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에라자드 무라카미 하루키 단편 만화선 3
권남희 옮김, 무라카미 하루키 원작, Jc 드브니 각색, PMGL 만화 / 비채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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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일곱 살의 내가 그의 어떤 점에 그토록 깊이 빠졌었는지, 그것조차 잘 생각나지 않아. 인생이란 묘한 거야. 한때는 엄청나게 찬란하고 절대적으로 여겨지던 것이, 그걸 얻기 위해서 라면 모든 것을 내버려도 좋다고 까지 생각했던 것이, 시간이 지나면, 혹은 바라보는 각도를 약간 달리하면 놀랄 만큼 빛이 바래 보이는 거야. 내 눈이 대체 뭘 보고 있었나 싶어서 어이가 없어져.]

무라카미 하루키의 <셰에라자드> 중에서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소설집 '여자 없는 남자들'에 수록된 단편 <셰에라자드> 사회에서 소외되고 인간 관계 조차도 제대로 이루지 못하는 한 남자의 상실과 결핍의 허무한 모습이 프랑스 만화가 PMGL(피에르-마리 그리예-리우)의 그림과  아트 디렉터 Jc 드브니가 각색 작업으로  “인생의 한 컷”으로 재 탄생했다.

등장인물들의 혼돈스러운 상황과 한 여자와 관계가 매 페이지 마다 현란한 컷, 19禁의 장면과 함께 총 27페이지에 걸쳐서 펼쳐진다.


[여자를 잃는다는 것은 말하자면 그런 것이다. 현실에 편입되어 있으면서도 현실을 무효로 만들어주는 특수한 시간, 그것이 여자들이 제공해주는 것이었다. 그리고 셰에라자드는 그에게 그것을 넉넉히, 그야말로 무한정 내주었다. 그 사실이, 그리고 그것을 언젠가는 반드시 잃게 되리라는 사실이 그 무엇보다도 그를 슬프게 했다.]

프랑스식 만화 '방드 데시데(Bande dessinée)'로 재 편집 구성된 작품은 총 9편으로 


-'빵가게 재습격'

-'개구리군 도쿄를 구하다'

-'셰에라자드'

- '버스데이 걸'

- '사랑하는 잠자'

- '어디가 됐든 그것이 발견될 것 같은 장소에'

- '일곱 번째 남자' 

- '잠'

-'타일랜드' 

9편 각색 작품 중에서  하루키는 <셰에라자드> 작품을 가장 마음에 든다는 말을 남겼다.


하루키의 환상적인 서사가 프랑스 식 19禁 서사에 일본 17세기 우키요에 회화체로 재 탄생 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이 작품이 수록된 일본어판 서문에  작품 서술 배경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어째서 그런 모티브에 내 창작 의식이 붙들려 버렸는지 그 이유는 나도 모르겠다.

다행스럽게도 이 책에 수록된 비슷하면서도  구체적인 사건이 최근까지 나에게 일어나지 않았다.

단지 그런 상황 속에 처한 남자들의 모습과 심정을 몇 가지 다른 이야기의 형태로 패러프레이즈하고 재현 해보고 싶었다.'

하루키의 수집품 1호는 중고 레코드 그 다음은 티셔츠 그리고 그 다음은 바로 뒤에 걸린 그림으로 하루키 집안 곳곳에 걸린 소장품 중에서 그가 가장 아끼는 그림 중 하나인 타카노부 코바야시의 작품을 배경으로 빨간 색 티셔츠로 맞춰 입고 사진을 찍었다.



"여자를 잃는다는 것은 말하자면 그런 것이다. 현실에 편입되어 있으면서도 현실을 무효로 만들어주는 특수한 시간, 그것이 여자들이 제공해주는 것이었다.  그것을 언젠가는 반드시 잃게 되리라는 사실이 그 무엇보다도 그를 슬프게 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셰에라자드> 중에서


실제 하루키의 삶은 자신의 쓴 작품과 거리가 멀어 보인다.

80세를 바라 보며 여전히 글을 쓰고, 달리며 세계 곳곳에 자신이 출간 한 작품들이 다양한 형태로 재 탄생되고 있으니 그의 인생은 어제보다 오늘이 더 좋은  삶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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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3-10-27 03: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여든이 얼마 남지 않았다니... 건강하니 더 오래 살지도 모르죠 무라카미 하루키가 건강하게 살기를 바랍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게 있으니 한동안 괜찮을 것 같네요


희선

2023-10-27 09: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빵가게 재습격 무라카미 하루키 단편 만화선 1
김난주 옮김, 무라카미 하루키 원작, Jc 드브니 각색, PMGL 만화 / 비채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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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우리는 배가 고팠다. 아니, 배가 고픈 정도가 아니라 마치 우주의 공허를 그대로 삼켜 버린 것같이 속이 텅 비어 있는 기분이 들었다.

