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의 일 - 지적 글쓰기를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스탠리 피시 지음, 오수원 옮김 / 윌북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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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문장, 글을 잘 쓸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아니 어떤 문장이 좋은 문장일까?
어떤 문장이 좋은 문장인지 아는 것도 힘들지만 그 문장이 왜 좋은 문장인지 이해하는 것도 어렵다.
그렇다면, 과연 좋은 문장이란 어떤 문장을 지칭하는 것일까?
이책의 저자는 어린 시절부터 배관공인 아버지를 보고 자라서 꽉 막힌 글을 보면 어떻게 시원하게 뚫을 것인지 끊임없이 고민해왔다.
UC 버클리, 존스홉킨스, 컬럼비아, 듀크 등 유수의 대학교에서 문학과 비평론을 가르쳤으며 법률학자가 된 저자는 수많은 글쓰기 지침서들이 내용의 중요성만 강조하면서 정작 문장 형식을 간과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가 문학작품에서 선별한 넓은 범위의 3가지 기본 형식, 즉 종속과 병렬과 풍자 형식의 문장들을 예로 들며 그 문장들의 기법을 꼼꼼히 해설한 후 그 기법을 모방해보라며 문장의 개념부터 각종 문장 형식들, 첫 문장과 마지막 문장 쓰는 법까지, 글쓰기 방법이 단계별로 제시하고 있다.

위대한 작가들이 쓴 문장들을 실례로 들며 왜 그 문장이 인상적인지 논리적으로 설명하며 ‘문장을 읽는 안목’이란 무엇인지  한장 한장 저자가 제시하는 문장을 따라 꼼꼼하게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자기만의 스타일로 문장'을 쓰고 싶어진다.

수많은 글쓰기 지침서들은 예시보다는 규칙에 의존한 글쓰기를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문장을 정확하게 읽을 줄 알아야 한다.
 좋은 문장을 많이 읽고, 그 문장이 왜 좋은지 분석하는 과정이 선행된 다음 꾸준히 써보며 실력을 쌓아나가야 한다.
이책에서는 저자가 선별 주요 문장들의  형식, 첫 문장, 마지막 문장을 대표하는 작가들과 작품들을 다루고 있다.
 모래알속에서 가장 투명한 모래들만 고른 헤밍웨이, 느슨한 구성으로 스토리를 이어가면서 세밀한 통제를 거친 문체를 구사하는 버지니아 울프, 첫문장 하나로 작품 속 인물의 성품과 배경을 관통하게 만드는 제인 오스틴, 세련된 단어 선택으로 타락한 현대사회의 상징인 개츠비를 신비로운 인물로 묘사한 피츠제럴드 ...
섣불리 베껴서 내 것으로 만들기 어려울 정도로 탄탄한 문장력을 보여준 대가들의 실력에 절대 주눅 들지 말자.
대가들이 보여주는 문장은 그 자체로 훌륭한 글쓰기 지침서다.

좋은 문장을 쓰려면 훌륭한 문장을 많이 읽어야 한다. 
당연히 알고 있는 사실일지 모르지만 모든 문장의 시작은 첫 단어의 선택이 모든 문장의 시작이다.
좋은 문장을 음미하는 능력과 빚어내는 능력을 위해서 오늘도 나를 위한 작품을 읽으며 좋은 글을 쓸 수 있다는 희망을 품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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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리바바 2019-12-19 11: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잘 읽는 일을 잘하는걸로다가~ 얍!!!

scott 2019-12-19 19:35   좋아요 0 | URL
me too!
 
새로운 단어를 찾습니다 - 4천만 부가 팔린 사전을 만든 사람들
사사키 겐이치 지음, 송태욱 옮김 / 뮤진트리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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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국민적 베스트셀러인 '산세이도 국어사전'과 '신메이카이 국어사전'을 만든 겐보 선생과 야마다 선생의 족적을 따라가며 여러 관련인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동안 감춰져 있던 두 사전의 탄생 비화를 다룬 책이다.

