村上朝日堂はいかにして鍛えられたか (新潮文庫) (文庫)
무라카미 하루키 / 新潮社 / 199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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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번역본들중에 짜집기 편집으로 출간된 하루키의 수필집은 여러권이다.

겹치고 중첩된 수필들도 여러개 결국 일어본으로 읽기 시작했다.

이책은 주간지 무라카미 아사 히토우라는 잡지에 1997년에 연재되었던 글 모음집이다.

지극히 일상적인 생각과 내면을 담담하면서도 유머스럽게 썼다.

사뭇 쉽고 간결하게 쓴것 같아도 읽고 나면 역시 하루키 답다라는 생각이 든다.

여러개의 글중 가장 인상 깊었던 '여행의 동반자,인생의 반려'라는 글을 옮겨 본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여행길에 어떤 책을 들고 갈 것인가 하는 명제는 누구나 고민하는 고전적인 딜레마일 것이다. 

물론 사람은 각기 독서 경향이 다르고, 여행의 목적이나 기간, 행선지에 따라 책을 선택하는 기준도 달라진다. 

따라서 일반적인 결론을 유추하기란 좀처럼 쉽지 않다. 

그러나 만약 당신에게 '언제 어떤 곳을 가든 O.K.' 라고 여길 수 있는 올 마이티적(almighty/전지 전능한)인 책이 한 권쯤 있다면, 인생이 한결 편해질 것이다.
    

나는 중앙공론사에서 출간된 <체호프 전집>을 그런 책으로 삼고 있다.  왜 <체호프 전집>이 여행길에 지참하기에 가장 적합한 책인지, 적어도 나한테만은 그 이유가 명확하다.
    

1) 단편소설 중심이라서 짤막짤막하게 읽기가 쉽다.
2) 모든 작품이 완성도가 높아 거의 실망하지 않는다.
3) 문장이 읽기 쉽고 세련되면서도,
4) 내용이 풍부하고 문학적 향기로 가득하다.
5) 사이즈도 적합하고 무겁지도 않고, 표지가 두꺼워서 구겨지지 않는다.
6) 만약 누가 표지를 힐긋 보거나 해도 '체호프를 읽고 있는걸 보면 그렇게 이상한 사람은 아닐 것'이라고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이 점은 어디까지나 부수적인 것이지만.
7) 이건 아주 중요한 점은 몇 번을 읽어도 싫증이 나지 않고, 오히려 새로운 발견을 한다.
    

이런 몇 가지 이유로 나는 여행을 할 때면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이 <체호프 전집> 한권을 가방에 넣어간다. 지금까지 후회한 적이 한번도 없다. 

단 한 가지 문제점은 다 읽고 나서도 가지고 돌아오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정도일까 (대개는 두고 온다).
    

나는 같은 중앙공론사에서 졸저 <레이먼드 카버 전집>을 출간할 때도, '가능하면 <체호프 전집>과 같은 사이즈에 같은 체재로 해주셨으면 한다' 고 부탁하였다.

 그만큼 <체호프 전집>이 마음에 들었다. 그러고 보니 레이먼드 카버가 가장 존경하였던 작가 역시 안톤 체호프였다. 그때는 몰랐는데, 이 또한 무슨 인연 같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여행길에는 들고 가지 않지만 인생을 통하여 몇 번을 읽어도 다시 읽는 책이 있다.  나한테는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가 그렇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완전히 다시 읽는 경우는 드물고, 그때 그때 읽고 싶은 곳을 펼쳐 놓고 몇 페이지를 꼼꼼히 읽는다. 줄거리는 이미 머릿속에 다 들어 있으므로, 어디서부터 읽어도 아무 문제가 없다.  머리로 읽다가 놓치는 부분을 그런 식으로 읽으면 오히려 신기하게 눈에 들어온다. 물론 이런 식으로 읽기에는 탁월한 문체에 밀도가 높은 작품이 아니면 안 된다. 그리고 또 개인적인 관심이 없어서도 안 된다.
    

