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윌리엄! 루시 바턴 시리즈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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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순 아홉 살에 접어든 윌리엄 게르하르트의 겉모습은 회색이 섞인 흰색의 풍성한 콧수염을 지녔고 숱이 풍성한 머리칼은 커트로 잘 손질 되어 있다.

윌리엄은 예순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여전히 큰 눈을 유지 하며 키가 크고 옷을 아주 잘 입었고 드물게 한 번 씩 고개를 뒤로 젖히고 껄껄 웃는 유쾌한 성격이다.

그의 실험실 조교는 아인슈타인 같은 외모라고 말하지만 그의 첫 번째 아내이자 소설가인 루시는 서로 전혀 닮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윌리엄 게르하르트와 루시, 두 사람 사이에 두 명의 딸이 있었지만 수 년 동안 내연 관계를 유지 했던 윌리엄의 외도로 인해 이 십 년의 결혼 생활이 깨져 버렸다.

이혼 후 루시는 자신의 원래 성이 바턴으로 돌아와 소설가로 멋지게 성공하고 전 남편 윌리엄은 한 번 더 이혼하고 세 번째 결혼한 아내와도 헤어진다.

그리고 루시의 두 번째 남편 데이비드도 세상을 떠나고 전 남편 윌리엄은 함께 슬퍼 하며 홀로 남은 루시의 안부를 걱정한다.


'나는 생각한다. 슬픔은 당신이 유리로 된 아주 높은 건물의 긴 외벽을 미끄러져 내려오는데 당신을 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것과 같다.'


지독할 정도로 가난하면서 암담한 현실 속에서 힘겹게 대학에 진학한 루시와 달리 첫 번째 남편 윌리엄은 외동으로 모든 걸을 갖춘 환경에서 성장 해서 타인의 처지를 크게 헤아리지 않는다.

하지만 그는 이혼 후 연달아 사귀었던 여자들이 차례 차례 자신의 곁을 떠나 버리자 차츰 죽음이 가까워 지고 있다는 공포심에 사로 잡힌다.

윌리엄이 느끼는 공포심은 크게 두 가지로 하나는 자신을 낳아 준 엄마 캐서린과 그리고 열 네 살에 세상을 떠난 아버지와 관련 되었다.

그는 공포심을 느낄 때 마다 자신의 첫 번째 아내 루시를 떠올렸고 마침내 한밤중에 전화로 도움을 요청한다.

루시는 전 남편과 함께 살던 시절 이따금씩 유쾌하면서 온화한 성품의 남편에게 다가가기 힘든 어떤 묵직한 덩어리를 느꼈다.

그녀는 그 묵직한 덩어리가 자신 때문인 걸로 알고 있었고 종종 남편도 그녀 탓으로 돌렸다.

하지만 서로 헤어진 후 , 서로의 상태를 확인하며 안부를 물으며 안 좋은 일을 당하면 적극적으로 도와주며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친구가 되었다.

불우한 가정 환경 속에서 마음 한 구석에 커다란 두려움을 갖고 있었던 루시에게 첫 번째 남편 윌리엄은 태어나서 난생 처음 가져 본 집과 같았다.

반면 그녀의 두 번째 남편 데이비드는 유대교 교리를 엄격하게 지키는 하시드파 유대인으로 열 아홉살 때 가난한 유대인이 함께 사는 공동체를 떠난 후 죽기 전까지 혈육과 어떤 연락이나 만남도 가지지 않았다.

두 사람 모두 어린 시절 텔레비전이 없는 가정에서 성장 하며 세상의 모든 이치를 스스로 찾아 다니며 깨달았다.

어린 시절 사고로 한쪽 골반이 반대 쪽 보다 더 올라가 있어서 심하게 절뚝 거렸던 두번째 남편 데이비드

루시는 그와 함께 사는 동안 그의 걸음에 맞춰 생활 하며 서로의 집이 되어 주었다.

루시는 시종일관 전 남편과 함께 살던 시절, 두 아이를 키웠던 순간 그리고 시어머니 캐서린의 모습을 떠올리며 쉼 없이 떠오르는 자신의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가끔씩 연락하는 오빠와 언니와의 관계를 들춰보고 되돌아 보며 자의식에 가득 찬 자기 고백적인 시각으로 윌리엄의 삶을 이야기 한다.


[나는 소설가라서 이 이야기를 거의 소설처럼 써야 하지만, 이건 진실이다- 내가 써낼 수 있는 최대한의 진실이다. 그리고 나는 말하고 싶다-

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내가 윌리엄에 대해 뭔 가를 이야기 한다면, 그가 내게 말해줬거나 내 눈으로 직접 봤기 때문에 말하는 것이다.]


루시가 직접 목격했거나 전해 들은 이들 그리고 오랜 세월 함께 살았던 윌리엄, 윌러임과의 사이에서 낳은 크리시와 베카, 윌리엄의 엄마인 캐서린, 윌리엄의 다음 부인들인 조앤과 에스텔과의 이야기들이 루시의 삶에 불쑥 불쑥 튀어 나온다.

루시는 마치 이들의 삶 속에 공기처럼 떠다니며 스쳐 지나가듯 발생 했던 일련의 사건들을 펼쳐 보인다.

인생에서 힘든 일을 겪고 나서도 전 남편 윌리엄은 품위와 권위를 결코 잃어 버리지 않았다.

두 사람은 결혼 생활 동안 그리고 각자의 길을 가고 나서도 마치 깊은 숲 속에서 길을 잃은 헨젤과 그렌텔 처럼 서로를 의지 했다.

어린 시절에 겪었던 배고픔을 절대로 잊지 못하는 루시

난방이 되는 호텔 방에서도 추위를 느끼는 그녀는 평생 동안 지독한 가난의 냄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당신 어머니는 나와 같았어. 끔찍히 가난한 가정에서 자랐고, 아마 아버지도 끔찍했을 거야... 그러니까 그녀는 ...나도 무슨 뜻으로 말한 건지 모르겠어. 하지만 당신은 같은 유의 여자와 결혼 했어. 윌리엄, 세상에 고를 수 있는 다른 여자들이 얼마나 많은데. 당신은 당신 어머니 같은 여자를 고른 거야. 나는 ....심지어 나는 아이들도 버렸어.'


루시는 두 번째 남편 데이비드와 결핍을 공유하며 안쓰러운 존재 처럼 위로 하며 살았지만 서로에게 안락한 환경, 정서적으로 안정된 집이 되어 주지 못했다.

루시의 시선은 시어머니 캐서린 톨의 어린 시절에 살았던 집, 윌리엄과 루시가 살았던 집, 데이비드와 루시가 살았던 집, 윌리엄과 에스텔이 살았던 집을 지나 자신과 함께 가정을 이루었던 윌리엄과 데이비드 그리고 각자의 부모들이 이룬 가정을 보여주며 이런 말을 내뱉는다.


'나는 사람이 뭔가를 실제로 선택하는 건-기껏해야- 아주 가끔이라고 생각해. 그런 경우가 아니면 우린 그저 뭔가를 쫓아갈 뿐이야-심지어 그게 뭔지도 모르면서 그걸 따라가...'

어쩌면 글쓰기는 루시의 소명이자 운명일지 모른다.


'나는 아주 좋은 삶을 살았어요.' 라는 말은 한 편의 동화 속 이야기 일 뿐이다.

어두운 추억과 경험은 인간의 기억 중에 가장 밑바닥에 눌려져 있어도 어느 날 불어오는 바람에 그 어둠은 들춰지고 누군가의 말 속에서 그 시절의 아픔을 떠올리게 된다.

시간이 흘러 지난 시절의 모습을 떨쳐 버려도 어둠의 기억이 희미해져 버려도 아픔과 고통이 배어 버린 영혼은 절대로 잊혀지지 않는다.

[내 어린 시절의 커튼이 다시 한번 내 주위로 내려오는 듯한 느낌을 받은 적이 있다. 끔찍한 폐쇄, 조용한 공포, 이게 내가 느낀 감정이고, 내 어린 시절 전체가 그것이었다.

....어린 시절 내내 품었던 암울한 숙명의 느낌을 아주 조용히, 하지만 생생하게 기억하는 것, 이런 식으로 재현 시키는 것, 그 감정이 다시 돌아온 것은 내게 음울하고 무섭고 서글픈 영역을 보여주었다. 출구는 없었다.]


사람들이 자신에게 기분 좋지 않은 냄새, 찌들린 가난이 묻어 나는 냄새가 풍길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떨쳐내지 못한 루시는 거대하고 텅 빈 공간 속에 전 남편의 얼굴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랑의 감정을 품었던 남자의 모습을 떠올린다.

자신을 사랑했지만 늘 불안하게 만들었던 그 남자, 여러 해 동안 그에게 받았던 따스한 위로 만은 절대로 기억에서 지우지 않았다.

도시 에서 가장 멋진 불빛을 내뿜는 뮤지엄의 불빛 같았던 남자 윌리엄, 루시는 자신과 헤어진 후 여러 일을 겪는 동안 그가 느꼈던 공포와 불안에서 벗어나게 해주려고 노력 하면서 평생 마음 속에 품고 다녔던 헨젤과 그레텔의 모습을 떨쳐버린다.

우리는 타인의 상황을 진심으로 이해한다고 믿지만 아주 작은 부분만 이해 할 뿐 온전히 이해 하지 못한다.

우리 스스로도 알지 못하는 감정, 내면 깊은 곳에 자리 잡은 채 수시로 꿈틀거리는 어둠의 공간은 어느 순간에 어떤 모습으로 눈 앞에 나타날지 모른다.

타인은 절대로 이런 모습, 이런 감정을 알아 채지 못한다. 어쩌면 우리는 가장 가깝다고 느끼는 혈육, 그리고 사랑하는 이들을 영원히 이해 하지 못할지 모른다.

우리가 공감한다고 느꼈던 타인의 모습은 어쩌면 단 한 번도 헤아려 본 적 없었던 것들로 우리 모두 서로에게 미스터리 한 존재다.



'오 모든 이여. 오 드 넓은 세상에서 살아가는 소중한 모든 이여. 우리는 누구도 알지 못한다. 심지어 우리 자신 조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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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11-02 15:5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어둠 속에서 잠자던 기억이 튀어나와서 자신의 내면을 흔들 때 타인은 그 모습을 생경하게 느끼겠구나 생각이 드네요. ˝(평소답지 않게) 왜 그래?˝ 상황이 떠오릅니다. 이건 언제 튀어나올지 자신조차도 모르는 거니까요. 우리는 서로에게 미스터리한 존재일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scott 2022-11-02 16:05   좋아요 3 | URL
오😄화가님 작가 스트라우트도 화가님이 언급했던 그 어둠속 감정을 정확하게 묘사 합니다
우리 모두 잠재된 어둠 평생동안 못 떨쳐내는것 같습니다
무의식적으로 툭 튀어나오는 어둠 우울한 기억에서 벗어나기 힘든것 같습니다 ^^

그레이스 2022-11-02 16:4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루시 버튼의 그 루시의 후속인가요?
스트라우스 전작 읽기 하다 멈췄는데 이 책도 궁금했어요^^
이제야 정신차리고 북플 방문중인데 올라온 글들이 너무 많아서 언제 다 보나 싶네요^^

scott 2022-11-02 16:52   좋아요 3 | URL
네 루시 바턴의 첫번째 남편 이야기 입니다
이번엔 바닷가 루시로 후속편신작 발표 했습니다
아마 한쿡말은 내년쯤 😊

alummii 2022-11-02 20: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윌리엄 인기가 뜨거워요 ~~저희동네 도서관 북페이백신청이 설거지하다가 깜박해서 몇시간만에 품절났어요 흑 ㅜㅜ

scott 2022-11-02 21:06   좋아요 1 | URL
오😅넘 안타깝습니다 ㅠㅠ
알럽미미님 손에 반드시 가야 하는뎅😂

바람돌이 2022-11-02 21: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타인을 이해한다는건 정말 불가능한걸까요?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만이 유일한 타인에 대한 최대의 배려인걸까요? 책을 보면 정말 많은 작가들이 타인에 대한, 또는 사랑하는 이에 대한 이해불가능성을 얘기하는데 저는 조금 의문이 들기도 하더라구요. 완전한 이해는 어차피 내가 그 또는 그녀가 아닌 이상 불가능하지만 그럼에도 소통과 공감은 그 비슷한 경지에는 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생각요.

scott 2022-11-02 21:54   좋아요 1 | URL
태생적으로 인간은 누군가에게 이해 받고 공감 받고 싶어 하는 본능이 있습니다
동물 세계에서 영장류 동물들도 비슷한 성향을 갖고 있고
가족 끼리 함께 살다 보면 어느 순간 부터 자신의 말만 하고 있습니다.
sns시대에 소통의 부재가 더 심각해졌죠.
내 상황과 처지를 헤아려 주길 바라는 게 인간의 심리

아마도 세상의 모든 작가들은 이런 미스터리한 인간의 심리를 파고 들어야 스토리가 나온다는 걸 잘 알고 있나봐요.

