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가 잠든 사이에
스테이시 에이브럼스 지음, 권도희 옮김 / 비채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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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은 악마가 인간에게 행한 가장 큰 속임수 입니다.! 악마는 우리 스스로가 운명을 조종할 수 있다고 믿게 만들었지만, 우리가 만들 수 있는 건 종말밖에 없어요. 사당을 짓기 위해 자연의 법칙을 파괴하는 것은 악마의 짓입니다. 이제 그런 짓은 그만둬야 합니다.!]


6월 18일 일요일 오후

대법관 하위드 윈은 어느 대학 졸업식장에서 연설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밤 11시 47분 뇌사 상태에 빠져버린다.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았던 주말 동안 대법원장 하위드 윈에게 어떤 일이 발생한 걸까?

미국 대법원은 회기마다 청문회를 열어 법령을 제정하는데 10월의 첫 번째 월요일이면 윈 대법관과 동료 법관들은 딱한 사정을 가진 자들과 그들을 대리하는 변호사들에게 관용을 구할 시간을 분배해주고 심의를 시작한다.

통상적으로 법률 원칙에 어긋나지 않게 6월 마지막 날 밤 자정이 되면 무죄이든 유죄이든 결과가 나오고 전통에 따라 그들은 마지막 주에 가장 중요한 사안들을 분배하고 판결을 내린다.

사안에 따라 판결이 7월로 넘어가는 경우도 있지만 대법관 윈의 재임 기간 동안에는 절대로 그 기간 까지 넘긴 적 없이 6월 30일 날까지 모든 것이 결판 나고 마무리 된다.

대법관이 쓰러지기 전인 밤 11시, 그의 방에 들어간 간병인은 약병이 바닥에 떨어져 있는 걸 발견하고 급히 의료진에게 연락을 한다.


[그녀에게 전해 ...해답을 구하려면 동쪽에서 찾아보라고, 강을 봐야 해. 그 사이에 있는 광장으로 가야해. 라스커, 바우어 날 용서해]라는 말을 남기고 혼수 상태에 빠진다.


다음날 아침 6월 19일 월요일, 대법관의 서기 에이버리 킨은 대법관 윈이 쓰러지기 직전에 자신을 법적 후견인으로 지명했다는 통보를 받고 의문의 혼수 상태에 빠진 대법관 윈을 둘러싼 배후를 조사하기 시작한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 졸업식에서 있었던 일 때문에 윈 대법관님한테 무슨 일이 생긴건가?'


대법관이 혼수상태에 빠지자 대통령 측에선 혼수상태인 대법관은 앞서 합의된 내용에 서명 할 수도 없고 법적 후견인 비서에게 대신 투표 할 수 있는 권한을 줄 수 없다고 판단하고 후견인 비서에게 사임하라는 압박을 가한다.

하지만 이런 불의의 상황은 역사적 사례로도 없었고 미국 헌법 3조에 의하면 질병으로 인해 그 직위를 거두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따라서 혼수 상태에 빠진 대법관은 스스로 사임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숨이 끊어지기 전까지 법원에서 이름도 자리도 없애 버리지 못한다.

2년 만에 대통령이 심장마비로 급사 하자 당시 부통령이였던 스토크스가 곧바로 대통령직을 넘겨 받았지만 연이어 터지는 주가 폭락과 마다가스카르에서 발생한 인질 구조 작전 실패, 마이크가 켜진 상태로 사적인 대화가 언론으로 흘러나가 버린 사건들 때문에 지지율이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었다.

설상 가상으로 그동안 어떤 불협화음을 보이지 않았던 동맹국 인도가 배짱을 부리며 무역 협상 테이블에 나오지 않고 있다.

비밀리에 진행되고 있는 군사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스토크스 대통령측은 이 사실이 대법원측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정황을 포착한다.

그렇다면 대법관 윈이 자신의 서기인 에이버리를 법적 후견인으로 내세워 서명하게 만든 서류는 무엇일까?

컴퓨터에 저장된 파일 어디에도 어떤 증거를 찾지 못하고 자료들, 사건 기록부들 전부 찾아 봐도 대법관이 에이버리에게 위임한 중요한 문서의 서류함을 찾지 못한다.


-체스다이너모

-아니는 강에 있다.

-뒤마는 아니를 찾아라.

-광장에서


체스 경기를 즐겨 했던 대법관은 체스판 기호물에 암호 같은 알파벳을 표기 해 두었다.

상원 법안 의결을 바로 코 앞에 둔 백악관은 대법관 서기 에이버리를 법원 출임금지 상태로 만들어 놓자 그녀는 경찰과 FBI들의 감시 아래서 손과 발이 묶여 버린다.

에이버리는 자신의 머릿 속에 체스판을 띄워 놓고 기형물을 움직이며 각종 이권이 걸려있는 거대한 로비스트 단체와 국가의 중대한 기밀 사항이 들어 있는 특허권 분쟁, 외국 기업 강제 인수 합병 문제들의 뒤엉켜버린 실타래를 풀고 대법관에게 협박과 위협을 가한 이들을 찾기 시작한다.


-염색체 연구는 비밀리에 행해졌고, 티그리스로스트에 의해 부인 되었다.

-혈통을 대상으로 하는 유전자 연구의 무기화.

-미국 재무부에서 사전 승인 없이 히게이아에 수억 달러의 자금을 지급 했다.

-윌 밴스 소령은 CBIRF에 배정된 생화학자다.

-아프가니스탄, 인도, 쉽게 손이 닿는 세계에서 가장 큰 이슬람교도들의 나라

-사라진 과학자, 사라진 예산 분석가, 죽은 간병인, 살해 시도

-외아들을 살리기 위한 필사적인 대법관....


자금이 연방 계좌에서 빠져 나갔다는 증거를 찾아 낸 에이버리는 추적 결과 그 돈이 국토 안보부 소속의 과학 기술 부서에서 나왔다는 정황을 포착해낸다.

일련의 증거와 정황의 퍼즐을 맟춰보니 국가의 법률과 국제 조약에 위배되는 연구에 참여한 이들이 전부 미국 달러를 사용한 사실이 수면 위로 떠오른다.

그렇다면 과연 미국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해 어디까지 알고 있고 어디까지 개입했는가?