명편집자로 잘 알려져 있는 맥스웰 퍼킨스는,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를 그런 책으로 삼고 있다.  그는 몇 번이나 그 소설을 다시 읽으면서, 거기에서 인생의 자양분과 용기와 힌트를 얻었다. 그의 사무실에는 항상 <전쟁과 평화>가 몇 권이나 비치되어 있고, 누가 오면 그 책을 선물하였다. 피츠제럴드도 헤밍웨이도 토머스 울프도 다들 한 권씩 받았다.
    

비슷한 이야기인데, 내가 옛날 <뉴요커>의 어느 편집자 사무실을 방문했을 때 일이다. 책상 뒤편 책꽂이에 다나자키 준이치로의 <세설>의 영역본이 반 다스 정도 꽂혀 있는 것이 눈에 띄어, 그에게 질문하였다.


  "왜 똑같은 책이 몇 권씩이나 있는 거죠?"
  "내 사무실에 찾아오는 사람들한테 그런 질문을 하게 하기 위해서지."
그는 싱긋 웃으며 그렇게 대답하였다.
  "그러면 이 책이 얼마나 멋진 책인지 설명할 수 있고, 그리고 관심을 갖는 사람한테는 한 권 선물할 수도 있고, 자네도 갖고 싶나?"
나는 아니라고 웃으며 대답하였다. 일본어로 된 책을 한 권 가지고 있으니.
  "아아, 자네 일본 사람이었지."
   

언제까지고 자신의 심금을 울리는 책 한 권을 지니고 있는 사람은 행복하다. 이렇듯 귀중한 인생의 반려가 있고 없고에 따라 사람의 마음가짐에 큰 차이가 있을 것이다.  물론 장기적으로 봐서 그렇다는 뜻이다.
    

나는 얼마 전 미국의 책방에서 아주 세련된 장정의 양장본 <위대한 개츠비>를 입수하였다. 오리지널판의 복각본인 모양인데, 지질이나 인쇄상태도 나무랄 데가 없었다. 물론 내용은 가지고 있는 몇 권의 위대한 개츠비와 전혀 다를 바가 없지만, 감촉이 좋아 틈만 나면 손에 들고 팔랑팔랑 페이지를 넘긴다. 조금 더 실력이 향상되면, 언젠가는 내 손으로 직접 번역해 보고 싶은데, 한참 갈길이 멀었다고나 할까, 개인적인 관심이 깊으면 오히려 더 어려운 법인가 보다.] 

빼곡하게 꽂혀 있는 책들속에 내인생의 반려,여행의 동반자가 되어줄 한권을 찾아 봐야겠다.
찾게 된다면 사랑하는 이들에게도 두루 건네주며 한권이 전해주는 소중한 울림을 느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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村上春樹 雜文集 (單行本)
무라카미 하루키 / 新潮社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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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1Q84를 발표하고 하루키는 여러 매체를 통해 자신의 모습을 보여줬지만 그는 언제나 글을 쓰고 번역하고 달리는 무라카미 하루키 이다.

기나긴 장편을 쓰고 여러나라에서 번역되어 나와도 여전히 잡지"앙앙"에 짧막한 글을 기고하며 틈틈히 챈들러의 소설을 번역하며 언제나 그렇듯 무라카미 하루키로 살아가고 있다.

2011년 1월,하루키는 작가로 데뷔한 30년동안 써왔던 어디까지나 지극히 잡다한 글들을 모아서 한권의 두툼한 책으로 출간했다.

'잡문집' 여러매체에 기고했던 인사말 ,서문 ,해설,단편 소설 등 지금까지 발표되지 않았던 69편의 글들을 가득 담았다.

목차를 살펴 보면

서문 어디까지나 잡다한 마음 가짐

1. 서문 해설

자기란 무엇인가 (혹은 맛있는 굴튀김 먹는법)

같은 공기를 마시구 있구나 라는것

우리가 살아가기 힘든 세계

안자이 미즈마루는 당신을 보고 있다.