처음엔 도넛 구멍처럼 작은 공백이었던 것이, 날이 감에 따라 우리 몸 안에서 자꾸자꾸 커져서 마침내는 바닥 모를 허무가 되었다.]

1986년에 무라카미 하루키가 발표한 단편 <빵가게 재습격>이 프랑스식 만화 '방드 데시데(Bande dessinée)'로 재 탄생했다.

프랑스 만화가 PMGL(피에르-마리 그리예-리우)이 그림을 그렸고 아트 디렉터 Jc 드브니가 각색 작업을 맡은 <빵 가게 재 습격>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세상 끝자락에 떨어진 인간들의 굶주림으로 재 해석 되었다.

10여 페이지 분량에 한 페이지당 장면 컷이 6개 정도로 등장 인물들이 주고 받는 대사는 그리 많지 않고 인물의 표정과 행동에 중점을 두고 이야기가 펼쳐진다.


[공복감이 우리를 악으로 달리게 하는 것이 아니라, 악이 공복감으로 하여금 우리를 달리게 하는 것이다. 잘은 모르겠지만 실존주의 같은 것이다.]

새벽 두 시, 아직 잠에 취해 있던 주인공 ‘나’와 아내는 느닷없이 회오리처럼 밀려 든 강렬한 공복감에 휩싸이자 지난 시절 빵 가게를 습격했던 과거 시절의 경험을 이야기 하다 돌연 거리로 나가 빵 가게 재습격에 나선다.

프랑스 식 빵 가게 재 습격은 원작에서 칼을 들고 거리로 뛰쳐 나간 주인공과 달리 마치 은행에 들이 닥친 강도의 모습처럼 총을 들고 빵 가게를 습격 해서 실제 원작보다 좀 더 위협적인 모습으로 나온다.

등장 인물들 모두 꼬질 꼬질한 상태로 굶주림에 시달려서 두 동공에 촛점이 없다.


[나는 단짝에게 , 아줌마가 나갈 때까진 아무것도 해선 안된다는 눈 짓을 보냈다.

그리고는 식칼을 몸 뒤에 감추고, 빵을 고르는 척했다.

아줌마는 이쪽이 지칠 만큼 시간을 끌면서, 마치 양복장이나 삼면경을 고르는 듯한 신중함으로 튀김빵과 메론빵을 접시에 담았다.]

세상에서 가장 달콤하고 고소한 유혹을 불러 일으키는 빵!빵!빵!

멜론 빵과 튀김 빵이 먹고 싶어서 나도 빵가게를 습격 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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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3-10-27 03: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빵!빵!빵! 하니 총소리 같네요 총을 들고 갔다고 해서 그런 생각이 들었나 봅니다 사진속 멜론빵 맛있을 것 같네요


희선

scott 2023-10-29 17:41   좋아요 1 | URL
프랑스 빵 집 털이범은 총으로 위협 하고 빵집을 터는데
훔친 빵이 고작 햄버거 몇 개 정도네요
멜론빵 맛은 그 안에 들어간 멜론맛 나는 슈맛 ^^
 
一人稱單數 (Hardcover)
文藝春秋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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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만에 출간된  신작 '1인칭 단수'가 출간 되기전(7월12일) 마이니치 신문사 인터뷰에서 하루키는  '예전에는 쓰지 못했던 것들을 1인칭의 시선으로 쓰고싶었다.' 말했었다.

앞서 출간된 에세이 '직업으로서 소설가'에서  향후 출간된 작품은 자기 자신에 대한 탐구가 될것이라며 지난날에 기억속에 스며들었던 다른 이들에 삶에 관한 이야기를 쓰게 될지 모른다고 언급한적이 있었다.

그래서인지 이번 작품에 수록된 총 8편에 단편속에는  주인공인 '나'와 관련된 사람과 사건, 경험들이 시공간에 뒤섞여서 각각에 인생에 얽힌 사연을 들려주고 있다.