사전은 ‘현대어를 반영해야 한다’고 생각한 겐보 선생, 사전의 역할은 ‘문명 비평’이라고 생각한 야마다 선생. 두 사람 모두 홀로 사전 한 권을 엮은 '언어의 수집가' 이자 세상에 통용되는 모든 단어의 의미,용법에 자신들 만의 개성을 담았다.

두사람의 독특한 단어 풀이를 살펴보면,


*연애-특정한 이성에게 특별한 애정을 품고 둘만이 함께 있고 싶으며 가능하다면 합체하고 싶은 생각을 갖지만 평소에는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아 무척 마음이 괴로운 (또는 가끔 이루어져 환희 하는) 상태.
-『신메이카이 국어사전』 제3판
*연애-남녀 사이의 그리워하는 애정(남녀 사이에 그리워하는 애정이 작용하는 것). 사랑
『산세이도 국어사전』, 제3판


같은 단어이지만 자신들이 정의 하고 있는 삶과 언어의 의미는 달랐다.

일본 사전계의 양대 거성이었던 두 사람은 도쿄 대학 동기생으로  처음에는 함께 '메이카이 국어사전』을 만들었다.

하지만 어떤 시점을 계기로 결별하고 이후 같은 출판사에서 성격이 완전히 다른 국어사전 두 권을 탄생시켰다.

두 사람이 세상에 내놓은 국어사전은 누적 합계 약 4000만부의 발행 부수를 기록했고, 일본의 전후 모든 세대가 두 사람의 사전으로 말과 글의 의미를 배웠다.


시대의 변화와 함께 끊임없이 소멸하고 생성하며 진화하는 ‘말’의 본질을 파악하려고 했던 두 남자


 어떤 이유로 두 남자는 각각의 개성을 담은 사전을 편찬하게 되었을까?

말을 찾고, 말을 모으고, 그 말의 용례를 수집한 세월이 50년. 도쿄 대학 국문과를 갓 졸업한 24세에 사전 편찬 작업을 처음 맡고 부터 50년 동안, 세상에서 쓰이는 말의 용례를 모아 한 장 한 장 카드에 기록한 용례 카드만 145만 개를 만든 사람. 별다른 기준이나 표준이 정해지지 않고 변하는 말의 기준을 정하고, 그 시대에 살아있는 현대어를 사전에 담기 위해 수많은 실제 용례를 모아 냉정하게 걸러내면서 '전후 최대의 사전 편찬자’로 인정받는 겐보 선생.


일본 사전계의 오랜 침체의 원인이 전근대적인 관행과 방법론의 무자각에 있다고 판단하고, 당시 사전계에 만연해 있던 도용과 표절 관행을 뿌리 뽑고자 했던 ‘사전계의 혁명아’ 야마다 선생.

야마다 선생의 '신메이카이 국어사전'은 독특한 뜻풀이로 유명했다. 말의 의미를 끝까지 설명하기 위해 장문도 마다하지 않고 상세하게 뜻풀이를 쓴 그의 사전은 일본국민들에게 사전을 ‘찾는’ 것에서 ‘읽는’ 것으로 바꿔놓았다.소리없이 변하는 말의 의미를 추적해나갔던 겐보 선생,말이란 부자유스러운 전달 수단으로 생각하며 언어의 속깊은 의미까지 헤아렸던 야마다 선생


사전에 자신들의 인생을 받친 두사람은 반세기 동안 시대와 상황에 따라 수시로 생성되고 소멸 하는 언어의 사막에 생명을 불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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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리바바 2019-12-18 05: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회한.......애증........나으 일본어.......ㅠ.,ㅠ

scott 2019-12-18 19:40   좋아요 1 | URL
나으 일본어 ^ㅎ^

2019-12-18 12: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2-18 19: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파이버 2021-09-13 20: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보고싶은 책으로 찜했더니 북플이 scott님의 리뷰를 추천해주네요! 사전에 삶을 갈아넣은? 두 사람의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scott 2021-09-13 21:13   좋아요 1 | URL
이책 번역도 좋습니다
저는 일본어를 알고 있는 상태여서 정말 재밌게 읽었고
이책 읽기 전(읽으려고 했을 당시)산세이도 /신 메이카 사전 구판(책에 언급된 판형) 손에 놓게 되어서 단어의 의미 어원 해석을 정말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이책 읽기 전에 미우라 시온의 [배를 엮다] 책-일드 추천 합니다 !

