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인간적인 관점에서만 인류의 남녀를 비교할 수 있다. 인간은 주어진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존재라고 정의할 수 있다.'


1949년 시몬 드 보부아르가 <제 2의 성>을 출간 할 당시 프랑스 전체 사회를 뒤흔들며 엄청난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이 책은 그동안 '여성은 자궁이다'라고 말해 왔던 프랑스 전체 지식인 계층을 넘어 오로지 남성의 시각만 반영 되었던 기존의 사회 법과 질서의 근간에 폭탄을 던져버릴 만큼 큰 파장을 일으키며 순식간에 유럽 전역을 너머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그동안 여성이라는 생명체에 관해 이토록 과학적이고 철학적이면서 총제적인 연구서가 세상에 나온 적이 없었다.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보부아르가 오랜 시간 동안 연구하고 탐구 했던 실존주의 철학의 관점으로 여성의 모성과 사랑, 권리와 기회를 주장 했기에 사상과 이념, 종교적으로 똘똘 뭉쳐진 집단으로 부터 거센 비판을 불러 일으켰다.



'자신의 존재를 정당화하고자 고심하는 모든 개인은 초월하고자 하는 무한한 욕구로써 자신의 존재를 경험한다.'


<제 2의 성>이 페미니즘의 초석이 된 가장 큰 이유는 사회, 정치, 신화,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남성에 의한 여성 지배와 남성이 부여한 역할, 이미지, 사회적 활동 영역의 제한과 구분을 역사적으로 사회적으로 철학적으로 인류학적으로 생물학적으로 그리고 정신분석학이라는 도구를 총동원해 분석했기에 페미니즘 이론의 사상적 기원은 보부아르의 <제2의 성> 출간 전 후로 나눠지게 되는 것이다.


나는 이 책을 고등학교 때 처음으로 읽었다.

당시 이 책은 우리 집 책장 어딘가에 꽂혀 있었는데 뜻밖에도 아버지가 구입해 놓았던 책이였다.

내가 처음으로 읽었던 보부아르의 <제2의성>은 미국에서 1970년에 출간된 영역본 요약판을 한국어로 번역 출간 한 책이여서 읽는 동안 머릿속에 어떤 명확한 사상의 흐름이 형성 되지 못했다.

대학에 들어가서 다시 집어 든 <제2의 성> 역시 도서관에 먼지가 수북하게 쌓여 있었던 미국판 요약본이였지만 다행히 그 책에 수록된 상세한 주석에서 인용된 책들 참고해서 앞으로 내가 읽어나가야 할 책들의 리스트를 작성해 나갔다.


'겉으로 보기에 사회적 차별은 대단치 않아 보이지만 그것이 여자에게 미치는 도덕적이고 지적인 영향은 아주 깊어서 마치 자연에서 기원하는 것처럼 보인다.'

                                                                          -보부아르의 <제2의 성> 중에서


<제2의 성>을 다시 읽게 된 계기는 대학 졸업 후 사회인이 되고 나서 부터였다.

나는 첫 사회 생활 시작을 절대 다수의 남성들이 상사로 군림하는 조직 세계로 들어갔다.

남성의 언어와 규율 체계가 조직에서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몸 소 체험하는 동안 내가 살고 있는 사회의 모든 체계와 법률 그리고 제도가 누구를 위해 존재 하고 있는지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글자를 처음 떼고 책을 읽기 시작 할 때 부터 부모님은 나에게 여성이 주인공인 스토리, 여성이 주체적으로 활동하는 스토리를 선별해서 읽게 하셨다.

특히 아버지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자긍심, 자존감을 세우는데 주력 하셨고 친인척들이 행하는 사소한 발언이나 행동에서 배어 나오는 성차별적 발언을 극도로 경계하며 그들에게 과감하게 경고성 발언을 하기도 했다.

아버지는 가장 먼저 가부장적인 관습인 제사부터 없애 버렸다.

곳곳에 흩어져 있는 가족들이 모이는 명절 날이면 그동안 쌓여 있었던 양쪽 가족의 묻혀있던 문제들이 모두 한꺼번에 터져 나오기에 명절 날이면 친인척들 모두 멋진 곳에서 멋진 풍경을 바라보며 식사를 했고 식사를 마치면 서로 마음이 맞는 이들끼리 대화를 나누거나 각자 정해진 스케줄대로 이동하고 움직였다.

그럼에도 아버지는 가부장적인 폐혜와 병폐를 완전히 뿌리 뽑지 못했다.

'여자를 알기 위해서는 남자와 여자 안에서 오직 경제적 실체 만을 보는 유물사관의 경계를 넘어서지 않으면 안 된다.'

                                                                                                 -보부아르


1949년 보부아르가 제기한 남녀의 성적구분, 여성성, 모성 등의 문제는 여전히 페미니스트들 간에 이견과 대립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이론의 초석이 되어 활발하게 논의되고 체계적으로 연구하는데 큰 동력이 되었다.

그럼에도 내가 직접 경험하고 목격한 영국과 유럽 그리고 미국 사회에서도 완전한 성평등은 존재 하지도 않았고 이들 국가의 법과 제도 역시 구시대 관습을 유지 하기 위해서 정치적, 종교적으로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었다.

부유한 계층으로 올라 갈 수록 그들만의 규율과 관습은 여성에게 특히 엄격하면서도 차별적이였고 사회적인 이목과 관심에 흠을 잡히지 않기 위해서 유교적 관습이 뿌리 깊게 박혀 있는 한국만큼 보수적이였다.

특히 백인과 히스패닉, 아랍계, 흑인, 아시안계 그리고 이민자, 난민 사이에서 서로를 향한 차별과 증오는 페미니즘으로 화합 하지 못할 정도로 집단과 계층, 피부색이 서로 공존할 수 없다는 사실도 두 눈으로 확인했다.


내가 다시 보부아르의 <제 2의성>을 펼쳐 들었을 때 이 책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라는 생각 보다 '어떻게 쓰였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지면 첫 장을 펼쳤다.


<제2의 성>을 집필하기 전 보부아르는 타자로서 여성이라는 생각 조차 정하지 못한 상태였다.

당시 그녀는 자신의 모든 사상과 철학을 사르트르의 사상과 철학과 연결 시켰고 사르트르가 그녀의 논리에 동의 하면 그제서야 이론적으로 체계를 다져나갔다.


이 시기가 보부아르의 나이가 서른 일곱 살 무렵으로 조금은 집요할 정도로 사르트르는 남성이고 나는 단지 여성이기 때문에 '그와 나는 다르다'라는 매우 단순한 명제에서 역사적인 저술의 첫 문장을 쓰기 시작했다.


'나는 여자에 관한 책을 쓰는 것을 오랫동안 주저해 왔다.'

보부아르


여성이 자기 삶의 '타자성'을 보지 못한다면 영원히 남성들이 주도하고 관할 하는 사회 속에서 영구적인 미이라처럼 어떤 성취도 어떤 결과물도 온전하게 완성하지 못할 것이다.

역사적으로 노예들은 주인에게 복종했다. 그리고 여성은 남성이 주도하는 질서와 사회에 순응했다.

가족의 화목과 사회적 체면을 위해 여성들은 남성들이 제시하는 강압적 규율과 제도에 합의 했고 지지하며 서로 공모를 공유하며 어리석을 정도로 행복하다고 자책하는 노예가 되었다.











[그중 외로운 여자 다섯 명은 남편과 아이들이 있는데도, 혹은 그들 탓에 조용하게 혼자서 미쳐가고 있었다. 모두 스스로에게 의혹을 품고 있었다. 자신이 행복하다는 이유에서 죄의식도 가지고 있었다. 예외 없이 그들은 이렇게 말했다.

“나한테 뭔가 문제가 있는 게 틀림없어요.”]

                                                                         -도리스 레싱의 <금색 노트> 중에서


여성이 사회에서나 가정에서나 이등 시민 지위라는 건 어떤 문서에도 표기 되지 않고 있지만 사회 어디에도 의지할 데 없는 자발적으로 지속적인 긴장 상태 속에 처하게 만들었다.

그렇다면 21세기 현 시대에 '여성이 어떻게 여성이 되었을까?'


'내가 보기에 여성의 종속은 여성의 결혼이 중추적인 경험이라는 -남성과 여성 모두 공유하는 -확신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이러한 확신은 주로 여성들의 정신 에너지의 흐름을 감소 시켜 궁극적으로 파괴해버리지만 남성들에게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이 세상에 나 혼자이고, 절대 보살핌을 받을 수 없으며 삶은 공포와 욕망 사이 벌거벗은 전쟁이고 공포는 오직 스스로 즉 독립적으로 경험하는 능력에 의해 강화되고 갱신 되는 욕망의 급증을 통해서 만 잠시 물러난다는 불안한 지식 때문에 계속해서 정신 에너지가 주입된다.

                                                                                                  -비비언 고닉


현 시대 페미니즘의 가장 큰 과업은 여성의 경험적 자아를 다시 창조해서 각종 매체에서 쏟아져 나오는 왜곡된 이미지를 바로 잡아 나가야 한다.

그동안 각종 언론 미디어에서 늘 상 쓰여졌던 상투적인 문구들, 제도적 관습과 병폐, 성차별로 인한 불신과 왜곡을 새로운 의식의 관점으로 재 검토해서 광범위할 정도로 내부 변화가 일어 나야 한다.


'모든 정신분석학자에게는 선택이라는 관념과 그와 상관 관계인 가치라는 개념에 대해 일률적으로 거부하는 경향이 있다. 바로 그것이 정신분석학 체계의 본질적인 취약성을 구성한다.'

                                                                                                        -한나 아렌트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특정 대상에 대해 분석 할 때 마다 환상과 망상에 젖어 들 때가 많다.

이런 현상은 지극히 원시적인 상태로 정신분석학에서 이런 상태를 분석할 때 프로이트의 '거울 이미지' 도구로 사용한다.

여자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인형이나 장난감, 선호하는 색깔, 취향, 성형들은 단순한 체계 분류로 선별해서 구별하고 특징 지으며 이것은 부정적인 징후 이고 이것은 긍정적인 상태라고 정신분석학 적인 분석을 내린다.

성의 구별을 떠나 인간의 뇌는 좌뇌와 우뇌가 태생적, 환경적, 유전적으로 다르다 이는 정신분석학 적으로도 사라져버린 기억이나 섬망을 설명하기 힘들 정도로 지극히 주관적인 것이다.

따라서 남성에게 자주 발병하는 질병이나 여성에게 자주 발병하는 질병의 원인을 마치 거울 이미지에 비춰서 좌뇌와 우뇌의 인지적 통제 상태를 설명할 수 없다.

프로이트는 '정신이 잠자는 상태'가 존재한다고 주장했고 평생 동안 불규칙하게 발생하는 지극히 개인적인 상황에서 일어나는 '꿈 작업'에 몰두하며 의식에 감지 되지 않은 이미지를 사고 체계와 연결 시키는 연구를 했다.

이러한 정신분석학 적 관점에서 보면 페미니즘도 크게 다르지 않다.

분석을 하는 동안 어떤 카타르시스가 발생하지도 않고 어떤 트라우마도 발견되지 않는다.

오래된 자아를 허물어 버리고 새로운 자아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 역사적 사실과 경험을 기억해 내고 기억을 회복 시켜서 자아 의식에 투영 시켜 보는 과정 그 자체가 정신분석을 하는 방법과 비슷하다.


따라서 페미니즘은 정신분석과 같다.


두 가지 모두 인간 성장의 과정을 분석하며 모든 것이 논리적으로 하나로 연결된다.

나의 할머니, 어머니 그리고 나의 삶이 어떻게 변화했고 발전했는지 명징 하게 보고, 더 정확하게 기억해서 내가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 온전하게 묘사하고 분석하는 동안 비로소 이 사회의 제도와 질서가 여성에게 어떤 차별을 부여하고 동등해야 할 권리와 의무를 짓밟고 있는지 알게 된다.


[여성은 수 세기 동안 남성의 모습을 자연 크기의 두 배로 비춰주는 마법과 근사한 힘을 지닌 확대 경 역할을 해왔습니다. 그 힘이 없었다면 아마 지구는 아직도 늪과 밀림의 상태일 것입니다.

남성이 아침 식사와 저녁 식사에서 최소한 실제 크기의 두 배인 자기 모습을 볼 수 없었다면, 그가 어떻게 계속해서 판결을 내리고 원주민을 문명화 하고 법을 제정하고 책을 집필하며 정장을 차려 입고 연회에서 장광설을 늘어놓을 수 있겠습니까?]

                                                                                     -버지니아 울프


수 세기 동안 문화와 역사의 기록은 곧 남성들이 저지르고 이룩하고 완성한 경험의 기록이었다.

그러니까 여성의 삶을 분석하고 묘사한 것들 모두 남성의 감수성에서 나온 것으로 특히 문학에서 남성이 묘사하고 창조한 여성의 이미지는 거대한 환상의 늪을 꾸준하게 발전시켜 나갔다.

20세기 두 차례 세계 대전으로 여성들이 사회에 전면 나서게 되면서 부터 남성들이 창조하고 기록한 여성의 이미지가 바뀌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이 세상은 '여성성'과 '여자다움'을 강조하고 있다.

