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 푸르셰 지음, 김주경 옮김 / 비채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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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그의 손을 보고 조금 놀란다. 남자 몸에 실수로 연결된 소녀의 손 같아서. 가느다란 손가락과 매끄러운 손목, 부드럽고 동그란 손가락 관절, 너무 얇아서 속이 다 비칠듯한 피부,툭 불거진 혈관, 그의 오른손이 올리브와 빵 위에서 움직이는 동안 너는 꿈틀거리는 그의 근육을 바라본다. 그가 물병을 들어 올리자 어린아이처럼 연약한 근육이 미세하게 떨린다.모든 게 아주 허약해 보이고 작은 손짓에도 부러질 것만 같다. 그가 너의 목을 조르는 건 불가능하리라고 너는 생각한다.]


한 여자의 시선은 남자의 신체 구석 구석을 훑고 지나가다 입술에서 수직으로 새겨진 문신 같은 슬픔을 알아차린다.

그리고 천국으로 간 그여자의 엄마가 이렇게 속삭인다.


[대체 누가, 어떤 고통이, 어떤 충격이 그를 그렇게 짠한 마음이 들게 하는 몸으로 과거의 모습을 깨진 거울로 비추는 듯한 얼굴로 그렇게 비관론자적인 손으로 만들었는지 직접 물어보는 것, 그건 아주 민감한 문제다,

너는 그를 모른다. 너는 현대사 심포지엄의 발언자로 초청하기 위해 글로 만난 것이지. 하나의 풍경화를 마주하고 있는 게 아니다. 너는 그의 참여를 끌어내야 한다. 그의 서사가 아니라.]


사회과학과 교수 로르는 한 심포지엄에서 증권가에서 일하는 은행가 클레망을 보자마자 욕망의 불길에 타올라 그의 몸짓, 행동, 말투까지 독차지 하고 싶어진다.

로르가 클레망을 향한 사랑의 불길이 활활 타오르는 동안 세상을 떠난 클레망의 어머니의 흔적이 두 사람 사이를 파고들기 시작한다.


[너는 너의 아이와 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행동하는 사람, 항상 의존과 분노 사이의 중간 어디쯤 어정쩡하게 사는 네가 아니라.]


'안녕 하세요. 클레망, 파리 13구에서 만난 로르예요.'


불쑥 문자를 보내오는 여자, 남자는 어제 만났던 그 여자에 괜히 연락처를 알려 준 것이 아닌지 후회를 하며 곧바로 답신을 보내지 않고 머뭇거린다.


'내일이라. 나는 두렵다. 로르, 우린 너무 빠르고, 너무 늦었어요.'


클레망을 향한 사랑의 열망이 달아 오를 수록 로르의 마음은 조급해지고 크게 심호흡을 내뱉으면서도 그의 모습을 떠올릴 때마다 그녀의 심박수가 빨라지고 온 몸이 달아 오르기 시작한다.

겨우 두 번 만난 남자에게 문자를 보낸 로르는 그 남자를 원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에 웃음이 터져 나올 정도로 낯설면서도 사랑의 불길 속으로 들어가 자신의 온 몸을 활활 불태우고 싶은 희열에 사로잡혀 버린다.

두 번의 만남 이후로 몇 번 문자를 주고 받은 로르와 클레망은 서로 알고 지낸 지 단 열흘 만에 차 안에서 키스를 나누고 다음날 부터 사랑의 은어가 담긴 달콤한 언어가 담긴 문자를 주고 받는다.

매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두 아이를 챙겼던 로르는 클레망에게 마음을 빼았기고 부터 자신의 눈 앞에 보이는 모든 것들을 서둘러 어디론가 밀어버리고 맡겨 버리고 서랍 안에 새로 산 속옷들을 채워 넣기 시작한다.

보름 만에 대낮 호텔에서 첫 관계를 시작하며 금기된 사랑을 시작 하게 된 로르와 클레망은 주변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조심한다.