항상 상대방을 향해 열린 생각과 마음으로 대해도 그것 자체를 잘 받아 들이지 못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새파랑 2022-11-02 22:2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두번째 남편과 살면서 첫번째 남편과 더 마음을 터놓는게 신기하네요 🤔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이해가 갑니다 ㅋ 역시 사람은 미스터리~!

scott 2022-11-02 22:30   좋아요 3 | URL
두 사람 사이에 아이들이 있어서 이혼 후에도 친구 처럼! ㅎㅎ
외도를 했지만 첫번째 남편과 나쁜 감정으로 헤어지지 않았서 ㅎㅎ

열길 물속은 알아도 사람 속은 몰라유 ~@@@

alummii 2022-11-02 23:11   좋아요 2 | URL
우리 동네 클났네요 ㅋㅋㅋㅋㅋ 😂

mini74 2022-11-03 00: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윌리엄이 난생 처음 가져본 집과 같다니 넘 좋네요. 저는 남편이 음 … 난생 처음 가져보는 대형 댕댕이같다는 느낌을 ㅋㅋ 가끔 승질부리고 물기도 하지만요 ~

scott 2022-11-03 00:34   좋아요 1 | URL
대형 댕댕이!
이가 되었다는 건
미니님이 무엇이든지 잘 해주기 때문에
사랑둥이 똘망이 처럼
미니님의 댕댕이로! ㅎㅎㅎ

그럼에도 미니님과 남편 분
천생 연분 이신 것 같습니다 ^^
 
굿바이, 욘더
김장환 지음 / 비채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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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월적인 서버 또는 네트워크의 이름인 욘더라는 공간은 일반적인 네트워크 사용 방법으로 접근 할 수 없다.

만일 욘더에 접속 하려면 그곳에서 사용 할 수 있는 컴퓨터 언어를 사용 해야 한다.

사이버 스페이스 세상에서 욘더는 인간 세상의 그곳, 천국 같은 곳으로 인간이 바랄 수 있는 모든 만족이 구현 되어 있어서 진정한 쾌락과 행복을 추구 할 수 있는 곳이다.

욘더에서 사용 하는 컴퓨터 언어를 익혔다고 욘더에 접속 할 수 없다.

오로지 욘더가 허락을 할 시간에만 가능하다.

일부 주장에 따르면 유체 이탈과 같은 초 현상적인 영혼들만 갈 수 있다거나 최첨단 기술을 활용한 '브레인 다운로드'를 통해 가상 체험까지 가능하다는 설이 있다.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연쇄 자살 사건의 배후로 욘더가 지적 되고 있다.

자살자들은 자신들의 육체를 지구에 버리고 사이버 세상의 천국 욘더로 이주 했을지 모른다는 추측 설이 끊임없이 제기 되고 있다.

스스로 목숨을 끊어서 라도 가고 싶은 곳 <욘더>

현재의 삶이 사라지더라도 그곳에서는 영원 불멸 한 행복을 이룰 수 있는 그곳이 본격적으로 사람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기 시작 한건 바로 최첨단 과학 기술로 완성한 <브레인다운로드>가 가능해진 세상이 도래 하고 부터다.

현실에서 시도 할 수 없는 것들을 가상의 천국 <욘더>에서는 시도 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가상 공간에 살게 되는 순간 물질적 집착이나 식욕도 사라지고 질병에 걸려 앓다 죽는 일도 없기에 누구나 꿈꾸는 천국이 되었다.

하지만 가상 공간의 천국에 가고 싶은 이들이 줄줄이 자신의 목숨을 끊어 버리는 사건들이 발생 하자 엔지니어들과 과학자들이 이 기술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표출하기 시작 했다.

2050년의 세상에서 인간이 발전 시킨 과학 기술 그리고 의학은 각종 시뮬레이션 분야와 로보틱스 분야를 인간이 사고 할 수 있는 그 이상까지 끌어 올렸지만 이 기술이 현실에서 실현 가능 할 수 있다는 걸 어떤 전문가들도 확신 하지 못했다.

'나는 죽음이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 것이면 좋겠어.'


브로핀 헬멧을 쓰고 침대에 누운 이후는 이렇게 중얼 거렸다.

'희미한 영혼이라도 남아 있으면...그게 당신을 그리워 할까 봐.'

브로핀에 깊이 빠져들면서 이후는 더 많은 말을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그녀의 정신이 둥실 둥실 떠다니고 심장 박동을 탐지하는 장치가 부지런히 신호를 전달 하고 있다.

이후는 브로핀 헬멧을 통해 무엇을 보고 있을까?

화면 정지를 알리는 형형색색의 파노라마 일까? 아니면 누군가와 함께 보냈던 순간을 보고 있을까?

브로핀 헬멧은 이후가 선호하는 것들, 취향, 즐겨 찾았던 사이트, 지인들과 주고 받았던 메세지들을 빠른 속도로 분석해서 이미지로 보여 주고 있다.

이후는 지금 가상 현실 속에 살면서 육체의 고통을 힘겹게 견디고 있다.

'마지막 순간까지 존엄성을 지키며 임종을 좀 더 쾌적하게 맞이하도록 돕는다.'

'브로핀 페인 디스트랙션 프로그램'은 마지막 치료로도 회복하기 힘든 환자들의 고통을 줄여 주기 위해 이런 가상 현실 속에서 행복함을 느끼게 만든 프로그램이다.

마지막 숨을 내쉰 이후는 가슴 위 파르르 작은 요동을 일으키면서 영원의 시간 속으로 떠났다.

아내 이후의 마지막 순간, 고통을 줄여주는 브로핀 헬멧을 쓴 채 숨을 거둔 모습을 지켜본 남편 홀은 병원 측에서 제시하는 장례 절차 사항에 무의식적으로 1번을 터치 했다.

화면은 다음 메뉴로 넘어갔고 남편 홀은 다시 1번을 터치했다.

1번-시 市가 권장하는 방법에 따라 재再 처리 합니다.

시신을 재로 만들어 처리 한다는 것은 시신을 화학적인 원소로 환원 시켜 세상으로 돌려 보낸다는 의미로 홀의 아내 이후의 육신은 세상 곳곳으로 흩어져 버릴 것이다.

남편 홀은 아내의 육신이 작은 분자로 쪼개져서 어떤 사물과 만나 어떤 형태로 든 자신이 숨을 쉬고 있는 동안 다시 돌아올지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이런 생각도 잠시였다. 남편 홀은 오랜 시간 암으로 투병하다 세상을 떠난 아내를 더 이상 만날 수 없다는 사실, 그녀와 함께 했던 모든 시간을 떠올리며 깊은 슬픔에 빠진다.

슬픔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던 어느 날 남편 '홀'은 세상을 떠난 아내의 아바타 얼굴이 뜬 메일들이 주르륵 도착한다.


'나 여기 있어. 다른 데 가지 않았어. 벌써 시간이 많이 되었네? 내가 보고 싶지 않아? 나를 만나러 오려면....'


아내 이후가 살아 있는 동안 자신의 기억을 모아 사이버 공간에 저장해두었다는 걸 알게 된 남편 홀은 아내와 함께 있을 수 있는 마지막 장소 ‘욘더’로 들어가기 위해 자신의 육신을 버리기로 결심한다

'거기 가려면 일단 죽어야 하죠. 일종의 짧은 환각적인 여행이 될 거예요. 그 이상은 아무것도 아니에요. 다만 당신 뇌가 지나친 충격에 노출되어 여기도 아니고 거기도 아닌 곳으로 완전히 가버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거죠. 안에는 알약도 들어 있어요. 주사기를 싫어하실 것 같아 대신 놓었죠. 당신을 죽이기 위한 약이 아니라 업로드가 안전하게 끝날 때까지 몸의 기능을 유지하게 하는 용도에요. 최고도로 훈련된 명상가들이 심박수나 호흡을 최대한 느리게 하는 뭐 그런 체험을 하게 될 거예요.'


'욘더'라는 곳은 현실 어디에도 존재 하지 않는 가상의 공간이다.

그곳은 아무것도 없는 상태로 현실에서 경험한 인간의 기억에 담긴 이미지를 감각 회로를 이용해서 방대하게 자료를 수집한 곳이다.

고도로 진화한 브레인 다운로드 기술로 만든 가상 현실 속에서 인간은 지난 시절의 경험을 '욘더'라는 곳에서 무한 반복 재생 시킬 수 있다.

행복한 순간만 원한다면 '욘더'는 '행복'이미지로만 편집된 공간을 보여 줄 것이다.

그곳에는 수 만개의 명령어들만 입력 되고 있다.

'이곳에 거리를 만들어라.' 이곳에 이런 모양의 집을 지어라.' '이곳에 이런 음식만 맛볼 수 있게 해라.'

인간의 뇌 속에 저장된 기억의 이미지들은 촘촘한 통신망을 거쳐 하나의 거대한 가상 천국을 건설한다.

각각의 명령의 지시어가 떨어지는 즉시 각자의 기억들이 원하는 가상 천국에서는 오로지 자신이 원하는 것들만 보고 느낄 수 있다.

2050년 세상은 아수라장으로 변해 버렸다.

도시 곳곳에서 죽어가는 사람들이 엄청난 속도로 늘어나고 '욘더' 접속량은 무서운 속도로 증가 하며 수 만개의 아바타들이 가상의 천국의 문을 두드렸다.

정부는 직접 나서서 사이트 폐쇄를 시도 하고 사이버 테러리스트들은 일제히 '욘더'를 공격 하며 사이트를 운영하는 배후 세력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자신들의 육신을 버리고 오로지 사이버 공간 속 천국에서 영원 불멸 한 행복을 꿈꾸는 사람들

사랑하는 아내 이후가 있는 그곳에 가고 싶어 자신의 목숨을 끊으려는 남편 홀

'알파는 베타를 사랑해서 수 많은 아바타를 만들어 놓고 욘더로 들어가기 위해 땅으로 돌아갔다.'

죽어 버린 영혼은 정말로 사이버 공간에서 영원히 살아 움직이는 아바타가 되었을까?

아내 이후는 남편이 자신이 죽음의 길을 따라 오길 바랬을까?


[처음 여기 들어왔을 땐 정말 어리둥절했지. 내가 생각했던 죽음이 아니었으니까. 누군가 당신을 다시 볼 수 있다고 말했을 땐 진짜 기뻤어. 하지만 그건 내가 당신을 불러들여야 한다는 것이었고 그건 당신이 죽어야 한다는 뜻이었지. 그렇게는 할 수 없었어. 다만 언젠가 당신을 만날 수도 있다는 희망이 나를 지탱해주었지. 그런데 당신이 실제로 왔고, 더 바랄 것은 없었어. 정말 행복했고...]