그것은 마치 전 우주적 질서 속에서 여성성을 찾는 것과 비슷한 것으로 결국엔 이 지구상에서 여성으로 살아 간다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철학적 명제를 떠올리게 한다.

[즐거움을 위해서 라면 몰라도 위대한 남성작가들에게 도움을 구하러 가봐야 소용 없습니다. 찰스 램, 토머스 브라운, 윌리엄 세커리, 버나드 뉴먼, 로런스 스턴, 찰스 디킨스... 누구도 여성을 도운 적이 없습니다.

여성이 종이에 펜을 대자마자 가장 먼저 깨닫는 것은 자신의 용법에 맞는 일반적인 문장이 전혀 준비되지 않았다는 사실일 것입니다.]

                                                                                                     -버지니아 울프

현대 사회는 숨막힐 정도로 빡빡하다.

우리는 도시 속에 갇혀서 온갖 기술에 둘러 쌓인 채 매일 사회라는 조직 속에서 감정의 죽음을 당하고 있다.

나와 너도 차별 당하고 있고 피해 당하고 있음에도 자연스럽게 이 모든 걸 운명이라고 받아 들이며 체제 안에 제도 속에 순응하며 살고 있다.

어떤 인간의 문제도 편견 없이 다룬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1970년대 초에 페미니즘이 부활하고 난 뒤 몇 년 간 미국 여성들은 워낙 빠르게 승승장구해서 우리 할머니 세대의 삶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정도가 되었다. 워낙 많은 전투에서 승리했고, 워낙 많은 장벽들을 무너뜨리다 보니, 페미니즘을 가장 열심히 반대했던 사람들마저도 여성운동이 일구어 낸 변화들을 뒤집을 수 없다고 생각할 정도다. 하지만 우리는 결승선에 다 와서 정신이 딴 데 팔려 버렸다. 우리는 명백한 흠모자에게서 반짝이는 싸구려 장신구를 받아 내려고 멈춰 서 버렸다. 그 흠모자는 시장이고, 싸구려 장신구는 해방의 언어를 새롭고 강력한 예속의 도구로 사용해 온 상업 문화의 풍료오움이다. 상업 문화에 예속된 미국 여성들은 이제 목숨은 부지하겠지만 너 자신을 잃게 될 것이라는 신탁의 예언을 이행할 위험에 처해 있다.]

                                                                       -수전 팔룬디의 <백래시>중에서


2023년 현 시대를 곰곰이 살펴 보면 어쩔 수 없는 사회 문제에서 발생하는 가정 폭력과 학대, 데이트 폭력, 스토커 범죄 그리고 무차별 살인, 가벼운 처벌로 인한 보복 범죄로 조금씩 제도적 움직임은 일어나고 있지만 법 체계는 여전히 허술하고 어디에도 안전한 곳이 없을 정도로 폭력과 폭언,고발과 고소만이 끊임없이 전개 되고 있다.


[젠더 폭력의 트라우마를 논할 때, 사람들은 그것이 단 한번의 끔찍하고 예외적인 사건이나 관계였던 것처럼 묘사한다. 마치 별안간 물에 빠지기라도 한 것처럼 묘사한다. 하지만 사실은 우리가 평생 물속을 헤엄쳐왔다면 어떨까?]

                                                                                             -리베카 솔닛


그동안 수많은 여성들이 영화에서, 노래에서, 소설에서, 세상에서 살해되었고 지금도 어느 도시의 어떤 가정에서 폭력이 일어나고 있을 것이고 어떤 국가 도시에서 여성은 가문의 이름을 더럽혔다는 이유로 공개 처형이나 돌팔매로 잔인하게 살해 되고 있고 그리고 현재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그리고 하마스가 기습 공격한 이스라엘 땅에서도 살해 되고 있다.

이런 광경을 영상으로 찍어 생중계로 송출하고 있고 어떤 단체에선 잔혹한 방법으로 여성을 구금하고 고문하고 학대하고 살인 하는 극우 단체에게 지지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피해 여성들은 자신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칼을 쥐고 총을 들어야 할까?

“구성적이고 인공적이며, 역사적으로 우연적인 영장류, 사이보그 그리고 여성의 본성을 음미하는 행위는 불가능하지만 너무나 강고한 현실에 처해 있는 우리를, 가능하지만 좀처럼 만날 수 없는 다른 곳(elsewhere)으로 이끌어 줄까?

우리 괴물들은 기존과 다른 의미화의 질서를 밝혀낼 수 있을까?

우리, 사이보그가 되어 지구에서 살아남아 보자!”

-도나 j.해러웨이


여자들은 여전히 사회에서 종속적인 상황에 처해 있다.

새로운 목소리를 내고 새로운 생각과 사고를 도출하기엔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잔혹하지만 태생적인 운명으로 살아야 한다면 세상의 낙원은 영원히 존재 하지 않을 것이다.


'노예제가 노예의 소명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로, 그것은 결코 여자의 소명이 아니다. '


2023년 보부아르의 <제2의 성>을 다시 펼쳐 놓고 내가 누군인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온전하게 깨닫기 위해 끊임없이 읽고 탐색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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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3-10-12 13:0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오 제2의 성에 정말 도전하고싶게 만드는 글입니다. 항상 스콧님 글은 좋아요 말고 땡큐 백만개쯤 날리고싶은데 그건 왜 없을까요? 책은 이미 산 책이라 땡스투를 누를수도 없고... ㅠㅠ

2023-10-12 13: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은하수 2023-10-12 14:14   좋아요 2 | URL
저라도 땡투 남기겠습니다^^
넘 길어 길어 이러며 읽다보니 거의 있는책인데... 전 왜 읽지를 않고 있을까요!
ㅠ.ㅠ

scott 2023-10-12 16:05   좋아요 3 | URL
이 책 첫 장 부터 읽다가는 끝까지 읽지 못합니다.
은하수님의 눈에 들어오는 텍스트 부터 읽고 난 후에 부분 부분 읽다 보면 전체를 통독 하게 됩니다 ^^

2023-10-12 14: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0-12 16: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독서괭 2023-10-12 15:2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헉 그럼 스콧님은 제2의 성을 세번 읽으신 건가요? 이제 네번째? 우와.
아버님도 넘 멋지시네요. 그 시대 쉽지 않았을텐데...
이 글을 이달의 페이퍼로 추천합니다!!

scott 2023-10-12 16:07   좋아요 3 | URL
완독만 세번 !^^
틈틈이 부분 부분 읽는 건 수시로 하고 있습니다.

울 아부지 그리하여 집안에서 눈엣 가시!^ㅎ^

괭님 행복한 오후 시간 보내세요 ^^

책읽는나무 2023-10-12 21: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버지가 사다 놓으신 <제2의 성>이라니 참 인상적입니다.
어머니가 아닌 아버지가 딸의 양육에서 주변 친인척들의 말에서도 신경을 쓰신 대목을 읽으니 스콧 님의 행복했을 것 같은 성장배경이 상상됩니다.
그래서 직장생활에선 좀 많이 당황스러우셨겠어요.
하지만 아버지가 든든한 백그라운드가 되어주셨으니..^^

2023-10-13 10: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희선 2023-10-13 04: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버님이 사다둔 《제2의 성》이었다니... 한번도 아니고 여러 번 보셨군요 이번에 다시 보시다니... 저것만 읽지는 않으시겠습니다 전쟁이 일어난 곳에서는 아이와 여성이 가장 힘들죠 전쟁은 남자가 일으키기도 하는군요 여자 남자 다르기는 해도 사람이라는 건 같은데... scott 님 아버님은 집에서 제사도 빨리 없애다니 대단하시네요 모두가 함께 한다면 모를까 집안 행사 때 음식을 하는 건 거의 여성이겠지요


희선

2023-10-13 10: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감은빛 2023-10-13 12:3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글 정말 좋네요. 저 위에 바람돌이님 말씀처럼 좋아요를 백만개 누르고 싶은데, 방법이 없어 아쉽네요.

scott 2023-10-14 12:49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감은빛님 환절기 건강 잘 챙기세요 ^^

억울한홍합 2023-10-14 08:5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버님 세대에서는 누구나 나서서 하실 수 있는 일이 아니었을텐데 너무 든든한 아버질 두셨어요, 부러워요~~

scott 2023-10-14 12:50   좋아요 2 | URL
그리하여 저희 아부지
가문에서 빌런이 되셨습니다 ㅋㅋㅋ
 

15살 나이에 정규 교육을 박차고 거리로 나가 세상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책을 읽은 로베르토 볼라뇨,박식한 문학적 배경을 몸 속에 체화 시켜 넣고 스스로 문학적 탐정을 자처해서 여러 기법들을 자신의 작품 속에 투영 시켰다.

열렬한 독서광이자 열정적인 시인의 심장을 가졌던 로베르토 볼라뇨는 자신의 주변에 모여 있는 괴짜 문인들을 끌어 모아 온갖 소동을 피우고 다니면서 인프라레알리스모 그룹을 결성한다.

소위 <내장 사실주의자>로 자칭한 로베르토 볼라뇨는 세상의 어떤 권력과도 타협하지 않는 저항과 분노의 불을 품고 작품을 써나갔다.

그가 세상을 놀라게 만들며 그의 작품을 읽은 이들을 중독 시키고 감염 시켜 버린 작품은 다음과 같다.



-아이스링크

볼라뇨의 초기 작품으로 배경은 스페인 어느 해변 휴양지의 여름. 칠레의 작가 겸 사업가와 멕시코 출신 불법 노동자, 그리고 카탈루냐의 공무원 등 세 남자가 차례로 자기 관점에서 이야기를 한다. 아리따운 피겨스케이터, 스케이트장, 한 범죄와 이들의 관계에 대한 세 가지 측면의 각기 다른 이야기가 펼쳐진다.


-살인 창녀들

볼라뇨의 두 번째 단편집으로 총 13편의 이야기 중 일부는 자전적 성격이 매우 강해 작가 자신의 방황과 정신 상태, 또는 다른 칠레 망명자들과 멕시코, 유럽, 아프리카, 인도 등지에서 방황하는 이들의 광기, 절망, 고독, 사랑, 사후 세계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 책에서 볼라뇨가 쓴 시는 폭력을 만나고, 포르노그래피는 종교를 만나고 축구는 흑마술을 만나고 독자들은 그가 남긴 다음 작품을 찾아 다닐 것이다.


-안트베르펜

볼라뇨의 무의식 세계와 비관적 서정성으로 들어가는 비밀스러운 서문을 시작으로 난해 하게 쪼개진 소설로 55편의 짧은 글과 한 편의 후기로 이루어진, 눈부시고 실험적인 문학적 퍼즐이 마치 한 폭의 초현실주의 작품처럼 펼쳐진다.


-참을 수 없는 가우초

볼라뇨가 죽기 직전 완성한 짤막한 글 7편(5개의 단편과 2편의 에세이)이 수록된 이 책 제목과 같이 참을 수 없는 가우초, 불을 뱉는 사람, 비열한 경찰관, 표절 행위, 종교에 관한 이야기와, 스페인어 문학과 용기에 관한 씁쓸할 만큼 아이러니한 생각들이 혼재 되어 작가 자신이 죽어 가고 있다는 사실을 통렬한 언어로 쏟아낸 그가 남긴 문학적 유서다.



-제 3제국

볼라뇨가 1990년대 초에 집필한 소설로, 육필 원고 상태로 발견되어 사후 미국 문예지 파리 리뷰에 실렸다.

이 소설은 악몽으로 변해 버린 한 독일인 작가이자 슈투트가르트 전쟁 게임 챔피언인 우고 베르거는 연인 잉게보르크와 함께 아름다운 코스타브라바 해안으로 여름휴가를 떠나서 그곳에서 수상쩍은 두 남자 엘 로보와 엘 코르데로를 만나면서 예기치 못한 사건이 발생하는 한 가운데에서 <제3제국>이라는 전쟁 게임에 휘말리게 된다.


-부적

1968년의 끔찍한 기억 위로 수많은 시인, 철학자, 화가들에 관한 이야기가 겹쳐지는 시간 여행기로 스스로를 '멕시코 시(詩)의 어머니'라 칭했던 한 보헤미안의 결코 잊을 수 없는 악몽들이  무질서한 기억과 뒤섞여서 휘몰아치듯 종횡무진 이어지는 문장이 절묘하게 녹아든 작품이다.



-먼별

칠레에서 태어나 멕시코에서 청년기를 보냈던 작가 로베르토 볼라뇨는 1973년 살바도르 아옌데의 사회주의 정부가 피노체트의 쿠데타로 인해 전복 되면서 시작된 잔혹한 체제를 목격하며 그 끔찍한 순간에 각자의 방식대로 살아남은 이들의 삶을 추적한다.


-아메리카의 나치문학

백과사전의 형식을 빌어 가상의 아메리카 극우 작가 30명의 삶과 작품 세계를 해설하는 이 작품에 나오는 작가들은 아르헨티나 작가가 8명과 7명의 미국 작가들로 이들은 부르주아 귀부인, 뒷골목 인생, 축구 서포터, 게임 제작자, 흑인 등이 포함된 아리안주의자들이다.