서로 만남의 횟수가 늘어 날 수록 함께 사랑을 나누는 시간이 길어 질 수록 상대방에게 원하는 요구 사항이 하나 둘 씩 늘어나자 가정을 갖고 있는 로르는 매사 노심초사 하며 자신의 일에 집중을 하지 못하게 되고 클레망은 이전 보다 더 깊은 우울증에 빠져 버린다.

로르는 클레망과 관계를 이어가는 동안 눈을 뜨자 마자 서둘러서 두 아이를 학교에 밀어 넣어 버리는 자신의 모습이 낯설어 하며 두 아이에게 큰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클레망에게 연락을 받는 즉시 호텔로 향한다.

가족과 피렌체로 여름 휴가를 떠난 로르의 마음은 클레망에게 향해 있고 시에나로 출장 온 클레망을 만나러 가족들에게 거짓말을 하고 기차에 올라탄다.


'엄마는 엄마가 자유롭다고 생각해? 멍청한 남자의 눈요기를 위해 고깃덩어리를 장식하는 게? 그 멍청한 자의 이름은 대체 뭐야?'


대학 입시를 준비하고 있는 딸에게 클레망의 정체를 들켜버린 로르는 뇌종양 판정을 받은 반려견 개가 숨을 헐떡이며 투병하고 있는 모습에서 자신의 현재 정신 상태를 직감하며 뭔가 어긋나 버린 자신의 욕망의 불길을 꺼버리기 위해 대학 강의에 열중하지만 임신 판정을 받는다.


굴레를 벗어나지 말라.

겸손하게 눈을 내리깔라.

늦게까지 돌아다니지 말라

어린 시절 어머니로부터 들은 주 기도문 같은 문장을 되내이는 로르는 뱃속의 아이는 클레망이 아니라 현재 남편의 아이가 될 것이라고 속삭이며 마지막으로 클레망을 향한 자신의 사랑을 테스트 해보기 위해 동전을 던진다.


그리고 마침내 홀로 병원을 찾아간 로르는 자신의 아이들의 얼굴을 떠올리다 수치심에 사로 잡혀버리고 차라리 욕조 속에서 녹아 사라지기 위해 면도칼을 손에 쥔다.

불굴의 노력으로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 모두가 원하는 자리에 올라섰지만 사회와 관습이 요구하고 규정하는 틀 안에서 타오르는 욕망을 억누르며 살았던 로르

엄격한 종교 교리에 사로잡혀서 아들에게 남성다움을 끊임없이 주입 시켰던 어머니로 인해 클레망은 텅 빈 야망으로 조직 생활에서 숨 막히는 나날을 이어가는 동안 자살 충동에 사로 잡혀 있을 때 만난 욕망의 화신 로르에게 빠졌던 그는 그 불길을 잔인한 방법으로 꺼버린다.

결국 로르가 질러버린 '불'은 마지막 클레망의 모든 걸 연소 시켜 버린다.

불길 밖의 사랑과 불길 속의 사랑을 '너'라는 시점으로 맞물려 전개 시키는 독특한 작품 <불>은 단순히 남녀 간의 사랑 이야기가 아닌 국가들 사이에서 발발하는 전쟁 부터 사회에서 발생하는 분쟁과 논쟁, 가정에서 발생하는 미움과 질투, 사랑의 충돌이 빚어내는 불화까지 활활 타오르다 소멸하고, 잿더미 속에서 꺼지지 않는 불씨처럼 작품 전체를 관통한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의 삶은 불길의 연속이다.

계층의 사다리가 사라져 버린 시대에 부모 세대 보다 더 많이 공부해서 더 좋은 학교를 졸업해서 사회에 나오자마자 빚 폭탄을 끌어 안게 된다.

이념의 갈등, 세대 간의 충돌, 정치 사회적 불안이 요동치는 시대에 최첨단 기술로 무장한 AI가 인간이 할 수 있는 영역까지 척척 해내는 동안 미래를 향한 문은 어느 누구에게나 열리지 않는 세상 앞에서 몸과 마음은 지칠대로 지쳐서 활활 타오르는 불길에 휩싸여 잿가루로 변해가고 있다.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다.

