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베네치아에서는 특히 일요일이면 헤아릴 수 없는 종소리에 눈을 뜨게 된다. 흡사 면 커튼 뒤 진주 빛 영롱한 회색 하늘에 뜬 은 쟁반 위에서 거대한 도자기 티세트가 진동을 하는것 같다. 창문을 활짝 열어 젖히면 한편은 축축한 산소이고 한편은 커피 향기와 기도 소리인 진주가 가득 맺힌듯한 실 안개가 바깥에서 곧장 밀려 들어온다. 어떤 종류의 약을 몇 알이나 아침에 삼켜야 한다 해도 당신은 그것들이 여전히 당신을 위해 남아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 것이다. 베네치아는 아연으로 뒤덮인 둥근 지붕들은 찻 주전자나 뒤집어 놓은 컵을 닮았고 비스듬한 종루의 옆모습을 보면 버려진 숟가락 처럼 쨍그랑 소리를 낸 후 하늘로 녹아 없어진다는 점에서 도자기와 같은 면모를 지니고 있다.



2월 봄방학이 시작하자마자 이탈리아 북부 행 기차에 올라 탔다. 


베네치아-메스트레(Venezia-Mestre)역을 출발한 기차가 육지를 넘어 다리 위를 건너면서 달리는 속도가 서서히 줄어드는 순간 차장 밖으로 완전히 다른 풍경이 펼쳐 진다.

저 멀리 출렁이는 바다와 하늘이 맞닿는 곳 위에 둥둥 떠있는 베네치아 모습이 어른 거리는 형체를 드러냈다.


산타루치아 역에 도착해서 밖으로 나오면 베네치아 중심지로 향하는 산마르코 광장행 '버스'에 올라탔다. 베네치아에서는 버스를 바포렛토(vaporetto/증기선)라고 부른다.

바포렛토(수상 버스)를 타고 대운하를 따라 40분정도 타고 가면 둥그런 지붕의 돔 성당이 눈앞에 나타난다.


이 성당은 베네치아의 상징적인 성당인 산타 마리아 델라 살루테(Santa Maria della Salute)다.

1629년 여름,엄청난 속도의 전파력이 강한 흑사병으로 베네치아 전체 인구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약 15만 명이 희생되었다. 흑사병은 2년 동안 베네치아를 죽음의 섬으로 만들었고 베네치아 사람들은 흑사병을 물리치기 위해 신에게 매달렸고 성당을 건축해보지만 흑사병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았다.

이미 한세기전 1575년에 도 베네치아에 치명적인 전염병이 창궐했을 때 당시 베네치아 원로원은 건축가 팔라디오에게 예수 그리스도에게 바치는 레덴토레(Redentore·구세주) 성당을 짓도록 해서 기적적으로 전염병을 퇴치한 적이 있었다.

1630년 10월 베네치아의 원로원은 성모 마리아를 위한 성당을 세관 옆 부지 위에 짓겠다는 공포를 한다. 당시 신축 성당 공모전에 20대 건축가 롱게나가 설계한 팔라디오 양식의 디자인이 선정되어 롱게나의 설계에 따라 성당 건축 착공 공사가 시작 되었다

1631년 흑사병이 창궐한지 2년이 지난 시점으로 한해 전보다 점염병의 전파력은 잠잠해지면서 베네치아 시민들은 이모든 기적이 성모마리아의 은총 덕분이라고 믿게 된다.

1631년에 시작된 공사는 이후 50여년 동안 진행 되어 1681년에 완공 되었다.

20살 부터 구상 설계를 시작했던 건축가 롱게나는 성당 건축 완공을 본후 다음해 84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석조 성당을 세울때 지반을 다지기 위해 100만 개 이상의 통나무 말뚝을 땅속 깊숙이 촘촘하게 박고 그 위에 돌을 얹어 지반을 완전히 다진 다음에 그 위에 성당을 세웠다.


바포렛토를 타고 거친 물살을 가로 지를 때마다 이 성당의 웅장한 자태는 빛의 세기에 따라 다양한 색채와 형태로 변한다. 마치 온화하고 자비로운 성모 마리아의 은총 처럼 바다 한 가운데 우뚝 서있는 성상 처럼 느껴진다.



