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다른 누구도 아닌 ‘나’ 라는 것은, 나에게 있어 하나의 소중한 자산인 것이다. 마음이 받게 되는 아픈 상처는 그와 같은 인간의 자립성이 세계에 대해 지불하지 않으면 안 될 당연한 대가인 것 이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중에서 ]

10월 1일 일본 도쿄 와세다 대학 국제 문학관이 오픈 했다.
일명 <무라카미 라이브러리>로 지칭 되는 국제 문학관은 2018년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자신이 소장 하고 있는 자필 원고와 초판 본 , 전 세계 언어로 번역된 번역 본들 그리고 평생 동안 전 세계 중고 레코드 가게를 뒤지며 수집했던 레코드 판을 비롯해 기타 소장품들을 자신이 모교에 기증 하겠다고 발표 했다.
와세다 대학 국제 문학관 설계는 건축가 쿠마 켄고가 맡아서 2018년 가을 부터 공사를 시작 했지만 코로나로 인해 여러 차례 공사가 지연 되어 2년 여 만에 완성 되었다.

국제 문학관은 3층 짜리 건물로 하루키가 출간 한 모든 책들(전 세계 번역본 까지)과 그가 수집한 희귀 LP판이 함께 전시 되어 있다.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 옆에는 "오렌지 캣'이라는 카페가 있어서 그곳에서 하루키가 수집한 레코드 판으로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오디오 룸과 음악 방송이 가능한 방송실과 각종 학술 연구를 할 수 있는 세미나 실도 갖춰져 있어서 하루키 문학 작품 뿐 만 아니라 와세다 대학의 열린 공간에서 자유롭게 학문을 연구 할수 있는 곳으로 만들어 나간다고 한다.

국제 문학관에서 가장 돋보이는 곳은 하루키의 서재 공간을 그대로 재현해 놓은 방과 하루키가 작가로 데뷔 하기 전에 운영 했던 재즈 카페 "피터캣'에서 실제로 사용 했던 피아노와 각종 음향 기기들이 전시 되어 있는 공간이다.

하루키는 가게를 정리 하면서 피아노와 음향 기기 들은 팔지 않고 소장 하고 있었다고 한다.
하루키 라이브러리는 각종 문화 이벤트나 연극, 기타 공연을 할 수 있는 공간 까지 있어서 와세다 대학에서 가장 창의적인 공간이 될 것 같다.
무라카미 라이브러리 외관과 내관의 모습은 하루키의 작품 속 세계관을 반영해서 라이브러리 입구를 터널의 입구 처럼 만들어서 천정까지 둥근 아치형 모양으로 나뭇가지에 잎이 무성하게 우거진 곳을 통과 하면 큰 책장과 마주 하게 설계 했다.

책장의 형태가 끝도 없이 쏟아 올라 있어서 도저히 사람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있는 책들은 영원히 만질 수 없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에서는 언제든지 손 만 내밀면 책이 있지만 이 라이브러리에서는 손에 넣고 싶어도 넣지 못하는 책들이 존재 한다.
10월 1일 라이브러리 오픈 행사에 맞춰서 각종 미디어에서 인터뷰가 쏟아져 나왔다.
현재 코로나로 인해 예약제로 운영 되며 하루 이용 시간과 이용객의 숫자를 제한 하고 있다고 한다.
원래 와세다 대학은 '무라카미 하루키 도서관'이라는 명칭을 사용 하고 싶어 했지만 하루키는 재학생을 비롯해 모두를 위한 공간, 다른 나라 사람들도 이용 할 수 있는 도서관이길 바란다며 '국제관'으로 명칭 해 달라고 부탁 했다고 한다.
그는 앞으로 자신의 모교에 세워진 라이브러리를 어떤 방식으로 운영 되길 바라고 있을까?
무라카미 하루키는 쿄도 통신, 마이니치, 아사히 신문 등등에서 인터뷰 한 내용을 여기 옮겨 본다.