우리 모두 무언가에 몰두 해서 온 몸을 불살라 버릴 정도로 갈망하고 욕망한다.

그 대상이 신을 향해서 든, 사랑하는 이를 향해서 든 ,부와 명예를 위해서 든 결국엔 인간은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 불길 속으로 뛰어들어 갈 수 밖에 없는 운명이다.

우리의 아이들에게

태어남과 동시에 두려움에 차 비명을 지르는 그들에게

사랑을 부르짖는 그들에게

피 묻은 그 손으로 북을 두드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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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냥장판 2023-12-30 22: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리뷰만 읽어도 표현력이 엄청 좋은 작가 같네요 요즘 리뷰에 읽고 싶은 책들이 한정없이 늘어나서 부담스럽지만 즐겁기도 해요
새해복 듬뿍 받으시고 내년에도 좋은책 소개 잘 부탁드립니다~~

희선 2023-12-31 02: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목을 보니 프랑스말일 것 같네요 그거나 작가 보기 전에 글을 보고 이건 프랑스 소설이야 하는 생각을 했는데 맞았습니다 그냥 어쩐지 그런 느낌이 들었다고 할까 사람을 태어나자마자 불속에 뛰어든다니... 그것도 모든 사람이 그러는 건 아닌 듯해요 불태우지도 못하고 재가 되는 사람도 있을 것 같은...

scott 님 2023년 마지막 날 편안하게 보내세요 아주 춥지는 않지만 감기 조심하세요


희선

루피닷 2024-01-01 01: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scott 2024-01-01 16:02   좋아요 1 | URL
루피닷님 해피 뉴이어 ^^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할로 베리티 - 200g, 홀빈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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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각형 모서리 뾰족한 부분을 처음 자르는 순간 만 딸기향이 나오고 첫 시음에는 딸기맛이 없는 지극히 평범한 에티오피아 원두맛 커피로 산미는 미약해서 원두의 신선함이 사라진 등급 예가체프는 아닌 원두 품질은 b 물의 온도에 민감해서 브루윙에 따라 맛이 극과극 별 다섯을 준건 오천원쿠폰을 줬기때문임 이커피봉지 디자이너는 커피원두를 직접 갈아 마셔본적없는것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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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행열반인 2023-12-03 23: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ㅋ저도 이 봉다리 반대…겨우 다 먹었어요…온두라스는 에티오피아 원두보다 맛도 더 없음…

2023-12-03 23: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2-04 08: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2-04 11: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23-12-05 20: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scott님, 올해의 서재의 달인 축하드립니다.
따뜻한 연말 좋은 시간 보내세요.^^

scott 2023-12-07 01:11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서니데이님도 연말 따숩게 보내세요 ^^

공쟝쟝 2023-12-15 20: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어쩐지…. (이 커피.. 보관… 내가 모르는 다른 방법이 있기를 바라면서 검색함)
자르라는 대로 잘랐는 데… 음… 🥹

scott 2024-01-01 16:03   좋아요 1 | URL
쟝쟝님 오천냥 쿠폰 안줬으면 절대 안 사먹을 겁니다
커피 맛도 닝닝하고 봉지도 불편 ㅋㅋㅋ

공쟝쟝 2024-01-01 16:21   좋아요 1 | URL
스콧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scott 2024-01-01 16:51   좋아요 1 | URL
쟝쟝님 서재방에
새해 행운 박 터트려놨어여 ㅎㅎ
해피 뉴이어 ^^
 