이 책의 저자 김혜지님은 이탈리아에 7년째 거주 하고 계신다. 7년전 한국에서 잘나가던 화장품 다단계의 여왕이였지만 대구 어느 막창집에서 만난 전화번호도 주고 받지 않은 남자와 운명처럼 로마 바티칸 천장화 밑에서 만나 결혼을 했다.

결혼에 대한 환상보다 유럽에 대한 환상이 더 컸던 저자는 이방인으로 이탈리아에 적응 하느라 아등 바등 하며 7년의 세월을 버티고 계신다.

여행업에 종사하던 남편은 코로나 팬더믹으로 일자리를 잃었고 임종도 지켜드리지 못한 어머니를 잃은 슬픔까지 겪으며 전염병으로 모든 일상 생활이 정지된 순간에 유트브 채널과, 블로그, 브런치 등에 일상의 글을 꾸준히 업데이트 하고 기록하며 이렇게 책까지 출간 했다.

이책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여행일지도 아니고 일상의 찬란한 순간을 기록하지도 않았다. 이탈리아에서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 사는 이야기 ,코로나 팬더믹 시기에 이탈리아 인들의 모습까지 담으며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이야기 하고 있다.

'이탈리아에서 살아서 좋겠어요.' '이탈리아에 사는 건 어때요?' 라는 무수한 질문에 대한 답을 이 책 안에 담고 있다.

'되는 것도 안되는 것도 없는 이탈리아'라는 나라에서 이책의 저자는 베네치아에서 매일 아침에 눈을 뜨는 기분은마치 '유명한 셀럽과 결혼해 매일 아침 민낯을 마주 하는 느낌'에 비유 했다. 저자는 베네치아를 짧게 방문하지 말고 가능한 긴 시간을 머물다 가라고 조언 한다. 좁은 섬안에 백여개가 넘는 다리,인파로 북적거리는 좁다란 골목길을 벗어나면 마법 처럼 환상의 세계가 펼쳐지는 곳이 베네치아라고 한다.

이탈리아에서 7년 동안 살면서 베네치아에는 이제 3년 조금 넘게 살아본 저자는 '베네치아는 일주일을 있어도 모자라, 또 오고 싶은 곳' 이라고 말한다.


나에게 이탈리아는 남은 인생 동안 언젠가는 돌아갈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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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06-09 16:40   좋아요 8 | 댓글달기 | URL
유명한 셀럽과 아침마다 민낯이라ㅋㅋㅋㅋ비유인데 해보고 싶어요!!(with매즈 미켈슨)ㅋㅋ 맨 처음 문단 너무너무 좋고요~♡읽으면서 베네치아 특유의 정취가 살아나는 느낌입니다. 기차타고 유럽까지 초고속으로 가보고 싶네요
ฅ₍ ᐢ. .ᐢ ₎냠♡

scott 2021-06-09 16:59   좋아요 9 | URL
ㅎㅎ 매즈 미켈슨 ٩(θ‿θ)۶
민낯으로 베네치아 새벽 거리 활보를 ! ㅎㅎ
여태껏 베네치아는 사람으로 북적이지 않은 적이 없었다는데
코로나 이후비둘기가 더 활기친다고 ㅎㅎㅎ
몇일 전에 바포렛토(수상버스) 운행 재개 했다는데
예전으로 돌아 갔으면 좋겠습니다
백신 맞고 ㅜ.ㅜ 마스크없이 자유롭게 활보 하는 일상으로 ~*ৎ•ु·̫•ूॽ

stella.K 2021-06-09 18:54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2월 봄방학이 시작하자마자 이탈리아 북부 행 기차에 올라 탔다란 말은
스쾃님 얘기 맞죠?
이탈리아에 살고 있다는 저자도 부럽고.
가끔은 생각하지 못한 방향으로 살아보는 것도 좋은 것 같은데
왜 그런 기적은 저 같은 사람한테는 안 일어나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책 확실히 염장 같기는한 것 같습니다. 우이씨~ㅠ