2. 인사 메세지 등

'마흔 살이 되면' 군상신인 문학상 수상소감

'앞으로 아직 길기 때문에' 노마문예신인상 수상 소감

'전혀 잊고 있어도 좋다.' 다나자키 상을 받은 시절

'이상하고 이상하지도 않은.'아사히 수상 인사말

'이제 와서 갑자기 라고 할까' 와세다대학 쓰보우치 쇼오 대상 수상 인사말

'아직 주위에 많이 있을것' 마이니치 출판 문학상 수상 인사말

'나뭇가지가 격렬하게 흔들리면' 신풍상 수상 인사말

자신의 내면에 미지의 장소를 검색할수 있다.

도너츠를 먹으면서 (미국대학교수시절 한국학생과의 일화)

좋을때 아주 좋은(안자이 미즈마루씨 따님의 결혼 축하 메시지)

'벽과 계란'예루살렘상 수상 연설

3.음악에 관하여

여백이 있는 음악은 듣고 질리지 않은

짐모리슨의 소울 키친

노르웨이의 나무를 보고 숲을 보다.

일본인에게 재즈는 이해 될수 있는 것일까

빌크로우와의 대화

뉴욕의 가을

모두가 바다를 가질수 있다면

연기가 눈에 스며들어

외곬수 피아니스트

말을 꺼내는것을 삼가하며

no where man(아무데도 못가는 사람)

빌리 홀리데이 이야기

4.언더 그라운드를 둘러싸고

도쿄의 지하 블랙 매직

공생을 추구하는 사람들,추구하지 않는 사람들

피와 살이 되는 단어를 찾아서

5.번역하고,번역되는

번역하는것과 번역되는것

내안의 'catcher'(끌어당기는)

고전에 버금가는 소설 인 '롱 굿바이'

거품(ムース)을 쫒아

스티브 킹의 절망과 사랑-고품질의 공포 표현

팀브라이언이 대학에 온 나날

바흐와 오스터(Paul Auster)의 효용

그레이스 페리의 중독적인 '씹는 맛'

레이몬드 카버의 세계

스콧 피츠제럴드-재즈 시대의 기수

소설보다 재미있는?

단 한번의 만남이 남긴것

기량있는 소설

카즈오 이시구로 같은 동시대 작가들이 가진것은

번역 도사

6.인물에 대해서

안자이 미즈마루는 칭찬 할수밖에 없다.

동물원의 코끼리

교이치 스츠키(都築響一)적인 세상이 된다면

수집하는 눈으로 설득하는 말

칩카드의 일(직업)

가와이(可合)선생과 가와이 하야오(可合集雄)

7.눈으로 본것이 마음으로 생각한 것

데이브 힐튼 시즌

정확하게 다리미 거는 법

청어 이야기

잭 런던의 틀니

바람의 것을 생각하자

토니 타나카타를 위한 코멘트

다른 울림을 찾아

8.질문에 대한 답변
제대로 나이먹는것은 어려워

포스트 공산주의 세계에서 질문

9. 단편 소설-'밤의 거미 원숭이' 수록 OUT TAKE

사랑없는 세계

수행자炳浴行人(키니타닌 코진)

덤블속의 들쥐

10.소설을 쓴다는것은

부드러운 영혼

먼곳까지 여행할수 있는 방

자신의 이야기와 자신의 문체

온기를 자아내는 소설은

얼어붙은 바다와 토끼

이야기의 선(善)한 순환

부록 일러스트 해설 대담 무라카미 하루키 X 안자이 미즈마루



실로 다양한 글들로 가득차 있는 이책의 페이지를 넘겨보면 문장들이 넘치고 쏟아져 나오던 시기에 쉼없이 써내려갔던 한 개인의 열정이 느껴진다.