어느 작가의 오후 - 피츠제럴드 후기 작품집 (무라카미 하루키 해설 및 후기 수록)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무라카미 하루키 엮음, 서창렬 외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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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평생 피츠제럴드의 작품을 번역하며 세기의 작가로 만들어 놓은 하루키가 직접 선별한 후기작품집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고 있던 시기에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가버린 작가가 남긴 눈부시게 빛나는 단편과 가혹한 현실을 직시하며 써내려간 명 에세이들 작가의 삶은 오로지 작품으로 기억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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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비 이야기
기시 유스케 지음, 이선희 옮김 / 비채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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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사키 시키부(紫式部)가 1008년경에 쓴 <겐지 이야기(源氏物語)>는 전체 54첩으로 된 장편 대하소설로서, 헤이안 시대 귀족들의 사랑과 고뇌, 이상과 현실이 불교의 무상관을 바탕으로 은은한 운치와 정감이 배어든 사계절과 함께 이어지는 여러 군상들의 풍류와 인생을 담은 일본 최고의 고전으로 수 세기에 걸쳐 일본 문학과 예술에 깊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무라사키 시키부의 <겐지 이야기>처럼 수 세기에 걸쳐 후대인들에게 읽혀지는 에도 시대를 대표하는 문학 작품인 우에다 아키나리의 <우게츠 이야기 雨月物語 >는 일본 고전 설화 문학의 진수로 꼽히며 영화를 비롯해서 현대 일본 장르 문학에 큰 영감을 주고 있다.


1775년에 출간된 <우게츠 이야기 雨月物語 >는 기존의 봉건 질서와 유교적인 윤리에 따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면에 감추어진 어두운 모습, 기이한 행동과 현상을 괴이하고 신비한 분위기의 몽환적인 세상을 담고 있다.


[메이와(明和) 5년(1767) 3월, 비가 그치고 달빛이 몽롱한 밤에 서창(書窓) 밑에서 이 이야기들을 엮어서 서점에 건네주며, 제목을 우게쓰 이야기(雨月物語)라고 하였다.]


라는 문단으로 시작하는 우게쓰 이야기가 일본의 대표적인 호러 작가 기시 유스케가 2023년 일본 사회를 배경으로 네 가지 공포와 네 가지 절망 속에 벗어날 수 없는 운명에 농락 당하고 고통받는 인간의 모습을 <가을비>라는 단편으로 엮어냈다.


작가의 실종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단편 <푸가>는 기묘한 꿈을 꾸면서 순간 이동을 하는 한 인간의 생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당신의 혼백이 유체이탈해서 이 방에서 빠져나가려고 하면 거미줄에 잡혀서, 호랑거미에게 포박된 채 아침까지 지내게 됩니다. 그때 꾸는 악몽이 얼마나 음침하고 무서울지는....

지금까지 꾸었던 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 일 겁니다.]

-푸가 중에서


꿈 속에서 순간 이동으로 사라진 작가의 삶을 추적하는 마쓰야마는 자신의 영혼이 하늘 높이 비상하는 체험을 하면서 육신은 납으로 된 관 속에 잠들어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인간에게 내재된 죽음의 공포와 일상에서 밀려 드는 초조함과 불안함, 막연한 미래를 향한 두려움이 현 시대와 과거 시대를 오고 가며 마지막 문장까지 독자들의 심장을 팽팽하게 조인다.


[그 얼굴을 보고 나는 마음 깊은 곳에서 전율했다. 나를 올려다보는 탁한 눈에서는 온몸의 털이 곤두설 만큼 어마어마한 원통함이 전해졌다.]

-푸가 중에서

작가 기시 유스케가 <우게쓰 이야기>에 영감을 받아 '비'를 주제로 엮은 단편들에 담긴 인생들은 21세기 현대 일본 사회의 암울한 모습을 담고 있다.

경제적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질 정도로 쌓여가는 병원 치료비와 간병비로 노부모를 봉양하는 홀아비의 모습, 쏟아지는 택배 물량을 배달하는 배달 기사가 매일 사 모으는 로또, 학교에서 왕따로 자살을 하기 위해 아파트 옥상에 올라가는 십대들, 불치의 병에 걸렸지만 스스로 목숨을 끊어 버릴 용기가 없는 사람, 사이비 종교의 마수에 걸려 폐지를 줍는 인생이 된 사람들의 운명들이 작가의 노련한 필체에 압축되어 담겨 있다.