scott 2021-06-09 20:56   좋아요 6 | URL
넵! ㅎㅎ
이탈리아에 살고 있다는 저자 부러워하지 마삼 333ㅎㅎㅎ
내나라 내집 내방구석이 쵝오입니돵 ㅎㅎ
염장!까지는 아닙니다
이책을 어찌 어찌해서 제손에 들어와서 읽게 되었는데
7년이나 살았다는 저자의 이탈리아에 관한 이야기가 실망이 오만배 입니다
인생에 한번쯤은 가던 길에서 사알짝 돌아 가지 못한 길 가보는것도 좋은 것 같습니다
현실에 대한 불만 우울 불안을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거든요.


새파랑 2021-06-09 18:55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이탈리아도 가보신 스콧님이 안가본 곳은 남극? ㅎㅎ 냉정과 열정사이 읽고 저도 언젠가는 이탈리아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 글보니 더욱 그러네요 ㅜㅜ 그리고 역시 대구는 막창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미미 2021-06-09 19:00   좋아요 5 | URL
ㅋㅋㅋㅋㅋㅋ👍👍

scott 2021-06-09 20:58   좋아요 6 | URL
남극은 가봤고 ㅎㅎㅎ(여름에!)
북극을 못가봤어요
오! 냉정 열정때문에 이딸리아 오는 사람들 아주 많죠!
한국인이랑 이딸리아 사람들이 아주 많이 비슷해요

대구 막창 한번도 먹어본적 없는 1人
새파랑님 부럽 (٥≧∇≦)

scott 2021-06-09 20:58   좋아요 5 | URL
(๐^╰╯^๐)♬

새파랑 2021-06-09 21:07   좋아요 5 | URL
와~~그 팽귄사는 남극이요??? 스콧님 덜덜합니다~!! 막창이야 맛있긴 음식일뿐~~ 전 남극이 너무 부럽네요^^
(담번에는 아프리카 오지로 한번 물어봐야 겠어요 ㅎㅎ)

페넬로페 2021-06-09 19:36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그들의 만남이 극적이네요~~
정말이지 휘리릭인 아닌 그곳에서 오래 머무는 여행을 하고 싶지만 그렇게 될것 같지는 않고~~
어쨌든 베네치아에 꼭 한번 가고 싶어요^^
그리고 역시나 대구는 막창이죠**

scott 2021-06-09 21:12   좋아요 5 | URL
남편분이 가이드 하셨다가 코로나로 너튜버로! ㅎㅎ
코로나로 여행도 예전 처럼 갈 수 없을 것 같지만
그럼에도 희망을 !!
여행보다
대구 막창 부터 (๑→ܫ←)

미미 2021-06-09 21:37   좋아요 5 | URL
스콧님 대구 막창 정말정말정말 맛있습니다~ㅋㅋㅋㅋ♡

scott 2021-06-09 22:42   좋아요 4 | URL
기필코 막창부터 ٩(•̤̀ᵕ•̤́๑)ᵒᵏᵎᵎᵎᵎ

그레이스 2021-06-09 21:39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주홍빛 베네치아 가 맞네요
건물들 색과 석양이 물들어오면 더욱 붉은 빛을 낼테니...
베네치아의 지도와 사진들을 보며 책상에서 베네치아를 익힌지라...
꼭 가보고 싶네요.
습한거 싫어하는데....^^

scott 2021-06-09 22:41   좋아요 4 | URL
맞습니다 수면위에 떠있는 도시여서
태양이 질때 온도시가 붉은색으로 뒤덮힙니다.
7월 8월에 정말 습한데
한증탕속 처럼 ㅎㅎ
4월과 오월이 가장 좋지만
여름 태양의 길이가 길때도 멋진 곳입니다.

