상에...정말 지금 온몸에 소름이...존경스럽네요. 읽기도 황송합니다. 저는 지금 두 권 한꺼번에 주문 안 하고(대체 왜?) 12권 거의 다 읽어가요. 책갈피 너무 아쉬워요. 제가 사고 나서 준다고 뜬 것 같아요. (미워.) 솔직히 전쟁 이야기만 계속 장광설처럼 나와서 아, 힘들다, 하고 있는데 후반부로 가면서 역시 나는 완독할거야, 불끈 합니다.

저는 어제 임윤찬 티켓팅 좌절과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다 울다 이러는 중입니다.

scott 2022-11-18 10:08   좋아요 3 | URL
저도 이번에 깜짝 놀랐습니다
짐작해서 68세 정도라고 생각 했는데
이분이 육십 초반 부터 번역을 시작 하셔서
이번에 완역 하셨고
은사 이신 프랑스 교수님은
이미 아흔살을 넘으셨다고 합니다
책갈피 원래
잃시찾 2만원 이상
민음사 책 포함 삼마원을 사야 줬는데
응24에서 잃시찾 한권 포함 민음 세문집 한권 이상 이만원으로 책갈피 줘서 알라딘에 급 변경을 ㅎㅎㅎ


전쟁 이야기는 프랑스 인들도 지겨워 합니다
이부분은 그냥 건너 띄고
나보코프도 극찬한 스완네 집과 되찾은 시간 만 완독해도
프루스트가 어떤 작가라는 걸 알게 됩니다
첫 문장과 13권 마지막 문장이 하나로 이어져 있습니다

임윤찬, 임윤찬,,,,,

이제 표 구하기는 하늘에 별따기 보다 힘들어진
대 스타 ^^

blanca 2022-11-18 10:12   좋아요 2 | URL
스캇님, 되찾은 시간2는 전쟁 이야기 안 나오나요? 느무 힘들어요. 사실 이거 중간까지 읽다 완독에 목매지 말고 멈추자, 티켓팅도 실패하고 기분도 안 좋고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했는데...되찾은 시간2가 <잃어버린~>의 정수인가요? 사실 아직 구입 전이라...

김희영 교수님 인터뷰 좀 찾아봐야겠어요. 경이롭네요. 그 연세에 이런 각주까지 다 찾으셔서 진짜 단 한 문장도 허투루 넘어간 대목이 없더라고요. 읽는 사람도 힘든데 이걸 다 찾아서 분석하고 더하고 이게 과연 평범한 사람이 해낼 수 있는 일인가 싶더라고요.

scott 2022-11-18 10:53   좋아요 1 | URL
되찾은 시간 1과 2 사이에 시간의 공백이 있습니다.
프루스트가 마지막 장은 이미 1922년 봄에 써 놓고 11월 세상을 뜨기전에 되찾은 1,2를 완성 했습니다
시대적 배경은 1차대 전 이후 혼돈으로 휩싸인 파리, 한차례 전쟁의 광풍이 지나간 이후의 살아 남은 이들의 모습이 나옵니다

잃시찾은 완독을 목표로 삼지 말고 읽어야
저절로 책을 펼쳐 놓게 되고
솔직히 현대 문학은 거의 대부분 잃시찾의 파편들에 불과 합니다 ^^

초란공 2022-11-18 10: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프루스트가 아마도 삼촌뻘인 철학자 앙리 배르그송의 결혼식 들러리를 섰다는 걸 어디서 읽은 기억이 나요. 이쪽 집안은 애초에 우수한 유전자들인가 봅니다. ^^;;

scott 2022-11-18 10:53   좋아요 2 | URL
동생도 유명한 의사 였죠 ^^
전쟁의 광풍으로 20세기 천재들 안타깝게 세상을,,,,

새파랑 2022-11-18 12: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책갈피 예뻐서 함부러 책갈피로 못쓰겠더라구요 ㅋ 역시 프루스트 하면 스콧님~! 김희영 교수님~!

