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부터 뉴욕 타임스는 21세기 첫 25주년을 기념해 이 시대 가장 중요하고 영향력 있는 책을 선정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총 2주에 걸쳐 진행된 이 프로젝트에 소설가, 논픽션 작가, 시인, 비평가 등 문학가 503명을 대상으로 2000년 1월 이후 미국에서 출간한 책 가운데 베스트 책 10권 씩 추천 받아 ‘21세기 최고의 책 100권‘(100 Best Books of the 21st Century)을 선정해 발표했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유명 작가와 명사들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스티븐 킹,한국계 미국 작가 이민진, 섹스 앤 더 시티의 제작자이나 주연 배우 제시카 파커, ‘레슨 인 케미스트리’ 저자 보니 가머스, 페미니스트 작가 록산 게이를 비롯해 퓰리처상을 수상한 이들이 이번 100대 도서 선정에 참여했다.


가장 먼저 스티븐 킹이 ‘21세기 최고의 책 100권‘(100 Best Books of the 21st Century)에 추천한 10권의 도서는 다음과 같다.

1.이언 매큐언의 '속죄'

2.벤자민 블랙의 '크리스틴의 추락'

3.도나 타트의 '황금 방울새'

4.길리언 플린의 '나를 찾아줘'

5.코매 매카시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6.마거릿 애트우드의 '오릭스와 크리크'

7.사라 워터스의 ' 게스트'

8.필립 로스의 '미국인의 음모'

9.비엣타잇 응우옌의 '동조자'

10번째 마지막 추천 도서는 자신의 책인 '언더돔'을 추천했다.


스티븐 킹에 뒤이어 작가 이민진이 추천한 10권 도서가 NYT에 올라갔을 정도로 현재 미국 문학계에서 작가 이민진의 위상이 어느 정도 인지 가늠할 수 있었다.

작가 이민진이 ‘21세기 최고의 책 100권‘(100 Best Books of the 21st Century)에 추천한 10권의 도서는 다음과 같다.

1.앤서니 도어의 ' 우리가 볼 수 없는 모든 빛'

2.캐서린 부의 '안나와디의 아이들'

3.콜럼 토빈의 ' 브루클린'

4. 줄리 오츠카의 ' 다락방의 부다'

5. 타라 웨스트오버의 '교육'

6.매튜 데스몬드의 '쫓겨난 사람들'

7.메릴린 로빈슨의 ' 길리아드'

8. 에드워드 p 존슨의 '알려진 세계'

9.바버라 애런라이크의' 노동의 배신'

10.필 클레이의 '재배치'


이번 대형 문학 프로젝트에 참여한 작가들이 추천한 도서 중에서 단연 '소설'이 압도적으로 많았고 전업으로 글을 쓰는 작가들 대부분 10권의 추천 도서 모두 '소설'을 추천했다.

반면에 작가 이민진이 추천한 10권의 도서 목록을 잘 살펴 보면 부의 불평등, 계급간의 갈등, 젠더 갈등, 교육의 불평등,믿음을 기반으로 하는 사회, 국가의 의무로 전쟁에 동원된 젊은이들 그리고 미국 내 뿌리 깊은 흑백 간의 갈등의 불씨였던 노예 농장이 운영 되었던 남북 전쟁 시대까지 과거에서부터 시작되었던 차별과 박해, 인종 갈등의 문제가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작가 이민진이 추천한 10권은 독자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녀가 추천한 10권의 도서들은 단순히 허구적인 세상만이 아닌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의 정치, 사회, 문화, 교육의 문제와 모순되고 왜곡된 갈등의 불씨가 언제 어디서부터 시작 되었는지 다양한 분야에 걸쳐서 통합적이면서 균등한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제가 엄청난 대서사시를 가졌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오히려 그 대서사시 같은 역사가 저를 소유하고 있다고 느낍니다. 저는 역사와 문화의 산물입니다. 그래서 저로 존재할 수 있는 거죠. 그래서 저는 제 책이 한 세대의 이야기만 담도록 쓰는 것을 상상할 수 없어요. 한편으론 관심사가 코리아 디아스포라로 특정되는 것처럼 여겨지기도 하지만, 이 주제만큼 강하고 오래 제 흥미를 끄는 것은 없습니다.