'돌 베개에'-하이쿠,'크림'(간사이 사투리/모차르트), '찰리 파커 · 플레이 · 보사 노바' (잡지음악평론.카세트 테이프/LP판) , 'With the Beatles' (비틀즈 음악,고등학교 국어교과서 부교재,아쿠타가와 류노스케'톱니 바퀴') ,"야쿠르트 스왈로즈 시집'( 단가/시), '사육제 (Carnaval)' ( 슈만/슈베르트)

이처럼 하루키는 음악과 시,하이쿠,소설들에  곳곳에 배치 해 놓고  한 사람에 인생, 운명을 좌우하는데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 치밀한 문장과 묘사로 투영 시켰다.


8편에 단편 중에 가장 하루키 적인 색채가 강한 'With the Beatles'


한여자애를- 한때 소녀 였던 어떤 여자를 -지금도 또렷이 기억한다. 하지만 그녀의 이름은 모른다. 물론 지금 어디서 뭘 하는지도 모른다. 내가 아는 것은 그녀가 나와 같은 고등 학교를 다녔고, 동갑이며 (같은 학년 배지를 가슴에 달고 있었다). 아마도 비틀스의 음악을 소중하게 여겼으리란 것 정도다. 그밖에는 아무것도 아는게 없다. 그때는 1964년, 비틀수 열풍이 세계를 강타한 시대였다. 계절은 초가을, 새학기가 시작되고 조금 지나서 일상 생활이 차츰 자리 잡혀간 즈음이다. 그녀는 학교 복도를 혼자 잰걸음으로 걷고 있었다.  치맛자락을 펄럭이면서 어딘가 서두르는것 같았다. 나는 오래된 학교 건물의 길고 어둑한 복도에서, 그녀와 스쳐지나갔다. 우리 둘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위드 더비틀스)라는 음반의 LP판이었다. 재킷에 쓰인, 비틀스 멤버 네명의 얼굴이 반쯤 그림자로 가려진 흑백사진이 인상적이다. 내 기억에 그 레코드는 미국반도 아니고 국내 라이선스 반도 아니고 영국 오리지널반이었다......

스쳐지나갈때 무척 근사한 냄새가 났다. 나는 그때 그녀에게 강렬하게 이끌렸다.-(위드 더 비틀스) LP판을 소중히 품에 안은, 이름도 모르는 아름다운 소녀에게


1964년 비틀즈가 전세계를 강타 했던 시절 고베에서 고등학교에 재학중인 '나'는 같은 학교 동급생이자 자신에 여자 친구(사요코) 집에 찾아간다. 그곳에서 여자친구에 오빠를 만나게 되는데  그녀에 오빠는 20살 안팎으로 불치병을 앓고 있어서 집안에만 틀어박혀 살고 있었다, 주인공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에도 종종 여자친구에 집을 찾아가 그녀에 오빠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여자친구에 오빠와 함께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에 단편' 톱니 바퀴'를 함께 소리내어 낭독한다.

18년이 지난 후 도쿄에서 작가로 살고 있던 주인공은 우연히 길을 가다가  여자친구였던 오빠와 마주치게 된다. 행운인지 몰라도 불치병으로 앓고 있었던 그는 이제 병이 완치되어서 정상인으로 살며 대학을 졸업하고 집안에 가업을 이어받았다.

주인공에 전 여자친구는 3년전에 이미 저세상을 떠났는데 결혼을 한 상태로 남자아이와 여자아이를 남겨두고 자살을 했다는 말을 전해 듣는다. 그 순간 충격을 받은 주인공은 그녀와 헤어졌던 날에 있었던 그 사건을 떠올리게 된다.

이 작품은 하루키가 출간에 앞서 미국 잡지 '뉴요커'에서 실제로 자신이 고등학교때 우연히 복도에서 마주쳤던 소녀, 그 소녀가 들고 있었던 'LP'판 비틀즈에서 떠올린 경험이 이야기에 첫 출발점이라고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그래서인지 주인공이 지나쳤던 모든 순간 속에 '비틀즈' 음악이 흘러나온다.


그것들은 사사로운 내 인생에서 일어난 한쌍의 작은 사건에 지나지 않는다. 지금 와서 보면 약간 길을 돌아간 정도의 에피소드다. 만약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해도 내인생은 지금과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기억들은 어느날, 아마도 멀고 긴 통로를 지나, 내가 있는 곳을 찾아온다. 그리고 내 마음을 신기할 정도로 강하게 뒤흔다. 숲의 나뭇잎을 휘감아 올리고, 억새밭을 한꺼번에 눕혀버리고, 집집의 문을 거세게 두드리고 지나가는 가을 끄트머리의 밤바람처럼.