히게이아가 이 기술을 상용화 시킨다면 잘못된 염색체 변이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 중에서 누구라도 죽일 수 있는 생물 유전자적 바이러스를 만들 수 있게 된다.

호의와 어리석음의 나라 미국 땅.

정의는 어느 세계에서나 있지만 미국 땅 어디에서도 더 이상 찾기 힘들게 되었다.

염색체 연구 기금,실험 영상과 그밖에 돈의 출처까지 알아낸 서기 에이버리는 반 인륜적 범죄를 저지른 증거를 들고 미국 백악관의 문 앞에 설 수 있을까?


6월 27일 화요일

원고: 미 연방 대법원 배석판사 하워드 제퍼슨 윈

피고: 미 합중국


혼수 상태인 대법관의 법적 후견인 에이버리는 고소장을 접수하고 다음날 오전 10시 3분 재판장에 원고 자리에 선다.


대통령의 몰락...

백악관의 대량학살...


언론에서 여러 시나리오들이 흘러 나오기 시작하고 보수 방송에선 에이버리가 변호사 자격증을 잃고 법조계에서 추방될 것인지 아닌지를 놓고 토론이 벌어진다.

에이버리는 윈 대법관의 침대 옆에 서서 그의 손을 붙잡는다.


'정의는 다른 조각은 보이지 않는 곳에 있다. 그 세상이 만나는 곳'에서...



<정의가 잠든 사이에>를 쓴 작가 스테이시 에이브럼스는 예일대 법대를 졸업한 변호사로 조지아주 하원의원과 소수당 대표를 역임했고 2018년 조지아주 역사상 가장 많은 표를 얻어 민주당 주지사 후보가 되었다.

그녀는 셀리나 몽고메리라는 필명으로 로맨스 소설을 썼을 정도로 필력을 이미 출판계에서 검증 받은 프로 작가 이면서 미국 주요 정당의 주지사 후보에 오른 최초의 아프리카계 미국인 여성으로 미국 정치판에서 '공정한 싸움', '공정한 수', '남부 경제 발전 프로젝트'를 설립해서 민주주의 사회에서 공정하게 의결권에 헌신하며 국가와 국제 문제그리고 시민 사회문제를 폭넓게 다루는 뛰어난 정치인이다.

위스콘신 주(州) 미시시피에서 조선소 노동자로 일하는 부모님 아래서 성장한 스테이시는 노동자 계층 부모님이 국가에서 보조 받은 생활비로 생계를 꾸리는 걸 지켜 보면서 공공 서비스와 시민 참여의 중요성에 일찌감치 눈을 떴다.

아버지가 거리에서 추위에 떨고 있는 노숙자에게 코트를 벗어주는 모습을 보고 자란 스테이시는 교육열이 높은 부모님의 지원으로 좋은 학군에 공부하며 흑인계 미국인으로서는 최초로 졸업생 대표 연설을 한다.

그녀는 명문대학에 입학하고 2학년에 올라갔을 무렵에 LA 흑인 폭동의 불을 붙이게 된 ‘로드니 킹 사건’(Rodney King riots)으로 에이브럼스는 TV 토론 프로그램에 출연해 당시 조지아주 애틀랜타 첫 흑인 시장이었던 메이너드 잭슨에게 "당신은 (흑인을 대표하는) 젊은 시장이면서도, 젊은이들을 위해 충분히 일을 하고 있지 않다"고 맹비난을 퍼부어 댔다.

이후 스테이시는 예일대학교 로스쿨로 진학해 변호사 자격증을 따며 한 법률사무소에서 세무사로 활동하던 중 2002년 29세의 나이로 애틀랜타 변호사로 취직해 정부 관련 업무를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주 정부의 비효율적으로 운영 되고 있는 비과세 구조, 헬스케어, 공공 부문 재정 등을 주도 면밀하게 조사하고 분석하기 시작한다.

2006년 조지아주 하원 의원에 당선된 스테이시 에이브럼스는 미국 흑인 역사상 최초의 아프리카계 미국 여성 하원의원이 되고 주먹구구식으로 공공 운영비를 책정하고 있었던 공화당의원들에게 계산기를 들고 직접 보는 앞에서 계산을 하며 주민들의 세금이 어떻게 빠져 나가는 지 정확한 수치로 맞섰다.

그녀는 때로는 공화당의 눈속임을 향해 돌직구를 날리면서도 정부 개혁을 위해서 공화당과도 협력하며 범죄 개혁에 힘을 합쳤고 1% 저금리 대출 프로그램인 ‘희망(hope) 장학금 제도’를 만들어서 저소득층에게 교육의 문을 열어주었다.

스테이시 에이브럼스는 ‘조지아 역사상 가장 많이 세금 인상을 막아낸 인물’로 전통적으로 민주당이 강세를 보이지 않았던 조지아 주에서 숨어 있는 표를 발굴하기 위해 유권자를 찾아 다니며 투표를 독려 해서 기울어진 정치 지형을 바로 잡는데 앞장섰다.

미국 땅에서는 1965년 흑인의 투표권을 보장하는 투표권법(Voting Rights Act)이 통과되어 남부 지역에서 흑인 유권자에 대한 차별적인 투표 제한 조치가 금지됐는데도 불구하고, 공공연하게 또는 암암리에 흑인의 투표를 방해하며 투표를 하지 못하도록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행태와 사회적 분위기가 뿌리 깊게 박혀 있는 곳이다.

2018년 공화당과 민주당을 통틀어 아프리카계 여성으로서는 최초로 주지사 후보로 지명된 스테이시 에이브럼스는 선거에서 떨어졌고 2022년 재도전에도 실패 했지만 미국 정치계에 흑인 여성 최초로 목소리를 내며 기울어진 미국의 정치 풍토를 바로 잡아나가는데 앞장 서고 있다.


2021년에 발표한 <정의가 잠든 사이에>는 스테이시 에이브럼스가 의정활동을 하며 주지사 선거에 도전 했던 지난 12년 동안 쓰고 또 쓰고 그리고 고치기를 반복한 끝에 완성했다.