[어쩌면 각각의 장소에는 행운의 열쇠 같은 것이 잠들어 있을 수도 있다. 또한 세 사람에게 똑같이 위도와 경도를 주어도, 길흉은 각각 다를 수도 있다. 어느 사람은 잠든 것처럼 사망하지만 다른 사람은 살아갈 희망을 찾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 경우에 자신은 어느 쪽인지, 마지막 순간까지 알 수 없으리라.]

-고쿠리 상 중에서

이렇게 저마다 처참한 환경과 운명에 농락 당하는 이들은 꿈 속에서 순간 이동을 하거나 ,한 방으로 인생 역전을 노리지만 자신이 처한 운명에 저항하면 할 수록 악에 대항하면 할 수록 아무리 도망치고 발 버둥치려 해도 원래의 삶, 지옥 같은 일상으로 돌아온다.

[전선이 정체 되어 가을 장마가 시작되면서, 벌써 사흘째 비가 내리고 있다. 인쇄소에 원고 넘기는 날을 앞두고 살기 등등한 편집부 사무실에는 습기가 파고들어 분위기는 몹시 무겁고 답답했다. 공조 시스템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듯 했다.]

인간은 하늘에서 내리는 비를 멈추게 할 수 없고 어떤 운명도 빗줄기를 피해 갈 수 없다.

그럼에도 비가 내리면 비가 그치길 기다리거나 우산을 쓰고도 온 몸이 비에 흠뻑 젖어도 빗 줄기를 뚫고 질주하는 이들이 있다.

항거 할 수 없는 운명일지라도 죽을 힘을 다해 운명에 맞선다면 영원히 멈추지 않을 것 같은 빗줄기는 언젠가는 반드시 멈출 것이다.


'현실은 공포로 가득 차 있습니다.

전쟁에 팬데믹, 기후변화, 저출산 고령화에 경제 위기까지, 인간이 받아들이는 방식에 따라 공포는 얼마든지 늘어나죠.

사회가 존재하는 한 두려움이라는 감정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기시 유스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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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3-11-24 17: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일본의 암울한 모습이랑 우리나라의 암울한 모습이 비슷한거 같아요. 옆나라여서 그런가..
비를 주제로 하는 작품이라니 재미있을거 같아요~!!

scott 2023-11-25 10:36   좋아요 2 | URL
울 나라 현재가 더 암울합니다. ㅠ.ㅠ

희선 2023-11-25 03: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가을비는 차가운 느낌이 드는군요 가을비가 자꾸 오면 겨울에 가까워져설지도 모르겠네요 비가 와서 우산을 써도 비를 아주 맞지 않는 건 아닌 것 같아요 피할 수 없는 비라니... 눈은 좀 괜찮은데... 책 앞에 있는 말이 무섭네요 ‘진짜 지옥은 우리가 사는 세계야’는 말...

scott 님 이야기는 어두워도 주말입니다 주말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2023-11-25 10: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어쩌다냥장판 2023-11-26 15: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현실은 공포로 가득찬게 맞는말 같네요 여기저기 우울한 소식들만 들리고 아동폭력 동물학대 어휴
요즘도 저는 그냥 책만 듣고 다 닫고 살아요 ㅎㅎ 고양이들 돌보느라 24시간이 모자라네요
추워지는 날씨 건강 조심하세요

2023-11-26 22: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셰에라자드 무라카미 하루키 단편 만화선 3
권남희 옮김, 무라카미 하루키 원작, Jc 드브니 각색, PMGL 만화 / 비채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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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일곱 살의 내가 그의 어떤 점에 그토록 깊이 빠졌었는지, 그것조차 잘 생각나지 않아. 인생이란 묘한 거야. 한때는 엄청나게 찬란하고 절대적으로 여겨지던 것이, 그걸 얻기 위해서 라면 모든 것을 내버려도 좋다고 까지 생각했던 것이, 시간이 지나면, 혹은 바라보는 각도를 약간 달리하면 놀랄 만큼 빛이 바래 보이는 거야. 내 눈이 대체 뭘 보고 있었나 싶어서 어이가 없어져.]

