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6월 19일 일본 아사히 신문에 작가 다자이 오사무 탄생 100주년을 기리는 논평이 실렸다.

[다자이 오사무는 사회와  잘 어울리지 못하는 불안을 외면 하지 않고 인생과 작품에 아로 새겼다.

 인간의 내면을 드러내는 '강한 작품'은 뜨겁게 읽힌다. 자신과 타인의  약함을 속속들이 다 아는 사람만이 말 할 수 있는 것이 있다. 

약함과 마주하지 못하는 젊은이, 내일이 보이지 않는 시대 등 우리는 저 세상에서 턱을 괸 다자이에게 물어보고 싶은 게 많다.]


다이쇼 시대(1912-1926) 극도로 광기에 사로 잡혔던 시기에 자기 파멸의 길을 선택했던 작가 다자이 오사무

대대로 고리대금으로 부를 축적했던 대 지주 집안의 11남매 중에 열 번째로 태어난 다자이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부재로 숙모와 보모의 손에서 성장 했다.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했던 유년 시절 부터 이어져 왔던 심리적 불안과 모성애의 결핍은 성인이 되어 여성 편력과 약물 중독, 자살 행위로 이어졌다.

1931년 만주 사변을 시작으로 이어진 중일 전쟁 그리고 태평양 전쟁으로 나라 전체가 전쟁의 광풍에 들끓어 오르던 시기 1936년 다자이 오사무는 첫 작품집 '만년'을 발표 한다.
당시 일본 주류 문단은 사회주의 가치를 지향하는 프롤레타리아 문학이 중심을 차지 하고 있었다.
다자이는 주변 인물의 삶을 작품에 투영 시키는 '사소설' 작품으로 인간의 고뇌와 불안, 존재의 본질을 파고 들었다.

1937년 만주 사변이 발발하자 국가는 총력전에 돌입한다.
다자이는 서서히 약물에 의지 하며 네 번이나 자살 시도를 한다.
1938년 이부세 마스지와 결혼을 한 후 다자이는 더 이상 약물에 의지 하지 않고 성실한 작가와 가정 생활을 꾸려 나가기로 마음을 먹는다.


'저도 틀림없이 좋은 작가가 되겠습니다. 이름을 더럽히지 않도록, 열심히 정진하겠습니다.
요즘에 어떤,예술에 대한 흔들리지 않는 신앙을 품기 시작했습니다.'

그에게 예술은 흔들리지 않은 신앙 이였을까? 아니면 패전 후 사회 전체를 엄습했던 무력감으로 인한 자기 부정과 파괴를 반영 한 것 이였을까?



만년의 첫 작품 '잎'의 첫 문단은 이렇게 시작한다.

'죽을 생각이었다. 올해 설날, 옷감을  한 필 받았다. 새해 선물이다. 천은 삼베였다. 회색 줄무늬가 촘촘히 박혀 있었다. 여름에 입는 옷이리라. 여름까지 살아 있자고 생각했다.'

 죽기로 결심하고 쓴 작품 '만년', 절망과  죄 의식에 사로잡혀 있는 '나', 다자이 오사무

'해 질 녘 나는 숙모와 나란히 문간에 서 있었다. 숙모는 누군가를 업었는지 포대기를 두르고 있었다. 그때의 어스름한 거리의 정적을 나는 잊지 못한다. '-'추억'

다자이 오사무의 유년과 소년 시절의 모습이  담긴 '추억' 

 스스로 자기 파멸로 몰고 갔지만 그가 바라보는 세상, 추억 속 인물들의 따스한 온정 그리고 새로운 사회, 시대를 갈망 하며 다양한 목소리를 작품에 담아냈다.


'친구는 모두 내게서 멀어지고, 슬픈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친구여, 나와 이야기 하고 나를 비웃어라 아아, 친구는 헛되이 얼굴을 돌린다. 

친구여 내게 물어봐. 난 뭐든 알려 주련다. 

나는 이 손으로 소노를 물에 빠뜨렸다. 

나는 악마의 오만함으로, 나 살아나도 소노는 죽기를 바랐다. 