이 작품의 출발은 판사 테리사 윈 로즈버러와 나눈 대화에서 시작되었고 소설적 상상력과 생생한 경험을 버무려서 최대한 현실에 가깝게 법원과 대법원 그리고 서기들의 움직임과 역할을 현실감 넘치게 펼쳐 보였다.

그녀는 모든 의정 활동과 지역 사회 발전과 방향을 논의하고 토론 하고 각 공공기관과 기타 시설 방문과 연설이 끝마치고 늦은 시간 노트북을 켜고 이 소설을 썼다.

그녀는 <정의가 잠든 사이에>를 쓰는 동안 미국 사회를 향해 질문을 던지며 그 해답을 찾기 위해 자료를 찾고 자문을 구하며 소설 같은 현실이 담긴 미국 사법권과 백악관 그리고 나라 밖의 움직임을 담아 냈다.

소설적 결말은 해피 엔딩이지만 현재 미국과 우리 나라 앞에 놓여진 현실은 절대로 낙관적인 상황도 아니고 해피 엔딩으로 향하지도 않을 것이다.

미국의 정치계, 법조계 모두 막강한 불법 자금을 세탁하며 세를 불리는 이권 세력들 손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성실하게 하루 하루 살아가며 세금을 꼬박 꼬박 내고 있는 시민들은 이들의 상세한 내막을 알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극단의 양극화·불평등그리고 계층의 갈등만 점점 커져 가고 있다.

이 땅에는 어디에나 있지만 어디에도 없는 것이 정의다.

이것이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 정의가 잠들어 버린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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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문, 작가는 무엇으로 쓰는가
최재봉 지음 / 비채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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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주 언제 어디서든 빼 놓지 않고 읽는 기사는 문화면으로 주요 일간지 문학부분 담당 기자들의 기사들 중에 한겨레 신문의 최재봉 기자의 이름을 발견하면 글의 주제와 상관 없이 무조건 읽었다.

몇 해전 부터 한겨레 신문 칼럼에 '최재봉의 탐문'이라는 칼럼이 실렸고 나는 매주 이 칼럼들을 스크랩 하며 기자가 읽고 있는 책들을 찾아 읽어나갔다.

2022년부터 연재 되었던 최재봉 기자의 칼럼은 정년 퇴직을 앞두고 지난 30여 년 동안 문학 전문 기자로 열띤 취재를 벌이며 목격하고 만나고 탐문했던 문학계의 사람과 작품 그 이면에 관한 글들로 채워져 있다.

가장 먼저 최재봉 기자는 문학이 탄생하는 작업실의 조건과 독자를 사로잡는 첫 문장의 비밀 등 작가와 작품의 내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나서 기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문단 문제를 파고 들어서 책을 읽지 않는 시대에 고전과 현대문학을 잇는 각각의 주제를 흥미롭게 비교 하며 작품 안팎으로 문학을 구성하는 존재들의 이야기에 대해 광활한 탐구를 펼쳐 보인다.


한국 현대문학계의 순혈주의에 대한 문제는 오래도록 지적 되어왔고 여러 주요 문학상을 수상하는 과정에서 온갖 시끄러운 잡음으로 인해 수상을 거부하는 일련의 사태까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문학계는 그들만의 제자와 후배들 끼리 주고 받거나 한 작가가 주요 문학상을 싹 휩쓰는 모습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특히 각 신문사와 대형 출판사가 주관하는 문학상의 심사위원들은 소위 오랫동안 문학계에서 [선생]으로 군림하며 각 대학에서 문학을 가르치며 제자들을 양성하며 등단과 수상작들을 결정하는데 보이지 않는 입김과 역할을 해왔다.


기자 출신의 작가 김훈과 오랫동안 영화 쪽 일을 하다 장편 소설<고래>로 문학계에 등단한 작가 천명관 모두 한국 문단의 중심이면서도 여전히 '선생님들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토로했다.

[책상 앞에서 글을 쓰는 동안 선생님들의 엄한 눈이 등 뒤에서 늘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거다. 출발부터 그렇다. 대학을 다니며 교수들의 지도 편달과 평가를 받는다. 그리고 등단을 할 때 심사위원 선생님들의 심사, 청탁을 받을 때도 편집위원 선생님들의 평가, 문학상 후보에 오를 때 또 심사위원의 평가, 하다못해 문예창작과 관련한 지원금을 받을 때도 누군가의 심사를 받는다. 그러니까 문단 생활을 한다는 건 내내 선생님들의 평가와 심사를 받는다는 의미이다.]


한국 문단만 '선생님의 시선'이 있는 게 아니다. 미국 문단 역시 대학의 문예창작과에서 기성 문단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직업이 소설가인 교수들에게 지도를 받고 작품을 쓴 학생들은 공식화 되고 이론화 된 창작의 이론을 습득해서 잘 팔리는 작품과 문학상 후보에 오를 수 있는 작품들을 써내고 이들의 작품 추천서를 지도 교수들이 써주고 상을 주며 문학성이라는 후광을 씌워준다.

옆 나라 일본 문학계도 크게 다르지 않다.

등단절차와 문예지의 원고 청탁, 각종 문학상 심사와 시상 등 문학 작품이 시장에서 나오기 까지 발행하고 유통하는 전반 과정에서 수익을 내야 하는 출판사와 손을 잡은 '선생님의 시선과 입김'이 크게 좌우 되어 그들만의 폐쇄적인 구조로 고착 되었다.


읽혀지고 팔려지는 작품의 전반적인 과정과 문학계 이면의 모습에서 책을 읽는 독자들의 숫자가 왜 감소하고 있는지, 작가들의 일상사 그리고 개인 작업에 대한 이야기까지 최재봉 기자는 한 시대. 한 세대에 중심에 있었던 이들이 남기고 간 글과 작품에 대한 촘촘한 취재 기록과 순수한 독자 입장에서 비밀을 탐문 하듯 파고 들었다.


탐문 과정에서 양념처럼 등장하는 문학이 탄생하는 작업실의 조건과 독자를 사로잡는 첫 문장의 비밀 등 작가와 작품의 내밀한 이야기부터 책을 읽지 않는 시대에 고전과 현대문학을 잇는 각각의 주제를 흥미롭게 비교하며 작품 안팎으로 문학을 구성하는 존재들에 대해 밀도감 넘치는 이야기를 펼쳐 보인다.