파이버 2021-09-13 22:22   좋아요 1 | URL
「배를 엮다」도 추천 많이 받았었어요 이번 추석연휴에 도전해봐야겠네요! 감사합니다 scott님!
 
로마법 수업 - 흔들리지 않는 삶을 위한 천 년의 학교
한동일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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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인은 자신들보다 먼저 이탈리아반도에 살고 있었던 에트루리아인의 선진 문화와 그리스 문화 및 기타 다문화를 흡수해서 로마인 특유의 실용적인 기질로 한층 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법과 제도를 구축했다. 

다양한 인종으로 구성된 광활한 영토를 다스리기 위해  복잡하게 얽혀있는 사회문제에 대처하고 다양한 로마 시민의 목소리들을 반영해가며 법과 원칙을 세워나간 로마는 엄격한 신분제 사회를 중심으로 그에 맞는 태도와 책임을 요구했다. 

그중 하나는 '강제 유배형'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을 원래 살던 곳에서 영원히 내쫒아 로마 시민으로서의 역할과 삶을 박탈해버리는 중형 이였다. 그렇다면 어떤 범죄자들에게 이런 '강제 유배형'이 내려졌을까?

강제유배형에 처해지는 범죄자들은 주로 '재판관이 사적인 이들을 취하기 위해 판결을 조작하는경우' '성욕을 불러 일으키는 약'을 여성들에게 먹여 성범죄를 저지른 경우에 내려졌다.

이런류의 범죄를 저지를 자들은 그죄가 사회에 미치게 될 사회적 파장이 로마 시민으로서의 자격이 없다고 판단했다.

로마인들은 특권층들에게 사회적인 특권과 혜택이 제공되는 만큼, 냉엄한 도덕성과 윤리를 요구했다. 로마시의원이나 정무관들은 반드시 군복무를 마쳐야 했다. 이는 법적으로 명시해서 이들에게 주어지는 특별한 권력에는 냉엄한 윤리 법과 원칙을 바탕으로 두었다.

이 책에서 다뤄지는 로마의 법적 분쟁은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분쟁과 비슷하다.

로마의 빌라와 아파트라고 할 수 있는 공동주택 ‘인술라’가 들어서면서 로마 사회에는 조망권 분쟁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로마의 공중화장실의 변기통에서는 버려진 아기들이 종종 발견되기도 했다.

이책은 수천년전 로마인들의 결혼과 비혼, 돈과 계급, 여성문제, 낙태와 성매매, 간통 등의 사회 문제를 통해 오랜 시간 동안 변하지 않는 인간의 속성과 사람 사이의 끝없는 갈등, 그 갈등이 극단으로 치달을 때 소통하고 화해할 수 있는 방법 즉, 로마법을 통해 어떻게 살아야 로마시민으로 살아갈수 있는지  보여준다.

거대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제각기 다른 인격과 이상을 가진 인간은 어떤 상황에서도 존엄한 인간이여야 한다.

로마법은 인류법의 기원이자 인간다운 삶과 공동체를 이루어나가기 위한 로마인들의 치열한 고민의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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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바이 - 상실의 글쓰기에 대하여
안드레 애치먼 지음, 오현아 옮김 / 마음산책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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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의 첫문장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삶은 어딘가에서 라벤더 향으로 시작한다”


다국적 문화가 공존하는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서 태어나 가족을 따라 유럽대륙으로 건너간 작가 애치먼은 그곳에 뿌리내릴 틈도 없이 불안한 정세 속에서 로마로 망명한다.

 3년 후 뉴욕으로 이주해 정착하면서 리먼칼리지와 하버드 대학교에서 문학을 공부하고  알렉산드리아에서 함께 살았던  삼촌,형제, 자매들을 하나 둘씩 문장으로 엮어나가기 시작한다.


1965년 자신의 유년 시절의 모든 기억을 품고 있는 알렉산드리아, 그곳을 사랑하지만 떠나야 했던 슬픔이 다른 곳으로  이주 하고 난 후에도 알렉산드리아의 모습, 그곳에 두고 온 추억을 지우지 못한다.


