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금희 작가님의 <크리스마스 타일>에 수록된 작품들은 2021년에 출간한 작품<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를 완성 하고 나서 이어서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셨지만 곧 시작된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집필 계획이 미루어 지셨다.

팬데믹 기간이 길어지자 작가님은 2021년에 출간 했던 <놀이터는 24시>의 소봄의 이야기를 더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셨고 이런저런 건강 상태로 집필 속도가 느려졌다가 창비 출판사 잡지 <스위치>에 연재를 시작 하면서 속도를 내셨다.

그 결과 2022년 11월, 크리스마스를 약 한 달 앞 둔 시점에 따끈 따끈한 연작 소설집 <크리스마스 타일>이 출간 되었다.

여기 수록된 작품들은


-밤

은하의 밤

데이, 이브닝, 나이트

월계동 옥주

-눈 파티

하바나 눈사람 클럽

첫눈으로

-하늘 높은 데서는

당신 개 좀 안아봐도 될까요

크리스마스에는

이 순서이지만 작가님은 맨 마지막에 수록된 <크리스마스에는> 부터 쓰기 시작하셨다고 한다.

MTN 방송국 교양 예능국에서 일하는 인물들의 각기 다른 크리스마스의 추억과 경험을 담은 이야기들은 서로 조금씩 연결 되어서 먹고 사랑하고 이별하며 피, 땀, 눈물로 방방곳곳을 뛰어다니는 우리 모두의 모습들이 담겨 있다.

첫 번째 읽었을 때는 크게 인상 깊지 않았고 두 번째 읽어나가면서 잔잔한 감동과 웃음이 그리고 지금 세 번째 읽고 나니 ...

제발 드라마로 제작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가득 차 있다.


[안녕, 나 이지민. 그때 영등포에서 그렇게 헤어지고 12년 만인가. 오랜만이지? 졸업하고 대학원 갔다가 대기업에 들어갔다는 소식까지는 들었어.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고 신기하다고 생각했다. 나. MTN교양 예능 국 피디로 일해. 네가 최근 트위터에서 하는 활동에 대해 알고 있어. 한번 출연해볼 생각 있어? 네 게도 꽤 좋은 일. 촬영까지 내가 나갈지는 알 수 없고, 나는 원래 자연 다큐 담당이지 이런 유는 아닌데 회사에서 쪼아서 연락해본다. 근데 그거 어떻게 맞히는 거야? 대기업 연봉, 맛집에 쏟아 부은 거니? 네가 먹는 데 집착이 있기는 했지. 근데 먹으면서 흘리는 버릇은 고쳤니? 난 네 입 어딘가에 구멍 난 줄 알았잖아. 하긴 구멍이 있었더라도 연봉이 높으니까 고치긴 고쳤겠지...]

-김금희 <크리스마스 타일>에서 '크리스마스에는 '중에서


데뷔 13년 만에 연작 소설집을 펴낸 김금희 작가님은 이번에 정말 방송국 사람들의 뒷 이야기, 인간적인 냄새가 가득 담긴 언어를 이 작품에 쏟아 내셨다.


학부 시절에 방송국 프로그램 제작 통역 스태프로 여러 해 동안 장기간 일한 적이 있는데 그 시절에 가까이에서 경험했던 방송 관계자들의 모습이 마구 겹쳐지면서 일촉즉발의 위기의 생방 프로그램 제작의 긴박함이 간질 맛 나게 느껴진다.

[독립 피디로 일하는 자기 친구는 자연 다큐가 좋아서 유학까지 하고 돌아왔는데 혼자 섭외하고 촬영하고 드론을 띄우고 일인 다역을 해가며 일하다 해외에서 사고까지 당했다고 국내로 이송해 와야 하는데 그 돈을 방송사도 프로덕션도 주지 않아 동문들이 모금을 다 했다고...]

위계 질서도 엄격하고 시청률에 목을 매야 하는 방송국 사람들에게 주말은 물론 휴일이나 명절 조차 마음 편하게 쉴 수 없다.