이 책의 첫 시작은 '총의 노래가 될 뻔 했던 하얼빈'에서 시작해서 '사라진 원고'로 마무리 된다.

소설을 쓰는 작가는 개인의 생각과 경험 그리고 세상을 향해 목소리를 내는 발언자이고 이들의 책을 읽는 독자들은 이 시대를 살고 있는 목격자이자 증언자이다.

따라서 책을 읽는 것 만으로도 기억을 되새기게 되고 현실의 삶을 돌아 보면서 내가 아닌 타인의 삶과 세상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볼 수 있는 경험을 안겨준다.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이 빛의 속도로 지나가고 바뀌고 있지만 결국 생태계에서 유일하게 읽고 쓰고 말하는 행위를 할 수 있는 영장류인 인간은 비록 현실은 고단하고 끔찍하고 비참할 지라도 책을 읽는 동안에는 더 나은 삶과 미래를 향한 희망을 품게 된다.

이 책의 맨 마지막 장에 최재봉 기자가 칼럼을 쓰는 동안에 인용하고 참조한 책들의 목록이 실려 있다.

책을 읽고 나서 마지막 탐문 하듯 책 뒷 장에 빼곡하게 적혀 있는 책들을 찾아 읽는 경험을 해본다면 결국 글이란 쓰는 사람의 것이 아니라 읽는 사람의 것임을 책을 읽고 탐구하며 탐닉하는 기쁨을 맛보게 될 것이다.

문학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고 시나 소설을 진지하게 읽는 독자도 갈수록 줄어드는 시대이지만 결국 인간은 영원히 읽는 행위를 멈추지 않을 것이고 이야기의 힘은 인간의 한 생애보다 훨씬 더 오래도록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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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4-03-30 02: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scott 님은 최재봉 기자가 이 칼럼을 쓸 때부터 봤군요 저는 이름 처음 알았습니다 기자는 이름 알기 어렵기는 하죠 아니 저만 잘 모르는 걸지도 신문을 안 봐서... 김훈 작가는 기자였다가 작가가 돼서 이름 알기는 하는군요 작가와 글 그런 이야기가 담겨서 관심 있는 사람은 즐겁게 보겠습니다 여전히 책은 나오는데 읽는 사람은 적다고 하고... 나오는 책이 얼마 안 될지도 모르겠네요 그래도 책을 보는 사람이 있는 한 책은 나오겠죠 여러 가지...

scott 님 벌써 주말이네요 주말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새파랑 2024-03-30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최재봉 기자는 처음 들어보고, 저자가 생각하는 문단의 문제? 이런것도 처음 알았습니다. 폐쇄적인 구조가 되면 점점 나빠질수밖에 없는데 안타깝네요. 문학의 위상이 예전같지 않아도 북플에서는 여전히 문학이 👍 인거 같습니다~!!
 
북극을 꿈꾸다 - 우리의 삶에서 상상력이 사라졌을 때
배리 로페즈 지음, 신해경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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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8년 미 서부 캘리포니아에 금광이 개발되면서 온갖 부류의 사람들이 금맥을 찾으려 몰려 들던 시기를 지나 10년 후 대륙 횡단 철도 개통과 맞물려 북아메리카 대륙 개척을 너머 바다 탐험 항해를 나서는 시대가 도래 했다.

탐험과 개척의 시대에 대륙에선 원주민 인디언들과 생태계들이 무참히 짓밟혔고 바다의 생명체들 역시 무자비한 방법으로 개체군의 종을 멸종 시켜 버렸다.

미 대륙의 침입자들은 북극해 탐험에서 유럽의 탐험가들에 비해서 한 세기 늦게 뛰어들었지만 어떤 국가보다도 더 빠르고 기술적인 방법으로 고래잡이에 나서서 단 몇 년 만에 고래종의 씨를 말려 버렸다.

불과 반 세기 만에 바닷속 해저 깊은 곳에서 석유를 끌어 올리는 것 만큼 수 많은 바다 생명체들이 사라져갔고 여러 규제와 협약, 환경단체의 보호와 보존의 양 날개를 펼치며 기후 위기, 생태계 보존을 외치고 있지만 생태계 먹이 사슬에서 가장 잔혹한 학살자인 인간종이 이룩한 고도의 문명과 산업화로 지구는 점점 뜨거워져서 눈 앞에 재해와 재난은 현실이 되어 버린 지 오래 되었다.

개체수도 많지 않고 포획하기 힘든 동물들이 살고 있는 북극은 지구촌의 거대한 물류와 교통, 통신 선로가 뒤엉켜 있는 곳으로 거대한 석유 개발과 광산 개발을 위한 굴착기들이 바다 속에 우뚝 서있는 곳이다.

눈에 보이는 것 만큼만 북극의 생태계 보존을 하면서 유전과 광산 개발 채굴에 혈안이 되어 땅과 바다는 인간 종의 착취로 처참하게 파괴 되고 있다.

북극의 얼음이 2센티만 녹아버려도 대륙의 일부가 불어난 바닷물에 침수 되고 기후 이상으로 계절의 주기까지 달라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지만 실질적으로 이 모든 위기와 위험을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자원에서 추출한 것으로 인간 생태계를 유지 해 왔기에 보존과 보호는 영구불멸의 구호 일뿐 머나먼 북아메리카 원주민들과 에스키모 인들의 보존된 지혜와 야생의 땅이 가진 신성한 존재 같은 건 책과 영화에서나 간간이 마주 할 뿐이다.


[11월에 내륙 얼음 위로 귀환 하려다가 79피오르에서 사망. 나는 약한 달빛에 의지해 이곳에 왔지만 얼어붙은 다리와 어둠 때문에 더 갈 수 없다. 다른 이들의 시체는 빙하에서 좀 떨어진 (약 12킬로미터) 피오르 한가운데에 있다. 하겐은 11월 15일에 죽었고, 에릭센은 열흘 뒤에 죽었다.]



1900년 그린란드 북동쪽 해안 북위 82도 37분 지점에 돌 무더기를 하나 쌓은 덴마크 국적의 탐험가들은 이전 탐험가들과 달리 25년 동안 그린란드 동해안의 외진 곳들을 샅샅이 탐사하며 반도와 내륙 해안 곳곳을 조사했지만 해수면 아래 숨겨진 빙산에 막히고 부딪쳐서 결국 북극점 도달엔 실패하고 이들 중 몇 명은 얼어 죽었다.