어떤 이는 어린 시절 아돌프 히틀러와 찍은 기념 사진을 간직하기도 하고, 어떤 이는 추근거리는 동성애자 앨런 긴즈버그에게 주먹을 날리기도 한다. 재능을 가진 사람도 몇 명 있었겠지만 대부분은 경찰의 주목도 받지 못한 채 50명이 읽을까 말까 한 시와 소설을 쓰느라 인생을 낭비하고, 죽는다.

이들의 삶을 읽어나간 독자들은 구글링을 통해 실제로 생존했던 실존 인물들을 찾아 나서게 된다.



-지구의 마지막 저녁

시인, 작가, 탐정, 군인, 낙제한 학생, 러시아 여자 육상 선수, 미국의 전직 포르노 배우와 그 외의 수수께끼 같은 인물들이 등장하는 14편의 이야기들은 작가의 젊은 시절의 삶(1부), 폭력(2부), 그리고 여성의 일생(3부)가 각기 다른 단편과 장편으로 이어지면서 볼라뇨만는 자신의 실제 삶을 각각의 이야기 속에 투영 시키면서 전작 <먼 별>에서 처음 등장한 인물과 <야만스러운 탐정들>에서는 주인공들까지 총 동원된다.




-팽선생

1938년 파리. 40세의 피에르 팽은 제1차 세계 대전 참전 군인으로, 최면술을 연구했던 프란츠 안톤 메스머의 제자이지만 현역에서 모두 은퇴하고 조용히 살고 있던 어느 날 한 여인에게 기이한 부탁을 받는다.

그녀는 멈추지 않는 지독한 딸꾹질로 병원에 입원한 친구의 남편인 페루의 유명한 시인 세사르 바예호의 치료를 도와 달라는 부탁을 팽선생에게 하고 그의 인생에 꿈같이 기이한 사건들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칠레의 밤

임종을 앞둔 칠레의 보수적 사제이자 저명한 문학 비평가 세바스티안 우루티아 라크루아가 '늙다리 청년'에게 시달리며 피노체트 치하 칠레에서 보낸 일생을 회고하기 시작한다.

그는 한 때 수수께끼의 그림자 같은 인물로 비평가 페어웰을 문학적 스승으로 삼고 친분을 다지며 문학을 향한 열정을 불사르며 잠시 유럽에 머물다가 성당을 순례한 후 칠레로 돌아온다.

1973년 쿠데타이 발발한 어느 날, 오데임과 오이도라는 정체불명의 두 남자에게 부탁을 받고 피노체트와 그 수하의 몇몇 장군들에게 마르크스주의를 강의한다.

약 10주간의 비밀스런 강의를 마친 우루티아 사제는 미모의 부유한 작가 지망생인 마리아 카날레스의 문학 살롱에 들어가 칠레의 여러 문인들의 현장에 홀딱 빠져버린다.

이 작품은 총 150페이지 분량에 단 두 단락으로 구성되었다.

<칠레의 밤>에는 무수한 인용, 불분명한 문학적 언급, 지적 은유가 넘쳐 흐른다.











-야만스러운 탐정

이 작품은 로베르토 볼라뇨의 이름을 세상에 널리 알리게 만든 작품으로 그의 불멸의 유작인 <2666>과 함께 볼라뇨가 남긴 최고의 작품으로 평가 받고 있다.

2007년도에 미국 주요 문학계와 문예지에서 21세기 최고의 문학 작품 10편에 들어간 작품이다.

온갖 찬사를 받은 이 작품은 볼라뇨가 절친한 마리오 산티아고 파파스키아로와 함께 보냈던 젊은 시절에 관한 이야기를 웃고 즐기며 썼을 정도로 볼라뇨가 신들린듯 타자기를 쳤을 당시에 완성한 작품이다.

우울한 멕시코인 울리세스 리마와 불안한 칠레인 아르투로 벨라노 이 두 남자는 멕시코 시인이자 작가의 가장 친한 친구였던 마리오 산티아고, 그리고 볼라뇨 자신의 분신으로 이야기는 1975년 멕시코시티의 한 젊은 시인의 일기로 시작되어, 그 후 수십 년간 벨라노와 리마가 만났던 3개 대륙 8개 국가 15개 도시에서 40명의 화자의 입을 통해 멕시코 현대사를 피로 물들였던 1970년대 후반의 모습을 파노라마처럼 펼쳐 보인다.

멕시코 틀라텔롤코 학살이 발생했을 당시 볼라뇨 가족은 멕시코로 이민을 왔던 시기로

이 작품의 등장인물 중 한 명인 가르시아 마데로의 일기가 1976년 1월 1일 부터 2월 15일까지 작성되어 이 일기 속에 찍혀 있는 국가들인 스페인, 프랑스, 오스트리아, 이스라엘, 아프리카 전역에 남겨진 살인자들과 추적자들의 흔적을 찾는 여정이 마치 현대판 돈키호테의 모습으로 투영되었다.

20세기말의 저주 받은 라틴아메리카에서 저질러졌던 폭력이 피로 물들인 혁명과 대 학살극으로 이어졌다.

로베르토 볼라뇨는 이 끔찍한 야만의 시대에서 희생 당한 유골들을 한 권의 책 속에 담아 냈고 후에 이 작품은 불멸의 유작 <2666>으로 이어진다.


-2666

이 거대한 책은 흥분과 스릴이 가득한 묵시록적인 백과사전과 같은 초대형 소설로, 1천 페이지가 넘는 분량에 5부에 걸쳐 80년이란 시간과 두 개 대륙, 3백명의 살인자들을 두루 관통한다.

『2666』은 죽음, 사막, 유령 작가들, 실종된 사람들, 문학, 외로움의 이야기이며, 간단히 말해 소설의 신기원이다.

1부 「비평가들」은 유럽의 젊은 학자 네 사람과, 실종된 수수께끼의 독일 작가 베노 폰 아르힘볼디를 찾기 위한 이들의 수색에 관한 풍자로 네 명의 학자는 멕시코 북부의 산타테레사 시까지 오게 된다.

2부 「아말피타노」는 산타테레사의 주민 중 한 사람인 아말피타노라는 칠레 출신 문학 교수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그의 딸 로사의 이야기가 꿈과 섹스가 뒤섞인 기이한 죽음의 묘지들이 아름킴볼디의 번역자를 잠에서 깨어나게 하면서 끝을 맺는다.

3부 「운명」은 뉴욕의 할렘이 무대로 독자들은 운명이라는 의미의 '페이트'란 이름을 가진 미국의 흑인 저널리스트 오스카 페이트를 따라 산타테레사의 지하 세계를 여행하게 된다.


'아무도 이런 살인 사건에 관심을 두지 않아요. 하지만 그 안에는 세상의 비밀이 숨겨져 있어요.'


산타테레사의 교도소에서 들리는 노랫소리를 따라가는 페이트는 꿈을 꾸고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확신 하지 못하고 독자들은 마지막 페이지에서 차츰 <2666>의 최종 종착지를 따라간다.

4부 「범죄」의 무대는 소노라 사막 한 가운데로 드디어 산타 테레사의 젊은 여성들에 대한 수백 건의 미결 살인 사건에 관한 보고서가 시작된다.

이 보고서는 멕시코 북부 시우다드후아레스 시에서 있었던 젊은 여성들의 실종, 강간, 연쇄 살인 사건을 토대로 한 것으로 원서 기준으로 350페이지에 걸쳐서 잔인하게 구타 당하고 강간 당하고 교살 되고 잔혹하게 육신이 난자 된 9세부터 35세 사이의 여자 시체들이 끔찍한 언어로 묘사되어 있다.

이 부분부터 독자들의 눈 앞에 비로소 지옥의 문이 펼쳐지면서 황폐한 벌판과 골짜기 마다 나 뒹구는 시신들은 그동안 어떤 영상이나 작품, 다큐로도 본 적 없이 사실적으로 묘사되었다.

이 시체들의 묘사가 마치 범죄 기록부처럼 상세하게 기록 되었지만 정작 범죄의 형태나 살인 용의자에 대한 흔적은 찾아 볼 수가 없다.

살해 당한 장면은 나오지 않고 살해와 관련된 정황이나 치명적인 사인은 법의학 의사의 부검 소견서에 드러날 뿐이고 사망자의 마지막 모습을 목격한 몇몇 증거와 증인만 존재 한다.

따라서 독자들은 4부까지 읽고 나면 무고한 여성을 향한 폭력과 살인에 어떤 동기도 발견할 수 없고 살인범이 누구인지 알지 못한다.

그저 끔찍하게 죽어 발견된 수 많은 시신 더미와 마주 할 뿐이다.

그래서 마지막 4부를 읽고 나면 숨이 막힐 정도로 죽음, 피의 냄새가 눈 앞에서 진동한다.

이렇게 잔혹하게 살해 당한 여성들 모두 내일을 위한 삶을 위해 더 나은 국가와 안전한 사회에서 살기 위해 공장에서 가축처럼 일하고 맞고 구타 당하고 폭행 당했다.

거대한 기업에서 대규모로 돌리는 공장 기계의 부품 보다 못한 취급을 받은 이들은 가족을 부양하는 동안 아버지, 남편, 오빠, 남동생, 함께 고향을 떠난 이웃 남자들에 의해 학대 당하고 살해 당했다.

마지막 5부 「아르힘볼디」에서는 앞 선 4부와 전혀 다른 문체로 초현실적인 세상이 펼쳐진다.

5부의 서술자는 한스 라이터로 시대 배경은 1920년대 초반 독일 땅으로 악의 출발지점으로 이곳에서 시작된 악이 숲과 바다를 건너 전 유럽으로 퍼져 나가 서서히 현실이 왜곡되고 역사가 변질되어 오묘하게 얽히고 얽힌 미로 같은 통로를 지나 독일 작가 아르힘볼디의 인생 역정이 마침내 밝혀진다.

마지막 <2666>의 책장을 덮고 나면 이 끔찍한 사건을 문학적 언어로 쓴 작가 볼라뇨의 음성이 귓 속에서 울려 퍼진다.

볼라뇨는 평생 동안 악을 추적하며 시를 썼고 공포를 심연의 세계를 그리며 예언을 했다.

그는 내부 고발자 역할을 자처하며 인간의 광기와 권력의 공포, 숱한 범죄 행위로 쌓아 올린 거대한 도시 깊숙한 곳에서 언제 어디서 어떻게 죽임을 당했는지 조차 모르는 사인 불명의 시신들의 핏물을 문학의 언어로 녹여냈다. 이 모든 야만과 폭력의 시대를 전부 작품으로 남겨버리고 50세 나이에 세상을 떠난 볼라뇨는 우리 앞에 펼쳐지게 될 사악함과 불행들, 질병과 거대한 환경재앙을 예언한 예언가다.이 모든 야만과 폭력의 시대를 전부 작품으로 남겨버리고 50세 나이에 세상을 떠난 볼라뇨는 우리 앞에 펼쳐지게 될 사악함과 불행들, 질병과 거대한 환경재앙을 예언한 예언가다.이 모든 야만과 폭력의 시대를 전부 작품으로 남겨버리고 50세 나이에 세상을 떠난 볼라뇨는 우리 앞에 펼쳐지게 될 사악함과 불행들, 질병과 거대한 환경재앙을 예언한 예언가다.이 모든 야만과 폭력의 시대를 전부 작품으로 남겨버리고 50세 나이에 세상을 떠난 볼라뇨는 우리 앞에 펼쳐지게 될 사악함과 불행들, 질병과 거대한 환경 재앙을 예언한 예언가다.

<2666>을 읽는다는 건 마치 단테가 세상에 남긴 저주받은 <지옥> 세상 속으로 들어 가는 것이고 <2666>을 펼쳐 든 독자들에게 볼라뇨는 악의 구렁텅이 속에서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살육 당한 시신들의 유골을 만지게 된다.

이토록 읽고 나면 몸도 정신도 괴로워지는 책을 왜 전세계에서 칭송 하며 볼라뇨를 읽은 이들 모두 볼라뇨의 언어에 중독되고 감염 되 버릴까?

<2666>은 아무것도 지시하거나 계시 하지 않는 묵시록으로 영겁의 시간 속에서 자행 된 폭력이 지금까지 지칠 줄 모르게 자행 되고 있음을 증명한다.

당신의 인생이 책과 나란히 앞으로 나아갈 때.

차이는 사라질 것이며,

당신이 삶을 사는 것인지 아니면 책을 읽는 것인지를

당신은 망각하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나, 나는 내 인생을 살면서

인생을 채 읽기도 전에 그것을 묘사한다는 감정이 들었다.

-로베트토 볼라뇨(1953-2003)

'야만의 탐정'에서 술이 떨어진 걸 안 청년이 새 술을 사러 밖을 나서자 집주인이자 시를 더 이상 쓰지 않은 시인은 청년에게 이렇게 말한다.