무라카미 하루키의 <셰에라자드> 중에서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소설집 '여자 없는 남자들'에 수록된 단편 <셰에라자드> 사회에서 소외되고 인간 관계 조차도 제대로 이루지 못하는 한 남자의 상실과 결핍의 허무한 모습이 프랑스 만화가 PMGL(피에르-마리 그리예-리우)의 그림과  아트 디렉터 Jc 드브니가 각색 작업으로  “인생의 한 컷”으로 재 탄생했다.

등장인물들의 혼돈스러운 상황과 한 여자와 관계가 매 페이지 마다 현란한 컷, 19禁의 장면과 함께 총 27페이지에 걸쳐서 펼쳐진다.


[여자를 잃는다는 것은 말하자면 그런 것이다. 현실에 편입되어 있으면서도 현실을 무효로 만들어주는 특수한 시간, 그것이 여자들이 제공해주는 것이었다. 그리고 셰에라자드는 그에게 그것을 넉넉히, 그야말로 무한정 내주었다. 그 사실이, 그리고 그것을 언젠가는 반드시 잃게 되리라는 사실이 그 무엇보다도 그를 슬프게 했다.]

프랑스식 만화 '방드 데시데(Bande dessinée)'로 재 편집 구성된 작품은 총 9편으로 


-'빵가게 재습격'

-'개구리군 도쿄를 구하다'

-'셰에라자드'

- '버스데이 걸'

- '사랑하는 잠자'

- '어디가 됐든 그것이 발견될 것 같은 장소에'

- '일곱 번째 남자' 

- '잠'

-'타일랜드' 

9편 각색 작품 중에서  하루키는 <셰에라자드> 작품을 가장 마음에 든다는 말을 남겼다.


하루키의 환상적인 서사가 프랑스 식 19禁 서사에 일본 17세기 우키요에 회화체로 재 탄생 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이 작품이 수록된 일본어판 서문에  작품 서술 배경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어째서 그런 모티브에 내 창작 의식이 붙들려 버렸는지 그 이유는 나도 모르겠다.

다행스럽게도 이 책에 수록된 비슷하면서도  구체적인 사건이 최근까지 나에게 일어나지 않았다.

단지 그런 상황 속에 처한 남자들의 모습과 심정을 몇 가지 다른 이야기의 형태로 패러프레이즈하고 재현 해보고 싶었다.'

하루키의 수집품 1호는 중고 레코드 그 다음은 티셔츠 그리고 그 다음은 바로 뒤에 걸린 그림으로 하루키 집안 곳곳에 걸린 소장품 중에서 그가 가장 아끼는 그림 중 하나인 타카노부 코바야시의 작품을 배경으로 빨간 색 티셔츠로 맞춰 입고 사진을 찍었다.



"여자를 잃는다는 것은 말하자면 그런 것이다. 현실에 편입되어 있으면서도 현실을 무효로 만들어주는 특수한 시간, 그것이 여자들이 제공해주는 것이었다.  그것을 언젠가는 반드시 잃게 되리라는 사실이 그 무엇보다도 그를 슬프게 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셰에라자드> 중에서


실제 하루키의 삶은 자신의 쓴 작품과 거리가 멀어 보인다.

80세를 바라 보며 여전히 글을 쓰고, 달리며 세계 곳곳에 자신이 출간 한 작품들이 다양한 형태로 재 탄생되고 있으니 그의 인생은 어제보다 오늘이 더 좋은  삶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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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3-10-27 03: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여든이 얼마 남지 않았다니... 건강하니 더 오래 살지도 모르죠 무라카미 하루키가 건강하게 살기를 바랍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게 있으니 한동안 괜찮을 것 같네요


희선

2023-10-27 09:1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