하지만 베네치아는 겨울!
눈과 안개로 뒤덮힌 베네치아를
만나게 되면
일생을 그곳에서 쭈욱 ~
하고 싶어 집니당 ʢᵕᴗᵕʡ

붕붕툐툐 2021-06-09 23:26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그나저나 스콧님 책은 언제 출간되는 겁니까? 전 그걸 기다리고 있다고욧!ㅎㅎ

새파랑 2021-06-09 23:29   좋아요 3 | URL
기다리는 1인 추가~!!

scott 2021-06-10 00:53   좋아요 2 | URL
딱 두명만 살것 같은 예감이
(๑>؂•̀๑)✌

mini74 2021-06-10 12:41   좋아요 1 | URL
저도 추가 !

scott 2021-06-10 15:40   좋아요 0 | URL
(*´∀`人)

희선 2021-06-10 00:1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글 읽다가 베네치아 땅속에 많은 나무 말뚝을 박았다는 말 보고 그게 무슨 나무였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책에서 봤는데 백향목이라는 건 찾았습니다 이 나무가 맞는지 모르겠지만, 다른 나무는 물에 약하겠지만 이건 물속에서 더 단단해진다고 하더군요 그것도 이제 시간이 흘러서 달라졌을지...

멀리에서 보면 멋지지만, 실제로 살면 다를지도 모르죠 그래도 이탈리아에 가고 싶은 사람 많겠습니다


희선

scott 2021-06-10 00:57   좋아요 3 | URL
맞습니다 희선님
베네치아는 갯벌에 백향목 말뚝 150만 개를 박아 그 위에 만든 인공섬으로 훈족한테 처참하게 함락 당한 이탈리아 북동부 지역 난민들이 살아남기 위해 필사적으로 바다에 말뚝을 박아 만든 땅입니다.백향목이 고지대에 자라서 태엽이 빽빽하게 박혀 있고 수분에 강하다고 합니다. 물속에서도 썩지 않는!
베네치아의
실제에 삶은 아주 많이 다릅니다.
우선 물가가 너무 너무 높고!
베네치아 주민들은 어마어마한 세금에 눌려 살고,
대부분 집을 외지인들에게 세를 주고 베네치아 밖, 물밖으로 나와 삽니다 ^ㅎ^

행복한책읽기 2021-06-10 03:0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 모든 어여쁜 풍경을 누르고 대구 막창만 눈앞에 어른어른. 입안은 군침 가득.^^ 근데 scott님 남극까지 가셨다고라 ~~~~ 와우. 지는 이태리보다 남극을.^^;;

scott 2021-06-10 15:43   좋아요 0 | URL
대구 막창!
맛나다고들 적극 추천 하시지만
친구 아부지가 이런 계통에 게셨는데
저얼대 먹지 말라공 ㅎㅎㅎㅎ

여름철 남극
덥습니다
기후 변화 정말 심각, 심각!

han22598 2021-06-10 03:1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체코에서 이탈리아 넘어가는 길에...원래 일정에는 없었는데, 그냥 베니스에 내려서 약 5시간 머물렀던 적이 있어요. 아. 기차역을 나오자 마자 보이는 풍경. 정말 잊지 못합니다. 정말 한동안 넋을 잃고 그 정취에 잠겨 있었던 것 같아요. 오래 머물러야 한다는 작가의 조언이 제 가슴을 치네요. 언제 또 가볼 수 있으려나....

scott 2021-06-10 15:45   좋아요 0 | URL
아! 한님!
베네치아 그 풍경을 가슴속에만 담고 ㅜ.ㅜ
사계절 모두 아름다운 곳이지만
바다위에 떠있는 성당!
이것만 봐도
감동에 물결에!!

코로나 알약 나오면 그때라도 반드시!!!

mini74 2021-06-10 12: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옛날에 하루키가 이탈리아에서 살았던 걸 글로 쓴 기억이 나요. 답답한 일들도 많았지만 귀여운 이탈리아 차를 타고 여행하던 글.
방구석 여행가는 이렇게 책으로 스콧님 리뷰로 혼자 여행을 가 봅니다 ㅎㅎ 고맙습ㄴ다 ~

scott 2021-06-10 15:47   좋아요 1 | URL
하루키옹의 이탈리아 여행기!
지금도 여전히 이나라는 아수라장이지만
매력적인 풍경과 날씨 맛나는 음식들
그리고 조상덕에 엄청난 문화 유산이 가득 가득!! ㅎㅎ
코로나 시대에 방구석 여행이 가장 안전 합니다!!
내집 내방구석이 쵝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