 예상치 못한 순간에 갑작스럽게 사라져버리거나 떠나버린 장소, 음악, 친구 그리고 아버지에 대한 기억, 간사이 지역 고베라는 도시에서 불었던 바람,청명한 하늘,바다 향기,뱃고동 소리, 라디오를 통해 흘러나왔던 음악, 시,하이쿠,소설 그리고 야구장

1949년생 무라카미 하루키 


 ' 일인칭단수'란 세계의 한 조각을 도려낸 '홑눈'이다.

 그러나 그 단면이 늘어날수록 '홑눈'은 한없이 서로 얽힌 '겹눈' 이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나'는 이미 내가 아니고, '나'도 이미 내가 아니다. 

또한, 그렇다. 당신도 더이상 당신이 아니게 된다.

그곳에서는 무슨일이 일어나고, 또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자, 그럼  1949년생 무라카미 하루키가 말하는 그들에 삶' 1인칭 단수'에 세계로 들어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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猫を棄てる 父親について語るとき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 文藝春秋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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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에 '고양이를 버리다, 아버지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에세이(잡지 문예춘추에 실렸고 미국 잡지 뉴요커에 번역되었던)가 책으로 출간되었다.

책은 앙증맞을정도로 자그만한 크기에 101페이지 분량으로 삽화까지 첨부되어있다.

猫を棄(す)てる 父親について語るとき 村上春樹著:東京新聞 TOKYO Web

처음 잡지에 출간했던 원고에서 문장을 조금 다듬었고(첫장부터 꼼꼼하게 읽어보니 문장이 잡지에 수록된것과 다르게 묘사등등이 덧붙여졌다, 다시 번역해 올릴지 고민중 ㅎㅎ) 

*2020년 4월에 하드커버로 출간된 책을 읽어보니 역시 꼼꼼한 하루키는 작년에 잡지에 기고했던 글을 부분 수정했다.(부제도 수정되었다.)친할아버지에 뒤를 이어 주지직을 승계한 큰아버지 이야기와 그에 장남(현재 주지)에 관한 부연 설명들이 덧붙여졌다. 편집장들은 하루키가 정식 책으로 출간하기전에 오래전에 발행되었던 잡지 신문 기사들까지 꼼꼼하게 체크했고 아버지에 군경력상황을 조회하는데 오랜 시간을 보냈을정도로 철저하게 사실에 뒷받침할 증거를  집요할정도로 수집하며 마지막 퇴고전까지 여러번 확인과 수정을 했다고 한다. 편집자들은  백여페이지가 안되는 에세이에 불과해서 금방 출간하게 될줄 알았는데 하루키에 철저한 원고 확인과 수정에 두손발을 들었을정도로 하루키는 자신에 글을 세상밖으로 내보내기전에 어떤 허영이나 자만 허세가 없다는 사실을 또한번 확인했다고 한다. 한편으로 지난 시절에 기억 아버지와 관계가 좋지 않았다는것, 말년에 투병으로 고통받았던 아버지에 모습을 떠올리는것이 힘들었다고 한다.

소년시절 하루키에 모습과 흡사한 삽화들이 페이지 곳곳에 나타난다.

村上春樹がはじめて綴った父親のこと、幼いころの記憶――『猫を棄てる ...


작년 10월에 뉴요커에 실렸던 에세이를 번역한 포스팅

https://blog.aladin.co.kr/bunningyears/11163042


그럼, 하루키옹에 후기를 발번역으로 올려본다.


-자그마한 역사의 파편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해서  언젠가 뿔뿔히 흩어진 기억에 조각을 모아 문장으로  써야겠다는 생각을 전부터 해왔지만   흩어진 기억에 조각들을 끄집어내어 추스리는데 세월이 너무 지나버렸습니다.

이나이에 기억에 의존해서 글을 써나간다는것이 (어린시절에 나로 돌아가는것 같아) 마음 한편이 무거워져버렸는데 어느날 어떤 기분에 사로잡혔는지 아니 마음속에 어떤 감정이 휘몰아 쳤는지 이렇게 써도 좋을지 모르지만 원고를 붙들고 쓰게 되었습니다. 

막상 글을 쓰는 동안 목부터 차올라왔던 것들이 뼈마디 마디까지 줄줄이 내려가서 제 마음속에 상당 기간동안 머물러 있었습니다.

그렇게 한남자에 아들로서 살았던 시절 아버지와 나는 함께 해안가에 고양이를 버리러 갔던 기억을 떠올렸죠.