[나는 구가 나가기 전에 길을 알려 주었다. 레푸블리카 데 베네수엘라 가를 따라 브라질 가까지 가서 오른쪽으로 돌아 온두라스 가 산타카타니라 광장까지 가고 그곳에서 왼쪽으로 꺾어 칠레 가까지 간 뒤 다시 오른쪽으로 꺾어 라 구니야 시장 방향을 가다 보면 보도 왼편에 있는 바 라 게레렌세를 발견할 거라고...]

세계에서 가장 혼잡한 도시이자, 엄청난 인구가 이동하고 있는 멕시코의 수도 멕시코시티에는 라틴어를 사용하는 거의 모든 나라의 도로명이 각 구역마다 이름이 붙어 있다.

따라서 멕시코시티 거리를 지나다 보면 칠레의 한 거리, 브라질의 한 거리, 페루의 한 거리, 아르헨티나의 한 거리를 전부 만날 수 있다.


볼라뇨가 남긴 작품은 첫 시작 부터 마지막까지 끝이 보이지 않는 여정의 길 위에 인간의 광기와 권력의 공포를 어떤 국가나 사회에서도 지켜주거나 보호해주거나 막아내지 못하는 현실을 발견하게 된다.


문학의 여정은 오디세우스의 여행처럼 결코 귀환의 가능성이 없는 길로 볼라뇨가 남긴 작품의 여정에 올라탄 세상의 모든 독자들은 불편한 모험을 감수하며 악의 근원과 뿌리를 추적하는 탐험가들이 될 것이다.


'잃어버린 것들, 돌이킬 수 없이 영영 잃어버린 것들 중 내가 되찾고 싶은 것은 오직 내 글이 갖는 매일매일의 유용성, 내 육신의 힘이 다했을 때 머리카락을 잡아 나를 일으켜줄 수 있는 문장들 뿐... 인간적인 동시에 신적인 나의 글이 용기를 얻기 위해 북유럽의 어느 다리 위에서 읊조린 레오파르디의 시구 같으면....'

                                                                                         -로베르토 볼라뇨




문학의 여정은 오디세우스의 여행처럼 결코 귀환의 가능성이 없는 길로 볼라뇨가 남긴 작품의 여정에 올라탄 세상의 모든 독자들은 불편한 모험을 감수하며 악의 근원과 뿌리를 추적하는 탐험가들이 될 것이다.

'잃어버린 것들, 돌이킬 수 없이 영영 잃어버린 것들 중 내가 되찾고 싶은 것은 오직 내 글이 갖는 매일매일의 유용성, 내 육신의 힘이 다했을 때 머리카락을 잡아 나를 일으켜줄 수 있는 문장들 뿐...

인간적인 동시에 신적인 나의 글이 용기를 얻기 위해 북유럽의 어느 다리 위에서 읊조린 레오파르디의 시구 같으면....'

-로베르토 볼라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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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고 2023-09-28 00: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칠레의 밤˝ 읽다만 상태로 수년째 책장에서 잠재우고 있는데 스콧님 이 글 보고 생각났어요ㅋㅋㅋㅋ조만간 깨워줘야 겠습니다🤣

2023-09-28 00: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9-28 00: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9-28 00: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scott 2023-09-28 00: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피씨에서는 멀쩡한데 폰에서와 북플에서는 글자와 문장들이 무한 복제되어 버렸다.
알라딘 기능은 퇴보 하고 있구낭 ㅋㅋㅋ

희선 2023-09-28 01: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로베르토 볼라뇨 《2666》 합본판 북펀딩이 있던데 죽은 지 스무해가 돼서 그런가 봅니다 벌써 스무해가 되다니... 다른 사람도 그렇지만 로베르토 볼라뇨 책 하나도 못 봤네요 《2666》은 읽기 힘든 게 많기도 하군요 누가 왜 죽였는지도 모를 죽음이 나오고 어떤 모습인지 나온다니... 그 나라에서 일어나는 일을 생각하고 쓴 거기도 하겠습니다

scott 님 명절 연휴 즐겁게 편안하게 보내세요 명절 즐겁게 쇠세요


희선

2023-09-28 10: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호시우행 2023-09-28 02: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로베르토 볼라뇨에 대해 많은 걸 알 수 있었어요. 제가 소설은 그리 많이 읽지 않는 편이라서 감사했어요.

scott 2023-09-28 10:30   좋아요 0 | URL
지금 제가 올린 글이 피씨와 스마트 폰 그리고 북플로 볼 때 다릅니다.

피씨에서는 제가 처음 쓴 데로 적혀 있는데
폰으로 접속하거나
북플 앱으로 보면 문단 마다 동일하게 겹쳐지네요

저도 제 독서 범위에서 소설이 차지 하는 비율은 오십퍼센트를 넘지 않지만
볼라뇨가 남긴 작품은 21세기에 출간된 여러 소설과 수준이 다릅니다
호시우행님에게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추석 연휴 가족과 행복한 시간 보내세요 ^^

새파랑 2023-09-28 10: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볼라뇨의 책이 엄청 많네요. 저 아직 안읽어봤는데.(표지가 무서워서...)

이번에 한번 읽어봐야 겠습니다~!

볼라뇨도 스콧님처럼 엄청난 독서광이었군요~!!

scott 2023-09-28 11:18   좋아요 2 | URL
광활점맏 볼라뇨 책 한 권을 꼭 있을 겁니다
제 독서량은 볼라뇨에 비하면
콩알 크기 ㅋㅋㅋ

coolcat329 2023-09-28 16: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스캇님 오랜만에 댓글 씁니다.😅
볼라뇨 저도 책은 있지만 한 권도 안 읽어봤어요. 지금 <2666>펀딩도 하던데 꾹 참았어요.
조만간 칠레의 밤을 읽어보렵니다..

2023-09-28 18: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coolcat329 2023-09-29 06:54   좋아요 1 | URL
아! 유용한 팁 감사합니다.
2666일 대여라니 멋지네요. 근데 이북은 리더기가 있는 게 편하죠?
볼라뇨가 정말 대단한 작가군요.
분권으로 사거나 이북으로 살게요~^^
 


“우리 삶이 얼마나 무력한지, 그리고 얼마나 많은 일상적이고 자연스러운 암초에 노출되어 있는지를 생각한다면 인생의 너무 큰 몫을 출생이며 빈둥거리기, 수련 과정 따위에 할애해서는 안 될 것이다.'

                                                                              -몽테뉴의 <에세> 중에서


연이어 터지는 흉폭한 사건과 묻지마 사건으로 세상의 모든 것에 대한 불신과 불안이 치솟고 있다.

일상의 모든 순간이 행복과 기쁨 그리고 행운만 깃들 수 없지만 대한민국의 법과 제도로 국민의 안전과 생명이 보호 받지 못한다는 것이 현재 2023년의 우리 사회의 민낯이다.


[삶의 가르침이 되는 말은 어릴 때 부모님의 집에서 배웠다. 모두 엄격한 지혜였지만, 오래된 가재도구처럼 아름답고 단순할 뿐이었다. 그런 걸로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런 경구는 항상 문장 하나로 표현되었고, 곧 마침표가 찍혔기 때문이다.]

                                              -로베르트 무질의 <특성 없는 남자> 중에서

학교에서는 폭력과 욕설이 난무 하고 부모는 서로를 견제하고 헐뜯는 경쟁심으로 충만해서 10살 영재에게 근거 없는 비방과 협박 메일을 보내고 있다.

상처와 충격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것 같지만 마음 속 한 구석엔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상흔을 남겨서 언제 어느 순간에 불쑥 튀어 나올지 모른다.

마치 주기적으로 감정의 높낮이가 오르락 내리락 하듯 하나의 상처와 폭행, 폭언으로 받은 상처가 어제는 견딜 만 했지만 오늘은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어떤 보상과 위로로도 완전하게 치유 되지 않는다.

산다는 게 이토록 힘이 든다는 건 인간의 운명인 것인가?

인간의 삶에 밀물과 썰물이 있다면 밀려 오고 쓸려 내려가는 시기와 간격의 고리에서 잠시 멈춤이라는 건 할 수 없는 것일까?


[우리는 속도에 얽매여 산다. 밤낮으로 빠르게 달리고, 다른 모든 일도 빠르게 처리한다. 그런데도 우리는 마치 우리를 둘러싼 네 벽이 고정돼 있는 것처럼 면도하고 밥 먹고 사랑하고 독서하고 업무를 본다. 섬뜩한 것은 우리가 그것을 눈치채지 못하지만 그 벽들이 움직이고, 어디로 향하는지는 모르지만 길고 굽은 더듬이처럼 벽의 레일이 계속 생겨난다는 사실이다.]

                                                    -로베르트 무질의 <특성 없는 남자> 중에서


태어난 지 두 달 만에 죽은 딸,테니스 공에 맞아 즉사한 남동생, 세상에 둘도 없던 친구 라 보에시의 사망, 신장 결석증을 앓다 피를 쏟아 내고 세상을 떠난 아버지....

가까운 이들의 죽음을 두 눈으로 목격했던 미셸 에켐 드 몽테뉴(1533-1592)는 38살이 되던 해 “남아 있는 삶이나마... 누구의 방해도 없이 지내다 죽겠노라' 다짐하고 조상 대대로 살았던 고향 프랑스 서남부의 페리고르로 귀향한다.

귀향 한 성 밖 너머 수시로 출몰하는 전쟁의 피 냄새가 끓어 올랐던 시기에 몽테뉴는 지름이 16보, 둘레가 50본 정도인 서재에서 칩거하며 1천 권 남짓의 책을 읽으며 종당 천장에 새겨 놓은 로마시인 루크레티우스의 시구를 지우고 이런 경구를 새겨 넣었다.


' 더 오래 살아도 새롭게 얻을 낙은 없다!'

-몽테뉴


그가 이 시기에 써낸 『에세』는 근대 시대로 넘어가 마르셀 프루스트, 로베르트 무질, 제임스 조이스, 버지니아 울프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며 <에세이>라는 장르를 탄생 시키며 내가 나를 쓴 최초의 철학적 사유의 글은 인간의 내적 삶이 결정적인 사유를 통해 추출해낸 단 하나의 변할 수 없는 형식이 되었다.



[처음부터 나는 글쓰기를 가르치는 일이란 곧 작가를 움직이는 동력이 무엇인지 또렷이 보일 때까지 계속 읽는 법을 가르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어떤 글을 읽을 때 우리는 이렇게 물을 것이다. 여기서 작가의 뇌리를 사로잡고 있는 더 큰 생각은 무엇일까? 진정한 경험은? 진짜 주제는? 내게 중요한 것은 답을 찾을 수 있느냐가 아니라 이런 질문을 던질 수 있느냐 하는 것이었다.]

                                                         -비비언 고닉의'상황과 이야기' 중에서


나는 매일 글을 쓰면서 세상을 탐구 하며 내 안의 나를 다양한 각도로 살펴 보고 있다.

글을 쓰는 동안에는 사회와 가정에서 소비 되고 허비 되고 끌려 다니는 '내가' 아닌 주체적인 '내가' 된다.

1월 12일부터 투비에 매일 글을 쓰고 있으니 나역시 몽테뉴, 비비언 고닉처럼 에세이를 쓰고 있는 것이다.

https://tobe.aladin.co.kr/t/scott


[문학의 미래는 단지 책장에 책 몇 권을 덧붙이거나 위대한 여성 작가나 호메로스를 꼼꼼히 읽고 세련된 사람이 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일에 관한 것이다. 나는 복수의 목소리와 복수의 관점을 담은 복잡한 소설들을 체험하는 것, 고통 받고 축하하고, 여행을 떠났다가 집에 돌아오거나, 그저 방안에서 깊은 생각에 잠기고, 친절하거나 잔인한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소설들을 체험하는 것을 통해, 이 상상의 인간들은 실제의 타자들과의 관계 속에서 우리를 다른 곳으로 옮겨주고 또 그럴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낯선 것이 친숙해진다. 소설 읽기는 우리 정치적 불행에 대한 해결책이 아니다. 그 문제라면, 조직화, 적극적 저항, 더 강경한 수사가 요구된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이야기들이, 좋은 이야기들이 필요하다.]

                                             -시리 허스트베트의 어머니의 기원 중에서

한국에서 알랭 보통의 에세이들이 날개 돋치게 팔리는 동안 나는 뉴욕에서 시리 허스트베트가 진행하는 팟캐스트를 들으며 그녀가 쓴 책들 기고한 에세이들을 모조리 찾아 읽었다.

그 시기에 뉴욕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묻지마 폭행과 범죄가 날마다 실시간으로 발생했고 대낮에 거리에서 아시아계들이 흑인, 히스패닉 부랑자들에게 피가 터지게 폭행을 당했던 시기였다.

다민족 국가로 이방인과 이민자들, 불법 체류자들로 넘쳐 나는 미국 뉴욕은 그야말로 아시아계들에게는 정글 같은 곳이여서 그곳에서 아시아계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건 매일 아침 문 밖을 나설 때 마다 목숨을 걸어야 할 정도로 어디에서든 안심할 수 없는 곳이다.

'여성은 성적 대상이 아니다.'라는 표어를 크게 적은 피켓을 들고 행진을 해도 아시아계 여성들의 인권 보호는 지켜지지 않는 곳이 뉴욕이다.