아역 시절 부터 배우 생활을 했던 친구 덕분에 방송국 출입은 물론 연극 무대에 서는 친구들의 연기 스승과 작가들까지 만나 보면서 이 분들의 거친 환경과 열악한 조건 속에서 프로그램을 완성 하고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 잡아야 한다는 것에 목숨 거는 것 만큼 세상의 별별 사람들과 부딪치는데 서 받는 엄청난 스트레스에 짓 눌려 사는 모습에 충격을 받았었다.

지금은 방송 계 대 작가이자 학생들을 가르치고 계시는 교수님은 통역으로 고생하고 타국에서 힘들지 않냐며 따스함이 가득 담긴 위로와 함께 만날 때 마다 비싼 음식을 사주셨고 용돈까지 주셨었다.


[이 많은 인간과 장비와 말들은 다 무엇인가. 졸업하고 방송계를 어슬렁거리며 늘 자연 다큐를 찍고 싶었지만 그쪽에서 일할 수 있었던 적은 없었다. 내게는 그저 인간, 좀 더 나은 인간, 어떤 면에서 좀 특이한 인간, 좀 다른 인간, 하지만 그러고 보면 뭐 그리 특출한 게 아니라 갖가지 어리석음과 인간적 한계로 뒤틀리고 비뚤어진 인간들의 연속일 뿐이었다.]

-'크리스마스에는' 중에서


위에서 얻어 맞고 저쪽 프로그램에서 밀리고 개편으로 언제 사라져 버릴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안고 모험 걸듯 프로그램을 제작 하면서 뼈와 살을 갈아 넣을 정도의 고통 끝에 탄생하는 프로그램들 모두 기획 단계에서 거의 사라져 버린다.


[예고를 쓴다는 건 방송 작가들 사이에서는 입봉의 시그널이었다. 그렇게 서브 작가가 되면 자료 정리가 아니라 작가라는 타이틀로 프로그램 자막에 등장하고 정식 커리어가 출발하는 것이다.]

                                                                                 -'첫 눈으로' 중에서

비장한 사명감 같은 것 보다 메인 피디, 그리고 그 피디의 상사인 국장의 파워에 따라 프로그램의 운명이 좌지 우지 된다.

대부분의 모든 프로그램들은 사람들 섭외에서 시작해서 현장 답사 ,촬영 그리고 마지막은 편집으로 완성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작가들로 메인 작가, 서브 작가 그리고 막내 작가로 이어지는 먹이 사슬 관계의 인물들이 쏟아내는 아이디어 싸움에서 얻어내는 결과물로 인해 프로그램의 색깔이 입혀진다.

-너무 상한 사람 곁에는 있지 말라

-꿈을 잃지 마라

-거짓말 하지 않는 사람이 돼라

-근면하라

각기 다른 인생들의 아주 비밀스러운 이야기들이 담겨 있을 것 만 같은 <크리스마스 타일>


'세상에는 끝내 해명 되지 않는 장면들이 있다.'

-'데이, 이브닝, 나이트' 중에서

김금희 작가님의 이번 신작 너무 좋다. 솔직히 이번 부커상 후보작에 올랐던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오 ! 윌리엄> 보다 백배, 만배 좋다!

리뷰를 12월에 올릴까..... 했는데 2022년 마지막 달 까지

이 작품 <크리스마스 타일> 이야기만 왕창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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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2-11-19 02: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얼마전에 김금희 작가 소설이 안 나오네 하는 생각을 잠깐 했는데, 이번에 나왔군요 건강이 좀 안 좋아서 소설을 못 쓰기도 했다니 몰랐습니다 글을 쓰려면 건강해야 할 텐데... 이달이 가면 십이월, 딱 알맞은 때 나왔네요 scott 님은 벌써 다 읽으셨나 봅니다


희선

scott 2022-11-19 10:09   좋아요 0 | URL
코로나로 오히려 소설 집필에 집중 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 책 후딱 읽어치우고 재독 삼독 ^^

희선님도 건강 잘 챙기세요
독감 코로나 동시 유행 중이라고 합니다.