브로핀 헬멧을 뒤집어 쓴 채 침대에 눈을 감고 있는 남편의 모습을 본 아내 이후...

지난 시절 행복한 순간의 기억만 무한 재생 되는 그곳 '욘더'는 꿈의 낙원, 영원불멸 한 삶을 원하는 이들의 천국일까?


'내가 저 세상에서 당신을 만나 사랑한 것은 당신에게 넘치던 삶의 활기 떄문이었지. 당신과 함께 있으면 내가 살아 나는 것 같았기 때문에. 당신은 이미 죽었어. 더 죽을 필요는 없지.'


인간의 뇌는 숙면을 취하는 동안 각양 각색의 이미지들이 나오는 꿈을 꾼다. 꿈 속에서 지난 시절의 모습을 보기도 하고 절대로 현실에서 갈 수 없는 그곳에 갈 수 있다.

그리고 세상을 떠난 사랑하는 가족들이 꿈에 나타나기도 한다.

뇌를 다운로드 받아 사는 죽은 자들의 도시, 사이버 천국 '욘더'에서 인간은 꿈을 꿀 수 없다.

오로지 저장되고 편집 된 '기억'의 이미지들이 요동치는 곳에서 지시어와 명령어에 따라 움직일 뿐이다.

가상 공간이 만들어낸 불멸의 천국이 무엇을 만들고 건설하고 창조 해나가도 인간의 따스한 온기와 감정을 되살려 내지 못할 것이다.

이미 죽어 버린 인간이 남긴 기억들은 오로지 살아 있는 이들의 마음 속에 영원히 남겨 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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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2-10-27 23:2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 최근에 정주행한 드라마입니다! 글차나두 원작이 있다고 크레디트에 나오길래 궁금했는데 정리해주신 내용 잘볼게요~

scott 2022-10-27 23:28   좋아요 3 | URL
남주 신하균이 원작 이미지와 별로 맞지 않습니다 ㅎㅎㅎ

서곡님 원작 좋아 하실 것 같아요.

10년전 작품인데
세련된 기술들이 등장 합니다 ㅎㅎㅎ

서곡 2022-10-27 23:3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굿닥터가 수출되었듯이 외국에서 리메이크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드는 드라마였습니다~원작은 모르지만 신하균이 적역인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ㅋㅋ 다른 ott에서 스타트업 경영자인가로 나오는 코미디에서만큼 찰떡연기가 아니었어요

scott 2022-10-27 23:35   좋아요 3 | URL
눈빛이 넘 쾡해서
요즘 활동하는 남주들과 달리 넘 늙 ㅋㅋㅋㅋ

한국 드라마 화면 영상 편집 모두 뛰어나서
해외 시장에서 잘 팔릴지 몰라도

남주
넘 아쉬워요 ㅎㅎㅎㅎ

서곡 2022-10-27 23:3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흠 딴얘긴데 종이의집 한국판에서 교수역을 신하균이 했다면 그래도 괜찮았을 거 같습니다 갑자기 든 생각입니다 ㅎ

scott 2022-10-27 23:41   좋아요 4 | URL
오😄 서곡님 캐스팅 안목👍👍👍
제가 신배우 눈빛을 커다란 화면으로 보면 좀 무서워 합니다
얼굴 근육 심줄 나온것 까지 보이기도🙈

서곡 2022-10-27 23:4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말씀하신 눈이 퀭 포인트에서 아이디어가 ㅎ 네 특유의 광기가 있죠

scott 2022-10-27 23:47   좋아요 4 | URL
주변에서 시술을 권하고 있는데

배우는 얼굴로 연기하며 늙는다고
거부 하고 있데요 ㅎㅎㅎ

눈꺼풀 접혀지는 건
원래 청춘 때 부터 그래서
시술로도 힘든 ㅎㅎㅎ

희선 2022-10-28 00:4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드라마 원작 소설이군요 본래 2010년 쓰인 거였네요 이런 소설 있는지도 몰랐습니다 아는 사람은 알았을 것 같습니다 SF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좋은 것만 있는 게 좋을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살면서 힘든 일 큰 일 없으면 좋겠다 생각하면서도...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그곳에 가고 싶을지도 모르겠네요


희선

scott 2022-10-28 11:20   좋아요 4 | URL
네 작가님이 뉴질랜드로 이민 가고 나서 작품을 쓰셨다고 합니다
가상현실에 관한 한국 소설중에 매우 우수한 작품이고
워낙 원작이 탄탄해서 드라마로 제작 된 것 같습니다.

SF류이지만 그다지 어렵지 않습니다
오히려 통속 소설이 시대에 맞지 않아서
읽기 어려울때가 ㅎㅎㅎ

지금도 수많은 이들이 가상 세계 sns에서 각기 다른 아바타 아이디를 달고 살고 있죠^^

페넬로페 2022-10-28 00:5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올려주신 영상에서 신하균배우가 말했듯 저도 욘더가 뭐지? 라는 질문부터 먼저 했어요. 가상의 공간에 대한 이해가 워낙 느려 이 책 이해하기 쉽지는 않을 것 같아요~~티빙은 구독하지 않아 이 드라마는 못볼것 같네요.
원작으로 읽어야겠어요^^

scott 2022-10-28 11:21   좋아요 5 | URL

가상의 공간
sns시대 자신이 기록한 이미지 동영상 가장 행복한 순간만 올리고 편집 할 수 있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페넬로페님 ^^

거리의화가 2022-10-28 10:0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드라마도 있다는 건 몰랐네요. 저는 주인공 아내의 이름이 ‘이후‘고 남편의 이름이 ‘홀‘이라는 것도 의미심장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scott 2022-10-28 11:23   좋아요 5 | URL
남편 이름 김 홀!
아내는 이후 (아마도 성이 이씨 인것 같습니다 ㅎㅎ)


드라마 영상 대사 연기 모두 좋은데


원작과 달리 남주가 넘 찌들린 모습이여서 ㅎㅎㅎ


책읽는나무 2022-10-28 12:2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오...드라마 재밌겠는데요?
전 신하균이라고 읽고, 설경구 얼굴을 떠올린 거에요!! 한지민이랑 너무 나이 차가 나지 않나? sf라 뭔가 시간적 차이가 있나 보다? 그러면서 화면을 보면서 설경구가 왜 이렇게 젊어졌지??? 응??? 그러면서 한참 있다가....아!! 신하균!!!! ㅜㅜ
전 한 번씩 이 두 사람 이름도, 얼굴도 비슷해 보여 헷갈리더라구요? 아, 박해일도 신하균이랑 헷갈리고, 송새벽도 살짝 그렇고??
분명히 다른 이미지인데 왜 비슷해 보이는지??ㅋㅋㅋ
설경구 배우랑 혼동한 건 좀 치명적이네요? 한지민 배우에게....ㅋㅋㅋ
일억 원 원고료, 뉴웨이브 문학상 수상작이라니?? 기대되네요.

새파랑 2022-10-28 12:3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과연 2050년이 올까요?🤔 욘더는 비욘드 요런 뜻인가요? ㅋ

일억 원고로가 눈에 들어옵니다 👀

scott 2022-10-28 17:09   좋아요 5 | URL
2050년 지구 곳곳은 바다 수면아래로 가라앉아 버릴것 같습니다
서둘러서 우리 모두 욘더로 😄

모나리자 2022-10-28 14:0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벌써 영화로도 만들어졌나봐요. 과연 4차산업혁명시대에 걸맞는 SF소설 같아요.
가상의 천국 <욘더>에서 펼쳐지는 사후의 삶의 모습이 작가의 상상력과 함께 탄생한 거군요.
‘이후‘라는 아내의 이름도 의미심장하네요.ㅎ 삶 이후 죽음의 세계 그 이후.ㅎ
여러 생각거리를 안겨줄 듯한 내용입니다.
오늘도 화이팅 하세요~스콧님~^^!

scott 2022-10-28 17:12   좋아요 4 | URL
티빙에서 드라마로 방영되었습니다
작가님 출판계 외서 담당하시다가 번역도 하셨고
뉴질랜드로 이주 하신후
소설 완성
1억 상금 그리고 영상으로도
모나리자님 주말 행복하게 😄

어쩌다냥장판 2022-10-29 09:4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우앗 이거 재밌겠어요 이런류의 책들 사랑하는데 이건 담달 바로 읽어야겠어요
스캇님 덕에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도 알아서 한권씩 앍고 있는데 너무 좋더라고요 이건 완전 생활속이야기들이여서 더 좋았어요

scott 2022-10-29 10:30   좋아요 3 | URL
이책 재밌습니다 욘더 라는 설정에 기억과 사랑 인간의 망각에 관해 매끄러운 구성과 세련된 문체로 간만에 재밌게 읽었습니다
스트라우트 작품 좋죠
따스함이 느껴지는 스토리로 읽고 나면 따숩😊
냥이님 주말 멋진 가을 만끽하시길 바랍니다 😊

mini74 2022-10-30 11: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욘더 란 세상 너무 무서운데요. 아픔앖이 기억하고 싶은 순간들만이 있는 공간이 정말 행복할까 싶습니디. 드라마로 나왔군요. ~

scott 2022-10-30 15:32   좋아요 2 | URL
욘더 이런 가상 공간 지금도 있죠(각종 게임)
페북 주윈장이
메타버스 하며
3d안경쓰고 쇼를 하고 있듯

이제 세상 떠나면 욘더 같은 가상 세계에서 영혼들의 새로운 마이홈이 꾸려질 것 같습니다.


드라마

좀더 젊은 남주가 나왔어야 ㅎㅎㅎ

서곡 2022-11-02 11: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참 티빙 욘더 이준익 감독이더군요 무난한 연출이었는데 뜻밖의 네임드랄까 의외였어요

scott 2022-11-02 11:59   좋아요 2 | URL
저도! ㅎㅎ
영화 시나리오로 검토 했다가
티빙에서 여러 촬영 조건등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
 
지구별 인간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무라타 사야카 지음, 최고은 옮김 / 비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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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사는 아키시나의 웅장한 산속에는 한 낮에도 밤의 조각이 사라지지 않는다. 차는 급커브를 돌며 언덕 길을 달리고 있었다. 나는 차창 너머 흔들리는 나무들의 가지를 온통 뒤덮은 터질 것 처럼 부풀어 오른 잎사귀 안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곳에는 새카만 어둠이 자리하고 있다. 우주와 같은 빛깔을 한 그 검은 빛에 늘 손을 뻗고 싶었다.]


급커브를 반복하며 산속 언덕 길을 올라가는 차 안에서 초등 학교 5학년 생 나쓰키는 멀미가 나지 않기 위해 차창 밖 너머 하늘, 우주의 조각을 바라보고 있다.

나쓰키는 초등 학교 2학년 때 이 방법을 알고 나서 차멀미를 하지 않게 되었다.

이토록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살고 계신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집은 어린 나쓰키에게 우주와 가까운 곳이라고 느껴졌다.

나쓰키 배낭 속에는 색종이로 만든 요술봉과 변신 콤팩트가 들어 있고 이 변신 도구를 준 파트너 퓨트가 말 없이 조용히 지켜 보고 있다.

가족들이 모르는 사실 중 하나는 바로 나쓰키가 마법 소녀라는 사실이다.

초등학교에 입학 했던 해, 나쓰키는 역 앞 슈퍼에 진열대 구석에 버려진 인형 퓨트를 처음 만났다.

나쓰키는 세벳 돈을 탈탈 털어서 버려진 인형 퓨트를 집에 데리고 왔다.

이날 부터 퓨트는 나쓰키에게 변신 도구를 건네며 이런 주문을 알려 주었다.


-포하피핀포보피아,포하피핀포보피아.