그래서 그 시절  저와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제가 이렇게  어렴풋하게 떠오르는기억속에 한장면을 문장으로 쓰게되었던 이유중에 하나는 전쟁이라는것이 한사람 한 인간에게-  굳이 적확한 명칭을 붙인다면  한 국가에 시민으로 살아남기 위해 영혼까지 뒤바뀌어 버릴 정도로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것입니다.

아버지에 운명은 스스로 원했고 가고자 했던 길이 아닌 길로 가버리면서 저라는 인간도 세상밖에 존재하게 되었던것이 아니였는지 역사라는것은 이렇게 한개인에 인생을 송두리채 바꿔버립니다.


전쟁은 인간에 삶을 뒤흔든다는 냉엄한 현실로 결코 역사는 과거가 아닙니다. 

 내가 어디에서 왔는지 스스로가 누구인지 인식해서 무의식적으로도 내면에 흐르고 있는 온기 ,이세상을 살아갈수 있게 만드는 피가 다음세대 까지도 흘러 과거를 부정하지 않고 전해 질수 있어야 합니다.

이런 의미를 덧붙이게 되어 이렇게 글을 써버린 한 개인에 이야기가 동시대에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제가 살았던 시절은 전세계가 함께 만들어 나가는 거대한 역사에  한 부분입니다.

극히 사소한 일부에 기억이지만 실제로 일어났던 역사적 사건이였습니다.

그래서 제가 아버지에 아들로써 이런 식으로 라도  후대에 남기는 메세지처럼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역사에 파편 조각에 딱 맞는 이름을 부여하지 못하는 이야기이지만 가능한 이런 식으로도 생생하게 떠올려서 글로 남겨야 한다는 생각으로 써내려갔습니다.

일찍이 저는 어린시절부터 몇마리에 고양이를 품속에 품고 다녔던 소년이였습니다. 그렇게 품었던 고양이중에 한마리를 기억속에 끄집어내니 하나에 기억에 축에서 이어져 나올수 있었습니다

짧은 문장이지만 어떤 형태라도 책이 출판된다면 좋겠다라는 생각에  출간할지 말지 상당기간 망설였는데 결국 한권에 자그만한 크기에 책이 되어 일러스트레이션이 첨부되어 출판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내용을 읽어보시면 알겠지만 노트에 습작하기라도 한 것처럼 제가 이전에 써왔던 문장들과 상당히 다르다는 생각을 이따금씩 하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이 책에 삽화를  그리신 분은 대만 출신에 젊은 여성 일러스트레이터 가오얀 씨로 이분에 화풍은 마음속 깊은 곳에 있던 유년기 시절을 떠올리게 만드는 따스함을 품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분께 전적으로 이책에 삽화를 맏겨버렸습니다. 

가오얀씨에 그림은  이상하게도 그리움에 감정을 일으킵니다.



모쪼록 이렇게 글을 쓸때마다 항상 곁에 있어주는 분들 덕분에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잡지에 처음 수록할 기회를 준 문예춘추 편집주 조수 분들에게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2020년 2월

                                                                                  무라카미 하루키

村上春樹特別寄稿~猫を棄てる | 春・うら+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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ホテルジュ-シ- (角川文庫 さ 54-1) (文庫)
사카키 쓰카사 / 角川書店(角川グル-プパブリッシング)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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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가족의 장녀로 태어났지만 이런 저런 가족들의 간섭으로 단조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던 여대생 히로짱은 대학졸업여행비를 마련하기 위해  오키나와의 허름한 골목길에 자리잡은 게스트하우스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멋진 인테리어 탁트인 풍경, 따사로운 햇살에 반사되어 반짝이는  바다.

하지만 이곳 게스트하우스에는 일상의 평온을 확깨버리는 인물들이 살고 있다.

낮과 밤의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게스트 하우스 주인,전형적인 오키나와 기질을 갖고 있는 싿웅이 가정부,비상식적인 사고의 직원들

착실한 성품의 장녀 히로짱은 오키나와의 이국적인 자연속에 그대로 파묻혀 버릴것인가?

진귀한 오키나와 풍 음식맛에 길들여져 버릴것인가?

게스트하우스에 머무르는 손님들이 연루된 미스터리한 사건에 서서히 개입하면서 20살 히로짱 세상의 다른 모습, 오키나와의 두얼굴과 마주하게 되면서 20살 히로짱 투숙객들을 위해 천하 무적의 똑 뿌러진 성격을 분출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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