그 시기에 시리 허스트베트는 '여자가 성적 대상이면 남성도 성적 대상이다'라며 남성들이 품고 있는 성적 감성을 문장으로 낱낱이 해부 하는 기고 글을 썼다.

미국의 페미니즘은 2016년에 터져 나온 미투 사건 이전에 청교도적인 사고가 깊이 자리 잡은 곳이였다.


'성적 자유와 에로티시즘은 동일하지 않다'고 주장한 시리 허스트베트는 법적으로 해석되지 못하는 '성차별'의 문제, 여성의 인권에 대해 심리학적 사유와 과학적인 사고 방식으로 분석했다.

시리 허스트베트의 글은 인간의 기억과 상실, 차별과 혐오, 모성, 이민자들의 현실을 예술적인 언어로 문학·신경과학·정신분석·예술·사회 분야를 넘나들며 여성성과 남성성이 모두 뒤섞여 있는 독특한 매력으로 넘쳐 난다.

그녀의 글이 기고 되고 책으로 출간 될 때마다 찾아 읽고 구매하는 이유는 세상을 집요하게 분석하고 파헤치는 작가 이기 때문이다.

흔히들 유명 작가들이 펴낸 에세이 집에는 자기만의 이야기, 자기 만의 세상에 대한 글들로 채워져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점점 좁혀져서 실시간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이들의 세상을 손 안에 폰으로 볼 수 있음에도 세상을 이해하고 분석하고 바라보는 시각은 점점 편협해져서 거짓과 진실에 대한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


미국 2세대 페미니스트인 80대 비비언 고닉은 여전히 길을 걸으며 세상을 관찰하고 분석하며 어떤 비난에도 굴하지 않고 맞서며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70세를 앞둔 1955년생 시리 허스트베트도 사회에 고착된 죽은 언어, 여성 혐오, 차별,폭력, 폭언에 대해 맞서 싸우며 상투적인 언어가 아닌 논리와 설득의 아우라를 휘감고 오래고 영예로운 싸움의 선봉장에 서 있다.



불안한 시기에 두 권의 뛰어난 작가들의 책이 펀딩 되고 있다.

이미 나는 두 권을 읽었지만 모두 어려운 시기에 훌륭한 양서가 세상에 널리 읽혀지는 바램으로 펀딩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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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고 2023-08-21 06: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시리 허스트베트 글 좋네요 저는 한권도 안 읽었는데ㅜㅜ 스콧님 소개 보고 읽어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아 근데 이 분 남편이 폴 오스터군요ㅎㅎㅎ

2023-08-21 09: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호시우행 2023-08-21 07: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소개 감사합니다.

scott 2023-08-21 09:56   좋아요 0 | URL
오늘도 무덥네요
호시우행님 한 주 시작 시원하게 ^^

건수하 2023-08-21 09: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시리 허스트베트 전에 어딘가에서 보고 (스콧님이 언급하셨을까요) 이름이 어렵다고 생각하고서는 잊어버렸는데 오늘 이 글을 보니 급 관심이 생겨서 읽어보려고 합니다. (아마도 요즘의 난무하는 범죄 때문인 것 같아요) 소개 감사합니다.

scott 2023-08-21 09:56   좋아요 1 | URL
네, 전에 제가 언급 했습니다

좋은 책 어려운 시기에 출간 결정한 출판사 칭찬하고 싶어서 올렸네요 ^^

희선 2023-08-22 00: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scott 님은 벌써 읽으신 책이 한국말로 나오는군요 그런 거 보면 반갑겠습니다 요새 일어나는 일이 그리 좋지 않지만... 한국도 좀 멈춰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경제만 많이 생각했잖아요 한동안 저녁이 있는 삶을 살자 했지만 정말 그렇게 산 사람이 얼마나 될지... 세상은 이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그저 겉만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희선

2023-08-22 10: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억울한홍합 2023-08-27 19: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인생에는 밀물과 썰물이 있다‘에서부터 읽고 싶어집니다~~

scott 2023-08-27 20:59   좋아요 0 | URL
홍합님 9월 도서로 강추 ^^

어쩌다냥장판 2023-12-29 16: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특성 없는 남자의 리뷰를 보다가 리뷰 쓰신걸 늦게야 봤어요 에세는 추천해주셔서 구입해선 교훈서처럼 읽고 있어요 듣는걸로는 아까워서 눈으로 봐야할 책이라.. 역시나 여러책들 장바구니에 담아둡니다 소중하고 상세한 리뷰 늘 감사합니다
 

미국의 주요 아이비리그 대학의 창작 수업이 대략 90여개 정도로 1학년 생들의 필수 과목인 기초 라이팅 수업을 들으면 2학년으로 올라 가서는  각종 연구 보고서 쓰는 법, 기업 지원 이력서 작성법, 신문, 잡지 기사 작성법, 각종 메뉴얼 쓰기 수업까지  세부적이면서  전문적인 글쓰기 훈련을 집중적으로 배울 수 있다.

 각 대학 마다 분야 별 전문가 급 실무진 교수들과 초빙 강사들에게 수업 진행을 맡기는데 이들 대부분은 주요 문학상을 수상한 이력을 갖춘 작가들, 언론계 종사자들, 유명 저널리스트, 방송 진행자들로 일단 이들의 이름으로 개설된   수업은 단연 학생들에게 인기다.

특히 프린스턴 대학은 시러큐스 대학 재학 시절 부터 타고난 글쟁이로 이름을 날리며 세계적인 작가가 된 조이스 캐롤 오츠가 학부생을 대상으로 한 창작 수업을 시작 하면서 여러 명의 유명 작가들을 배출 했다.

그 중 한 명인 조너선 사프런 포어는 조이스 캐롤 오츠가 강력 추천해서 첫 장편 <모든 것이 밝혀졌다> 출간과 함께 그가 출간하는 작품들이 전 세계로 번역 출간 되었고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현재 조너선 샤프런 포어도 자신의 모교 프린스턴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고 퓰리처 상을 수상한 줌파 라히리는 코로나 발발 시기에 문예창작 학부(루이스 센터 아트스쿨) 학과장이 되었다.

현재 프린스턴 대학은 중국계 작가 이윤 리까지 영입해서 막강한 교수진을 구성했다.

미국 대학 역사에서 가장 먼저 창작 클래스를 설립해서 창작 워크샵을 시작한 아이오와 대학은 100년이 훌쩍 넘는 기간 동안 이곳 창작 교육 프로그램을 거쳐간 작가들 중 상당수가 세계적인 작가가 되었다.

중국계 이윤 리 작가도 이곳에서 글쓰기 수업을 받으면서 썼던 단편이 '뉴요커'에 실리면서 작가 생활을 시작했다.


미국 대학들이 글쓰기 수업에 막대한 투자를 하는 이유는 '쓰기'는 생각의 힘을 길러주는 최고의 도구이자 자신의 생각을 완성 할 수 있는  최고의 지침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요 아이비리그 대학들은 문예창작을 석사(MFA in Creative Writing) 과정으로  개설해서 '글쓰기'를 전문적으로 집중 교육하고 있다. 

글쓰기  수업에서 가장 강조하고 중점을 두는 건 어떻게 쓰는 법이 아닌 어떻게 읽고 분석해서 단어들을 문장의 어떤 매커니즘으로 연결 시켜 나가는지를  중점으로 세세하게 분석하는 글쓰기 훈련을 한다.

여러 인물들의 인과 관계를 엮어서 스토리의 구조를 짜려면 각각의 이야기에 맞는 배경지식을 알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창작 수업에서는 어떤 수업 보다도 집중적으로 '읽기'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프린스턴 대학에서 철학을 선택한 조너선 사프란 포어가 그저 재미있을 것 같아 선택했던 창작 수업에서 조이스 캐롤 오츠는 학생들을 돌아가면서 지목한 후 각자의 이야기를 큰 소리로 이야기 해보는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했다고 한다.

조이스 캐롤 오츠가 이런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했던 이유는 단어들이 특정 단어들과 만났을 때 어떤 음조와 음률로 이어지는지 스스로 써 놓고 알지 못하기에 제 3자인 다른 이들이 듣고 어떤 이야기로 받아 들이는지, 스토리의 구조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파악해서 첨삭 조언을 하기 위해서 였다.

조너선은 이 과정을 여러 차례 하는 동안 처음에는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지껄였다가 수업 마지막에는 제대로 된 이야기를 써 보겠다고 작정하고 종이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기말 시험으로 제출한 그의 이야기에 캐롤 오츠는 흥미롭다며 다음 이야기를 써보라고 격려했고 그 결과 그는 세계적인 작가가 되었다.

아마도 조너선은 수업 내내 이야기가 작동하는 방식을 학습해 나가면서 결국엔 스토리의 구조 속에 담긴 특정 사건과 인물의 시작과 끝 맺음을 어떻게 다듬어 나가는지 배웠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이들에게 이렇게 단기간 안에 글쓰기를 학습하고 훈련해서 누구에게나 읽혀지는 완성된 이야기를 뚝딱 창작 하기 힘들고 어떤 수업을 들었어도 글쓰기에 진전이 없을지도 모른다.

여기, 또 다른 한 명의 창작 클래스를 이끌고 있는 작가가 있다.


<바르도의 링컨>으로 맨부커상을 수상한 작가 조지 손더스(George Saunders1958-)는 미 대학 문예 창작 학부에서 가장 유명한 학교 중에 하나인 시러큐스 대학에서 글쓰기 수업을 이끌고 있다.

그는 장편 <바르도의 링컨>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기 전  오 헨리 단편상을 수상하며 단편을 잘 쓰는 작가로 알려져 있었다.

시러큐스 대학의 창작 학부는  단  여섯 명의 신입생만 받기 때문에 이곳의 입학 관문을 뚫고 들어간 학생들은 이미 전문 작가의 궤도에 올랐을 정도로 미국 내 각종 글쓰기 대회에 이름을 수차례 올렸던 이들이다.(입학 평균 경쟁률이 7-800:1 정도라고 함)

이들은 입학과 함께 교수진들과 1;1 수업을 받으며 매 학기 마다 제출하는 과제물이 주요 문예지에 실리거나 문학상 수상 후보에 올라 갈 수 있을 정도로  강도 높은 글쓰기 훈련을 한다.

조지 손더스는 20여 년 동안 자신의 창작 수업에서 19세기 러시아 단편 소설을 중심으로 가르쳤는데 그 중심에는 <안톤 체홉>의 작품들로 기타 작가들 중에는 투르게네프, 톨스토이, 고골 뿐이다.

조지 손더스 뿐 만 아니라 미국의 거의 모든 대학의 창작 클래스에서 안톤 체홉의 주요 단편들은 항상 교재로 쓰이고 있다.

조지 손더스가 선택한 러시아 단편들의 공통점은 단순하면서 명료한 언어로 구성된 이야기로 가장 기본적인 글쓰기 형식이 이 단편들 속에 모두 들어 있다.

안톤 체홉의 대부분의 단편들은 대단한 사건이나 인물이 나오지 않고 역사적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영웅의 대서사시도 없다.

별 볼일 없는 인물들, 우리 주변에서 한 번 쯤 스쳐 지나갔던 이들의 모습에서 선한 삶을 살거나 그렇지 못한 인간들의 모습 속에서 참된 인간애를 느끼게 만드는 이야기의 힘이 담겨져 있다.

조지 손더스는 여기, 이 책에서' 19세기 러시아 단편 소설을 읽는 것은 '마치 젊은 작곡가가 바흐를 공부 하는 것과 비슷하다.'라고 언급하며 책 전반에 걸쳐 읽는 방식, 즉 우리 자신의 읽기를 지켜 보고 어떤 이야기를 통해 세상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생각 해볼 기회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 한다.


그가 글을 쓰고 싶어서 이 책을 펼친 독자들을 위해 선택한 작품들은

-마차에서(안톤 체홉)

-기수들(이반 투르게네프)

-사랑스러운 사람(안톤 체홉)

-주인과 하인(레프 톨스토이)

-코(니콜라이 고골)

-구스베리(안톤 체홉)

-단지 알료샤(레프 톨스토이)


총 7개 단편들을 통해 각자 읽기 상태를 점검하고 저자가 던지는 질문에 대한 답을 에세이 형식으로 써보기를 제안한다.

우리가 어떤 이야기를 읽거나 들었을 때 그 이야기를 통해서 어떤 느낌, 즉, 무엇 때문에 끝까지 읽게 되었는지 어떤 내용에서 마음이 움직였는지 글로 써봐야 각각의 단편 전체 구조를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작가 손더스는 문학적 언어가 아닌 가장 기본적인 방법으로 서술 하면서 특정 이야기에서 저항심이나 혼란을 느꼈거나 짜증을 불러 일으켰던 것 까지 모조리 써본 후 도대체 이 이야기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 차분하게 생각해 보는 법을 시도 해 볼 것을 조언한다.


그는 첫 번째 스토리 안톤 체홉의 <마차에서>를 한 장씩 보여 주면서 각각의 이야기 속에서 독자들이 무엇에 중점을 두고 한 문장에서 다음 문장으로 이어질 때 중심 인물의 감정의 선을 자르고 붙이며 시 공간을 뛰어넘는 작업을 한다.