하루키는 어떻게 이런 글들을 썼을까?라며 스스로 얼굴이 홍당무가 되었다고 고백하지만 다듬어지지 않고 내용이 산만해도 부지런히 글쓰는 과정 속 에서 새어나온 따끈따끈한 땀방울 같은 글들이다.

'단 한번의 만남이 남긴것'이라는 에세이에서 하루키는 레이몬드 카버와 단 한번 만났던 그날과 카버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신문을 통해서 읽게 되었던 그날 속의 자신, 작가의 길을 걷고 있지만 동료도 스승도 없이 홀로 하얀 백지장과 쓸쓸하게 맞대고 살던 그시절의 모습을 떠올린다.

알콜중독과 생활고, 가정불화 속에서 써내려간 단편들, 그의 작품을 번역하고 있던 하루키

1984년 여름 레이몬드 카버의 집을 직접 방문한 무라카미 하루키

'일부러 나같은 사람을 만나러 여기까지..'라고 말했던 레이몬드 카버

'언젠가 일본에 꼭 한번 방문해주세요.'라며 수줍게 대답한 무라카미 하루키

'나는 그렇게 대단한 사람도 아닌데..그렇게 까지.'

자신보다 10살 많은 작가, 장편이 아닌 단편을 쓰는 작가 레이몬드 카버

이곳도 저곳도 아닌 우리의 일상속 희비극을 보여주고 떠난 레이몬드 카버

그의 전작품을 번역하며 힘과 용기를 얻게 된 무라카미 하루키

단한번의 만남 으로 작가에 대한 신뢰와 애정을 느낀 하루키는 카버의 단편속 인물들과 마주하며 그들의 삶과 카버의 삶이 하나로 느껴졌다고 한다.

' 자기가 무엇인지' 라는 서문 말미에 '맛있는 굴튀김 먹는법'이라는 글속에 하루키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낸다.

그의 모습은 이러하다.



[ 굴 튀김 이야기

추운 겨울 해질 무렵,나는 단골 레스토랑에 들어가 맥주(삿보로 중간크기)와 굴튀김을 주문한다.

이 레스토랑에서는 5개 짜리 굴튀김과 8개 짜리 굴튀김 두가지를 선택할수 있다.

무척 신선해서 엄청난양의 굴튀김들이 운반되고 있었다.

물론 나는 8개짜리 굴튀김을 주문했다. 오늘은 무진장 굴튀김이 먹고 싶으니까.

굴튀김에 곁들여 나오는 것으로는 얇게 채 썰은 양배추가 듬뿍 따라 나온다.

달고 싱싱한 양배추다.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더먹고 싶어질정도다.

더먹으려고 주문하면 정가에서 50엔이 추가된다.

그러나 나는 양배추가 더먹고 싶어질정도는 아니였다.

나는 정말로 굴튀김 그것만 먹으려고 온거지 곁들여 나온 양배추를 먹으려 온게 아니였다.

게다가 지금 주문한 그릇을 잔뜩 쌓아놓은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내 접시에 올려진 굴튀김 껍질에서 아직도 지글지글 소리를 내고 있다.

작게 들려도 멋진 소리다.

눈 앞에서 직원이 굴들을 바로 튀겨낸다.

엄청난 기름을 담은 냄비가 있는 곳 부터 내가 않아 있는 카운터 옆 좌석 까지 운반되어 왔다.

기껏해야 5초 정도 걸렸을까.

어떤 경우에는- 예를들면 추운 저녁 무렵이 되었을때 굴튀김을 먹으러 가는 경우라는건 - 속도에 엄청난 의미를 두고 있다는 뜻일거다.

젓가락으로 굴튀김옷을 북 찢어서 두개로 쪼개면 바로 한가운데 굴이 어디까지나 굴로써 존재하고 있다는걸 알수 있다. 정말로 보기만 해도 굴로써 존재하고 굴이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굴의 색깔로써, 굴의 형태로써 존재 하고 있다.