포하피핀포보피아별 출신의 퓨트는 마법 경찰로 위기가 닥친 지구를 구하기 위해 찾아 왔다.

퓨트의 변신 도구로 마법 소녀가 된 나쓰키,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단 한 명 사촌 유우 뿐이다.

매년 여름이면 찾아 오는 백중 날에 만나는 사촌 유우, 나츠키가 초등학교 3학년이 되었을 때 두 사람은 연인이 되었다.

백중 기간에 이곳에 올 때 마다 우주선을 찾는 나쓰키, 언젠가 퓨트가 지구를 떠나는 날, 나쓰키도 우주선을 타고 지구를 떠난다는 말을 믿는 유우는 서로의 손가락을 걸고 맹세했다.

-내가 마법 소녀라는 사실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는다

-유우가 외계인이라는 사실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는다.

-여름방학이 끝나도 다른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백중절에는 반드시 나가노에서 만난다.

[유우와 나눈 약속의 감촉이 손가락에 남아 있었다. 달아오르는 뺨을 숨긴 채 종종 거리며 현관으로 갔다. 유우도 같은 마음인지 고개를 숙인 채 성큼 성큼 걷고 있었다. 그때 부터 나와 유우는 연인이 됐다. 마법 소녀인 나는 유우가 고향 별로 돌아갈 때까지 외계인의 연인 이었다.]


마법 소녀 나쓰키에게 가족이라는 존재는 지구 상에 생존하고 있는 외계인들이다.

어머니에게 나쓰키는 감정의 쓰레기통으로 분노와 화풀이 상대일 뿐이다 . 아내가 아이를 학대해도 감정의 기복이 없는 아버지는 그저 지켜 보고만 있다.

아버지 눈에는 오로지 자신의 첫 딸, 나쓰키의 언니만 보인다.

마법 소녀 나쓰키를 제외 하고 세 식구는 오순도순 살고 있다.

퓨트에게 '사라지기'라는 마법을 배운 나쓰키는 가족을 위해 가끔 이 마법을 쓰고 있다.

더 이상 가족의 걸림돌이 되지 않기로 다짐한 나쓰키는 사촌 유우와 부부로 혼인 서약을 하고 마법을 걸고 기도 한다.

[언젠가 우주선을 찾으면 나도 포하피핀포보피아별에 데려가 달라고 해야지. 우리는 부부니까. 내가 유우의 고향 별로 시집 가는 것이다.

나는 사랑과 마법 안에 있었다. 그 안에 있는 한 나는 안전했다. 아무도 나와 유우의 행복을 깨뜨릴 수 없었다.]

백중의 끝나면 나츠키와 유우는 각자의 삶의 자리, 가족에게 돌아 간다.

엄마의 감정 쓰레기통인 나츠키는 학원 선생에게 성희롱을 당하는 순간에도 가족에게 느껴 본 적 없는 따스한 눈길과 손길에 가슴이 뜨거워져서 눈물을 흘린다.

가족들이 퍼붓는 짜증과 분노의 소용돌이 속에서 나츠키는 주먹을 꼭 쥐며 마법 주문을 외운다.

엄지손가락을 꽉 쥔 주먹 틈 속에 보이는 어둠의 구멍, 나츠키는 자신의 손 안의 어둠을 언젠가 돌아가게 될 우주의 빛, 입구로 바라보고 있다.

나츠키는 가족들 사이에서 살아 남기 위해 자신의 눈에만 보이는 세계 속에 살고 있다. 어머니가 머리를 때릴 때, 분노의 빰을 날릴 때면 나츠키의 입에서는 헛소리 처럼, 주문처럼 비참하게 애원하는 말을 내뱉는다.


-네, 알겠습니다. 잘못했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잘못했습니다.

그러니까 날 버리지 마세요. 말도 잘 듣고 뭐든 할 테니까. 제발 버리지 마세요. 어른에게 버림받은 아이는 죽어요. 그러니까 날 죽이지 마세요.

흥분을 가라 앉힐 때까지 손에 잡히는 데로 딸을 구타 하는 어머니, 나츠키는 구타 당하는 동안 감정의 스위치를 꺼버렸다.

나츠키는 결혼을 맹세한 사촌 유우에게 무슨 일이 있어도 살아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른에게 대들면 날 죽일 거다. 어른에게 버림받으면 우리는 죽는다.'

백중이 시작 되기 일주일 전, 마법 소녀 나츠키의 온 몸을 옭아매고 있던 끔찍한 저주를 스스로 풀어 버린다.



-혼인 서약서

다른 사람과 손을 잡지 않을 것

잘 때는 반지를 끼고 잘 것

무슨 일이 있어도 살아 남을 것

-위 사항을 맹세 합니다.

사사모토 나쓰키

사사모토 유우

어른들은 아이들을 자신들의 성욕 해소 도구로 이용 하며 순종을 강요 하며 아이에게 어떤 짓을 해도 전혀 기억이 없는 것처럼 태연하게 살고 있다.

마법 소녀 나쓰키 눈에 어른들은 어떤 마술에 걸린 사람처럼 보였다.

서른 한 살이 된 나츠키는 결혼과 동시에 부모님의 집을 나왔다. 그녀의 남편은 도쿄의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근무 하고 있다. 두 사람은 '탈출 닷컴'이라는 사이트를 통해 만났다.

나츠키는 자신의 프로필에 '성행위 없음, 아이 없음, 혼인신고 있음'을 적어 놓고 가족에게 벗어나기 위해 상대를 찾았다.

'서른 살 남자, 도쿄 거주, 가족의 감시에서 벗어나기 위해 결혼 상대 긴급 모집 중, 가사 완전 분담, 통장 각자 관리, 각방 쓰는 건조한 결혼 생활 희망, 악수 상의 스킨십 원치 않음, 공용 공간에서 신체 노출도 삼가줄 분 원함.'

이성애자인 나츠키의 남편은 중학교 3학년 때까지 어머니와 함께 목욕을 해서 항상 여성의 몸을 불편하게 생각 하고 있다. 완전히  성적 욕구가 없는 건 아니지만, 다른 매체 영상을 통해 보는 걸로 만족하며 살고 있다.

두 사람은 구청에 혼인신고를 마쳤고 양가 가족들은 섬뜩하리 만치 두 사람의 결혼을 기뻐했다.

혼인신고를 마치고 법적으로 부부가 된 두 사람은 각자 방을 알아서 관리하고 공용 공간을 사용하면 스물 네 시간 이내에 원 상태로 복구 시키며 화장실은 주말에 교대로 청소 하며 서로 정적인 접촉 없이 살아간다.

남편의 가족 시댁 식구들은 정기적으로 두 사람을 병원에 보내 새 생명을 잉태 할 수 있는지 건강 상태를 체크 하고 있다.


[나의 자궁과 남편의 정소는 공장에 조용히 감시 당하고 있다. 새 생명을 제조하지 않는 인간은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은근한 압력을 받게 된다. 새 인간을 '제조'하지 않는 부부는 노동을 함으로써 공장에 공헌하는 모습을 어필해야만 했다.]


서른 네 살에 접어든 나츠키는 여전히 아이를 잉태 하지 않고 결혼 생활을 유지 하고 있다. 결혼 서약을 맹세 했던 사촌 유우와는 이십 삼 년 동안 만나지 못하고 있던 어느 날, 남편이 직장에서 해고 되고 사촌 유우가 살고 있는 그 곳을 향한다.

유우는 학교 졸업 후 남성복 도매 회사에 취직해 성실하게 일하고 있다.

지난 어린 시절 푸른 초원이었던 그곳은 나츠키 부부가 찾아 갔던 날 산 곳곳이 단풍으로 붉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마침내 연인 유우와 만나게 된 나츠키, 그녀 옆에 서있는 남편은 돌연 유우에게 이런 말을 내뱉는다.

'아내를 딱히 사랑하지는 않지만 공장의 눈을 피하기 위해 혼인 관계를 맺었습니다. 육체로 이어진 부품들이 끝없이 아이를 만들어 유전자를 미래로 운반해야 하는 운명, 어릴 적 부터 어렴풋이 공포를 느꼈는데 아내를 만나고 나서 똑똑히, 이건 기묘한 일이라고 단언할 수 있게 됐습니다.'

지구 별 아래서 세상을 다르게 보는 외계인의 눈을 갖고 있는 세 사람은 아키시나 산 속에서 기묘한 공동 생활을 시작한다.

세 사람은 각자의 개인 구역에서 잠을 자며 '인간 공장'이 되기를 거부 하고 '포하피핀포보피아성인'으로 자신들을 규정하며 세상의 규칙, 도덕의 규범에서 탈선하는 행동을 저지른다.

[눈 앞에 파란 덩어리가 있었다. 창고에서 꺼내온, 옛날에 아빠가 아키시나에서 가져온 낫을 몇 번이고 그 파란 덩어리를 향해 휘둘렀다.]

어른들에게 극악한 폭언과 폭력을 당하며 감정의 스위치를 끄고 살았던 나츠키, 어느 순간 부터 유체 이탈 마법을 쓰게 되고 눈 앞에 보이는 악마, 마녀를 죽여 버린다.

'마녀가 부화하기 전에 죽여버려야 해, 그렇지 않으면 무시무시한 일이 벌어진다. 그것 만큼은 확실히 알고 있었다'

가족에게 학대를 당하며 학원과 학교에서 성추행을 당하고 사회에서 인간 공장의 도구로 살아가야 한다는 운명을 거부한 나츠키

세상은 억지로 나츠키에게 사랑을 하라고 강요 하고 있다.

그렇다면 사랑을 못하는 사람, 새 생명을 잉태하는 걸 거부하는 이들은 지구라는 행성에서 살지 못하게 될까?

'사랑을 해서 아이를 낳고 정상적인 삶을 살아가야 돼' 라고 말하는 가족들

나츠키는 무의식적으로 귀를 막아버린다.

'당신 만은 공장의 손아귀에 붙잡히지 말고 도망쳐. 나는 공장의 노예가 될 거야. 죽은 거나 다름없는 인생이지. 하지만 당신 만큼은 살아남아줘. 당신이 포하피핀포보피아 성인으로 살아 가준다면 나도 분명 살아남을 수 있을 거야.'


어린 시절 부터 어른들에게 학대를 받았던 나츠키는 소리치고 분노 하는 어른들의 눈빛에 복종 하며 숨소리를 내지 않고 살았다.

살아 남기 위해, 가족들에게 벗어 나기 위해 외웠던 주문'포하피핀포보피아,포하피핀포보피아......'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후에 주변의 어른들, 회사의 목소리에 복종하며 살았던 나츠키의 연인 사촌 유우, 가족이 바라는 데로 홀로 독립해서 회사가 바라는 형태로 퇴직하는 날 부터 유우를 옭아매었던 절대 복종의 목소리가 사라졌다.

어디에도 돌아갈 곳이 없는 나츠키와 유우, 법적으로 혼인한 남편이 운전한 차를 타고 어린 시절 , 할아버지, 할머니가 살았던 그곳을 향한다.

세 사람 눈 앞에 펼쳐진 세상은 이전과 다른 세상이 아니다. 그저 주변을 둘러 싸고 있던 절대 복종의 목소리와 고함이 사라졌을 뿐이다.

[완벽한 밤이었다. 나는 눈을 뜨면 포하피핀포보피아성인이 이 마을을 뒤덮고 있기를 바라며 잠들었다. 꿈에서 언니도 부모님도 시어머니도 시아버지도 모두 포하피핀포보피아성인이 됐다. 꿈속 파티는 끝없이 계속됐다. 남편과 유우의 새근 거리는 숨소리와 진동이 꿈과 현실의 경계까지 밀어닥쳐 꿈에서 웃고 있는 내 바로 곁까지 그 체온이 가까워졌다.]