처음 시작은 제가 여러 차례 이사 하면서 짊어지고 다녔던 원고와 초판 출간 본 같은 것을 어떻게 처리 해야 할 지 고심 하면서 특정 기관이나 시설에 기부를 하는 방식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애초에 거대한 도서관 설립 같은 계획을 세우지 않고 전시를 해야 하나 라는 생각을 하다가 점점 일이 이렇게 커져 버렸습니다.
제가 그동안 출간 한 책들이 여러 나라에서 번역 출간 되어서 학생들에게 자유롭게 국제적인 교류를 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 했죠. 단순히 문학에만 한정되지 않고 음악, 영화, 미술 등 전방위 적인 예술 분야로 확장 시키니 이렇게 라이브러리라는 공간이 탄생 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대학이라는 공간은 각종 미디어와 인터넷 공간에 밀려서 거의 어떤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교수들은 일방적인 방법으로 가르치고 있죠. 물론 대학이라는 공간만 이 할 수 있는 분야가 있지만 예술이나 문학은 열린 공간 속에서 수 많은 프로젝트에서 재 생산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와세다 대학의 가장 큰 장점은 거대한 도시 한 가운데 닫혀 있는 문이 없이 모두 에게 열려 있습니다. 와세다 대학의 캠퍼스는 누구나 자유롭게 출입 하며 드나 들 수 있습니다. 이런 구조를 잘 살려서 대학이 바깥의 세상, 사람들을 안으로 끌어 들여 함께 낭독하고 강연 하고 연극 공연을 하며 음악 콘서트를 열어서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공간, 창의적인 곳으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제가 재학 할 당시에 이곳 라이브러리 공간은 허름한 건물로 시위대들이 점령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들과 생각은 같았지만 투쟁 방식엔 동의 하지 않았죠. 단발적으로 시위에 참여 했지만 지나친 폭력 행위를 목격하고 나서는 어떤 무리나 그룹에 소속 하지 않겠다는 제 나름의 원칙을 세웠습니다.
어떤 시대에 특정 사상이나 이상들은 결국 시간이 지나 버리면 자연스럽게 소진 되거나 소멸 해 버립니다. 사회를 개혁하고 시대를 대변 하고 현재의 삶을 이전 보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주겠다고 외치는 정치인들, 모두다 믿을 수 없다는 것
그래서 세상에서 사라지지 않고 계속 남아 있을 수 있는 언어. 신뢰 하고 믿을 수 있는 행동을 할 수 있는 인간이 되고 싶었습니다.
제가 작가의 길을 가겠다고 마음 먹었을 때 다짐 했던 것은 '명성을 얻었다고 거들 먹 거리지 말자. 나에 관한 모든 말을 소중히 새겨 듣자.' 였습니다.
작가의 삶을 살면서 이런 원칙을 세웠죠.' 보편적인 언어로 만들어내는 이야기는 세상에서 가장 오래 남아 있을 것이다.'
저도 한때는 세상을 변화 시키고 싶었습니다. 아주 비현실적일 지라도 한 번 쯤은 내 손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꿈을 꾸었던 적이 있었죠.
요즘 시대의 젊은 이들은 이런 꿈 조차 꾸기 힘든 상황이죠. 오늘 보다 더 나은 내일보다 지금 보다 더 나빠지게 될 것이고 대학이 학생들의 꿈과 이상의 공간을 키워주고 있지 못하는 것도 현실 입니다.
그래서 미약하지만 와세다 대학의 '국제 문학관'이라는 공간에서 가능한 많은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 하기 바랍니다.
제가 살아 있는 동안 많은 것들이 이 공간에서 이루어 지도록 노력 할 것입니다. 그래야만 미래를 이끌어 갈 학생들이 꿈을 꿀 수 있으니까요.
저는 7년 만에 겨우 졸업 했지만 제 꿈은 영화와 연극에 있었습니다. 학교에 츠보우치 연극 박물관이 있어서 거기서 여러 시나리오와 영상과 기록물, 책들을 맘껏 읽으며 꿈을 키워 나갔습니다. 그 시절 그곳은 저에게 항상 열린 공간 , 맘껏 즐길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였습니다.
와세다 국제 문학관에서 가장 중점을 둔 곳은 연구 세미나 공간으로 전 세계 번역가들과 작가들을 이곳에 초빙해서 폭넓게 토론 하고 연구 하며 각 국의 언어로 번역 되는 작업까지 이곳에서 이루어 질 수 있도록 노력 할 것입니다.
어느 정도 문학관이 자리를 잡아 나가면 1년 정도의 수강 과정을 만들어서 본격적으로 전문가들을 배출 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이 십여년 전만 해도 일본 문단을 쥐락 펴락 하는 문단의 주류들이 있었습니다.
현재는 하나 둘 씩 세상을 떠나니 이제는 사실상 문단의 주류나 특정 계파가 사라진 상태 입니다. 중심 기둥이 사라져 버리니 저에게도 어느 정도 책임을 지고 문학과 예술계에 일종의 보답 같은 것을 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저 역시 선배 작가들로부터 여러가지 방법으로 작품 쓰는 법을 배웠습니다.
이끌어 주는 사람이 없었다면 글을 써서 출간 하지 못했을 겁니다.
작가로 처음 데뷔하고 나서 몇 년 후에 담당 편집자가 저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하루키씨 그렇게 운동에 몰두 하다가는 미시마 유키오 같은 작가 같은 사람이 될 지 모릅니다.'
저는 정면에 나서서 제 주장을 강하게 외치거나 사람을 몰고 다니는 스타일이 아닙니다. 저만의 방식으로 주장 하고 대응 하는데 그 방식이 아마도 작품을 통해서 그리고 현재 세워진 문학관을 통해서 보여지고 있다고 생각 합니다.
어려운 시대 마다 제 나름대로 작가로 소신을 밝혀 왔습니다.
코로나 시대에 이런 공간을 설립 해서 함께 무언가 만들어 갈 수 있다는 희망을 모두에게 전해 주고 싶었습니다.
이 공간이 모든 이들의 꿈의 공간이 되어 주길 바랍니다.