좀 더 말할까? 아아. 그렇지만 친구는 그저 슬픈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어릿광대의 꽃' 


 다자이 오사무는 고등학교 재학 당시 작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자살 소식에 큰 충격을 받아 학교에 나가지 않고 술집을 전전한다. 
이후 도쿄 제국 대학 불문학과에 입학하면서 프랑스 시인 폴베를렌과 보들레르의 시를 집중적으로 탐구 하기 시작한다.  
이 시기 부터 틈틈히 부지런히 글을 썼던 다자이 오사무는 백 편의 습작 후에 '만년'이라는 작품 집을 완성한다.



1936년 6월 25일 첫 작품 '만년'이 세상 밖으로 나오던 날,  다자이 오사무는 파비날 중독 증세로 병원에 입원 중 이였다.

' 스물 다섯 살 봄, 많은 희망자들 가운데 유독 허둥지둥 쩔쩔매면서 신청한 신입생 한 명에게 마름모꼴의 그 유서 깊은 학사모를 주어 버리고 귀향했다.

 가문의 문장인 매의 깃털 무늬가 박힌 가벼운 마차는 젊은 주인을 태우고, 정거장에서 30리 길을 쏜살같이 내달렸다. 

갓 졸업한 그는 오랫만에 보는 고향 풍경에 깨느른한 눈길을 슬쩍 던졌을 뿐, 자못 꾸민 것 같은 하품을 살짝 했다.  

잠자리에 누워서도 예전에 읽던 작은 시집이나 진홍색 표지에 검은 쇠망치가 그려진 서적을 머리맡에 두는 일은 좀체 없었다. 

누운 채 전기 스탠드를 끌어당겨, 양쪽 손바닥을 바라보았다. 손금에 푹 빠져 있었다.. 손바닥에는 수많은 자잘한 주름이 겹겹이 나 있었다. 

그 중에 유난히 기다란 주름 세 가닥이 오글 오글 옆으로 나란히 뻗어 있었다. 

이 불그레한 세 가닥 사슬이 그의 운명을 상징하는 셈이었다. 이에 따르면 그는 감정과 지능이 발달해 있고, 생명은 짧다는 것이다. 늦어도 이십대에 죽게 된다.'-'도깨비 불'


도쿄 제국 대학에 진학한 후 마르크스주의에 심취했던 다자이 오사무,고리 대금업으로 가난한 이들의 삶을 착취한 자신의 집안을 극도로 혐오 한다.
 죽기로 결심하고 '유서' 처럼 남긴 그의 작품,시대와 자신의 운명 그리고 재능을 '문학'으로 절실하게 표출했다.

'인간은 추락 할 수 있는데 까지 추락 해야 한다. 그리고 일본도 인간과 함께 추락 해야 한다. 추락 할 때 까지 추락해서 자기 자신을 찾아내고 구원해야 한다.'

'나는 이 단편 집 한 권을 위해 십 년을 허비했다. 만 십 년, 보통 시민과 마찬가지로 산뜻한 아침 식사를 하지 못했다. 

나는 이 책 한 권을 위해 몸 둘 곳을 잃은 채 끊임없이 자존심에 상처 입고 세상의 휘몰아치는 찬 바람을 맞으며, 이리저리 헤매고 다녔다. 

혀를 데고 가슴을 태우고, 내 몸을 도저히 회복되기 어려울 만치 일부러 망가 뜨렸다. 

백 편이 넘는 소설을 찢어 없앴다. 원고지 5만 매 그리고 남은 건 겨우 이것 뿐이다.....이것 뿐'


영원 불멸한 '청춘'의 작가 다자이 오사무, 7월 한 권, 한 권 몇 번이고 거듭 읽어 나갈 생각을 하니,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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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07-16 17:11   좋아요 8 | 댓글달기 | URL
앗 1등!!😆 👉👈
스콧님 원서로 모두 갖고 계신가봐요! 멋집니다 멋져요!!
<인간실격>읽고 홀딱 반해서 나머지 책들도 퐁당퐁당 담아두었는데 잊고 있었습니다. 오늘 체호프를 읽다가 어떤 부분에서 다자이오사무가 막 생각났는데 페이퍼 올리신것 보고 숨멋! 게다가 얼마전 표지가 참곱네 했던 민음사 <만년>이 그의 작품이었군여! (에이 나 바보 철썩철썩)이 책 때문에 마구 흔들리지만 꾹 참고 다음달 그의 책들을 구매해야겠어요!! 사진은 유희열을 좀 닮았네요.ㅋㅋ🌼🌼(´▽`ʃƪ)💕