요술봉과 변신 콤팩트, 고슴도치 인형 속에 숨겨진 슬픈 현실 고통이 극심할수록 주인공 나츠키 눈에는 파란 덩어리의 인간, 금빛 액체로 된 피, 핑크 색 세상이 더욱 선명하게 보일 뿐이다.


[우리 세 마리의 포하피핀포보피아성인은 조용히 팔다리를 덩굴처럼 이으며 일어났다. '밝은 시간'의 빛과 흰 눈에 반사된 빛이 외부 세계에서 우리의 우주선으로 부드럽게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손을 맞잡고 어깨를 나란히 한 우리는 지구 성인이 사는 별로 천천히 걸음을 내디뎠다. 빛에 휩싸인 우리에게 호응하듯, 지구 성인들의 울음소리가 별의 아득한 곳까지 메아리치더니 숲을 뒤흔들며 퍼져 나갔다.]


영국 BBC 선정 ‘2020년 최고의 책’, 미국 <뉴욕타임스> 선정 ‘2020년 주목 받는 100권’에 올라간 무라타 사야카의 <지구별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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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버 2022-09-19 01:2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표지만 봤을 땐 반짝반짝 예뻐보였는데 scott님 리뷰를 읽고 다시 보니 그림이 섬뜩하네요... 주인공 세 사람이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scott 2022-09-19 16:46   좋아요 3 | URL
파이버님 생각처럼 제가 표지만 보고 덥석 ㅎㅎㅎ

이 표지 속에 엄청난 충격의 반전이 숨겨져 있습니다 ^^

희선 2022-09-19 02:0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무라타 사야카 책은 아직 한권도 못 봤군요 SF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지금 현실과 다르지 않네요 현실을 벗어나려고 자기만의 세계에 갇힌 사람 있겠습니다 그 세계에서나마 편하면 좋을 텐데, 그것도 오래 이어가지 못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희선

scott 2022-09-19 16:47   좋아요 2 | URL
<편의점 인간> 이라는 작품으로 아쿠타가와 상을 거머쥐었던 작가 학생 때 부터 편의점 알바생으로 살면서 틈틈히 글을 써서 지금은 세계적인 작가!^^

학대를 가하는 가족 이것을 방치하고 방관하는 사회와 국가,,,,

가슴 아픈 현실입니다 ㅜ.ㅜ

moonnight 2022-09-19 02:3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표지 보고 어린이 대상 책인 줄ㅠㅠ; 너무 슬프네요ㅠㅠ;;;;

scott 2022-09-19 16:49   좋아요 3 | URL
저도 유즈키 아사코 작품 처럼 달콤 쌉쌀한 이야기 인 줄 알았습니다

반전을 거듭 하며
마지막 충격의 결말,,,,

작가는 분명 주변의 모든 인간(학대 받는 아동들) 찬찬히 지켜 보았던 게 틀림 없습니다 ㅜ.ㅜ

2022-09-19 12: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9-19 16: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9-19 17: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9-19 17: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mini74 2022-09-19 14: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마법소녀란 말이 슬프게 와닿아요. 깊은 주제를 담고 있네요. 아이를 만드는 공장, 거부하는 사럼들 , 말장난같은 포하피핀포보피아란 주문 ㅠㅠ 스콧님덕에 정말 다양한 책들을 만나게 되는 거 같아요 ~~

scott 2022-09-19 16:52   좋아요 2 | URL
포하피핀포보피아~
이런 주문 외우지 않아도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사회 였으면 좋겠습니다

미니님의 오늘 주문은 <행복한 오후 > (*Ü*)ﻌﻌﻌ♥

어쩌다냥장판 2022-09-21 21: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북플을 왜 이제야 했나 하는 안타까운 맘과 넘쳐나는 읽고 싶어지는 책들의 소개덕에 행복한 비명이 절로 나오는데요~~
이미 더는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책장의 여유없음에 e북으로 우회해서 선택해야함이 아쉽긴 하지만요 책은 자고로 새책의 냄새와 넘기는 손의 촉감이 있어야 한다고 고집하던 걸 포기했어요.
나무도 지키고 좋은거지로 위안하며 이책역시 e북으로 찜해둬야겠습니다.
소개해주신 책들은 하나같이 다 너무 재밌을것 같아서 하루하루 기대되네요
낼은 무슨책일지 벎써부터 기대되요

scott 2022-09-21 21:54   좋아요 0 | URL
냥이님! 캄솨!

이 책 작가 <편의점 인간> 읽고 충격을 받았는데 사건 인물 전개가 엄청 뛰어 납니다
짧은 문장으로 섬세한 묘사를 담아 내는 능력까지

이 작품 정말로 충격적이고
아주 많이 슬픕니다

어린나쓰키 소녀 안아 주고 위로 해주고 싶었어요 ^^

저는 일단 관심 가는 책들 이북으로 읽고 소장 하고 싶은 책은 종이로 구매 하고 있습니다

손의 촉감으로 느끼는 활자의 매력 ^^
 
청춘 - 코펜하겐 삼부작 제2권 암실문고
토베 디틀레우센 지음, 서제인 옮김 / 을유문화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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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7시 30분, 열 네 살 토베는 이모가 만들어 준 옷, 단 하나 밖에 없는 원피스를 입고 책가방을 매고 학교가 아닌 자신을 고용한 고용주 집으로 출근 한다.

고용주 집에 도착한 토베는 책 가방에서 앞치마를 꺼내 입고 차 주전자를 들고 다니며 고용주가 시키는 데로 움직이고 있다.


[나는 여덟 시간 동안 어머니를 보지 못할 것이었다. 나는 낯선 사람들 사이에 있었다. 나는 그들이 매일 일정한 보수를 주고 일정한 시간 동안 신체적 노동력을 구매한 사람이었다.]


차를 끓여 본 적도 없고 마셔 본 적도 없었던 토베는 차 주전자에 찻잎을 얼마나 깔아야 하는지 몰라 허둥지둥 거리고 있을 때 고용주의 아들이 달려와 토베를 향해 이렇게 외쳤다.

'내가 시키는 대로 뭐든지 다 해야지. 안 그러면 쏴 버릴 거예요.'

고용주는 토베가 자신의 집안에서 하루 종일 해야 할 일들을 시간대 별로 작성한 목록을 내밀었다.

청소기를 사용 해 본 적도 없고 카페트를 청소 해 본 적 도 없었던 열 네 살 토베는 기기 작동을 시도 하다가 뚜껑이 열려서 먼지 덩어리가 통째로 튀어 나와 버렸고 마루 바닥 솔질 방향을 잘 못해서 수 백 군데를 긁혀 놓았다.

오후 다섯 시 고용주가 집으로 돌아 오기 한 시간 전,토베는 해고 당하고 앞치마를 집어 넣은 책가방을 매고 집으로 돌아갔다.

다음 날 토베는 시내 중심가에 자리 잡은 하숙집 부엌을 청소 하고 있다.

아침 8시 부터 12시간 동안 온 몸에 그을음과 기름으로 범벅이가 되어 퇴근 후 집으로 돌아 오자 마자 단 한 줄의 시를 쓰지 못한 채 침대 위로 고꾸라졌다.

검은 원피스에 하얀 앞치마를 입고 난로 불이 꺼지지 않는지 지키며 하숙집 방과 욕실, 부엌을 청소 하면서 받는 급료는 30크로네

토베는 동료 선배들에게 저속하고 모욕적인 말을 들으며 지난 시절, 학교에서 친구들과 함께 어울렸던 시간, 마음껏 책 속에 파묻혔던 그 시절을 떠올렸다.

[나는 어린 시절에 내가 두려워했던 것을 하나 떠올린다. 착실한 숙련공. 나는 숙련공에 대해서는 아무런 거부감도 없지만, 미래의 모든 밝은 꿈을 가로 막는 건 '착실한'이라는 단어다. 그 단어는 비 내리는 하늘 처럼 밝은 햇빛을 느낄 만한 부분은 어디에도 없다.]

토베 인생의 밝은 빛을 가려 버리는 사람들은 바로 아버지와 어머니

토베의 아버지는 여전히 불안정한 일용직 노동자로 일하며 열 네 살 짜리 딸이 벌어다 주는 돈으로 넓은 집으로 이사 가고 싶어 했고 어머니는 딸이 받아 온 일당으로 새 라디오를 사서 하루 종일 틀어 놓고 있다.

잠자는 소녀야, 널 위해 찬가 한 곡 불러 줄게

어떤 광경도 이토록 진실한 기쁨을 준 적은 없었어.

움직임 없이 사랑스럽게 누워 있는 너 만큼은

꿈속에서 웃고 있구나, 하얀 시트로

네 젊은 가슴을 간신히 덮고서

아, 내게 그 모습은 얼마나 신성했는지.

너는 알지 못했지만.

항상 심각한 표정과 희망이 없는 말 만 내뱉는 부모님과 친척들이 이제 열 다섯 살이 된 토베 주변을 에워싸고 있다.

토베는 매일 매일 하숙집에 더러운 부엌과 화장실을 청소 하고 퇴근 후에 하루 종일 마음 속에 담아 두었던 시어들을 끄집어낸다.

토베가 텔레비전만 응시하고 있는 아버지에게 묻는다.

'설거지와 청소가 싫고 어떤 종류의 집안 일도 다 싫어요. 차라리 사무실에서 일하면서 타자 치는 걸 배우고 싶어요.'

'아직은 안 돼. 우선 집을 제대로 관리하고 남편이 직장에서 돌아오면 요리 해 주는 법을 배워야지. 넌 금방 배울 거야.'

결국 토베 엄마는 남편이 겨우 열 다섯 살이 된 딸에게 이런 말을 내뱉자 하숙집에서 누군가에게 추행을 당했다는 거짓말을 하고 남편을 설득 시켜버렸다.

하숙집 일을 그만 둔 토베는 사무직 구인 광고에 여러 번 지원 하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한다.

면접 날 아버지의 직업을 물은 인사 담당자들은 열 다섯 살 짜리가 집안을 먹여 살리고 있는데 자신들이 주는 봉급으로는 힘들지 않겠냐며 위로의 말을 건넸다.

하지만 두 번 다시 고용주의 하인으로 살지 않기로 굳게 결심한 토베는 여러 군데를 도전 한 끝에 노동 조합에 가입 한 적도 없고 앞으로도 가입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답 끝에 마침내 어느 간호 용품 회사의 재고 관리 사무원으로 취직한다.

열 다섯 살 토베는 오빠 에드빈이 입었던 코트를 수선해서 입고 새 일터로 향했다.

세상은 온통 겨울이다.

히틀러가 독일을 집권 했고 네덜란드를 침공했다.

전쟁의 기운은 서서히 덴마크로 흘러 들어 오고 있었다.

사람들은 곳곳에서 죽어 가고 있었고 멀리 전선으로 떠난 이들은 영영 집으로 돌아 오지 못했다.

토베는 자신을 둘러 싸고 있는 세상은 변하고 있었지만, 매일 아침 일곱 시에 사무실로 출근해서 구석 구석을 청소 하고 간호 물품들이 도착하면 물건들의 용도에 맞춰 분류 작업을 시작하는데 열중 하고 있다.

집으로 돌아온 토베의 눈 앞엔 언제나 똑같은 풍경이 펼쳐져 있다.

거실에는 퇴근 하고 돌아 온 아버지가 쇼파에 누워 텔레비전에 시선을 고정 하고 있고 어머니는 딸이 받아 온 일당으로 구입한 라디오를 크게 틀어 놓은 채 커피를 끓이며 뜨개질을 하고 있다.

문득 토베는 오빠 에드빈 처럼 열 여덟살이 되기 전에 이곳에서 도망치지 않으면 영원히 벗어 날 수 없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여기서 사는 한, 나는 외롭고 이름 없는 삶을 살아갈 운명에 처해 있다.