열아홉 살, 대학생 시절 처음으로 재일 한국인의 역사에 관심을 가졌어요. 그때부터 자이니치의 이야기에 끌림을 느꼈고, 끈질기게 연구하고 조사해 갔어요. 제 인생을 소비할 만한 이런 주제를 발견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요.”

-이민진




“역사는 우리를 저버렸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History has failed us, but no matter.


파친코의 첫 문장을 읽는 순간 독자들은 앞으로 전개 될 이야기가 역사라는 거대한 서막의 시작이라는 걸 어느 정도 가늠 할 수 있다.

이토록 강렬한 문장을 첫 서두에 주제문(thesis sentence)으로 써 놓은 작가 이민진의 작법은 현시대 작가들이 일반적으로 잘 쓰지 않는 방식이다.

찰스 디킨스의 작품을 전체 통독 하지 않은 이들도 이 문장 만큼은 어디선가 자주 접했을 것이다.




'최고의 시간이었고, 최악의 시간이었다. 지혜의 시대였고, 어리석음의 시대였다.'

-찰스 디킨스의 '두 도시의 이야기' 중에서


19세기 최고의 인기 작가였던 찰스 디킨스가 첫 문장을 주제문으로 시작하면서 이후 많은 작가들이 첫 문장을 거창하게 시작했지만 자칫 설교조로 이야기 흐름이 진행 될 수 있기 때문에 21세기에는 거의 쓰지 않고 있다.

작가 이민진은 여러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파친코의 첫 문장을 주제문으로 제사한 이유는 ' 역사에서 평범한 일반인들의 삶은 잘 드러나지 않지만 진정 역사를 만드는 것은 그들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쓴 문장”이라고 말해 왔다.

2024년 7월 미국 뉴욕 타임스가 실시한 ‘21세기 최고의 책 100권‘(100 Best Books of the 21st Century) 중에서 '파친코'는 15위에 올라갔다.

페미니스트 운동가 록산 게이를 비롯해 여러 명의 문인관계자들과 평론가들 그리고 배우들이 '파친코'를 추천했을 정도로 이 책의 가치는 한 시대를 다룬 역사 소설을 뛰어넘어 선 21세기를 대표하는 명작이 되었다.

뉴욕 타임스는 작가 이민진의 <파친코>에 대해 이런 평가를 내렸다.

“역사는 우리를 저버렸지만 그래도 상관없다.”라는 강렬한 첫 문장으로 시작되는 파친코에 등장하는 교활한 조폭과 장애를 가진 어부, 금지된 사랑을 이어가는 비밀스러운 인물들이 역사의 한 복판에서 겪게 되는 전쟁과 식민지, 개인적 갈등까지 4대에 걸친 한국 가족의 풍요롭고도 소용돌이치는 연대기적인 삶을 펼쳐 보인다.'



파친코는 일본에 번역 출간 되어 외국 소설로 드물게 단행본 출간으로 절판 되지 않고 인기의 상승 곡선을 타서 문고본으로 출간 되었을 만큼 일본 내에서도 상당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2017년에 출간된 <파친코> 라는 작품은 전직 오바마 대통령의 추천에 힘 입어서 베스트셀러 도서에 진입하고 전미 도서상 후보에 올라서며 뒤이어 영상으로 제작되어 전 세계인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렇게 유명인의 추천사를 받고 주요 문학상 후보에 올라 영상으로 제작되었다고 해서 21세기 최고의 책 100권에 들어 간 것은 아니다.

이번에 선정된 ‘21세기 최고의 책 100권‘에 세계적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2000년 이후에 출간한 책 중 단 한 권도 올라가지 못했다.

영화로 제작되어 큰 인기를 얻은 테드 창, 마거릿 애트우드 그리고 류츠신의 책도 올라가지 못했고 얼마 전 세상을 떠난 폴 오스터가 필생을 걸고 쓴 작품 <4321>은 추천 목록에 없었다.

단편집으로 퓰리처 상을 수상한 줌파 라히리, 21세기 주목 받는 현대 작가이자 주요 문학상을 수상한 니콜 크라우스의 작품 역시 100권 리스트에 올라가지 않았다.

아시아계 작가들 중에서 출간 하는 작품마다 주요 문학상을 휩쓰는 이윤리 작가의 작품도 단 한 권도 못 올라갔고 유명 일본 작가들의 작품도 올라가지 못했지만 21세기 최고의 책 100권에 이민진의 <파친코>와 한강의 <채식주의자> 두 권이 올라갔다.