현재 살고 있는 국가, 언어, 도시로 이주 할때 마다 '다른 곳에서 다른 사람으로 살아야 한다' 것을 단단히 마음속에 새겨두지만 알렉산드리아를 향한 그리움은 더욱 짙어져만 간다.


새로운 언어를 배우고 새로운 문화 관습 제도를 배우면서 작가 애치먼의 과거 속의 모습, 그의 기억들이 하나의 긴 여정들을 문장으로 빚어내면서 자신의 발길이 머물렀던 그곳, 그 도시에 대한 풍경, 음식, 사물들이 아닌 함께 웃고 울면서 사랑했던 가족,형제,친지들이 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우리는 세상을 그 자체로 보지도 읽지도 사랑하지도 못하며, 세상의 흔적을 그 자체로 알지도 못한다. 눈앞에 놓인 것 이외의 다른 것을 볼 때 중요한 것은 무엇을 보는지 아는 것이다. 우리가 보는 건 장막이다. 그것은 생명 없는 물체에 본질을 불어넣고, 타인과 함께 나누고 싶은 것이다. 손을 내민 우리의 몸에 결국 와 닿는 것은 세상 자체가 아니라, 우리가 세상에 투영한 찬란한 빛이다. 편지가 아닌 봉투이고, 선물이 아닌 포장지이다.]

 

기억으로 빚어낸 문장들이 삶의 어두운 부분을 온전하게 채워주지 못해도  흩어져버린 기억의 퍼즐들을 하나씩 맞춰 가다보면 결국엔 삶의 종착역, 인생의 끝자락에 스스로의 삶에 대한 사랑을 깨닫게 될까?

 

[어쩌면 글쓰기가 열어 젖힌 평행 우주로, 우리는 모든 소중한 기억을 하나하나 옮겨 원하는 대로 재 배치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의 알리바이, 당신의 알리바이는 어디 있는가?


Alib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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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리바바 2019-11-25 08: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가끔 그냥 아무생각없이 다 털고, 어딘가 아무도 모르는 외국에 가서 다시 살고싶다는 망상을 해봐요. 물론 가난하고, 힘들고, 말도 안되는 상상일뿐 불가능하게지만요. 위에 발췌해두신 내용이 참 마음에 듭니다. 솔직히 100%이해는 안되지만요. 전 세상이 참 무의미한거 같거든요. 알 수 없고, 수많은 의미없는 삶과 죽음만 가득한 그런 것... 암튼, 잘 지내세요? 오늘 갑자기 추운데 코 끝으로 들어오는 싸한 겨울공기가 왠지 살아있는 느낌을 주네요. 스콭님, 이렇게 저렇게 살아가면서 이렇게 가끔 안부전하며 지내는게 참 좋습니다^^/ 감기조심하세여~~

scott 2019-11-25 10: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순간순간 무의미하게 흘러가는 시간에 어떤의미 살아가는 이유를 찾기위해 책을 읽고 있는것 같습니다 이책 그리 쉽게 읽혀지지 않는데 작가 성격이 예민 까칠한것 같아요 yaribaba 님 처럼 저도 오늘같은 적당한 냉기 바람 적당한 햇살 좋아해요 이렇게 따스한 안부 글귀 남겨주셔서 감사해요 요 며칠 우울함에 허우적거렸는데....yaribaba 님도 감기조심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

레삭매냐 2020-03-06 17: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제 마지막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안드레 애시먼의 에세이집, 너무
멋지네요.

이런 작가를 이제야 알게 되다니...
그리하여 원서로 <하버드 스퀘어>
도 주문했답니다. 소장용으로다가.

scott 2020-03-06 19:54   좋아요 0 | URL
저도 ‘하버드 스퀘어‘를 킨들로 처음 읽고 난후 call me~영화로 본후 원작을 읽었네요.
이작가에 에세이는 에피파니 같이 느껴질때가 있어요.
call me 후속작 find me는 좀 실망했지만 out of egypt 라는 에세이가 가장 좋았어요.
마르셀 프루스트로부터 영향을 많이 받은 작가라서 인지 문장에 기품이 있답니다. ^.^


 
페소아 - 리스본에서 만난 복수의 화신 클래식 클라우드 4
김한민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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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 스스로를 어떤 사람으로 정의 할 수 있을까?