세계는 내 어떤 부분도 인정해 주지 않고, 내가 모서리 하나를 겨우 붙잡을 때마다 내 손아귀를 슬쩍 빠져나간다. 사람들은 죽고, 그들 머리 위의 건물들은 헐려 나간다.]

토베는 물품 보관소에서 약품들을 하나 씩 만지면서 이전과 다른 시어들이 가슴 속에서 일렁 거리는 것을 느끼고 있다.

어둠 속에 초 하나가 타고 있어.

나 만을 위해 타는 초

내가 입김을 불면

그것은 활활 올라

나 만을 위해 올라

하지만 부드럽게 숨을 내쉴 때

초는 깜빡 밝음을 넘어서고

내 가슴 깊은 곳에서 타올라

그저 너를 비추게 되네.

토베는 늦은 저녁 남자 친구와 영화관에도 가고 연애도 하며 노동 조합에 가입을 한다.

직장에서 해고 당해도 당황하거나 좌절 하지 않는다.

아마추어 극단에서 배우를 찾는 광고 단지를 보고 덜컥 지원하고 갈색 정장을 입은 채 일흔 한 살 짜리 할머니 역할에 합격한다.

열 일곱 살 토베는 커피를 마시며 대사를 외우고 노래 연습을 한다.

극단 대표는 신문에 실린 기사를 읽어 준다.


'토베 디틀레프센이라는 아주 어린 소냐가 아그네스 아줌마 역할로 대단히 성공적인 연기를 선보 였다.


토베 디틀레우센, 디틀레프센, 이름의 철자가 틀린 채 인쇄되었지만 토베는 아마추어가 아닌 배우로 인정 받은 것이다.

아마추어가 아닌 배우 토베 디틀레우센은 무대 위에서 다른 사람들을 즐겁게 하기 위해 연기 하지 않을 것이다.

오로지 자기 자신을 위한 삶을 살아갈 것이고 그리고 사랑에 빠질 것이다.

연극 배우로 성공적인 데뷔를 한 토베, 부모는 딸에게 덜컥 커다란 집으로 이사를 간다고 통보 한다.

'방이 세 갠 데 아주 커. 거의 무도회 장 수준이더라. 이 프로레타리아 동네에서 벗어나는 것도 괜찮은 일일 거야.'

새로 이사 간 집에 처음으로 자기 방이 생긴 토베 는 쇼파에서 잠을 자고 있다.

토베가 일어나 출근 하고 나면 그곳은 곧장 응접실이 되고 다이닝 룸이 된다.

한 달에 60크로네를 받는 토베는 외상으로 새 코트를 사 입고 새 책을 구입한다.

단 2주 동안 만난 악셀이라는 이름의 청년과 약혼 하지만 어떤 직장에서도 한 달을 버티지 못하면서 꾸준히 성매매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파혼 해버린다.

토베는 이별에 대한 미련도 없고 슬퍼 하지 않는다.

내일 출근 할 직장이 있고 그곳 사람들과 어울리는 데 정신이 팔려 있다.

집으로 돌아가면 살 날이 몇 일 남아 있지 않는 이모가 극심한 통증을 호소 하며 집 안 가득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하지만 토베는 살 날이 몇 일 안 남아 있는 이모의 비참한 상태 보다 자신이 잘 곳이 없고 시를 쓸 공간 조차 없이 평온한 저녁 시간이 통째로 날아가 버렸다는 사실에만 신경 쓸 뿐이다.

마지막 주사를 맞은 이모의 숨소리가 사라지고 곁에서 지켜 보고 있던 어머니는 '끝났다'는 말을 내뱉고 토베는 그저 잔인할 정도로 추악하고 역겨운 죽음의 악취를 집안에서 내보내기 위해 창문을 전부 열어 젖혀 버린다.

[나는 두 팔로 내 몸을 감싸 안은 채 내가 젊고 건강하다는 사실을 만끽하며 기쁨에 젖는다. 그렇지 않다면 내 청춘은 당장이라도 없애 버리고 싶은 하나의 결함이자 방해물에 지나지 않을 테니까.]

생일을 단 2주 앞두고 사무실에서 해고 된 토베는 곧 새로운 일자리를 구해 놓고 서둘러 집을 나갈 준비를 마쳤다.

'우리가 이사를 온 건 모두 널 위해서 였는데. 너한테 글을 쓸 방을 갖게 해주려고 그랬지. 네 아버지는 다시 실업자가 됐어. 네가 집에 갖다 주는 돈 없이는 지낼 수가 없는데 .'

환전소에서 한달에 100크로네를 받게 된 토베는 타자 용지 100장을 사고 자신만의 방으로 간다.

그 방에는 꽃 무늬 커버가 씌워진 소파 하나, 안락의자 하나, 테이블 하나 그리고 낡은 수납장이 있다.

토베는 방 안 가득 뒤덮은 차가운 공기 속에서 코트를 입은 채 타자를 치고 있다.

내일 당장 히틀러가 군대를 이끌고 쳐 들어 올지 모르지만 마음 속 가득 담겨 있는 단어들을 타자로 치고 있는 토베는 두렵지 않다.

하루 종일 아무것도 먹지도 마시지도 못했어도,타자기를 치는 동안 배고픔을 잊어버린다.

열 여덟 살, 마침내 가족으로 부터 도망친 토베는 환전소에서 일하고 시를 쓰고 가끔 씩 젊은 남자들과 춤을 춘다.

시를 쓰고 있다는 말을 들은 젊은 남자는 토베에게 잡지 <밀알>의 편집자 비고 F 묄레르에게 보내라고 조언해준다.

그가 자신에게 장난 쳤을지 모른다고 살짝 의심하면서도 토베는 <밀알> 편집자에게 세 편의 시를 동봉해서 보낸다.

매서운 추위 조차 느끼지 못하는 토베는 이름 하나, 주소 한 줄을 입으로 되뇌이며 처음으로 '행복'이라는 단어를 떠올려본다.

편집자 비고 F 묄레르는 몇 살 일까?

F는 무슨 약자 일까?

아니, 어쩌면 죽은 사람이 아닐까?

친애하는 토베 디틀레우센 양에게. 귀하의 시 두 편은 , 조심스럽게 말씀드리자면 그렇게 탁월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세 번째 시 <내 죽은 아이에게>는 사용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음을 담아, 비고 F 묄레르

토베는 친구에게 빌린 돈으로 산 잡지 <밀알>을 손에 쥐고 있다.

잡지를 펼치면 이런 시가 적혀 있다.

네 작은 목소리를 들어 보지 못했어

네 창백한 입술은 내게 미소 지은 적도 없지

그리고 네 작은 두 발의 발길질

그건 내가 영영 볼 수 없는 일

드디어 잡지 <밀알>에 토베 디틀레우센 이름이 새겨진 시 <내 죽은 아이에게>가 실렸다.

여자는 절대로 시인이 될 수 없다는 아버지의 말은 진실이 아니였다.

시를 읽지 않은 사람들은 그녀의 시가 <밀알>이라는 농업 잡지에 실렸다고 생각했다.

토베는 마치 사랑에 빠진 것 처럼 두근 거리는 심장을 겨우 진정 시키며 자신의 시를 실어준 편집자 얼굴을 이제서야 또렷이 바라본다.

편집자는 토베에게 시집을 출간 할 생각이 있는지 묻는다.

토베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다.


[나는 눈부신 빛 속을 걸었고, 유명인들이 발하는 빛을 거울처럼 내던져 졌다. 내가 그들의 이미지를 비춰 보여 주자 그들은 자기들 눈에 보이는 그 이미지를 마음에 들어 했다. 우쭐해진 그들은 내게 미소를 지으며 칭찬을 퍼부었다.]


<소녀의 마음>을 품고 잠든 토베는 더 이상 지난 시절에 읽었던 수많은 책들을 떠올리지 않는다.

수 많은 나날 동안 입가에서 맴돌았던 말들, 지난 날의 삶의 흔적들이 담겨 있는 <소녀의 마음>

가족들이 토베가 <밀알> 편집자와 당장이라도 결혼 할 것 처럼 들썩이는 동안 영국은 독일에 선전 포고를 했다.

유럽 전역이 전쟁의 화마에 휩싸여도 토베는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시집 <소녀의 마음>을 읽고 있다.

[나는 책 한 권을 펼쳐 몇 줄을 읽어 본다. 인쇄된 형태로 보는 시들은 묘하게 멀고 낯설어 보인다. 나는 다른 한 권도 펼쳐 본다. 이 모든 책에 똑같은 내용이 담겨 있다는 사실이 아무래도 믿어지지 않는다.]

토베는 <소녀의 마음>이라는 시집을 읽다가 잠이 들 것이고 다음 날 아침 집세를 벌기 위해 일하러 나가면서 자신의 시집을 품 속에 숨겨 둘 것이다.


단 한번도 느껴 본 적이 없는 행복, 토베 디틀레우센 <소녀의 마음>

이제 그녀는 돌이 킬 수 없는 운명, 시인의 길을 걸어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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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2-09-08 11:3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스콧님! 다 읽고 소름돋았어요. 토베의 상황도 나치에 의한 전 세계적 위기의 배경도 숨가쁘게 전개되는 느낌이군요. 그녀가 쓴 시도 훨씬 더 성숙한 분위기! 저도 2권을 시작하렵니다.*^^*

scott 2022-09-08 11:56   좋아요 4 | URL
이 얇은 책
반세기 전에 살다간 시인, 소설가 동화 작가의 삶을
두근 거리는 마음으로 읽고 있습니다! ㅎㅎ

미미님의 <청춘>리뷰 고대 합니다.

(ᐡ-ܫ•ᐡ)

유부만두 2022-09-08 14:1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첫 직장에서 피아노 해먹고 그집 애 데리고 엄마한테 간 장면까지 읽었어요. 근데 덮어두고 시간이 지나니 다시 손에 들지 않게 되네요.... 일단 명절 연휴를 살아남아야 책을 더 ...

scott 2022-09-08 14:28   좋아요 2 | URL
전 일년만에 재독중 인데
이번에 펭귄에서 출간된 장편 얼굴 기대 하고 있습니다
3권 마지막 읽으니 토베의 재능 안타까움이 가득😿

책읽는나무 2022-09-08 14:3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읽을 책을 자꾸 써서 올려 주시니....
흑흑~~ 시간이 없어요. 시간이~~ㅜㅜ
펭귄북스 모으려고 시작 중인데...펭귄 나오면 그걸로~ㅋㅋㅋ
스콧님도 명절 연휴 잘 보내시어요^^

scott 2022-09-08 14:42   좋아요 4 | URL
이책 펭권판은 원서
한국어판은
을유 암실문고😊
나무님 명절 푹 쉬게
가족들 각자도생 살귀 😄

책읽는나무 2022-09-08 14:51   좋아요 4 | URL
아...펭귄북스는 원서였나요?
이 책으로 사면 되는 거네요~ㅋㅋㅋ

scott 2022-09-09 12:10   좋아요 2 | URL
😅

페넬로페 2022-09-08 14:3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사람은 환경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 그런 상황이라도 다들 똑같게 되는건 아니잖아요.
본인의 의지와 능력도 무시 못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요^^

scott 2022-09-08 14:44   좋아요 3 | URL
맞습니다
타고난 능력
재능 숨기기 힘들지만
어린시절 부모에게 상처 받은 트라우마는 영원히 지우기 힘든것 같습니다😶

2022-09-08 15: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9-08 15: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22-09-08 18:1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배경을 잘 모르지만, 코펜하겐이 있는 걸 보면 덴마크겠지, 합니다.
북유럽 이름들은 낯설어서 잘 모르겠어요.
2차 대전 시기라면 가벼운 분위기 일 것 같지는 않네요.
잘읽었습니다.
scott님, 오늘부터 추석연휴 시작입니다.
즐거운 추석 보내세요.^^

scott 2022-09-08 23:34   좋아요 4 | URL
네!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 !ㅎㅎ
전쟁에 휩싸였으니
정말로 한 치 앞도 내다 보기 힘들었던 시대 였죠.