한강의 <채식주의자>에 대해 뉴욕 타임스는 이렇게 평가했다.












한강의 <채식주의자>에 대해 뉴욕 타임스는 이렇게 평가했다.

“신비롭고 다른 세상의 공기를 담고 있는 짧은 소설 속에 굶주림과 욕망들이 어떻게 뒤엉키는지 마술적인 언어로 펼쳐 보인다.'

지난 8월 15일에 발표된 ‘21세기 최고의 책 100권‘(100 Best Books of the 21st Century) 중에서 1위부터 10위에 뽑힌 책은 다음과 같다.

1) 엘레나 페란테의 '나의 눈부신 친구' (2012)

2) 이저벨 윌커슨의 '다른 태양들의 따뜻함' (2010)

3) 힐러리 맨틀의 '울프홀'(2009)

4) 에드워드 p.존슨의 '알려진 세상'(2003)

5) 조너선 프랜즌의 '인생 수정'(2001)

6) 로베르토 볼라뇨의 '2666' (2008)

7) 콜슨 화이트헤드의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 (2016)

8) W.G제발트의 '아우스터리츠'(2001)

9) 가즈오 이시구로의 '나를 보내지마' (2005)

10) 메릴린 로빈슨의 '길리아드' (2004)


2014년 영국 가디언지에서 발표한 21세기 최고의 책 100권 중 10위 안에 들었던 힐러리 맨틀의 '울프 홀'과 가즈오 이시구로의 '나를 보내지 마'는 이번 뉴욕 타임스가 선정한 21세기 최고의 책 100권 10위 상위권에 올라갔다.

앞서 발표한 영국에서 힐러리 맨틀의 튜더 왕조 3부작 중 제 1권인 <울프 홀>은 맨 부커상을 수상하고 이후 10년동안 맨 부커상 수상작 중에 가장 빛나는 작품 베스트에 뽑혔고 가디언지가 발표한 21세기 최고의 책 100권 중 1위를 차지했다.

뉴욕 타임스가 발표한 21세기 최고의 책 100권에 '바르도의 링컨'으로 퓰리처 상을 수상한 조지 손더스는 총 3권의 작품(바르도의 링컨, 패스토럴리아,12월10일)이 올라갔고 캐나다의 단편작가이자 노벨상을 수상한 앨리스 먼로는 두 권의 단편(런 어웨이,미움, 우정, 사랑, 구애, 결혼)집이 올라갔다.

필립 로스의 작품도 두 권(미국인의 음모와 휴먼스테인)이 명단에 올라갔고 한국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제스민 워드 (소설 '묻히지 못한 자들의 노래'와 회고록 '남자들에게 우리는 강간을 당했지') 두 권이 올라갔다.

이민진 작가가 추천한 에드워드 p. 존슨의 책 장편 소설'알려진 세계'는 10위 안에 들어갔고 펜 포크너 문학상 최종 후보에 올라간 단편집 'All Aunt Hagar's Children: Stories'는 베스트 100리스트에서 70위에 올랐다.

현재 영미권에서 가장 주목 받는 작가 제이디 스미스는 '하얀 이빨과 온 뷰티' 두권이 올라갔다.













2022년 부커상 최종후보에 올랐던 아일랜드의 대표 작가 클레어 키건의 소설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41위에 올랐고, 2023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욘 포세의 ‘7부작(Septology)’, 박찬욱 감독에 의해 영상화된 비엣 타인 응우옌의 ‘동조자’ 등도 100권 순위에 포함됐다.

21세기 100권 중 1위를 차지한 작품은 엘레나 페란테의 일명 나폴리 4부작 소설 중 제 1권인 ‘나의 눈부신 친구’(My Brilliant Friend·2012)가 차지했다.

나폴리 4부작의 마지막 <잃어버린 아이들>은 100권 중에서 70위를 차지 했고 초기작 나쁜 사랑 3부작 중 2부인 <버려진 사랑>이 92위에 올라갔을 정도로 이탈리아 출신의 엘라나 페란테는 21세기의 첫 25년 동안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작가다.










1950년대 이탈리아 나폴리 근교의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유년기 시절에 만난 두 소녀 레누와 릴라가 서로 다른 환경과 선택으로 어떤 모습으로 성장해 가는지 펼쳐 보인 이 작품은 총 4권의 방대한 분량으로 드라마나 영화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흔한 사랑, 우정, 불륜, 배신, 치정을 다루고 있다.