scott 2021-07-16 17:07   좋아요 4 | URL
ପ(๑•̀ᴗ•̀)* ৳৸ᵃᵑᵏ Ꮍ৹੫ᵎ💓

scott 2021-07-16 17:15   좋아요 7 | URL
다자이 오사무가 체호프의 희곡(어법, 말투, 각 인물들의 성격) 영향을 아주 많이 받았습니다
‘세자매‘ ‘벚꽃 동산‘에 영향을 받은 작품(나중에 상세하게 올릴 예정)까지 다자이 오사무에게 체호프는 문학 스승!

‘만년‘이 번에 민음사 세문집으로 출간
예판 구매 했네요 ㅎㅎ

미미님 역쉬!
예리 하쉼 ㅎㅎㅎㅎ
트위터에서 유희열 스럽다고들 하는뎅 ㅎㅎㅎ

약물에 찌들리기 전까지
나름, 나름 멀쩡

다시보니 정말 유희열 ฅ(= ´ꈊ` =)ฅ

새파랑 2021-07-16 17:0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또 2등 ★★

scott 2021-07-16 17:12   좋아요 4 | URL
✌(-‿-)✌

새파랑 2021-07-16 17:12   좋아요 6 | URL
아 저 이책 정말 읽고 싶었는데 스콧님 벌써 읽으셨네요? 쓰는데 10년이 걸린 작품이라니~!! 스콧님은 원서로 읽으셨나보네요. 완전 부럽👍👍 7월에 책 안사려고 했는데 이건 패쓰😊

scott 2021-07-16 17:16   좋아요 6 | URL
새파랑님 ‘만년‘은 넘 ㅎ 넘 ㅎ
좋아서
번역본(표지가 좋아서)
예판 구매 했습니다
읽으신 체호프의 희곡 정서와도 맞닿았고
무엇보다도 다자이 오사무의 ‘만년‘은 수록된 모든 작품들이 좋습니다
그냥, 그냥 다 좋음 ૮₍˶ᵔ ᵕ ᵔ˶₎ა

그레이스 2021-07-16 17:10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유미주의 작가 보들레르의 시에 심취했었군요 제가 알기로는 가와바타 야스나리에게서도 영향을 받은 걸로 아는데
그의 죽음이 사무라이의 형식을 따랐다는 것 때문에 조금 소름끼쳤었어요.
그런 상황에서 그들을 사로잡은 것은 무엇일까 하고 생각했었습니다.
작가들은 생각과 글에 매몰되기 쉽다는 생각!입니다.

scott 2021-07-16 17:20   좋아요 8 | URL
몇년전에 뉴욕 타임즈에서 일본 근대 작가들 왜 ? 자살을?
이라는 기사가 실렸었는데
문단의 압박이 엄청나서 명성을 얻은 만큼 그 이상의 작품을 써내야 한다는 압력
그리고 저리 죽으면 이름이라도 남는다는 사무라이 ㅎㅎ
아무튼 저시대에 지식층 사회인들 전부 병적일 정도로 집착한, 환자들이라고 평하더군요
다자이는 오로지 글쓰기를 통해 스스로를 구원하려고 노력했던것 같습니다.

페넬로페 2021-07-16 19:09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정말 일본인들에게 자살의 의미가 뭔지 궁금해요. 다자이 오사무는 자라난 환경에 대한 영향도 받은듯 하네요. 제가 일본작가의 작품은 많이 읽지 않았는데 그나마 다자이 오사무의 사양은 읽었는데 새로 나온 그의 작품집도 읽고 싶네요.
일본어까지 잘하시는 scott님,정말 대단하세요~~