서니데이님 추석 연휴 동안 가족과 행복한 시간 보내 세요 ^^

서곡 2022-09-08 20:3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새 프사에 댓글 남겨봅니다 천고마비의 계절에 잘 어울립니다

scott 2022-09-08 23:35   좋아요 3 | URL
요즘 날씨 정말 좋은!
서곡님
추석 연휴 가족과 행복한 시간 보내세요
해피 추석!^^

희선 2022-09-09 02:1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토베라는 이름이어서 토베 얀손을 떠올리기도 했습니다 이름밖에 모르지만... 토베 얀손은 핀란드 사람이군요 토베 디틀레우센 사는 게 쉽지 않았네요 힘들었다 해도 자신이 하고 싶은 거 해서 다행이고 그걸 알아본 사람도 있어서 다행입니다


희선

scott 2022-09-09 12:11   좋아요 3 | URL
토베 얀손!
휘바!휘바 !
핀란드인 ㅎㅎㅎ
저도 첨에 토베 얀손인 줄 알았습니다!

열네살 학교에 가지 않고
부잣집 청소 하러 갈 수밖에 없었던 ㅠ.ㅠ

그럼에도 시쓰기를 포기 하지 않아서 다행이죠 ^^

mini74 2022-09-09 13:3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토베 너무 짠하네요. 어려운 환경에도 당차고 똑똑하고 ㅠㅠ 진짜 몰입해서 읽었어요. 18살의 토베가 시를 쓰고 잡지에 실리는 장면에선 왜 제가 뿌듯하죠 ㅎㅎㅎㅎ 스콧님 프사 환하고 좋아요 *^^* 이런 설레는 맘으로 오전에 이어 오후엔 전 부치기 ㅎㅎㅎ 즐거운 추석 보내세요 스콧님 *^^*

scott 2022-09-09 23:23   좋아요 2 | URL
열 네살 토베!
책가방에 앞치마 메고 출근 ㅠ.ㅠ

미니님 오늘 오전 오후
전 부치기!
추석 지나면
가족들 미니님
호텔 추석 바캉스 일박 이일 보내 돨롸!
❛‿˂̵✧
 
사울 레이터 더 가까이
사울 레이터 지음, 송예슬 옮김 / 윌북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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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파리에서 열렸던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탄생 100주년 기념으로 마련되었던 전시회에서 사울 레이터의 작품을 처음 보았다.

파리 시내 곳곳에 눈 가루가 날리던 날, 빨간색 우산이 내뿜던 몽환적인 색감은 색에 둘러 싸여 있는 세상에서 발견 한 빛과 같았다.

나는 반 세기 전에 찍힌 빨간 색 우산이 내뿜는 빛깔에 매료 되어 "사울 레이터" 라는 사진가의 이름을 가슴 속에 새겨 넣었다.

[예술의 역사에서 색은 언제나 홀대 당했습니다. 색을 피상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늘 존재 했기 때문입니다. 드로잉과 형태 같은 요소는 중요하게 여겨졌지만, 색은 너무 자주 의심 받았습니다.]


1946년 스물 세 살 생일을 앞둔 사울 레이터는 랍비 학자 아버지의 반대에도 불구 하고 도망 치듯 뉴욕으로 건너와 무작정 그림을 그리며 틈틈이 흑백 필름에 도시의 풍경을 담았다.


1940년 대 뉴욕은 세상의 모든 빛을 흡수한 도시로 거리 곳곳 마다 현란한 빛을 내뿜는 사람들과 상품, 광고판으로 넘실 거렸다.


1936년도에 출시 된 코다 크롬 슬라이드 필름을 손에 넣은 사울은 여러 제조사의 슬라이드 필름 중 유통기한이 지나버린 필름으로 실험 삼아 컬러 사진을 찍기 시작한다.

그는 사진을 인화 하면서 시간의 소모로 자연스럽게 변색 되어 버리는 색감에 반해 버려서 일부러 유통기한이 지난 필름으로 컬러 사진을 집중적으로 찍기 시작한다.


그는 1950년대 본격적으로 패션 프리랜서 사진 작가로 활동 하며 1970년대 초 까지 비상업 용 35mm컬러 슬라이드에 무려 6만점에 가까운 세상을 담았다.

사울은 해외 곳곳을 누비며 사진 촬영을 하면서 틈틈이 찍은 컬러 슬라이드 사진들을 수 백 개의 상자에 담아 놓았지만 이후 여러 곳으로 거주지를 옮겨 다니던 중 컬러 슬라이드 사진 박스가 보관된 스튜디오에 화재가 발생했다.

당시 소방관들이 불을 끄기 위해 분사한 내연재로 인해 수 십 개의 사진 박스들은 버려졌고 4만점 정도의 슬라이드 필름만 무사히 살아 남았다.

아주 평범한 것들 속에서 무언가를 찾아내는 작업을 퍼즐 풀듯이 즐겼던 사울 레이터는 컬러 슬라이드 필름이 담긴 사진 상자에 이런 글귀를 적어 놓았다.


거리 풍경-가게 창문-인화용- 개인 보관용

1990년대 대다수 예술 갤러리들이 흑백 필름 사진 작품만 전시 하고 있을 무렵 로몽 에디션스 대표 필리프 로몽이 그의 컬러 사진 작품을 인화하면서 비로소 세상 밖으로 빛을 보게 된다.


컬러 사진을 예술로 여기지 않았던 시대에 그의 사진이 내뿜는 몽환적인 색감, 빛깔에 사람들의 시선을  순식간에 사로잡아 버렸다.

2005년 뉴욕 출장길에 들른 서점에서 우연히 그의 사진을 본 독일 유명 출판사 '슈타이틀'의 대표가 독일로 돌아가 그의 첫 사진 집 < Early Color >를 발행 되자 마자 세계 곳곳에 그의 사진들이 전시  되기 시작한다.


그의 사진 구도는 대상이 사진 전체를 지배 하지 않고 강렬하게 내뿜는 색과 기하학적인 형태의 사물들을 배치한 과감한 구성에서 회화 작품의 질감을 느끼게 한다.


그의 사진 속에 포착 된 뉴욕의 공기는 각기 다른 화려한 색감들이 서로 교차하면서 독특한 빛을 뿜어 낸다.

그는 마치 거리 화가처럼 골목 어딘가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은밀한 장면을 목격하듯 카메라에 담았다.


클래식 영화 속에 나올 법한 그와 그녀, 패션 잡지의 한 페이지를 채운 화려한 인물들에게 어떤 사연이 담겨 있을지, 사진을 응시하는 이들에게 각기 다른 이야기를 들려 주듯 사울 레이터의 사진 작품들은 저마다 독특한 이야기를 품고 있다.


'저는 어떤 사진도 단 한 번에 완성하지 않습니다. 사진을 찍어 두고 슬쩍 옆으로 밀어 놓고는 수정하거나 인화 하기도 하지만 어느 순간 부터 잊어 버립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포트폴리오를 펼쳐서 다시 작업을 하기도 하지만 이런 작업을 마쳤다고 누군가를 위해 전시 한다거나 특정 갤러리에게 작품을 팔지 않습니다. 저는 제 작업과 작품에 대해 어떤 확신 조차 없었습니다. 그러니까 이런 작품을 돈의 가치로 환산 할 줄 몰랐죠. '

그의 작품을 돈의 가치로 평가한 이들은 그를 컬러 사진의 선구자, 사진 계의 피카소라고 칭송했다.

코다 크롬과 엔스코 크롬 컬러 슬라이드 필름을 사용한 사울 레이터의 컬러 사진들은 색의 면적을 넓게 포착하는 비대칭 구성 방식을 즐겨 사용했다.


그는 전경을 아웃 포커스로 처리해서 배경에 있는 피사체에 시선을 집중 시켰다.


때로는 창문과 거울을 이미지를 구획 하는 덮게, 프레임으로 활용해서 이미지를 추상화 시켜 버리기도 했다.


사물과 사람이 아닌 눈과 비를 포착해서 사진에 회화적인 질감을 느끼게 만들었다.

사울 레이터의 컬러 사진이 공개 되자 마자 이후의 사진의 역사, 컬러 사진 연대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화가를 꿈꿨던 사울 레이터는 프랑스 인상주의 시대의 화가 처럼 그림을 그리고 싶었고 사진을 찍는 순간 부터 일본 우키요에 작품을 깊이 연구 했다.


[사진 작가는 세상이 미처 알지 못했던 근사한 것을 발견하는 사람입니다. 알려지지 않고 숨겨진 그러나 근사한 것들을 발견 할 때마다 사진의 역사는 계속 변합니다.]


2013년 봄, 사울 레이터는 자신의 사진 스튜디오에서 갤러리 운영자이자 친구인 마깃 어브에게 이런 말을 건넸다.

​'내 그림의 문제는 뭐든 한 번에 완성되지 않는다는 거예요.'


2020년 1월, 나는 일본 도쿄 분카무라 미술관에서 열렸던 <영원히 사울 레이터> 전시장에서 그가 남긴 컬러 슬라이드 사진 작품을 만났다.

전시장을 가득 채운 그는 낮은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장엄한 하늘도 웅장하면서 위엄 있는 산과 강, 계곡과 들판 곳곳에 서있는 야자수와 나무들도 도시 방랑자에게 중요 하지 않습니다. 뉴욕이라는 도시 속을 거닐다가 무심코 포착하는 세상과 사람들, 이렇게 반세기를 넘기고 마주 하게 되니 제 주변을 둘러 싸고 있던 사람들과 그곳 풍경들이 낯설게 느껴집니다. 어쩌면 사진기를 들고 있었던 저는 시간 여행자 였을지도 몰라요.]


시간 여행자 사울 레이터가 포착한 세상의 빛은 가라 앉은 공기 속에 그윽한 향기를 내뿜고 있었다.


자신 앞에 펼쳐진 풍경과 삶을 열정적으로 기록한 사울 레이터 세상의 빛은 그의 삶의 중심이자 전부 였다.


[저는 거의 언제나 주변 동네를 어슬렁 거리며 사진을 찍었습니다. 항상 마주하고 있는 이웃들 익숙한 거리, 친숙한 가게들 그 주변을 오고 가는 행인들 이토록 평범하고 평화로운 나날 속에서 저는 매일 매일 누군가의 소중한 순간을 카메라 속에 담았죠.]


전시장을 가득 채운 그의 사진들은 18년의 세월 동안 묵묵히 그를 후원했던 친구이자 갤러리 운영자 마깃 어브와 마이클 파릴로의 피, 땀, 눈물의 결실로 엄청난 양의 사진들의 날짜를 일일이 확인하며 촬영 시기까지 꼼꼼하게 추적하고 분류해내어 긴 세월 동안 조심스럽게 천천히 어둠 속에 잠들어 있던 작품들의 세상 밖으로 끄집어 냈다.


[내가 사울과 함께 일했던 시절에 그는 대체로 주목 받지 못했습니다. 일 년에 팔리는 작품 수도 한 손으로 꼽을 정도 였으니 정말로 미미한 수준이었죠. 전시회가 열리면 신문에 기사가 실렸고 호평이 들려왔지만 장기적으로 이렇다 할 보상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화보집이 출간 되고 사람들이 인터넷으로 그의 사진을 보는 순간 그의 이름은 전 세계로 퍼져 나갔습니다. 전문가들이 아닌 일반 대중들이 그의 작품을 알아 보기 시작 했죠.]

-마깃 어브(사울 레이터 사진 재단 설립자이자 대표)

사울 레이터 인생의 마지막 순간 까지 함께 했던 마깃 어브와 마이클 파릴로는 사울이 눈을 감는 순간까지 그가 남긴 소중한 사진을 인화 하는 작업을 이어 나갔다.