책읽는나무 2022-11-19 07: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김금희 작가! ㅋㅋㅋ
오랜만에 소설 나왔네요?
예전에 최은영 작가냐? 김금희 작가냐?
알라디너 몇 분들이 선택하던 시기가 있었던 때가 떠올라 웃음이 나네요.
전 최은영 작가에게 조금 더 애정하곤 있지만, 김금희 작가도 좋아요^^
근데 스콧님은 스트라우트보다 더 좋다니???ㅋㅋㅋ 김금희 작가님 들으시면 무척 기분 좋으시겠습니다ㅋㅋㅋ
12 월에 잘 어울리는 제목입니다.
근데 스콧님은 정말 다양한 경험의 소유자시군요??^^

scott 2022-11-19 10:10   좋아요 1 | URL
나무님은 최은영 작가님 !^^

순딩 순딩 ^^

저는 딱히 애정 하진 않지만
작가님 특유의 유머와 알싸함이 맘에 듭니다

스트라우트 작품은 올리버와 모든 것은 가능하다 까지!
이후 부터 넘 이전의 인물들 삶들만 줄창 파고 들어서 식상 합니다 ㅎㅎㅎ

나무님 주말 가족과 행복한 시간 보내세요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 ^^

호우 2022-11-19 15: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너무 상한 사람 곁에는 있지 마라, 는 문장이 마음에 닿네요. 나이가 들수록 따뜻한 이야기들이 좋아요. 이 소설도 그런 거 같네요.

scott 2022-11-19 16:05   좋아요 1 | URL
그다지 특별할 것 같지 않은 이야기 인 것 같은데 자꾸 들춰보고 싶은 구절들이 많은 책입니다.
작품 후기 작가의 말까지
따스한 선물 같은 책입니다
호우님 주말 멋지게 보내세요 ^^

바람돌이 2022-11-19 22: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윌리엄보다 좋다구요? 그러면 읽어야죠.
아 근데 저 중간에 나온 인용문 안녕 나 이지민 하는거요. 진짜 저런 메일 받으면 완전 빡쳐서 바로 씩씩거리며 뻑큐라도 한번 날려주려고 찾아갈듯합니다. ㅎㅎ
김금희작가님은 페페로니에서 왔어 사놓고 아직 안읽고 있는데 일단 그 책부터 빨리 읽어야겟군요.

아 그리고 제가 사는 곳에서는 99.9%의 확률로 크리스마스에 눈 안옵니다. ㅠ.ㅠ

scott 2022-11-21 00:32   좋아요 0 | URL
윌리엄 보다 좋습니다 ㅎㅎ(저에게느녜

김금희 작가님 톡쏘는 대화법이 좋아요 !

페페로니에서 읽기 전
페페로니 피자 한 판 냠 ^^

제가 삼촌 만나러 부산 갔을 때 1월 중에 눈 가루 만난 적이 있는데
부산은 눈을 만나기 힘들 군요 (12월에도)

눈 쌓인 풍경은 좋지만
다음 날 출근 길은 지옥입니다 ㅎㅎㅎㅎ

페넬로페 2022-11-20 01: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김금희 작가의 신간, 넘 기대되는데요.
크리스마스를 소재로 한 연작소설이라 재밌기도 하겠어요.
저는 스트라우트 작가보다 최은영, 김금희 작가를 훨씬 더 사랑합니다^^

scott 2022-11-21 00:33   좋아요 1 | URL
오! 역쉬!^^

스트라우트 이제 그만 지난 시절 작품 속 인물들의 삶 굿 바이 했으면,,,
그런데 이번에 출간 된 신작도 오 ! 윌리엄 이후의 이야기 ㅎㅎㅎㅎ

유니와책친구들 2022-11-23 10: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스콧님이 이렇게 극찬을 하시니, 넘 궁금해 지네요. 저도 <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랑 <경애의 마음> 재미있게 읽었거든요!

scott 2022-11-23 11:37   좋아요 0 | URL
첫번째 읽고 두 번째 읽고 난후 부터 느낌이 퐉 옵니다
세번 완독하고도 뒤적 뒤적 하게 만들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