미지의 북극 땅을 탐험하면 할 수록 막대한 인명 손실이 발생해도 유럽인들과 미 대륙 침략자 백인들은 북극으로 탐험대를 보내는 걸 포기 하지 않았다.

백인 탐험가들이 북극 땅에 발을 들여 놓기 휠씬 이전부터 이 땅에서 생존 하고 있었던 에스키모들은 계절의 주기에 맞춰 이동하며 자신들의 땅을 탐험하고 있었다.


북극의 동식물의 생육 주기는 다른 대륙과 달랐고 뚜렷하게 구분 되어지지 않았다.

어떤 곳에는 계절적으로만 존재하는 개체군이 있었고 수 세기 동안 존재했던 번식지와 군락지들 역시 계절의 변화에 맞춰 사라졌다가 모습을 드러낸다.

따라서 외지인들의 눈에 북극의 어떤 땅은 비어 있거나 드문 드문 보일 뿐이다.


수 세기 전에 미지의 땅을 찾아 나선 탐험가들처럼 땅과 바다가 인간의 삶에 어떤 의미를 주는지 눈 앞에서 본 빛과 바람 새의 지저귀는 소리, 동물들의 움직임을 찾아 떠난 사람이 있다.


세계를 이루는 모든 존재들이 간직하고 있는 신비함을 자연의 언어와 목소리로 들려 준 미국 태생의 생태주의자이자 자연주의자 배리 로페즈가 남긴 <북극을 꿈꾸다>는 1986년에 출간 된 책으로 이 책을 펼치면 첫 장에 이런 문구가 적혀 있다.



인간은 누구나 생에 한 번 쯤 기억된 대지에 마음을 집중해야 한다.

자신이 경험한 특정한 대지에 넋을 놓아야 한다.

가능한 모든 방향에서 바라보고 경탄 하고 곰곰이 생각해야 한다.

대지의 매 계절을 매만지고 그 안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상상을 해야 한다.

대지의 생명들과 숨죽인 바람의 모든 움직임을 상상 해야 한다.

달의 광휘와 황혼과 여명의 모든 색깔을 기억해야 한다.

-N.스콧 모마데이

어느 여름 밤, 친구와 함께 알래스카 브룩스 산맥 서쪽에서 야영을 하던 중에 텐트를 친 산등성이에서 서북극 카리부 무리의 번식지 남쪽에 펼쳐진 툰드라 지역에 서식하고 있는 다양한 동물을 관찰하고 있었다.

그 곳에서 베리 로페즈가 목격한 생명체들은 새끼가 든 굴을 홀로 지키는 일년 생 늑대가 아직 덜 자란 회색 아기곰과 대치하고 있었고,라플란드긴발톱멧새들과 마주치거나 흰 올빼미 두 마리가 두 눈을 감고 있는 둥지 앞을 지나거나 물떼 새들의 사나운 날개짓을 관찰하는 동안 길들 지 않는 생명체들의 강인한 생명력에 경이감을 느끼며 북극으로 향했다.

5년 동안의 북극을 탐험한 기록이 담긴 이 책 속에는 북극 대륙의 땅과 하늘, 바다의 사계절 속에 그곳에 서식하고 있는 큰곰, 사향소, 북극곰, 일각고래 그리고 새들의 대 이동의 순간을 지난 시대와 현 시대의 인간의 열정과 탐욕, 욕망으로 어떻게 파괴되었는지 현재 남아 있는 생명체들은 어떤 모습으로 종족을 보존 시키는데 안간힘을 쓰는지 뛰어난 관찰력과 유려한 문체로 고요히 생동 하고 있는 경의로운 자연의 신비를 한 권의 책으로 엮어 냈다.

이 책에는 수많은 지형과 인명, 동 식물들의 이름들이 줄줄이 나오고 상세한 주석이 달려 있지만 지형을 보여주는 지도를 제외하고는 북극 땅에 살고 있는 동물과 식물, 생명체의 모습을 보여주는 도판이 실려 있지 않다.

사진이나 그림 같은 부차적인 설명이 없어도 이 책의 첫 장을 여는 순간부터 미지의 동토 속을 찾아 모험과 탐욕의 역사로 시간 여행 하듯 빨려 들어가게 된다.

우리가 지각하는 세상은 우리 시야에 포착된 '자기 세계'일 뿐을 자연 생태계에 존재하는 다양한 생명체의 삶을 완전하고 정확하게 이해 할 수 없다.

특히 다양한 매체와 기록, 책과 여러 다큐멘터리를 통해서 보여지는 야생의 세계는 여러 학자들의 연구 결과물로 이들에 의해 동물들의 행동과 삶의 양상이 숫자로 축소 되거나 과장 되어 버렸다.

배리 로페즈는 학자들의 연구 결과물이 아닌 자신의 눈과 귀로 목격한 북극의 생태계를 이렇게 묘사했다.


[탁 트인 툰드라를 어슬렁거리다 보면 어디에서나 완전한 모양을 갖춘 채 죽은 이파리들과 그대로 보존된 꽃잎들, 나뭇가지들, 몇 년 째 그대로 쌓여 있는 유기 퇴적물들을 보게 된다. 북극에서는 아주 적은 수의 유기체가 아주 짧은 기간에만 작용할 수 있어서 부패가 아주 느리게 진행되고 발 밑에 토양층의 깊이와 성질이 바뀐다.

따라서 토양에 따라 서식하는 동물과 식물의 종류가 달라지고 점점 줄어드는 태양 에너지에 적응할 수 있는 종이 줄어들면서 수가 감소할 것이다.마지막 까지 남은 녀석들은 추위와 어둠 속에서 천천히 움직이거나 아예 활동을 멈춘다. 계속 가다 보면 결국에는 지렁이도 송장벌레도 없는 지역, 흙도 부패도 거의 볼 수 없는, 생명이라곤 없는 북극의 자갈 사막에 서게 될 것이다.]