두 사람은 그가 떠난 곳에 남겨둔 사진들을 책상과 서랍장에서 꺼내서 분류한 상자 속에 담아 창고로 옮겨 놓고 세상 곳곳에 사울 레이터가 포착한 세상의 빛을 펼쳐 놓았다.


무서운 감염 속도로 퍼져 나가는 코로나로 인해 2020년 도쿄는 1년 동안 사울 레이터의 작품을 상설 전시 하겠다는 계획을 취소하고 전시 한 달 만에 막을 내렸다.




“세상의 모든 것은 사진으로 찍힐 만해요. 사진의 좋은 점은 보는 법을 가르쳐준다는 겁니다. 온갖 것을 음미할 수 있게 해주죠.'


이 사진 작품 집에 실린 사진들은 1948년 부터 1966년 사이에 촬영한 작품들로 수 만장의 슬라이드 작품들 중에 선별한 76장의 작품들이 실려 있다.



슬라이드 하나하나의 존재 가치를 소중하게 다루었던 사울 레이터, 그가 남긴 사진들 속에 남겨진 익명의 영혼들이 스쳐 지나간 거리,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세상과 사람들의 모습들이 영원히 은은한 빛을 발할 것이다.


​'사진은 악보와 같아요 이런저런 인화 방식에 따라서 처음 의도와 전혀 다른 색감이 나올 수 있죠. 찍는 사람의 의도와 전혀 다른 모습을 마주 할 수 있다는 게 사진의 가장 큰 매력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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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2-08-16 23:4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스콧님 페이퍼 기다렸습니다^^* 회화적 질감을 지닌 사울레이터의 작품들! 그가 시간여행자였기에
관람객들은 그의 사진들을 통해 언제든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거겠죠?!!

scott 2022-08-16 23:46   좋아요 5 | URL
맞습니다!ㅎㅎㅎ
전시와 영화를 관람하는 이들 모두
시간 여행을 떠날 수 있다는 것!

미미님은 쟁여 둔 책탑 속으로 시간 여행을 떠나실 것 같습니다!

저는 연휴 동안 주문한 책들 이번 주 내내
줍!줍!줍!

ʚ(>ᴥ<)ɞ

그레이스 2022-08-16 23:5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버지가 랍비였으니 예술의 길을 가는게 쉽진 않았겠어요. 보통은 물려받는데!

빨간색 인상적이었습니다.

scott 2022-08-16 23:55   좋아요 4 | URL
߮߰🧡߮߬ ⃕

희선 2022-08-17 01:4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2020년 도쿄에서 사울 레이터 사진 전시회 보셨군요 한달밖에 못하다니... 그때 사람들 아쉬워했겠습니다 그걸 그만둬야 하는 쪽도... 유통기한 지난 필름도 멋지게 나오는군요 누구나 그렇게 하지는 못할 것도 같습니다 사울 레이터여서 그림 같은 사진을 담았겠네요 본래 그림을 좋아하니...


희선

scott 2022-08-17 23:03   좋아요 1 | URL
그쵸! 똑같은 기기로 찍어도 이렇게 멋진 작품으로 탄생 하지 않죠!
희선님 말씀 처럼 사울 레이터여서 이토록 아름다운 사진을 담아낸것 같습니다!
회화적 질감이 느껴지는 사진!ㅎㅎ


일본인들 사울 레이터 굉장히 좋아 합니다

앞으로 자주 사진전 열게 될 것 같아요^^

mini74 2022-08-17 09:0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빗방울 비맺힘 , 카페에서 비 오는 거릴 바라보는 것 같았어요. 스콧님 덕에 산 사울레이터 책 ㅎㅎ 아이가 홀라당 들고가더니, 자취방 가니 책상 위 선반에 펼쳐져 있었어요. 좋은 건 알아가지고 ㅎㅎㅎ ~ 익명의 영혼들이 스쳐 지나간 거리 란 스콧님 글귀에 눈이 갑니다.

그레이스 2022-08-17 09:25   좋아요 3 | URL
저도 딸 사줘야겠네요.
사진전 자주 가던데... 그 생각은 못했어요. 스콧님 땡투!

scott 2022-08-17 23:05   좋아요 2 | URL
사진집 사주시는 멋진 마미! 그레이스님 !^^
。゚゚・。・゚゚。
゚。  。゚
 ゚・。・゚
⠀()_/)
⠀(。ˆ꒳ˆ)⠀
ଫ/⌒づ💗💗💗💗💗💗💗💗💗💗

모나리자 2022-08-17 09:5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페이퍼 멋집니다~!! 스콧님~
여행 생각이 간절해지네요..ㅎ
약간 시원해져서 숨 쉴 만하네요.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scott 2022-08-17 23:07   좋아요 2 | URL
서울 오후 늦게 물 폭탄이 순식간에!
이전과 다른 소나기 였습니다
8월 중순 넘어가면 무덥고 습한 공기 사라지겠죠.

이제 여행 떠날 려면

이전 보다 몇 배 비용 감수 하고 목숨 걸고 ㅎㅎㅎ(아파도 치료 받기 쉽지 않음)

모나리자님 건강 잘 챙기세요

독서괭 2022-08-17 10:1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시간여행자라는 말, 온갖 것을 음미할 수 있게 해준다는 말이 참 좋아요. 스콧님의 사울레이터 글 예전에 본 후로 계속 구매 후보에 있는데 아직 못 사고 있네요~ 덕분에 사진 많이 봐서 좋습니다^^

scott 2022-08-17 23:08   좋아요 3 | URL
저도 이 사진집 망설 였다가
전 세계 동시 출간!에

미쿡판 보다 가격이 저렴해서
냉큼!ㅎㅎ

사울 레이터 사진들 중 맘에 드는거
포스터 크기로 인화에서
집안 곳곳 붙여 놨어요 ㅎㅎㅎ

거리의화가 2022-08-17 11:4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스콧님 이 책 읽으실 줄 예상을 했지요^^
사울 레이터의 책을 얼마 전에 읽었지만 그의 사진에는 색감과 독특한 구도 등이 인상적이었어요. 여기에 더하면 역시 이야기겠네요. 사진에 담긴 이야기는 무엇일까. 작가의 의도를 생각하는 과정이 즐겁게 느껴졌습니다. 도쿄 전시가 1개월만에 막을 내릴 수밖에 없었던 것은 안타깝네요. 앞으로도 그의 작품이 오래 사랑받길 기원합니다.

scott 2022-08-17 23:11   좋아요 2 | URL
이전에 나온 사진집 보다 판형이 크고 사진 색감을 잘 살려 냈습니다(가격대비 훌륭!ㅎㅎ)
사진의 담긴 이야기!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 주길 바랬는데 사울 레이터 아흔 살 세상을 떠나셔서 너무 아쉽습니다 이분이 늦게 세상에 알려 지셨거든요

한국에서도 다시 한 번 전시 되길 바랍니다!

화가님 굿!밤 ^^

프레이야 2022-08-17 20:2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님 예전 페이퍼로 알게 되어 다큐도 보고 사진집 셋 영접했는데 또 구매욕 불끈하는 페이퍼입니다. ㅎㅎ 여러 통로로 보게 되지만 전시장에서 보는 감동은 크흐~ 알지요 그 느낌. 배경에 포커스를 둔 시선도 좋고 카메라들 모아두고 위에서 찍은 사진마저 좋네요. 카메라, 눈에 익은 것들이 보입니다. 처음 의도한 것과는 다른 결과를 마주할 수 있는 매력 그게 사진이라면 사진은 참 우리네 인생과 닮아 있지요. 브레송도 오리지널 프린트는 쓰레기라고 했는데 사울도 단 번에 완성하지 않는다니 일필휘지보다 다듬고 만지는 손길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매사. 때론 일필휘지해야 할 순간들도 많지만요.

2022-08-17 23: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8-18 10: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8-22 00: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넬로페 2022-08-17 14:1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사울 레이터 작가 2탄이네요.
scott님 덕분에 이 작가 처음 알게 되었는데 역시나 이번에 올려주신 사진도 넘 좋아요.
사진도 결국 순간의 시간을 담고 있는데 작가가 포착한 것들에 사연도 있어 보이고 그 이상의 이미지도 생각할 수 있어 멋져요^^

scott 2022-08-17 23:18   좋아요 3 | URL
3탄!4탄도 이어 나가 볼까여 ㅎㅎㅎ
스맛폰 시대 홍수처럼 넘치는 이미지들과 다른 매력이 있죠!

이분 사진은 봐도 봐도 싫증 나지 않습니다 ^^

막시무스 2022-08-17 15:3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올초 서울서 열린 사진전가서 완전 감동 받았었어요! <창문을 통해 어렴풋이> 전시회 제목도 참 좋았고!ㅎ

scott 2022-08-17 23:19   좋아요 2 | URL
막시 무스님 역쉬!👍👍👍
올 초 1월부터 2월까지 열렸었는에
영상 다큐도 감동!ㅎㅎㅎ

막시무스님 서울 관광은 예술적인 ^^

새파랑 2022-08-17 19:0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사울 레이터는 셀카도 잘찍는군요~! 제가 찍는 사진이랑 비교가 안되네요 ㅋ 역시 사진도 스콧님~!! 전 2008년에 뭘하고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술먹고 있었을거 같아요 ㅎㅎ

scott 2022-08-17 23:20   좋아요 3 | URL
새파랑님도 셀카 잘 찍으실 것 같습니다(현재는 책 탑 아카이브로!ㅎㅎ)

2008년도에는 현재 2022년 보다 좀 더 많이 행복 했었던것 같습니다 ㅠ.ㅠ

바람돌이 2022-08-17 21:3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스콧님 사울 레이터 글 너무 좋음요. 항상 감탄 감탄!!! 저 책의 표지 사진은 우키요에 분위기가 물씬이네요. 이 책의 사진들은 색감이 더 선명하고 쨍한 느낌이네요.

scott 2022-08-17 23:21   좋아요 2 | URL
맞습니다!
우키요에!
원래 사울이 좋아 했던 우키요에 작가들 작품과 비교 해서 올릴려다가 포귀 ㅎㅎㅎㅎ

컬러 사진만의 매력이 있죠(사울 이전 사진계에서 흑백만 작품 취급을 했다고 합니다.)

책읽는나무 2022-08-17 23:2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앗!!!!! 사울 레이터!!!!
또 사야 하나요???ㅋㅋㅋ
그래도 덕분에 사진이랑 잘 보고 갑니다^^

scott 2022-08-17 23:30   좋아요 3 | URL
나무님 담달 알라딘 새 굿즈와 사울 레이터 함께 ^^

서니데이 2022-08-19 08: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래전에 찍은 사진들인데, 컬러 색감이 참 좋네요. 이제는 빈티지한 느낌이 드는 오래전 그 때의 풍경도 좋고요. 코로나19 이후로 전시도 영화도 보러가지 못하고 있어요. 예정된 전시가 코로나19로 일정이 달라진 건 아쉬운 분들 많았을 것 같네요.
잘읽었습니다. scott님, 즐거운 금요일 되세요.^^

scott 2022-08-22 00:05   좋아요 2 | URL
사울 레이터 사진을 보고 있으면 영상을 보는 듯 빨려 들어 갑니다

그래서 제 방에는 사진 포스터(사울의 작품)은 걸어 놓지 않았어요 ㅎㅎㅎ

전시 공연 스케줄은 쭈욱 이어지고 있는데
딱히 꽂히는 게 없습니다

코로나 19로 극장 처럼 밀폐된 공간만 아니면 전시장은 돌아다녀도 괜찮은 것 같아요

서니데이님 한 주 시작 건강하게 ^^

2022-08-22 01:1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