굴들은 얼마전 까지 어느 바다 속에 살고 있었다.

말없이 꼼짝않고 밤이건 낮이건 딱딱한 껍질 속에 굴스럽게 그렇게 자리잡고 있을 것이다.

그럿것들이 이제는 내 접시위에 올려져 있다.

나는 내스스로가 굴이 아니라 소설가라는 사실이 기쁘다.

기름에 튀겨져서 양배추를 옆에 두고 잠들어 있지 않아서 기쁘단 말이다.

우선 내자신이 윤회전생을 믿지 않는다는 사실도 기쁘다.

그럼에도 내가 다음생에 굴로 태어날지 모른다는 둥이라는 생각 같은거 하고 싶지 않은걸.

나는 그 굴들을 조용히 입속으로 넘겼다.

튀김옷과 굴이 내입속 한가운데로 들어갔다.

바싹바싹한 튀김옷이 이빨에서 사르륵. 폭신폭신한 굴이 이빨에서 사르륵 함께 녹아내려야만 감촉을 한번에 느끼게 된다.

미묘하게 뒤섞인 향이 내 입속 이빨에 닿아 한복판에서 축복하듯이 쫙 퍼진다.

나는 지금 행복을 느낀다.

나는 굴튀김을 먹으려고 기다리고, 그래서 이렇게 8개 굴튀김이 나오는데로 먹었다.

그런사이에 맥주도 마셨다.

이런게 한정된 행복에 불과 한게 아닐까 라고 당신은 말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에게 이전에 한정된 행복이 찾아왔던적이 언제 였더라?

그리고 참으로 진정으로 한정된 행복이 아니였을지도 모르잖아?

나는 그런것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그렇지만 결론은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

다른 사람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그렇게 간단하게 결정지을수 없다.

굴튀김 속에 무슨 힌트 같은것이 있지 않을까 응시하며 내가 남긴 3개의 굴튀김을 잠시 노려본다.

어쨌든 그들은 내게 아무 말도 걸지 않았다.

대충 식사를 마치고 마지막으로 맥주를 마셨다. 자리에서 일어나 계산을 하고 밖으로 나간다.
역을 향해 걸어가는 동안 내 어깨 부위에 어렴풋이 굴튀김이 조금씩 힘을 북돋고 있다는게 느껴졌다.

그런게 절대로 이상하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몇개의 굴튀김이 나에게 있어서 커다란 내자신의 일부 (개인적 반영) 중 한가지 이니까.

그런식으로 마음(숲)속 깊은곳에서 누군가와 싸우고 있을테니까.]



굴튀김을 먹고 맥주를 마시고 그리고 또다시 책상앞에 앉아 어제도 그랬듯이 하얀 백지속을 가득 채운다.

69편의 잡다한 글들 속에는 낮게 소곤소곤 거리기도 하고 느릿느릿 주절거리는 목소리가 들린다.

이상하다 싶기도 하고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하고 잠시 책장을 덮고 먼곳을 응시하며 멍한 상태로 서있게 된다.

수상 소감을 읽을때면 잠시 홍차를 마시고 쿠키 가루들을 페이지 속에 떨어뜨리며 활자가 시야에서 잠시 벗어나기도 한다.

그러다가 재즈와 청어 ,도너츠,뉴욕등의 페이지로 넘어가면 활자를 잃어버리지 않으려고 시선을 단단하게 고정 시킨다.

책장을 덮으면 그가 먹었던 것들, 보았던것들, 갔던곳들, 번역했던 책들이 머릿속을 붕붕 떠다니며 그의 발자국, 목소리가 들려온다.

단 한번도 만난적이 없던 그가 내삶의 한부분에 자리잡고 있다.

자주는 아니여도 이따끔씩 보고 싶어지는 사람이다.

가슴 한구석에 멍자국을 남기지 않았지만 쓰담아주고 싶은 사람이다.

푸석거리고 서걱거리는 일상에 훈훈한 입김을 불어넣어주는 사람이다.