일반적으로 북극과 떨어진 대륙에 살고 있는 이들에게 1년의 주기는 사계절 또는 두 계절로 구분 하고 있지만 북극의 계절과 주기는 단 몇 주 사이에 지나가는 현상으로 겨울과 여름 이 두 계절 사이의 기온 변화가 전 지구의 온도 변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도시에 삶의 터전이 있는 이들에게 특정지역에서 살아가는 동물들 간의 먹이 사슬 관계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툰드라 지역의 가장 큰 먹이 사슬인 사향소는 새들과 친밀하게 지내며 사냥을 하는데 도움을 받고 흰 멧새와 라플란드긴발톱멧새들은 사향소들의 털로 척박한 환경을 견뎌낼 수 있는 튼튼한 둥지를 만든다.

사향소가 지나간 자리에서 북극토끼들은 먹잇감을 발견하고 토끼들이 파헤친 땅 속에서 얼음과 이끼를 뚫고 버드나무 순이 나와 나무로 성장한다.

사향소가 죽으며 온갖 곤충들이 달려들어 부패와 분해 되는 과정에서 새들의 먹이와 다양한 유기물의 양분으로 나눠진다.

하지만 지구 상에서 닥치는대로 사냥하고 포획하는 인간의 눈에 땅 위에 군림하는 모든 생명체들은 먹잇감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북극의 얼음이 녹아내리고 있다며 얼음 덩어리 위에 홀로 앉아 있는 새하얀 북극곰의 모습은 곧잘 여러 매체에서 자주 보고 있으면서도 정작 이 북극곰에 대해 알고 있는 사실이 거의 없다.

북극 가장 자리에 살고 있는 북극곰이 해빙 테두리와 해수면 대륙 해안에서 사냥으로 먹고 살고 있는 얼음곰이자 민첩한 사냥꾼이라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수컷의 정교한 사냥 솜씨는 인간이 만들고 개발한 최첨단 기기보다 정교하고 암컷이 파놓은 굴은 인간이 얼음 땅 위에 절대로 세우지 못할 정도로 최첨단 보온 구조로 지어졌다는 사실도 직접 눈과 발로 관찰하고 기록한 배리 로페즈를 통해 알게 되었다.

뛰어난 통찰력을 가지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서 적당한 시기에 적당한 행동을 하며 한 계절 한 계절 지혜롭게 삶의 고비를 잘 넘긴 북극곰의 생은 30년 정도로 인류학자들과 동물학자, 생태학자들은 곰의 습성이 인간의 습성과 거의 비슷하다는 말을 한다.

억척스럽고, 끈질기고, 이해가 빠르고 지극히 현실적인 북극곰처럼 선사시대부터 인류는 무언가에 사냥 당하는 공포가 유전자에 각인되어 있고 세기를 거듭해서 진화하는 동안 곰보다 더 빠른 속도로 생태계를 포획하고 사냥하며 수 많은 개체수와 종을 멸종 시켜 버렸다.

사라지는 멸종 동물을 보존하려고 표식을 확인하고 테이터를 기록하고 위성용 위치 추적 목줄을 채우기 위해 마취제를 투입하는 이런 모든 과정 역시 오히려 생명을 위협하는 한 요인이 될 수 있지만 이렇게 해서라도 보호 하지 않으면 인간들이 모두 멸종 시켜 버릴 것이다.

수렵 사냥꾼은 단순히 굶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짐승을 죽이고 그 짐승의 모든 종을 잡아 먹는 것이 주된 목적이 아니였다.

숨을 쉬며 살아 가는 공간에서 함께 공존 하며 서로 분리 되지 않은 조화와 균형을 맞추며 살아갔지만 오랜 세기 동안 인류는 이 사실을 잊고 살았다.

게다가 내 눈 앞에서 펼쳐지는 일이 아닌 이상 자신들의 삶과 관련 없다는 생각으로 무분별한 살상과 사냥 포획으로 자연의 생태계는 처참하게 파괴되고 있다.

(c)The Icebergs, 1861, Frederic Edwin Church


1859년 뉴펀들랜드 앞 바다 항해를 나섰던 풍경화가 프레드릭 에드윈 처치는 자신의 두 눈으로 목격한 빙산을 스케치를 들고 뉴욕 작업실로 돌아와 완성한다.

왼쪽으로 급격하게 솟아 오른 빙산 일부처럼 보이는 전경의 얼음 바닥이 그림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 그림은 화가 처치가 그림 맨 아래에 '이상한 초자연'이라는 글귀를 적어 놓을 정도로 그가 본 빙산은 거대한 빙산들 중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

해수면의 온도에 따라 이동하는 빙산들은 평소에 물에 잠겨 있다가 비 바람이 불고 해수면이 요동치면 모습을 드러내는데 마치 육지에 있는 거대한 절벽의 모습이 되었다가 계곡처럼 한 가운데가 푹 파여져 있거나 소용돌이 치듯 자잘한 얼음 조각으로 부서져서 물보라처럼 눈 앞에 펼쳐지기에 정확하고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어떤 사람들에게 그저 텅 빈 것이 또 다른 사람에게는 보이는 것처럼 인간의 눈에 보이지 않았던 무수히 많은 생명 모두 어느 누구의 소유도 아니고 어떤 문화와 더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지도 않다.

인간의 지성과 지혜가 닿지 않는 곳에는 말과 언어로 표현하기 힘든 생명체들이 살아 숨 쉬고 있다.

땅다람쥐를 찾아 땅을 파헤치는 툰드라의 회색곰을 사냥하는 늑대,살육의 무시 무시한 현장 속에서도 결연하게 둥지를 지키는 해변 종다리들이 공존 하는 모습에서 땅 위의 생명체들의 숨소리 바다 속을 유영하는 거대한 생명체, 하늘 위를 자유롭게 날아 다니는 어마 어마한 군락의 철새 무리들까지 5년 동안 북극을 탐험하고 기록한 베리 로페즈의 <북극을 꿈꾸다>는 매 페이지 마다 경이로운 자연과 생명체를 만나게 되고 인간의 탐욕적인 욕망과 지난 역사 속의 모험과 탐험으로 인해 파괴된 원시 자연의 안타까운 모습이 파노라마 처럼 펼쳐져 있다.