하루키가 할 수 있는 것, 작가로서 세상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을 자신의 모교에 '국제 문학관'이라는 공간에서 하나씩 실행 해 나가고 있다.
하루키는 올해 4월 모교 와세다 대학 문학부와 문화 구상 학부 입학식에 참석 했다.
2021년 대학에 갓 입학한 후배들에게 하루키가 남긴 메시지를 이곳에 옮겨 본다.

저는 지금으로 부터 50여년 전인 1968년 본교 문학부에 입학 했습니다 만, 그 당시에는 특별히 소설가가 되어야겠다 라는 마음은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결혼을 하고 학교를 졸업 하고 일상 업무에 매진 하는 중에 갑자기 ' 소설을 쓰고 싶다.'라는 기분에 사로 잡혀 소설을 쓰기 시작 했고 ,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렇게 소설가가 되어 있었답니다.
어떤 기운에 의해 무언가에 이끌렸다고 할까요, 그건 저도 자세히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저는 재학 중에 결혼을 해서 일을 시작 했고 그러다보니 졸업을 늦게 하게 되었습니다. 보통 사람들과 살아가는 순서가 거꾸로 되어 버렸던 거죠.
저처럼 사는 걸 추천하고 싶지 않지만, 우리의 인생은 어떤 방향으로 든 흘러가게 되어 있습니다.
제 생각에 소설가는 머리가 너무 좋으면 소설을 쓸 수 없습니다. 소설은 머리보다는 마음으로 써야 하는 것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머리가 좋은 사람은 이치에도 밝아서 소설을 소설 그대로 받아 들이기 힘들지 모릅니다. 머리를 써서 소설을 쓰기 보다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이야기를 써야 좋은 소설 읽혀지는 이야기가 된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독자들에게 읽혀지는 글을 쓰려면 머리는 써야 합니다.
소설가는 수재나 우등생 수준의 머리를 갖지 않아도 글을 쓸 수 있습니다.
자신에게 맞는 직업을 찾는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닙니다.
지금 여기 계신 학생들 중 소설가가 되고 싶다면 머리와 마음의 균형을 찾는 것부터 시작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소설가라는 직업은 '횃불' 입니다.

이번 가을에 와세다 캠퍼스 안에 국제 문학관 (무라카미 라이브러리)이 오픈 합니다.
이곳은 책이나 각종 자료, 레코드 컬렉션을 갖추고 학생들이 자유롭게 사용해 주길 원해 마련한 공간 입니다.
입구에 걸고 싶은 문구는 '이야기를 내려놓고 마음의 이야기를 하자' 입니다.
먼저 마음을 열고 얘기 하는 것은 쉬운 것 같지만 실은 어려운 일입니다.
이것은 평소 자신의 마음이라고 여기는 것은 실제 우리가 가진 수 많은 마음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즉, 우리의 하나의 의식이라는 것은 마음이라는 연못에 끌어 올려진 물 한 컵과 같은 것에 지나지 않는 겁니다. 나머지 공간은 온전히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를 정말로 움직이고 있는 것은 그 남겨진 마음입니다.
의식이나 논리가 아니라 더 넓고 큰 마음이라는 것입니다. 그럼, 그 마음이라는 미지의 영역을 알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찾을 수 있을 까요.
자신을 진정으로 움직이고 있는 힘의 근원을 어떻게 찾아가면 좋을까요.
그 역할을 해주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이야기'입니다.
이야기는 우리의 의식이 좀처럼 읽어 낼 수 없는 마음의 영역에 빛을 쬐어 줍니다. 말로는 할 수 없는 우리들의 마음을 이야기의 형태로 바꾸어 비유적으로 떠오르게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우리 소설가가 하려고 하는 일입니다. 비유를 통해 예를 들면 이런 것이구나라고 알게 되는 것이 소설의 기본적인 기능 중에 하나 라고 생각합니다. '예시'라는 방식을 통해 한 단계 대체된 형태로 밖에 표현 할 수 없는 것들이 존재 하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소설이라는 것은 직접적으로 사회적인 역할까지는 하지 않습니다.
어떤 사회적인 문제에 있어서 즉각적인 약물이나 백신이 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소설이라는 것을 빼놓고는 건강한 사회가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유는 앞에서 이야기 했지만, 사회 라는 커다란 체계에도 역시 마음이라는 곳이 있기 때문입니다.
의식과 논리 만으로는 채워질 수 없는 그런 부분들이 분명히 남게 마련입니다.
그런 지점을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채워나가는 것이 소설, 문학의 역할이라고 믿습니다.
마음과 의식의 틈새를 메워가는 것이 바로 소설입니다.
그래서 소설이라는 것은 1천 년 동안 다양한 형태로 여러 곳에서 수 많은 사람들에 의해 이어져 오고 있는 것입니다. 소설가라는 직업은 횃불처럼 이어져 왔습니다. 여러분 중에 이 횃불을 이어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또한 그것을 따뜻하고 소중하게 옆에서 응원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저로서는 매우 기쁠 것 같습니다. 다시 한번 입학을 축하 드립니다.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러너)
1949~20**
적어도 끝까지 걷지 않았다.
오늘도 나는 하루키의 글을 읽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