나른한 포즈로 누워있는 고양이 등을 쓰담고 있을 그에게 이렇게 속삭여주고 싶다.

고마워요. 하루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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エマ (3) (Beam comix) (コミック)
카오루 모리 / エンタ-ブレイン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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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가 만석이라서 3장 남은 1등석 티켓을 산 엠마는 앞자리에 앉은 승객(타샤)과  서로의 직업과 출신등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누며 요크로 향한다.

화창한 어느날 윌리엄의 형제들은 엘레노아와 다른 귀족 친구들과 함께 소풍을 나온다.

엘레노아 친구들은 요트부자인 윌리엄의 친구와 윌리엄의 집안을 비교하며 작위는 그다지 높지 않지만 부동산과 상가 보유재산이 많은 윌리엄과 결혼하게 되면 다른 귀부인들 못지 않는 생활을 누리게 될거라고 엘레노아에게 귀뜸해준다.

이런 사실을 들었는지 못들었는지 넋을 놓은채 강물만 바라보고 있는 윌리엄 존슨, 여동생 그레이스는 어느것 하나에도 즐거워하거나 기뻐하지 않는 오빠의 모습에 안쓰러워한다.

아버지가 사업을 확장하면 확장할수록 윌리엄은 늦은 저녁에 열리는 만찬회와 파티장에 꼬박 참석하고 돌아와서는 밤새도록 일에 매달린다. 그는 여러 단체를 후원하며 재능있는 아마추어 연극인들을 위해 자신의 정원을 공연장으로 무상 제공을 해준다.
공연이 시작 되고 촛점없이 공허한 눈빛으로 앉아 있는 윌리엄에게 다가간 하킴은 마음속에 담아두지 말고 찾아 나서라며 엠마의 이야기를 꺼낸다.
윌리엄은 하킴을 쳐다보지 않은채  이렇게 재능있는 사람들에게 아낌없이 투자하며 죽는 그날까지 상류층으로 살겠다고 말한다.

 무작정 태어난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엠마를 걱정하며 타샤는 자신이 일하고 있는 저택으로 데리고 간다.

독일에서 이주한 무역상인 빌헤름 멜더스 집안에 고용된 엠마는 전과 비교할수 없을 정도로 드넓은 저택과 수십명의 메이드들을 보며  타샤의 옆침대에서 잠을 이루지 못한다.
엄격한 규율속에서도 개개인의 인격을 존중해주는 빌헤름과 아내 도로테어는 아이들 에리히와 일라이져에게 새로온 메이드 엠마에게 인사를 시키며 감사 표시를 하라고 가르친다.

런던에서 온 엠마를 눈여겨 보던 군기반장 아델은 도로테어 여사에게 독일어와 프랑스어를 읽을 줄안다고 귀뜸하며 엠마의 성실함을 이야기한다.
도로테어여사는 마차를 탈때는 말동무가 필요하다며 엠마를 부른다.
엠마가 따라간 곳은 윌리엄과 함께 밤을 지새우고 첫키스를 했던 그곳 '크리스탈 궁전'을 빼닮은정원이였다.
두사람을 마중 나온 금빛색의 단발 머리의 미세스 트로로프, 두여인의 정감어린 대화 속에서 그날밤 밝게 빛났던 달빛 그림자를 떠올린다.

 
오페라 무대위 조명들이 하나둘씩 꺼지고...자리에서 일어나지 않는 윌리엄에게 몸을 기대는 엘레노아, 윌리엄은 고개를 돌리지 않은채 아직 꺼지지 않은 조명등을 쾡한 눈빛으로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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エマ (2) (Beam comix) (コミック)
카오루 모리 / エンタ-ブレイン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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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1년 세계최초로 영국 런던에서 만국 박람회가 개최된다. 1년후 박람회장으로 쓰였던 건물에 전세계에 서식하고 있는 동물과 식물들로 가득 채워서 '크리스탈 궁전'으로 개방된다.