맨 마지막 전체 스토리를 단 한 줄로 만드는 작업을 하는데 이 방식은 실제 시러큐스 대학 수업에서 훈련 하는 방식과 똑같다고 한다.


우선, 손더스는 독자들이 작품을 읽고, 어떤 부분에서 주인공이 무엇을 했는지, 이전 스토리에서 알아 차리지 못했던 그 무엇을 알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 다음에는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단계 별로 읽기 작업을 시도한 후 이런 질문을 던진다.


  1. 책장에서 눈을 들고 지금까지 알게 된 것을 요약하라. 한두 문장으로 해보라.

  2. 무엇에 호기심을 느끼는가?

  3. 이야기가 어디로 간다고 생각하는가?

그리고 맨 마지막 질문은 다음과 같다.


-당신이 작가라면 다음에 어떻게 하겠는가?

-한 사람의 독자로서 당신은 다른 무엇을 알고 싶은가?


우리는 쓰기가 아닌 읽기의 독자의 시선으로 각각의 이야기를 분석 할 때 테마-플롯-인물 발전-구조 같은 용어를 사용 하지 않는다.

쓰기를 할 때도 이런 용어에 집착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일단 글을 쓰게 되면 설득력 있는 이야기, 읽고 싶은 이야기를 쓰려면 서사 구조를 제대로 구축할 수 있어야 한다.

시러큐스 대학의 창작 워크샵 프로그램에서 소설 쓰기 방식은 일주일에 한 번 씩 학생 여섯 명이 서로 두 명씩 팀을 짜서 각자 쓴 작품을 읽고 토론 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이런 수업 방식은 다른 대학에서도 똑같은 방식으로 진행 되는데 다른 사람이 쓴 글을 읽고 분석하고 토론하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교정을 한 후 , 담당 교수가 논평을 하는 걸로 마무리한다.

콜로라도 광업 대학에서 공학을 전공한 후 건설 현장에서 뛰어 다니다가 뒤늦게 글쓰기를 시작한 조지 손더스는 전형적인 글쓰기 수업 방식과는 다른 방법으로 학생들을 자극한다.

별것 아닌 사건이 발생하는 지점의 문단을 뽑아내서 거기서 추출해 낸 특정 단어로 하나의 이야기를 완성하는 동안 학생들, 또는 독자들이  위대한 작가의 불멸의 작품에서 버려도 되는 부분을 가져다 완전히 다른 이야기로 완성해서 자신만의 글쓰기 스타일로 발전 시켜 나가게 이끈다.

이런 과정 속에서 이야기를 쓰는 동안 19세기 러시아 농노 사회가 아닌 21세기 현대 사회의 노동자들의 삶으로 깊숙이 개입해서 나날이 축적 되고 있는 고통, 삶의 고단함, 과거 속의 그들의 삶을 역 추적해 볼 수 있다.


[그들은 아침 8시 반에 읍내에서 마차를 몰고 나왔다. 포장도로는 말랐고 찬란한 4월의 태양이 온기를 뿌렸지만 도랑과 숲에는 여전히 눈이 있었다. 겨울, 악하고 어둡고 긴 겨울은 바로 얼마 전에야 끝났고 갑자기 봄이 왔지만, 온기도, 봄의 숨에 따뜻해진 나른하고 투명한 숲도, 호수처럼 물이 괸 들판의 거대한 웅덩이들 위를 나는 검은 새 떼도, 다른 사람이라면 너무 좋아 뛰어들 것만 같은 이 경이롭고 가없이 깊은 하늘도, 마차에 앉은 마리야 바실리예브나에게는 전혀 새롭지도 흥미롭지도 않았다. 그녀는 학교에서 13년을 가르쳤고 그 세월 내내 급여를 받으러 수도 없이 읍내에 다녀왔다. 지금 같은 봄이건 비 오는 가을 저녁이건 겨울이건 그녀가 늘 변함없이 갈망하는 것은 가능한 한 빨리 목적지에 닿는 것 뿐이었다. 이 지역에서 오래, 아주 오랫동안, 100년 동안 살아온 것 같았고 읍내에서 학교까지 가는 길의 모드 돌멩이, 모든 나무를 아는 느낌이었다. 여기에 그녀의 과거와 그녀의 현재가 있었으며, 그녀는 학교, 읍내까지 왕복 하는 길, 다시 학교, 다시 길 외에 다른 미래를 상상 할 수 없었다.]

-안톤 체홉의 <마차> 첫 페이지


이야기의 첫 시작에서 몇 가지 핵심 적인 인물의 상황과 심리를 알 수 있지만 앞으로 어떤 이야기로 흘러 갈 지 아직 예측하지 못한다.

손더스는 이 작품 <마차>를 읽고, 쓰는 창작 수업에서 주요 인물의 성격을 완전히 바꾸어 버리면 어떤 결말로 완성 할 수 있는지 창작 해보거나 체홉이 시도 하지 않았던 극적인 사건을 추가 해서 완성한 작품을 함께 읽으면서 어떤 스토리로 재 탄생 시킬 수 있는지 시도 하는 동안 완전하지 않은 이야기, 핵심 요소를 빼버린 이야기, 부분 부분, 싹둑 싹둑, 삭제하고 잘라 버린 이야기를 어떻게 완성된 구조로 만들어가는지 해체하는 작업에 중점을 둔다.

단편의 마법사, 안톤 체홉은 '저기 기차가 온다.'라는 첫 문장을 시작으로 철도 건너 편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일상에서 특정 시간대에 발생 했던 사건을 중심으로 사소한 요소들을 배치 하고 기차가 달릴 때 창문 너머 보이는 십자가가 보이는 교회의 불빛으로 하나의 이야기로 완성한다.

여기엔 어떤 극적인 사건도 없고, 엄청난 슬픔도 없고 어떤 뚜렷한 행복도 보이지 않는다.

그저 꿈처럼 흐릿하고 모호하게 드러나는 유년 시절의 모습, 현재의 삶 속에서 한 때 행복 했던 가정, 사랑 받았던 순간이 언뜻 언뜻 스쳐 지나가다 결국엔 어떤 일도 일어 나지 않은 채 누군가가 기억하는 어떤 인물의 삶의 흔적만 남겨질 뿐이다.

여기서 손더스는 이런 논평을 한다.


[우리 자신이 아무것도 아닌 존재이고 늘 아무것도 아닌 존재 였다고 느낀다면 그것도 하나의 이야기다. 하지만 우리가 아무것도 아니라고 느끼다가 어떤 기적적인 순간에 한때 우리도 무언가였다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그것은 더 행복한 이야기 일까 아니면 더 슬픈 이야기 일까?]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 작가를 지망하는 이들 대부분 현재 내가 구상하고 쓰고 있는 글감이 과연 누군가에게 읽혀지는 이야기가 될까?라는 의문을 갖고 있다.

각자 자신의 삶을 이야기로 쓰고 싶은 이들도 과연 내 인생이 이야기로 쓸 수 있는 인생인지 , 이런 글감도 이야기가 될 수 있는지라는 생각과 고민을 하는 이들이 아주 많을 것이다.

읽혀지는 이야기, 많은 이들의 공감을 갖는 이야기의 가장 큰 특징은 우리가 그 이야기 속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에서 각자 자신들의 모습을 발견 하거나 대입 시켜 보며 현재의 삶 보다 더 나은 미래의 자신의 모습을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무언의 메시지를 상상 해 볼 공간이 있는 이야기로 독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한다.


'예술은 직접적으로 인간의 모든 문제를 해결 할 필요가 없다. 단지 어떤 문제도 부정하거나 외면하지 않고 스스로 깨닫고 느끼게 하는 게 진정한 예술의 힘이다.'


조지 손더스는 실제로 여기 실려 있는 단편들 중 가장 분량이 짧은 것(대략 1200단어 정도)를 복사해서  약 200단어 분량으로 잘라서 각각의 장이 끝날 때마다 무엇을 알게 되었는지, 앞선 이야기에서 무엇이 궁금한지 묻고 이 이야기가 어떤 방식의 결말을 맺을지 토론 한 후 각자 학생들이 원하는 부분의 이야기를 잘라서 이야기로 완성하는 쓰기 작업을 통해 글쓰기 훈련을 지도 한다.


이 책을 단순히 작법서로 배우겠다고 집어 들었다면 책장을 덮어버리게 될 것이다.

하지만 첫 장 부터 차분하게 읽는 동안 작가 손더스가 던지는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 종이를 펼쳐 놓고 쓰기 시작한다면 그동안 쓰기 위해서 읽었던 무수히 많은 일련의 과정 속에서 어떤 치명적인 실수를 했는지, 무엇을 읽지 못하고 지나쳐 버렸는지 알게 된다.


따라서 이 책은 어떻게 읽고 공부해야 어떤 글로 발전 시킬 수 있는지 배울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에서 어떤 글쓰기 법칙도 찾을 수 없다. 이야기의 진정성이 작동하는 방식, 어떤 이야기가 끝까지 읽게 만드는지 어떤 스토리가 시 공간을 너머 읽혀지는지 정확하게 읽는 훈련을 스스로 구축해서 현실에서 이야기를 찾는 법을 찾게 만든다.

무엇에 대해 쓸까?라는 구상을 하기 전에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무엇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 현재 살고 있는 세상을 어떤 관점으로 읽고 있는지 스스로 정의 해서 이야기 구조를 짜서 종이에 써 봐야 한다.


[이반 이바니치는 오두막에서 나와 빗속에서 첨벙 물로 뛰어들어 두 팔을 넓게 밀어내며 헤엄을 쳤다. 그가 일으키는 물결에 하얀 수련들이 흔들거렸다. 그는 강 한가운데까지 헤엄쳐 나가 물속으로 들어갔고 잠시 후 다른 곳에서 올라와 계속 헤엄 치다가도 연신 물속으로 다시 들어가 바닥에 손을 대려 했다. '어이쿠 하느님!' 그는 기뻐서 계속 소리쳤다. '어이쿠 하느님!' 그는 물방앗간까지 헤엄쳐 가 농민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돌아와 강 한가운데에 누워 얼굴을 비에 드러낸 채 둥둥 떠 있었다. 부르킨과 알료힌은 이미 옷을 입고 떠날 채비를 하고 있었지만 그는 계속 헤엄을 치고 물속으로 들어갔다. '어이쿠 하느님!' 그는 계속 탄성을 질렀다.

'주여, 저에게 자비를.'

'그만하면 됐잖아!' 부르킨이 그에게 소리쳤다.]

-안톤 체홉 <구스베리> 중에서


이 책의 원제목은 < A swim in a pond in the rain>으로 체홉의 '구스베리'에서 주인공 이반이 비가 내리는데 웅덩이 속으로 첨벙 뛰어 들어가 헤엄을 치는 장면에서 따왔다.


1895년 8월 8알 안톤 체홉은 평소 자신이 존경했던 대 작가 톨스토이에게 초대를 받아 그의 영지 야스나야 폴라냐로 갔다.

당시 톨스토이는 흰색 작업복을 입은 채 방금 전에 농사일을 마치기라도 한 듯 어깨에 커다란 수건을 걸친 상태로 땀으로 젖은 몸을 씻기 위해 강으로 향하고 있었다.

톨스토이는 처음 만난 체홉에게 대뜸 강으로 가자고 말했고 잔뜩 긴장했던 체홉은 톨스토이를 따라서 강으로 갔다.

강에 도착하자 마자 톨스토이는 입고 있던 옷을 벗고 강물 속으로 뛰어들었고 체홉도 뒤따라서 옷을 모두 벗고 뛰어 들었다.

톨스토이는 물 속에서 첨벙 첨벙 수영을 하면서 체홉에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고 체홉도 함께 첨벙 첨벙하며 서로 대화를 나누며 재밌는 시간을 보냈다.

후에 체홉은 자신의 일기에 '강물 속에서 함께 수영 하는 동안 그가 대 작가라는 사실을 잊어 버렸다.'라고 썼다.

체홉은 톨스토이와 함께 수영 한 후 정확히 3년 뒤 1898년에 <구스베리> 단편을 완성한다.

안톤 체홉은 톨스토이를 만나기 전 그가 행하고 실천하는 삶에 진정성이 결여된 것으로 <바보 이반>이 현실에서는 작위를 가진 귀족이 드넓은 영지를 갖고 기득권을 위한 축제를 벌이고 있다고 생각했다.

체홉은 누구나 경외 하고 존경하는 영적 지도자 처럼 구는 톨스토이가 민중들에게 더 나은 삶을 위한 과학적 진보를 부정하고 오로지 흙으로 돌아가라는 그의 삶 자체가 모순덩어리라며 톨스토이의 초청을 수차례 거절했었다.

하지만 함께 수영을 하고 돌아온 후에 가까운 지인들에게 '만일 톨스토이가 죽게 된다면 내 삶에 텅 빈 자리가 생길까 봐 그의 죽음이 두렵다.'라는 말을 했다.

1904년 체홉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은 톨스토이는 '그가 나를 그렇게 사랑하는지 전혀 몰랐다.'라고 말했다.

체홉은 한 순간의 소중한 경험과 추억을 이렇게 한 편의 멋진 단편 <구스베리>로 완성했다.