scott 2021-07-16 21:16   좋아요 7 | URL
베네딕트의 ‘국화와 칼‘에 일본인들의 공동체 속 문화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는 계층 의식,그 계층 밖으로 던져지게 되면 수치심을 느낀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자기가 속한 계층에서 어떤 수준에 다다르지 못하면 크게 수치심을 느끼고 자포자기 해버리는,,,
보편적인 평등과 자유를 부르짓는 한국인들과는 아주 많이 달라요
특히 일본인들은 아무리 사소한 최하위의 위치라도 개별적인 가치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이런 성향이 한번 똘 똘 뭉치면 엄청난 질서 정연한 모습을 보이는데 이 안에서 탈락해버리면 자포 자기 하거나 자살, 할복 같은 극단적인 행위를 합니다
선과 악의 개념이 아닌 계층이 허용하는 도덕 기준이 있기에
쾌락에도 관대한 ㅎㅎㅎ

그렇다고 다자이 문학이 계층적 테두리 안에 머물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굉장히 세련되고 현대적이죠 ^^

페넬로페 2021-07-16 21:55   좋아요 5 | URL
와! scott님의 설명에 너무 잘 이해하게 되었어요^^일본이 우리와 역사적인 관계로 많이 적대적이지만 어떤 면에서는 일본인들에게 배울점도 많은것 같아요. 제가 이렇게 말하는게 좀 조심스럽지만요. 그래도 다들 인정하시리라 믿어요.

scott 2021-07-16 22:20   좋아요 5 | URL
맞습니다
물리학을 전공한 평범한 회사원이 노벨상을 받고
현대 음악, 미술, 패션 곳곳에 세계적인 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일본인들은 물론
해외 유명 MBA스쿨을 졸업하고 난 후 우동집을 개업 하기도 하는것 처럼
각자 자신에 맞는 위치 속 계층 안에서 움직이고 능력을 개발해서
엄청난 성취를 이루기도 하죠

이것이 떄로는 일본인들의 기이한 모순(밖에서 볼때) 그러나 진실된 모습이기도 한(안에서 볼때)

독서괭 2021-07-16 20:04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헉 scott님 원서로 읽으시는 거예요? 역시 스콧님은 AI가 맞는 것인가..

새파랑 2021-07-16 20:09   좋아요 5 | URL
AI가 확실하십니다 😊

scott 2021-07-16 21:08   좋아요 6 | URL
저만 AI는 억울 ㅋㅋㅋ
괭님 새파랑님도 함께~*
(・ิω・ิ )
(・ิω・ิ )
( ・ิω・)ノิ

붕붕툐툐 2021-07-16 20:23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그나마 제가 잼나게 읽은 <인간실격>의 작가네요~ 대충 짐작은 했지만 스콧님이 이래 써주시니 더 잘 알게 되었어요~ 스콧님을 행복하게 하는 이 작가라닛~ 무조건 합격!!😍

scott 2021-07-16 21:18   좋아요 6 | URL
툐툐님 이번 방학 독서 목록에 다자이!!
추가!
(๑•᎑<๑)ー☆

mini74 2021-07-17 19:0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샀어요 한글판으로요 ㅎㅎㅎ 스콧님 설명 들으니까 더 좋아요. 할복에 대해 환상을 가진 것 같아요. 명예 사무라이정신 영웅 ? 실제 할복의 현장은 악몽이었겠지만요. 한 번에 성공하기도 힘들었다는데 ㅠㅠ

scott 2021-07-17 21:10   좋아요 2 | URL
오! 이번 민음 만년!! 미니님도 !!

다자이는 할복 할 만큼 일본을 사릉하지 않았어요 ㅎㅎ
넘 ㅎ 나약한 인간이여서 혼자 죽는게 무서워서
내연녀 끌고 가고,,,

일본인들 (그러니까 현재 세대들은 이해 불가 약간 또라이들이라고 생각)
그런데 이전 세대 까지 만해도 숭고한 美라고,,,

stella.K 2021-07-17 19:5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는 미시마 유키오와 자꾸 혼동하고 있으니 우짜면 좋을지 모르겠습니다.ㅠ

scott 2021-07-17 21:12   좋아요 3 | URL
미시마는 스스로! 죽음을

다자이는 다른이와 함께!!투신!

솔직히 일본인들 이름 어렵습니다
다니자키 준이치로도 이름이 왜이리 긴지
다나자키라고 발음 하기도 함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