윌리엄은 엠마에게 '크리스탈 궁전'을 보러 가자고 편지를 보낸다.

엠마는 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지만 선듯 답장을 망설이는데 케리부인이 젊은 시절에 입었던 외투를 걸치고 가라며 외출을 허락한다.

입장표를 끊고 기다리고 있던 윌리엄은 엠마가 나타나자 기뻐하며 전시된 식물들을 정신없이 설명한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보는 진귀한 동물과 식물들을 보며 엠마는 사뭇 자신이 현재 서있는 이곳이 낯설고 두려워진다. 그녀와 나란히 걸어가며 설명을 하던 윌리엄은 안색이 창백해진 엠마를 의자에 앉히고 떠들석한 관람객들의 소음 속에 두사람은 차분하게 대화를 나눈다. 폐장 시간이 임박했다고 알리는 직원의 목소리를 못들은 두사람,어색해 하는 엠마에게 윌리엄은 어린시절 이야기를 하며 엠마를 웃게 만든다. 서서히 해가 저물자,윌리엄은 폐장 시간이라며 자리에서 일어나고 그제서야 문이 굳게 닫힌걸 알고  '문을 열어달라'고 소리를 치며 커다란 항아리를 번쩍 들어서 던질 기세로 달려간다.

엠마는 흥분한 윌리엄에게 기다려보자며  진정시킨다. 구슬프게 울던 새들도 동물들도 조용해지고 두사람은 말없이 달빛만 바라본다.

피곤한 기색으로 안경을 벗고 손바닥으로 눈을 지그시 누르는 엠마의 손에 쥐어진 안경을 잡으며 조심스럽게 키스를 한다.

날이 밝자 직원들에게 발견된 두사람은 무사히 집으로 돌아가고  윌리엄이 외박을 했다는 사실에 집안은 발칵 뒤집어진다.

기숙사 학교에 다니던 형제들이 돌아와서 윌리엄의 안부(혼사문제)를 궁금해하며 아버지의 눈치를 살피는데 누이 그레이스가 편지를 주고 받던 남작의 딸 엘레노아와 약혼을 하게 될것 같다는 아버지의 말에 놀라며 친구 하킴에게 달려간다.

하킴의 입에서 윌리엄이 좋아하는 여자는 엠마라는 말을 듣자마자 동생들은 윌리엄을 끊질기게 추궁하자 엠마는 메이드라고 말해버린다.

그사실을 알게 된 아버지는 '말은 훌륭한 조련사를 만나면 명마가 되지만 고양이는 아무리 좋은 주인 밑에서 좋은 사료를 먹어도 고양이 그이상이 될수 없다.'고 말하며 '한번 귀족으로 태어나면 죽는 그날까지 귀족이다.'라고 단호하게 못을 밖는다.

 

따스한 물수건으로 자신의 손을 닦아주는 엠마에게 케리부인은 윌리엄의 아버지에게 결혼은 좋아하는 상대와 하는게 좋다는 말을 꺼내보았지만 완강하게 거절했다며 '엠마 너라면..'이라고 말하며 엠마의 빰을 어루 만져준다.

케리부인이 세상을 떠나자 전남편의 절친한 친구인 알의 도움으로 집을 정리하고 마지막으로 집안 구석구석을 정리하며 케리부인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음을 느낀다. 잠을 이루지 못하던 엠마는 불이 꺼진 난로 앞에 앉아서 그동안 참았던 눈물을 터트린다.

 

만찬회장에서 엘레노아는 누이 그레이스의 이야기를 꺼내며 윌리엄에게 먼저 다가간다.  '전통'을 강조하고 지켜야한다는 말에 윌리엄은 심기가 불편해지고 꽉쪼이는 코르셋때문에 맛있는 음식을 마음대로 먹을수 없는 엘레노아는 윌리엄의 말에 찬성하며 그에게 강한 호감을 느낀다.