지난 세기 서구 열강 세력들은 앞다퉈서 사냥을 하듯 대륙과 대륙 사이, 바다와 섬 사이를 마구 잡이로 지배하고 짓밟으며 폭력적으로 포획하고 날 것으로 집어 삼켰다.

이런 약탈과 살육의 시간 동안 멸종된 동 식물 개체군 만큼 사라진 원주민과 피지배 식민지 사람들은 지구의 생태계가 몇 백 번 바뀌어도 영원히 살아 돌아 오지 못한다.

미 개발된 대륙과 바다를 차지 해서 부를 키우고 세계의 모든 자원을 포식하는 동안 지구는 점점 뜨거워져서 이전 시대에 인간의 몸과 뼈를 살찌우게 만든 식량군들도 사라지고 있다.

야만적인 살육의 인간의 손에서 살아 남은 자연과 생명체들이 과연 언제까지 버텨내고 생존 할 수 있을까?

반 세기 전 배리 로페즈는 북극을 여행하고 탐험하는 동안 마주한 북극은 선명한 석양과 오로라가 펼쳐진 곳으로 겨울의 북극 하늘은 오래 도록 새벽과 어스름의 색깔들을 지니고 정오 즈음에 남쪽 하늘이 잠깐 밝아지면 얇디 얇은 노란 금색 줄과 익숙한 연보라색 위로 짙은 푸른색과 멍든 것 같은 자주색, 여러 층의 짙은 보라색이 지평선 위 80도까지 펼쳐지는 광경을 바라 보며 인간이 상상하지 못한 그 너머에 있는 경이로운 자연의 모습에 고개를 숙였다.

도시에 살고 있는 도시 유목민들의 시야에는 보이는 것이라곤 건축물과 도로, 자동차 물결들 뿐이지만 북극의 봄과 가을의 일출과 일몰 사이의 풍광은 장미색, 담홍색, 엷은 청록색, 살구색, 진청색이 어우러지고 그 사이 사이 선명한 빨간색과 주황색, 노란색이 스며있다.

학부 시절에 노르웨이에서 오로라를 본 적이 있다.


부활절 방학 시기였던 3월 늦은 저녁부터 시작된 빛의 향연은 하늘에서 파스텔 톤의 빛의 세기가 넓게 퍼지더니 자정 즈음에 땅 속 깊은 곳 까지 노란색이 스며들어서 시간이 흐를 수록 서서히 태양 빛에 반사되듯 짙은 주황색으로 주변을 밝히기 시작했다.

가볍게 하늘과 땅 위를 가로지르는 빛과 색이 빚어낸 거대한 장막이 펼쳐지는 현상을 두 눈으로 보는 순간 자연을 향한 경외심이 솟구쳐 올랐다.

1986년에 배리 로페즈가 북극을 탐험한 곳과 현재의 북극의 모습은 다를 것이다 하지만 몇 세기의 것이든 불과 몇 년 전의 것이든 눈을 떼고 멀리 바라 보면 눈에 보이지 않는 땅과 하늘 그리고 바다는 하나의 모습으로 지구 상에 있는 모든 것들이 하나의 점처럼 이어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 순간 우리가 살고 있지 않은 또 다른 대륙에서 발생하고 있는 지진과 해일 그리고 재난의 모습을 리모콘으로 돌려 보다 일 순간 정지 시키는 장면처럼 스쳐 지나갈 뿐이다.

지구 상에 모든 생명체들은 단 하나의 땅과 바다를 공유하는 하나의 개체군으로 생명에 대한 책임감을 받아 들여야 하지만 약육강식의 인간 세계에서 한 국가와 한 개인의 도덕적 책임감 만으로 무너져버린 생태계를 구해 내지 못한다.

환경 보존과 보호는 어쩌면 영원히 답이 없는 공허한 메아리에 그쳐 버릴 지라도 인간의 삶은 미지의 영역을 끊임없이 헤엄치고 탐험하며 끈질기게 생명력을 이어갔듯이 인간의 삶이 땅과 바다에 맞닿아 있는 한 우리 모두 이 모순되고 불공평한 약육강식의 세상에서 살아가야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시간 공간을 초월하는 땅에서 솟아나는 생명 그 이상에 대해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꼼꼼한 관찰력과 경이로운 현상을 시적인 문체로 서술한 배리 로페즈의 <북극을 꿈꾸다>는 척박한 도시 속 유목민들에게 4만년 동안 살아 숨 쉬었던 대지 위에서 어떻게 하면 모든 인류가 현명하게 공존하며 살아 갈 수 있을지 반 세기 전 북극의 대지 위를 거닐며 사유하고 꿈꾸고 상상한 한 인간의 통찰력이 담긴 사유물이 이 책에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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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4-03-26 02: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북극 얼음도 빠르게 녹고 있겠지요 지금도... 1986년엔 좀 달랐겠습니다 그때도 기후위기 말한 사람 있을 텐데, 그런 걸 왜 더 빨리 생각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아니 지구가 따듯해진다는 건 19세기에도 알았던 것 같던데... 그때는 조금씩 달라졌겠지요 지금은 아주 빨리 바뀌는군요 브라질은 무척 덥다가 비가 많이 왔다고 합니다 북극 남극이 얼음 빙하 다 중요한데... 지구는 이어져 있고 그런 게 다 영향을 미치니... 앞으로 어떻게 될지 걱정이네요


희선

2024-03-29 00: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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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4-03-04 01: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직 안 샀는데, scott 님이 글을 써서 잘됐네요 그러고 보니 지난달에도 했군요 땡스투... 얼마 안 되지만... 삼월이어서 꽃인가 싶기도 하네요 지난달에 나오기는 했지만...


희선

2024-03-04 11: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희선 2024-03-05 00: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커피를 사려고 했더니 일시품절이에요 지난달부터 나왔으니 그랬겠네요 이 커피는 나중에 사야겠습니다 어제 새벽에는 있었는데, 어쩌면 그때도 없었던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쉬는 날이니 일시품절 표시를 못 했겠습니다 제가 사려는 책이 등록이 안 돼서 그걸 해달라고 해야 했는데, 그것도 어제 새벽에 썼어요 이 커피하고 사려고 했는데... 새로운 커피가 나왔지만, 사람이 없어서 땡스투는 못했네요 커피는 거의 모르는 사람한테 땡스투 했는데, 이번에는 못했네요 책만 사도 됐는데... 사고 나서 이렇게 생각하다니...