스콧님을 한국의 프루스트로 ^^

헤밍에이 저 책 탐나네요. 내년 스타벅스 여름 프리퀀시 사은품으로 잃시찾을 주면 정말 좋을거 같네요. 불가능하겠지만 ㅋ

scott 2022-11-18 18:12   좋아요 2 | URL
민음 ×스벅 헤밍웨이 수록작 괜찮았습니다 솔직히 책갈피에 애정 없었는데 실제로 보니

완독의 열정이 🌅

햇살과함께 2022-11-18 18: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너무 예쁘네요^^ 12월에 민음사 온라인 패밀리데이 할 때 1권만 사볼까요?!

scott 2022-11-18 18:13   좋아요 2 | URL
1권이라면 스완네 집쪽으로 추천 😍

바람돌이 2022-11-18 20: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런 역작을 쓴 프루스트도 대단하지만 그걸 완역해낸 번역가 김희영선생님도 정말 대단하십니다. 인터뷰 기사를 봤는데 진짜 무슨 사명감 내지는 종교인의 구도 이런 느낌이 들더라구요. 가끔 돌아가시기 전에 이런 역작들을 완성해주신것에 아주 감사할때가 있는데 저는 콜린 매컬로가 마스터스 오브 로마 시리즈를 완성해준 것에 너무 너무 감사하거든요. ^^

scott 2022-11-18 21:59   좋아요 2 | URL
그쵸!
제가 판형 별로 갖고 있는데 이번엔 그냥 건너 뛰어 버릴려다가
교수님의 십년의 역작을 완역 하신 모습에 감탄을,,,하고 구입을 ^^

바람돌이님에게는 콜린 매컬로가 ^^
시력을 잃고도 마지막 까지 원고를 붙들고 있었던 열정

한없이 겸손한 마음이 듭니다 ^^

페넬로페 2022-11-18 21: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김희영 번역자가 73세나 되신 분이군요.
와 이 많은 분량의 번역을 하시다니 넘 대단하시네요. 저도 1권이 제일 맘에 들었어요. 책갈피 저도 구매했어요 ㅎㅎ

scott 2022-11-18 22:03   좋아요 2 | URL
70세 번역
그것도 프루스트 작품을 완역 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데
현재 어떤 문장들을 뜯어 고칠 지 고심하고 계신다고 합니다
아마도 재판을 찍을 때 수정 하실지도

1권은 불멸의 역작으로 수없는 철학자 문인 예술가들이 인용하는 구절이 전부 1권에 들어 가 있습니다 ㅎㅎ

북마크 만지작 거리니 더더욱 열독에 불이 활!활!🔥🔥🔥

희선 2022-11-19 02: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이 나오면 읽어봐야지 한 사람도 있을 것 같아요 번역도 오래했군요 프루스트가 글을 쓴 시간보다 몇해 적지만, 그래도 오랫동안 한국말로 옮겼네요 끝까지 하신 김희영 님도 좋으실 듯합니다


희선

scott 2022-11-19 22:14   좋아요 1 | URL
그쵸!
역자님의 진념에 감탄! 하게 만드는 또하나의 시간의 역사가 완성 된 것 같습니다
하루에 원서 기준 대 여섯 장씩 번역 하셨다는데
이렇게 10년을 쌓아 올리니
별 생각 없었던 독자들도 탐복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

꼬마요정 2022-11-20 17: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앗 저는 펭귄클래식에서 나온 책을 가지고 있는데요, 김희영님 번역으로 바꿔야 할까요ㅜㅜ 음… 언제 읽을 수 있을지 모르는데 왜 다 사 둔 걸까요 ㅎㅎㅎ

scott 2022-11-21 00:35   좋아요 2 | URL
펭귄 번역본 이형식 교수님 사전 프라임 편찬 하셔서 번역에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데 이분은 아마 1956년에 출간된 걸 번역 하셨을 겁니다

제가 여러 판형과 번역본을 갖고 있는데

김희영 교수님이 1권에서 13권으로 순차적으로 출간 할 때마다 번역 실력이 유려해지고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13권 전체 각 판형과 비교 해보고 놀랐습니다 ^^

요정님 구입하신 판본으로 읽어도 감동의 차이는 그다지 크지 않을 겁니다 ^^

꼬마요정 2022-11-21 10:39   좋아요 2 | URL
고맙습니다!! 스콧님은 모르시는 게 없는 것 같아요. 멋져요^^

scott 2022-11-22 15:02   좋아요 2 | URL
요정님 오늘 하루
멋지게 ^^

mini74 2022-11-29 21: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잃시찾하면 이제 미미님 스콧님 페넬로페님 떠올라요 ㅎㅎ 첫 눈에 반한 책을 완역한 김희영교수님의 이야기도 멋집니다~

scott 2022-11-29 22:33   좋아요 0 | URL
마들렌 삼둥이 멤버에
미니님도 끼여 들입니다
사둥이 마들렌 멤버 힘입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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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이에게 마들렌 프루스트옹 세트 내달라고 장문의 메일을 보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