출생,국적,부모,형제,학교 그리고 직업을 제외하고 온전히 나라는 사람은 누구인가?

유럽이  통합 되기 전 포르투갈 지폐에 얼굴이 찍혀 있던 남자.작가 페르난두 페소아(실제 이름은 소아레스)(1888~1935)유럽 문학 연구자들이 숭배하고 있는 이 작가에게는 120개의 이름을 갖고 있었다. 페르난두 페소아는 특정한 장소, 시간,번역하고 있는 책, 그날의 날씨에 따라 이름을 바꾸었다.

“내가 얼마나 많은 영혼을 가졌는지 나는 모른다. 나는 매 순간 변해왔다.” 

페르난두 페소아가 살았던 리스본은 대양을 향한 꿈과 그리움이 교차하는 흰색 빛깔 도시였다. 페소아는 날마다 새로운 가면을 쓰고 리스본 이라는 도시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상의 부조리를 포착했다.


fernando pessoa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그가 남긴 '불안의 서'라는 책은 어떤 장르로도 분류되거나 어떤 내용으로 요약되기 힘든 작품이다.

 '나는 계속해서 다양한 개성을 창조하고 있다. 내가 꿈을 꿀 때마다 모든 꿈이 하나하나 육신을 입고 서로 다른 사람으로 태어난다. 그렇게 태어난 꿈들은 나를 대신하여 계속해서 꿈을 꾼다.'

어떤 장르로 분류하기 힘든 페소아의 글들 속에는 인간의 삶과 죽음,내면의 복잡한 심리들이 담겨 있다.

 보조 회계원 이자 번역가로 살면서 휘갈겨 쓰던 말 조각들에서 배어 나오는 리스본의 골목 골목마다 흘러나오는 비탄의 목소리들이 포루투갈을 넘어 전 세계인의 삶 전체를 상징하고 있다. 

누구나 품고 있는 '불안'이라는 감정 속에 결국은 '나는 누구인가?''삶의 의미는 무엇인가?' '나는 무엇 때문에 살고 있는가?'라는 근원인 질문과 맞닿아 있다.


예술은 모든 삶의 활동으로부터 빠져나옴을 의미한다. 예술은 감정의 지적 표현이고 감성은 삶의 의도적 표현이다. 우리가 갖지 못한 것, 감행하지 못한 것, 도달하지 못한 것을 우리의 꿈이 가능하게 해준다. 이 꿈으로 우리는 예술 작품을 창조한다. 종종 감성은 비록 행위 만으로는 감성을 충족시킬 수가 없다. 삶에서 조금밖에 표현되지 못한 이런 과도한 감성이 예술 작품을 창조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두 종류의 예술가가 있다. 자신이 갖지 못한 것을 예술에 투영하는 예술가와 자신이 과도하게 가진 것을 예술에 투영하는 예술가다.


그가 남긴 파편 같은 글 조각들, 페르난두 페소아는 어떤 작가인가? 

모든 인간의 내면에 담긴 '불안'을 끊임없이 탐구 했던 철학자인가? 아니면 오늘 하루도 어제와 다를 것이 없는 평범한 소시민 인가?


오로지 페르난두 페소아의 글을 읽고 연구하고 번역하기 위해 포루투갈어를 배우고 리스본에서 살며 그의 흔적을 가득 담은 이 책의 작가 김한민 그는 리스본에서 페소아가 마주했던 문학적 방황을 뒤쫓아 질서 없이 어지럽게 널 부러진 퍼즐 조각같은 글을 남겼던 작가 페르난두 페소아에게 또 다른 새로 이름 '불멸'을 새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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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2019-06-08 01: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매력적이군요 :-) 불안의 서 읽어 보고 싶었고요 :-)
반갑습니다~

scott 2019-06-08 20:58   좋아요 0 | URL
이책의 저자가 오로지 페소아만 연구하고 번역해서 불안의 서를 읽기전에 이책을 읽어보시는게 좋을것 같습니다.
초딩님,반가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