후대의 독자들은 이 작품을 읽고 부분 부분 잘라서 자신들의 삶의 경험, 상상의 스토리 구조로 다시 재 편집해서 새로운 이야기로 탄생 시켜 나가고 있다.

한 편의 글을 쓰면 첫 번째 원고는 두 번째 읽을 때 전체를 뜯어 고칠 정도로 지우고 고치기를 반복하며 어떤 문단은 전체 삭제하고 다시 쓰게 된다.

그렇게 쓰면서 쉼표를 찍고, 각각의 문장 마다 어색하게 자리 잡은 단어들을 빼고, 모호한 문장을 삭제하고 앞 선 스토리에서 불분명하게 묘사된 부분을 고쳐서 전에 썼던 분량에서 반으로 줄이고 공간과 시간을 재배치 하면서 전체 스토리를 다듬어 나간다.

이런 과정을 무라카미 하루키는 수시로 톱질 하고 망치질 하는 걸로 마무리 한다고 표현했고 우크라이나 출신의 작가 이자크 바벨은 '어떤 강철 못도 적당한 자리에 찍힌 마침표 만큼 차갑게 인간 심장을 꿰뚫을 수 없을' 정도로 촘촘하고 꼼꼼하게 하나의 세계를 완성해야 비로소 읽혀지는 이야기가 된다고 말했다.

작가 손더스는 이 책에서 영화나 기타 영상 스토리의 시퀀스와 감독의 시선으로 편집하는 장면으로 이야기를 완성한 후에 어떤 방법으로 고쳐 쓰고 재 구성 해서 지지부진하게 늘어진 이야기를 어떻게 다듬어야 완결된 스토리로 만들 수 있는지 그 과정을 설명했다.


그 과정을 간략한 문장으로 써보면,

단 한 장의 텍스트를 읽고 자르고-확장하고- 다듬어서- 하나의 문장으로 응축 시켜나가는 훈련을 하는 것이다.

그가 강조하는 건 작가 지망생들은 쓰기에 앞서서 철저하게 읽고 분석하는 과정에서 자신만의 관점, 세상을 읽고 글로 풀어 쓰는 능력을 키워 나가면서 궁극적으로 자신만의 목소리를 찾아 내야 비로소 한 걸음 더 발전할 수 있다고 말한다.

결국 그는 자신이 진행하는 수업에서 가장 훌륭한 텍스트인 읽기 교재를 독자들에게 던져 놓고 글을 쓰고 싶다면 이야기 속으로 첨벙 뛰어 들어가서 스스로 밖으로 나오는 법을 터득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의 수업은 다른 교수들의 창작 수업과 달리 수업 이름이 길다.

<읽기, 쓰기, 그리고 삶에 관한 러시아 작가의 마스터 클래스>

이것은 마치 프로 음악가가 학생들을 위해 연 마스터 클래스에서 함께 악보를 읽고 연습하며 각자의 삶의 모습을 실어 연주하는 모습이 떠오른다. 

그의 창작 수업은 단순히 작가가 되기 위해 쓰는 연습을 하고 훈련을 하는 수업이 아닌 '삶'을 알아가는 수업으로 세상을 어떻게 읽고 해석하는지 스스로 터득해나가게 만드는 수업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일단 각각의 이야기가 크게 재밌지도 않고 대단히 극적인 사건이 발생하지도 않고 결말도 흐지부지 마무리 되는 스토리들이다.

21세기에 자극적인 영상과 스토리에 익숙해진 독자들에게 이 책에 들어간 이야기들은 지루하게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작가 손더스가 던지는 질문을 생각하며 한 번 더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면 왜 이런 질문이 나왔는지 인물의 심리를 추적하며 작가의 입장에서 다시 한번 이야기를 재 구성하게 된다.

매 단편이 끝날 때마다 그는 작품 설명과 글쓰기 작법 구성이 끝나면 개인적인 이야기, 자신의 인생 이야기 어떻게 쓸 수 있을지 머릿속으로 재구성 하며 '나는 무슨 이야기를 어떻게 쓸 것인가?'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 된다.


어떤 목적을 갖고 , 어떤 의지로든 일단, 이 책을 펼쳐 드는 순간 마지막 장을 덮을 때면 '읽기와 쓰기'는 서로 분리 된 것이 아니라 하나라는 사실을 깨닫고 현재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을 어떻게 읽고 해석할 수 있을지 현실을 읽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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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3-02-14 03: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에서 받은 메일에 이 책 《작가는 어떻게 읽는가》 가 있더군요 안톤 체호프를 읽으면 소설을 쓴다는 말도 있었던 것 같네요 이게 제목이었던가 메일을 보니 안톤 체호프뿐 아니라 러시아 작가 소설을 본다는 말이 있었어요 이 책 벌써 보시다니... scott 님은 이 책이 한국말로 나오기 전에 아셨군요 짧은 소설이어도 한번이 아니고 여러 번 보겠습니다 그런 걸 하면 자신은 어떻게 쓸지 생각하기도 하겠네요


희선

scott 2023-02-14 10:53   좋아요 3 | URL
체홉의 글을 읽고 난 후 이 정도는 나도 쓸 수 있을 것 같은데 라고 생각 하고 막상 써보면 그렇게 유려한 스토리가 얼마나 쓰기 힘든지 절실하게 깨닫게 됩니다 ㅋㅋ
알라딘 메일에도 이 책을 추천했었군요
이 책은 미국에서 출간 되자 마자 불티 나게 팔렸던 드문 작법책입니다
아마도 저자의 독특한 글쓰기 강의(기존에는 이런 스타일의 작법서가 없었음) 때문이고
미국 시라큐스 대학은 그야말로 창작문학부 중에서 탑 스쿨 중에 탑 스쿨입니다
여기 입학 하는 날 부터 프로의 세계의 관문 바로 앞으로 가는 길이기 때문에

짧은 스토리 아에 모든 삶이 응축 되어 있게 쓴 체홉이 진정한 글쓰기 스승이라는 거 새삼 깨닫고 있습니다

희선님 날씨가 많이 포근하네요
오늘 하루 해피 발렌 타인 데이 ^^

즐라탄이즐라탄탄 2023-02-14 06: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나가다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중간중간 마음에 와닿는 구절들이 있어서 좋았습니다. 고맙습니다.

scott 2023-02-14 10:54   좋아요 2 | URL
다시 읽어 보니 오타와 비문이 넘쳐서
몇 몇 구절 수정 했습니다
즐라탄이 읽어주셔서 캄솨!

오늘 하루 멋지게 보내세요 ^^

거리의화가 2023-02-14 09:4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읽고 분석하여 하나의 문장으로 풀어내는 과정이 중요하네요. 체호프의 단편들이 읽고 싶어집니다^^
뭔가 특별하거나 대단한 이야기가 아니라 일상의 작은 이야기를 글감으로 사용하더라도 이야기를 잘 배치하고 전개해나간다면 훌륭한 글이 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scott 2023-02-14 10:55   좋아요 3 | URL
읽고 분석하는 건 모든 학문의 기초!

제대로 읽고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을 이 책을 통해 저자가 밑줄쫘악 할 정도로 강조 하고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이야기, 작은 글감에서 출발!
화가님 오늘 하루 해피 발렌타인 데이 보내세요 ^^

물감 2023-02-14 11:1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스캇님 이번 페이퍼는 진짜... 너무너무 흥미진진 합니다.
아아 손더스한테 수업받고 싶네요 진심 ㅎㅎㅎ
특히 요 부분,

-당신이 작가라면 다음에 어떻게 하겠는가?
-한 사람의 독자로서 당신은 다른 무엇을 알고 싶은가?

글쟁이로써 살을 파고드는 질문이에요.
어떻게 하면 독자들의 시선을 머물게 하는 글과 문장이 될지 늘 고민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scott 2023-02-14 11:53   좋아요 3 | URL
물감님 우리 이번 생애
꼬옥 함께 손더스옹에게 수업 받으러
시러큐스 대학에 입학 합시다! ㅎㅎㅎ
물감님은 프로 글쟁이여서
단번에 합격하실 것 같습니다

일단 전 읽기 부터 차근 차근 열심히 하기롱 ㅠ.ㅠ

2023-02-14 11: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2-14 11: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먼지 2023-02-14 11:4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라인업 무엇인가요.. 대체 어떻게 수업하는지 구경이라도 하고 싶다!!!

scott 2023-02-14 11:57   좋아요 3 | URL
물감님 하고 저하고 그리고 먼지님
이렇게 세명이서 저 대학
시러큐스 문창과 입구까지 가보기롱^.~

우끼 2023-02-14 12:37   좋아요 2 | URL
저도저도 끼워주세요~~

scott 2023-02-14 12:39   좋아요 2 | URL
우끼님 까지
네명 ^.~

책먼지 2023-02-14 12:51   좋아요 2 | URL
든든합니다..💕

은오 2023-02-14 12:3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목차 한번 읽어봤다가 담지는 않았는데.... 뭔가 소설 읽는 데 도움이 될 것 같기도 하고 그르네여. 작가지망생이 아니라면 지루하게 읽히겠죠? 그나저나 이 신간을 벌써 읽고 페이퍼까지 남겨주신 스콧님 ㅋㅋㅋㅋ 😮👍

scott 2023-02-14 12:40   좋아요 5 | URL
역쉬! 은오님 고수의 스멜이 ㅋㅋㅋ
목차만 봐도 다 알고 있는 거쥬 !ㅎㅎ

이책은 몇년전에 완독 했는데
정영목 교수님이
어찌 번역 하셨는지 귱금해서 냉큼 ^0^

어쩌다냥장판 2023-02-14 22: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여담이지만 전 모든것이 밝혀졌다보다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수 없게 가까운 이책이 더 좋더라고요 ㅎ 아마 십년도 더 전에 젊은 나이라 나았다 느껴을지도 모르겠지만요
이제 책들ㄹ 장바구니에 담기 준비해야 할것 같은데요~~ 톨스토이와 체호프가 함께 수영하고 담소하는 모습을 시간여행을 통해 지켜본다는 생각만 해도 짜릿하네요 ㅎㅎ
밤 바람이 찬데 건강 조심하세요~~
염증으로 안먹어 입원한 냥이 병문안 왔다갔다 정신 없네요 요즘
스캇님 건강 잘 챙기세요~~ 항상

2023-02-14 23: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2-15 03: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2-15 11: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dollC 2023-02-14 23:0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스캇님 페이퍼를 보면, 읽고 싶은 책도 많고 알고 싶은 것도 많고ㅎㅎ 지적 욕구를 마구마구 자극받고 있어요.(하지만 실행력은 제로;;;)
일단 양질의 페이퍼를 열심히 읽는 걸로 대신해 보렵니다😅

scott 2023-02-14 23:52   좋아요 2 | URL
저도 돌씨님 페이버 보고 읽고 싶어서 찜 👆^^한 책들 많습니다 ㅎㅎ

이책은 이렇게 써서 정리를 해두지 않으면 뒤돌아 서면 잊어버릴것 같아서 ㅎㅎㅎ

저도 글만 이리 길게 써 놓고는 실행력은 0 ^^

돌씨님 좋은밤, 굿!밤 (-‿◦☀)

2023-03-08 16: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3-08 17: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3-08 17: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3-08 17: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희선 2023-03-09 01: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scott 님 축하합니다 이월은 갔지만, 지난달도 삼월에도 책을 별로 못 보다니... 제대로 못 봐도 보기라도 해야 할 텐데... 곧 삼월 삼분의 일이 가겠습니다


희선

2023-03-09 11: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꼬마요정 2023-03-09 14: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저 저번에 이 페이퍼 보고 저 책 샀답니다. 작가는 어떻게 읽는가 ㅎㅎㅎ
스콧님 글은 늘 책을 사고 싶게 만드는 마력이 있는 것 같아요!!!

scott 2023-03-09 15:25   좋아요 1 | URL
요정님 이 책 무척 좋은 책입니다 ㅎㅎㅎ

요정님은 어떻게 읽는가
리뷰 기대 할께요 ^^

서니데이 2023-03-13 1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2023-03-31 18: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3-31 19: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4-03 09: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4-03 11: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것 보세요. 공작, 제노바도 루카도 보나파르트 일가의 여지, 영지나 다름없이 되어 버렸잖아요. 미리 말씀드려두지만, 그래도 전쟁 같은 건 없다고 하시거나 반그리스도의(정말 저는 그자가 반그리스도라고 믿고 있어요)추악하고 무서운 소행을 변화라도 하실 생각이라면 저는 당장 당신과 절교 하겠어요. 당신은 더 이상 제 친구도 당신이 늘 입버릇처럼 말씀하시는 제 충실한 노예도 아녜요. 어쨌든 잘 오셨습니다. 잘 오셨어요. 제가 당신을 놀라게 해드린 것 같군요. 자, 앉아서 말씀을 들려주세요.'

-톨스토이 <전쟁과 평화> 중에서


1805년 7월 ,마리야 페오도로브나 황태후를 가까이 모시면서 이름을 떨치고 있던 여관 안나 파블로브나 셰레르는 자기 집 야회에 맨 먼저 도착한 위세 있는 고관 바실리 공작을 세련된 프랑스어로 맞아 들이면서 19세기 초 러시아 상류 사회 사교계들의 모습들이 눈 앞에 펼쳐 진다.