뉴욕타임스의 평론가들은 여성의 사랑과 우정을 중심에 둔 대 서사 드라마가 널리 읽혀 지는 이유 중 하나로 자신들의 어머니, 할머니 그리고 현재의 나와 딸들이 겪었을 법한 이야기가 사실적이게 읽혀지기 때문이라고 평했다.

'오늘 아침 리노의 전화를 받았다. 나는 그가 평소처럼 돈을 빌려 달라고 할 줄 알고 안 된다고 말하려 했다.' 라는 지극히 평범한 문장으로 시작 되는 이 작품은 두 여성의 일생을 총 4권에 걸쳐 펼쳐 보이며 마지막 4권에 이런 문장으로 끝을 맺는다.




항상 열심히 노력해야 한단다.

우리 주변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든 실수하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한 걸음 씩 앞으로 나아가야 해.

실수하면 그 대가를 치러야 하니까.

-엘레나 페란테의 <잃어버린 아이들> 중에서


총 10분을 넘지 않는 영상을 보는데 익숙한 세대들에게 각 권의 분량이 600페이지를 넘는 책 4권을 통독 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19세기 최고의 소설이자 세기의 명작으로 항상 필독 목록에 올라가는 톨스토이, 도스토옙스키, 빅토르 위고 작품들을 분량의 압박 때문에 읽다 중도 포기한 독자들은 엘레나 페란테의 나폴리 4부작을 읽기 시작하면 놀라울 정도로 빨려 들어간다.

대단한 서사를 바탕으로 시계 태엽 처럼 정교한 플롯이나 뛰어난 묘사, 시대를 관통하는 통찰력도 없는 평이한 서술에 등장하는 인물들도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놀라울 정도로 사실적인 대화와 촘촘하게 짜인 개개인의 인생 역정들이 나의 어머니, 할머니 그리고 이 시대 어디선가 살고 있는 여성들의 이야기로 읽혀진다.

우리가 소설을 읽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단한 교훈을 얻기 위해서, 엄청난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

이토록 고달픈 인생에서 희망을 찾기 위해서?



'사춘기 시절 부에 대한 이미지는 여전히 세상에 둘도 없는 신발 같은 어린 시절의 공상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귀족처럼 돈을 쓰고 싶어 하는 리노의 광폭한 욕구의 형태로 나타났다. 또 부는 환심을 얻으려고 텔레비전, 파스타, 반지를 사는 마르첼로에 의해서도 나타났고, 온갖 종류의 햄을 팔고 빨간색 오픈카를 가지고 있으며 4만 5천 리라쯤이야 푼돈이라는 듯이 돈을 쓰고 릴라의 그림을 액자에 넣고 치즈 같은 식료품 말고도 신발을 팔기 위해 자재비와 인건비에 투자하고 자신이야말로 동네에 새로운 평화와 번영의 시대를 도래하게 할 수 있다고 확신하는 스테파노에 의해서도 체현되었다. 부라는 것은 생활 속에 이미 내포된 것이다. 거기에는 영광도 화려함도 없었다. '

-엘레나 페란테의 <나의 눈부신 친구> 중에서

2024년 한국의 어느 학교 교실에선 학기 중 해외로 체험 학습을 가지 않고 꾸준히 등교하는 학생은 또래들 사이에서 ‘개근 거지’라는 놀림을 받는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성실, 책임, 인내, 규칙 준수와 같은 덕목은 이제 교과서에만 나오는 것이 되었다.

엘레나 페란테의 <나의 눈부신 친구>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인생이란 원래 그런 것이고 어쩔 수 없으니까. 우리는 타인의 인생을 힘들게 할 숙명을 타고 태어났고 타인들도 우리 인생을 힘겹게 할 숙명을 타고 났다.'


흙수저를 물고 태어나도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도 인생이란 원래 그런 것이다.

우리가 선택하고 태어날 수 없지만 , 인생의 책은 스스로 선택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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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4-09-25 21:4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나의 최신 스맛폰에서 내글이 안보여서 여러번 업로드
북플도 서재도 기능이 너무 떨어진다
글 한 번 쓸 때 마다 이토록 시간을 잡아 먹게 하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