 

약속 장소에 늦게 도착하게 된 윌리엄은 엠마를 찾아서 온거리를 뛰어다니고 엠마는 윌리엄의 저택앞을 서성이다가 안에서 기다리라는 집사를 따라 들어간다.

하킴이 엠마를 반겨주며 응접실로 데리고 들어가자 동생들을 요동을 치며 그뒤를 쫒아가서 엠마의 머리끝뿌터 발끝까지 샅샅이 훝어보며 초라한 그녀의 모습에 실망한다.

신분의 차이를 절실하게 느끼며 엠마는 자신이 태어난 곳으로 돌아가겠다고 하킴에게 말하고 일어선다.

기차역으로 향하는 엠마, 케리부인의 집앞을 서성거리며 엠마를 기다리는 윌리엄

두사람의 엇갈림, 서로에게 하지 못했던 말들....그리고 철처하게 계급과 계급으로 단단하게 쌓아올려진 세상속에서 엠마, 홀로 걸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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エマ (1) (Beam comix) (コミック)
카오루 모리 / エンタ-ブレイン / 2002년 8월
평점 :
품절


 
윌리엄 존슨은 어린시절 가정교사 였던 케리 부인의 집을 우연히 방문한다. 그곳에서 그는 케리부인을 정성껏 보살피고 있는 메이드(하녀)와 만나게 된다.

케리부인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윌리엄은 자신의 소년시절의 모습이 담긴 액자 속에 시선을 고정시킨다. 그는 집을 나서기전 슬쩍 장갑 한짝을 액자 옆에 흘리고 나온후 골목 어귀에 엠마가 뒤쫒아 나오기를 기다린다.

엠마가 장갑을 쥐고 거리로 뛰쳐나오자 윌리엄은  슬쩍 엠마 앞에 나타나서  장갑 한짝을 돌려받고 공원을 산책하며 엠마를 좀더 가까이서 볼수 있는 기회를 만든다.

시력이 나빠졌다는 엠마에게 안경을 사주고 싶어하지만 케리부인에게 선물받은 안경을 간직하고 싶었던 엠마가 정중하게 거절하자 윌리엄은 자수가 놓인 손수건 한장을 그녀에게 건넨다.

아버지가 경영했던 상가들을 맡아서 장부들을 꼼꼼히 살펴보며 착실하고 성실하게 일하고 있는 윌리엄 앞에 인도 왕족의 아들이 하킴이 코끼리를 타고 무휘들과 함께 화려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윌리엄 집에 잠시 머물겠다는 하킴은 코끼리를 타고 마차들이 오고 가는 런던 거리를 누비며 구경꾼들을 몰고 다니며 윌리엄의 입장을 난처하게 만든다. 엠마와 마주친 하킴은 적극적으로 관심을 표현하며 윌리엄의 신경을 자극한다.

케리부인은 자신이 죽은후 혼자 남게 될 엠마를 걱정하며 살아 있을때 엠마가 결혼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한다.

시립 도서관에 들린 엠마는 케리부인이 부탁한 책을 고르던중 신분을 뛰어넘은 사랑이야기가 담긴 책한권을 뽑아든다. 책을 대여하던중 윌리엄과 하킴 두남자를 발견하는데 윌리엄 앞에 속옷 차림의 여성이 그려진 책한권을 보고 놀라며 급히 자리를 떠난다.

무도회장에 끌려나온 윌리엄은 화려한 치장과 언변으로 가득찬  무리속에 어울리지 못하고 주변을 배회한다.

윌리엄의 아버지 리처드는 케리부인을 찾아와서 윌리엄과 혼담이 오고 가고 있는 켐벨가에 대해 말을 꺼내고 윌리엄은 부모가 정해주는 상대와 혼인 할수 없다고 엄포를 놓는다.

모든 대화를 조용히 듣고 있는 엠마....모두가 돌아가고 잠든후 그녀는 홀로 방안에 앉아 눈물을 흘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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