형형색색으로 수 놓은 궁중복을 입은 이들 별 모양의 훈장을 한 쪽 가슴에 주렁 주렁 달고 나타난 이들 온갖 향수 냄새로 진동하는 연회장 한 가운데서 안나 파블로브나는 느긋한 자세로 소파에 앉아 초대 손님을 향해 이렇게 말한다.


'아아, 오스트리아 얘기 따윈 그만하세요.!제가 잘 모르는 건지도 모르지만 오스트리아는 결코 전쟁을 원한 적이 없고, 지금도 원하지 않아요. 그 나라는 우리를 배신하고 있는 거예요. 오직 러시아만이 유럽의 구세주가 되어야 해요. 우리 폐하께서는 당신의 고귀한 사명을 알고 계시고 그 사명에 충실하실 겁니다. 제가 믿는 건 이것 뿐이에요.......

우리 러시아인 만의 힘으로 의인들이 흘린 피를 반드시 씻어주어야 합니다. 어디 한번 말씀해보세요. 우리는 도대체 누구에게 희망을 걸어야 합니까?....폐하께서 반드시 유럽을 구하실 겁니다.!'


1805년과 1807년, 그리고 1812년 나폴레옹이 모스크바를 점령 했다가 후퇴하는 시기를 담은 톨스토이의 대 장편 <전쟁과 평화>을 통해 유산을 위해 싸우고 영적 성취를 갈망하는 백작의 사생아인 피에르 베즈호프 백작, 나폴레옹과의 전쟁에서 가족을 뒤로 하고 싸우는 안드레이 볼콘스키, 그리고 귀족의 아름다운 어린 딸로 두 남자 모두를 유혹하는 나타샤 로스토프의 삶을 통해 전쟁을 겪으면서 소작농과 귀족, 민간인과 군인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인물들이 시대, 역사, 문화에 따른 문제와 씨름 하는 과정을 생생하게 그려 냈다.


[보나파르트가 지휘하는 10만 프랑스군의 추격을 받고 가는 곳마다 주민들에게 반감을 사고 이제 더는 연합군도 믿을 수 없고 식량이 떨어지고 전쟁의 예기치 않은 조건 아래서 행동할 것을 강요 당하던 3만 오천의 러시아군은 쿠투조프의 지휘 아래 도나우 강 하루 쪽으로 서둘러 퇴각했고 적군에게 추격을 당하면 멈춰서 중포 따위를 잃기 않고 후퇴할 수 있을 만큼만 후위 전으로 응전 하면서 나아갔다. 적군도 인정 할 만큼 러시아군은 용감하고 완강히 싸웠지만 이러한 전투는 결국 후퇴만 더 재촉할 뿐이었다.]

톨스토이가 36세이던 1864년이었다. 톨스토이는 같은 해 1월 20일자 편지에서 누이 동생에게 “1812년부터 취재한 장편 소설을 쓰고 있다”고 알렸다.

하지만 톨스토이가 실제 이 작품을 쓰게 만들었던 직접적인 동기는 1856년 유형지에서 귀환이 허용된 ‘데카브리스트(12월 당원, 1825년 12월 26일에 무장 봉기를 일으킨 러시아 혁명가들을 통틀어 일컫는 말)’들의 활동에 대한 깊은 관심에서 비롯 되었다.

말하자면 톨스토이는 데카브리스트들의 혁명 운동이 중심인 소설을 쓰고자 했기에 여러 가지 자료를 직접 수집하며 집필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는 데카브리스트의 성격과 세계관을 밝혀내기 위해서는, 어쨌든 그보다 한 시대 이전의 러시아 국가가 당면했던 역사적 대 사건이자, 당시 청년 계층에 커다란 영향을 준 나폴레옹 전쟁까지 거슬러 올라갈 필요성을 느끼게 된 것이다.

1864년 서른 여섯 살에 접어든 톨스토이는 1856년 유형지에서 귀환이 허용된 ‘데카브리스트(12월 당원, 1825년 12월 26일에 무장 봉기를 일으킨 러시아 혁명가들을 통틀어 일컫는 말)’들의 혁명을 중심으로 한 시대 이전의 러시아 국가가 당면했던 역사적 대사건이였던 나폴레옹 침공이 현세대와 미래 청년 세대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작품을 써내려 갔다.


톨스토이는 <전쟁과 평화>작품의 시작을 1805년으로 정해 놓고 개개인의 회상과 편지를 통해 당시 사회 정세 속에 여러 인물들의 삶이 어떤 변화와 성장 과정을 거쳤는지 상세하게 묘사했다.


『전쟁과 평화』는 인생, 역사, 가족, 그리고 인간이 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 하는가?에 대해 전쟁의 공포와 삶의 공허함에 대한 의문 즉 ,죽음의 공포 속에서 어떤 삶을 선택 할 수 있는지 묻고 있다.

전쟁이 발발한 원인은 인간이 알 수 없다. 전쟁은 숱한 인간 의지가 응집한 힘의 파급으로 특정 원인이나 한 사람의 주도적인 영향 만으론 절대 터지지 않는 수많은 우연이 켜켜이 쌓여 일어나는 필연이다.

인류는 전쟁의 한 단면만 볼 뿐 전체를 파악하는 시각을 갖지 못한 채 애국심에 불타 올라 이성을 잃고 광기에 휩싸일 뿐이다.

전쟁이 터지면 인간은 미쳐간다. 러시아 민중이 애국심에 불타 이성을 잃고 광기에 휩싸인다.

​그렇다면, 전쟁과 평화는 인간이 만들어낸 허공 속의 외침 일 뿐 일까?

세상 곳곳에서 발발하는 전쟁에서 완전한 승리도 그리고 완전한 평화도 없다.

그저 한쪽의 추가 기울어지지 않게 팽팽하게 당겨야 하는 평화라는 힘의 균형을 가까스로 유지 하고 있지만 언제 어디서 어떤 식으로 균열이 생겨서 전쟁이 발발 할지 모른다.


2022년 2월 14일 새벽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땅을 침공했다.


'인류는 과거에도 지금과 같은 상황을 두 번 맞이했습니다. 그리고 두 번 다 세계 대전이라는 너무 큰 대가를 치렀습니다. 이제 우리는 전쟁이 반복 적인 패턴이 되기 전에 이 흐름을 바꿀 기회를 맞이했습니다. 수 백만 명의 희생자가 나오기 전에 다른 체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는 지난 두 번의 세계 대전에서 배운 교훈을 기억하고 세 번째 전쟁이 일어나는 것 만은 기필코 막아야 합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우크라이나에서 온 메시지> 중에서



이제 전 세계는 전쟁, 기후 변화, 그리고 끝이 보이지 않는 전염병만이 창궐할 뿐이다.

인류의 역사는 전쟁에서 평화로 이어지면서 지속 되어 왔다.

증오와 폭력의 먹구름 속에서 사랑과 자비, 용서는 언제나 승리 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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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3-02-04 00: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심지어 전쟁과 평화도 안 읽었다는..... ㅠ.ㅠ 올해 읽겟다고 책은 사두었죠. 힘내겠습니다. ^^
오늘 올라온 러시아가 잡아간 우크라이나 아이들에 대한 관련 기사는 너무 끔찍해서 입에 꺼내기도 싫네요. 설마 싶으면서도 그 설마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것이 전쟁이니 안타깝다고 말하기도 끔찍하고 부끄러웠습니다.

scott 2023-02-04 00:20   좋아요 1 | URL
쟁여두면 언젠간 읽게 됩니다 ^^

러시아가 머나먼 시절 스탈린 때부터 해왔던 짓입니다
마을 전체 굶겨 죽이거나 몰살 시키고
아이들을 러시아로 끌고가서 러시아인으로 세뇌 교육 시켜서 성장하면 전쟁 용병으로 ㅠ.ㅠ

망고 2023-02-04 07: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벌써 1년 되었네요 다시 겨울이 올 동안 전쟁이 안 끝나다니 우크라이나 사람들 너무 안타깝습니다 아ㅠㅠ 톨스토이 전쟁과 평화는 무려 4권이나 하아...언젠간 읽겠죠😂

2023-02-04 10: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2-04 11: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2-04 11: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2-04 11: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2-04 08: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2-04 10: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새파랑 2023-02-04 13: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쟁과 평화 읽고
와! 감탄했던 기억이 나네요 ㅋ 장편인데도 전혀 지루하지 않고 흥미롭던 ㅎㅎ 요걸 원서로도 읽는 스콧님은 리얼천재!

우크라이나 전쟁이 평화로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scott 2023-02-04 13:10   좋아요 1 | URL
새파랑님 러시아 문학! 주르륵 섭렵 하신분!ㅎㅎ

불멸의 고전 이유가 있었습니다
전평 그동안 4-5번 읽었지만
이번엔 제대로 정독

톨스토이 전평 번역본 품질 ㅋㅋ 비교도 해보느라 가장 훌륭하다는 영역판도 완독 ㅎㅎㅎ

얼마전 테스트 해봤는데
제 지능은 천재와 거리가 먼 ㅋㅋ


푸틴이 사라져도 전쟁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ㅠ.ㅠ

moonnight 2023-02-04 14: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쟁과 평화 아직 못 읽었습니다(동서문화사편)ㅠㅠ 언젠간 읽겠지 위로해봅니다. 전쟁이 사라지고 평화가 영원히 유지되길 기도합니다ㅠㅠ

scott 2023-02-04 14:59   좋아요 0 | URL
문나잇님 쟁여 두셨으면 언젠가 ^^

평화로웠던 세상은 없었지만 이번 전쟁 멈추지 못할 것 같습니다(악마 푸틴 절대로 종전 선언 안함 ㅠ.ㅠ)

희선 2023-02-05 0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디서든 전쟁이 일어나지 않으면 좋을 텐데, 사람이 욕심을 버리면 좀 나을 텐데... 어떤 일 하나로만 전쟁이 일어나지 않겠네요 그렇게 되기 전에 막을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좀 달라도 받아들이면 좋을 텐데, 말로 하든지... 이겨도 져도 좋지 않은 게 전쟁일 텐데...


희선

거리의화가 2023-02-05 07: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글을 보니 ‘전쟁과 평화‘만큼은 읽어야겠다라는 생각이 드네요. 읽어야 할 작가 중 하나인데... 우크라이나 EU가 지원한다고 하던데... 전쟁이 멈출 줄을 모르네요. 이제는 종전이 양보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닌지;;; 애꿎은 주민, 피난민과 총알받이가 된 병사들이 피해를 보네요.

scott 2023-02-05 09:19   좋아요 1 | URL
불멸의 고전입니다
세상에 영원한 평화도 없지만 이번 전쟁의 비극 멈춰야만 ㅠㅠ

coolcat329 2023-02-05 12: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저도 읽어야 할 책인데 너무 길어서 ...😓
일단 쟁여두기라도 해야 하겠죠?

scott 2023-02-05 13:01   좋아요 0 | URL
쟁여두면 언젠간 반드시 😄

페넬로페 2023-02-05 16: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아직 전쟁과 평화를 읽지 못했어요 ㅠㅠ
언젠가는 읽게 되겠죠^^
미국의 전쟁 중재안이 참 황당한데
전쟁은 언제나 비극입니다^^

2023-02-05 23: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꼬마요정 2023-02-05 23: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쟁이 빨리 끝나면 좋겠습니다. 러시아는 그동안 기후 등의 이유로 전쟁에서 패한 적이 별로 없으니 유럽과의 전쟁에는 자신감이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그것도 다 사람을 갈아넣은 거였죠ㅠㅠ 아직도 <에너미 앳 더 게이트>였나 영화에서 병사 두 명당 한 명에게 총을 지급하고 나머지 한 명에게는 총알만 준 장면을 잊을 수 없어요. ㅠㅠㅠㅠ

전쟁과 평화 정말 재미있게 읽었어요. 그런데 읽으면서 전쟁이 얼마나 허무한지, 진짜로 전투에 참가한 군인들과 말만 하는 윗사람들 사이의 간극이 참 그랬습니다. 나폴레옹도 그닥 훌륭한 전술가가 아닌 것 같았구요. 그리고 결국 피해는 그 땅의 모든 생명체, 무생명체 모두가 입었죠ㅠㅠ
피에르가 전투 구경하는 장면은 신기했습니다. 뭐지? 싶었어요. 그래서 드라마도 봤어요. 음...

2023-02-06 00: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NamGiKim 2023-02-16 19:24   좋아요 0 | URL
참고로 영화 <에너미 앳 더 게이트>는 헐리우드식 연출이 들어간 장면입니다. 스탈린그라드 전투 당시 소련군이 그렇게 싸운 적은 없어요. 그리고 독전대라는 것도 팀킬하는 용도가 아니었고, 소위 영화상에서 자국 군인 막 죽이는 주체로 나오는 이들 또한 전투에서 굉장히 많이 전사했습니다. 제프리 로버츠의 <스탈린의 전쟁>에 아주 상세하게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