말했으니 이건 다음에 나오면 사야겠습니다


희선
 
유퀴즈에서 만난 사람들 - 모든 사람은 한 편의 드라마다
이언주 지음 / 비채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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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사람 여행’으로 매주 큰 감동을 선사하며 대한민국 대표 토크쇼로 자리매김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아무도 상처 받지 않는 프로그램을 만들겠다”는 22년 차 방송 작가 이언주의 확고한 목표 아래, 2018년 8월 16일 세상에 처음 공개됐다.


'어느 날 갑자기 당신에게 펼쳐지는 서프라이즈'라는 소제목이 달려 있는 이 프로그램의 첫번째 촬영지는 서울 종로 광화문에서 시작했다.


이른 아침 출근길에서 프로그램 MC인 유재석과 조세호를 알아 보며 촬영 주변으로 모여 들었고 작가 이언주는 광화문 역 1번 출구 바로 옆에 있는 토스트집 사장님에게 '스페셜 토스트' 두 개를 주문하고 인터뷰를 시도 했다.

-<유 퀴즈> 본 적 있어요.?

방송 초반엔 거리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는 이야기를 많은 시청자들이 주목 하지 않았다.

첫 방송에서 단 1퍼센트 시청률이 나왔지만 회를 거듭할 수록 시청자들은 출연하는 이들의 사는 이야기를 들으며 공감했고 감동 받아서 약 5여 년의 시간 동안 1,205명의 자기님들의 인생 이야기로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누구나 스토리에 주인공이 되어 여러 플랫폼에 자신이 직접 찍고 편집한 영상들이 넘쳐 나는 1인 방송 시대에 <유퀴즈>가 많은 이들에게 사랑 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를 주인공으로 소설을 쓴다면 첫 문장은?

-경험하지 못한 감각 중 꼭 느껴보고 싶은 감각이 있다면?

-포기하고 싶던 순간 나를 일으킨 한마디는 ?

-요즘의 '나'를 다섯 글자로 표현하면?

-끝이 있어 아름다운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

-어떤 어른이 되고 싶었는지?

어떤 어른이 된 것 같은지?

-영화 대사 중 내 인생 구절은?

-어떤 질문이든 답을 알려주는 사전이 있다면 묻고 싶은 것은?

-신께 내가 가진 것을 하나 주고 원하는 재능 하나를 받을 수 있다면 무엇을 맞바꿀 것인가?

-내가 주인공인 영화에서 삶의 마지막 장면을 연출해본다면?

-살면서 들은 말 중 가장 진심이 느껴진 말은?

-몹시 기다려지는 일이 있는지?


이 질문들은 앞서 방송된 <유퀴즈>에 출연한 이들에게 던진 질문들로 이에 대한 답을 적어 나가다 보면 별 볼일 없고 변변치 않은 인생일 지라도 살아 오면서 겪었던 사랑과 실패, 좌절, 열정 ,상실,상처를 겪어나가는 일련의 스토리의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처음 1퍼센트에서 출발했던 시청률이 매회 꾸준히 사랑을 받으며 현재 평균 시청률 10퍼센트에 달할 정도로 동 시간대 시청률 1위를 달리고 있다.

다양한 OTT방송에서 선택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널려 있는 시대에 오로지 사람 사는 이야기 하나로 지금까지 이어온 이 방송의 기획자이자 메인작가인 이언주는 그동안 방송에서 만난 이들을 되돌아보며 출연한 이들이 들려 주었던 삶의 이야기 중에서 인상 깊은 구절을 한 권의 책에 담아 방송 토크 현장 스틸사진 ,방송 위클리 스케줄표,작가 다이어리,비하인드 컷까지 모두 공개 했다.


'유 퀴즈'만의 유튜브 채널이자 스페셜 및 미공개 영상들을 가장 빨리 접할 수 있는 '유 퀴즈 온 더 튜브'는 총 조회 수 5억 5천만 뷰를 돌파했으며, 구독자는 개설 3여 년 만에 82만 1천 명을 달성할 정도로 화제를 모는 토크쇼가 되어서 인지 방송 초기 길거리에서 하루 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 보다 최근엔 유명 인기인들과 방송인들, 배우들 출연회차가 더 많아졌다.

대한민국은 현재 전 세계 출산율 최저 국가 중에 가파른 속도로 최상위권을 향해 올라가고 있고 생활 물가 지수도 옆 나라 일본을 넘어섰고 아이 한 명에 들어가는 교육비는 세계 1위다.

훈훈한 미담보다 흉흉한 사건과 흉폭한 일들이 더 많이 발생하는 시대에 추구 할 수 있는 행복은 무엇일까?

부모 세대 보다 더 고달픈 미래를 앞두고 있는 세대에게 <유퀴즈>는 이런 질문을 던진다.

-**과 대화 할 수 있다면...

-나는 아직 ***.

-**을 믿는다.

-나는 나를 ***.

-*** 던 것은 아니었다.

-***로 결심했다.

-**과 **사이

-***을 나누다

-세상에 ***은 없다.

-*** 아님, ***임.

-좋은 ***이 좋은 ***가 된다.

-***이 ***가 되다.

-***을 잊지 않았다.

-어느 날 갑자기 ***.

-인생의 필수 조건은 ***.

-살면서 한 번이라도 ***.

-단 한 순간도 *** 적이 없었다.

-***은 잃었지만 ***을 얻었다.

-인생은 생각보다 ***.

-우리는 아주 오랫동안 ***.

유퀴즈가 던진 질문에 대답을 떠올리다 보면 그동안 살면서 매 순간 나는 어떤 상황에서 어떤 삶을 살았는지 되돌아 보며 앞으로 펼쳐질 나만의 이야기를 더욱 풍성하게 채워 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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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4-02-27 02: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무도 상처 받지 않는 프로그램을 만들겠다니... 그런 게 있을지... 그렇게 못한다 해도 그렇게 하려고 애쓰면 좋겠네요 저는 한번도 본 적 없지만... 누구나 자기 이야기가 있겠지요 저는 별거 없고 재미없는 이야기지만...


희선

2024-03-01 10:41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