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4일 음악 '거울 속의 거울'(Spiegel im Spiegel1978년)













거울 속의 거울’(Spiegel im Spiegel1978년)은 온음계 속에서 단순하게 순차적으로 진행하는 선율 성부와 그 삼화음 안에서만 움직이는 반주부가 곡을 구성한다.( 원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곡인데, 바이올린 대신 첼로나 다른 멜로디 악기를 사용하기도 함)이렇게 단순하게 구성한 음계는  아르보가 르네상스시대  성가곡,그레고리 성가,폴리포니 성가를 깊이 연구하면서 확립한 방식이다. 

멜로디는 처음 도입부 부터  천천히 선율의 오르내림을 반복한다. 느긋하게 화음을 연주하는 피아노가 가끔 저음을 울리거나 높은 음역에서 종소리 같은 소리로 청아한 울림(tintinnabular종의 울림) 을 준다.10분 남짓 한 짧은 곡이지만 정적일 정도로 느리게 마치 잔잔한 호수에 일렁 거리는 소리처럼 주변 풍광을 모두 잊어버리고 미세한 파동의 울림에 집중하게 된다. 

아르보 페르트 Arvo Pärt (1935년 11월~) 에스토니아 파이데(Paide)에서 태어났지만  엄마의 재혼과 함께 에스토니아 북부 지역으로 이주해서 그곳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다.

가족 대대로 내려오는 거의 고물 덩어리 피아노(군데 군데 건반은 부서져 있었고 거의 몸체만 남아 있는)였지만 꼬마 아르보는 이런 고물 덩어리로 음계를 익혀 나갔다고 한다.

7살때 라크베레 지역 음악학교에 입학한 꼬마 아르보는 그곳에서 본격적으로 음악수업을 들은 후 10대 부터 곡을 쓸정도로 일찌감치 천재성을 드러냈다.

음악적 성장이 월등해서 에스토니아 탈린시 음악학교 중학생 과정에 입학했지만 1년도 채 다니지 못하고 군복무를 위해 학교를 그만두게 된다.

하지만 군대에서도 군악단에서 오보에를 담당하면서 군생활 내내 음악의 끈을 놓치 않았다.

제대하자마자 탈린 음악원에 입학하고 그곳에서 본격적으로 작곡(Heino Eller에게 작곡을 배움) 에 몰두 한다.

아르보를 가르쳤던 음악원 교수들 말에 의하면 아르보가 작곡을 할때 얼마나 몰두 하고 파고들었는지  재빠르게 움직이는 손놀림 때문에 노트가 너덜너덜 해질 정도였다고 한다. 이미 아르보는 1950년대에 첫 작품으로 '우리 정원이라는 칸타타를 작곡했는데 이곡은 오케스트라 협연에 어린이 합창단을 위한 작품이였다.

음악원 재학 당시(1957-1960년)에도 틈틈히 연극과 영화 배경으로 쓰이는 시그널 음악을 작곡했고 라디오 방송국 음악 담당 피디로도 일했다.

1963년 28살의 나이로 졸업한 아르보는 에스토니아 전역으로 방송되는 국영 라디오 방송을 통해  발표한 작품<사망기사 Nekrolog>을 놓고 당국으로 부터 비판을 받게 된다.

<사망기사 Nekrolog>은 아르보가 작곡가 쇤베르크의 12음기법(쇤베르크가 창시한 작곡기법. 이 규칙에다가 12음렬의 역행렬, 반행렬, 다시 반행렬의 역행렬등으로 변화시켜 하나의 음렬로부터 총 48개의 다른 음렬을 만들어낼 수 있음)으로 작곡한 곡이 부르주아들을 위한 음악이라며  비판 성명을 내자 에스토니아 작곡가 연맹 동료들이 그렇다면 파시즘에 희생된 사람들을 위한 헌정곡으로 만들어 버리자 라고 맞 받아쳐서 다행히 아르보가 교화소로 끌려가지 않게 되었다.

1962년  모스크바에서 열린 청소년작곡가연맹 콩쿠르에서 아르보는 자신이 작곡한  오라토리오 <세계의 큰걸음(Maailma samm)>으로 우승을 거머쥔다.

이 콩쿠르에 응모한 작곡가들은 러시아 연방국 전역에서 몰려들어서 무려 1200여명이 지원했을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아르보는 달랑 한 페이지 짜리 악보만 제출했는데도 불구하고 심사위원들은 아이들이 쉽게 접근해서 완벽한 화음에 도달할 수 있게 구성한 작품이라는 호평을 쏟아낸다.

모스크바 콩쿠르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아르보는 1970년대 부터 본격적으로  중세 음악과 르네상스 음악을 깊이 파고들며 자신의 영감의 원천을 고전 음악에서 찾았다.(레닌 사상과 당국에 충성하는 음악을 작곡하지 않으려고/가사도 에스토니아어도 아니고 러시아어도 아닌 고대 슬라브어와 라틴어만 씀)

종교까지 개종했는데 원래 태어났을때 루터교로 세례 받았지만 고전 음악을 파고 들며 정교회로 개종하면서부터 에스토니아 당국, 비밀 경찰의 감시 대상자 1호로 찍히게 된다.

어디를 가도 미행이 따라 붙고 누구와 통화하는지 도청 당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된 아르보는 아내와 두 자녀를 데리고 오스트리아 빈으로 탈출한다.

탈출에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당시 중부 유럽권에서 아르보의 음악이 널리 연주 되고 있었는데 아르보의 전 작품을 출판하고 있는 오스트리아 출판사가 아르보 가족이 감시와 도청을 당하고 있다는것을 알고  동서독 음악 연주 교류 프로그램에 아르보를 초청한 후 그곳에서 교류 장학금(1년짜리)를 받게 해준다.(오스트리아 정부와 서독 정부가 생활비로 준것임) 가족과 무사히 빈으로 탈출한 아르보는 오스트리아 시민권을 받은 후 베를린 서독 관할지구로 이주 했다. 

종교에 자유가 있는 베를린에서 아르보는 1990년에 개최된  <가톨릭의 날>을 위해 작곡한 <베를린미사>가 서독 관할 베를린 지역 전체 성당 미사곡으로 울려퍼진다. 

이후 장엄미사까지 작곡 하면서 1990년대는 오로지 종교 음악 작곡에만 몰두 한다.

아르보는 2010년에 자신의 조국 에스토니아로 돌아가 수도 탈린시에서 몇킬로 떨어진 지역 라우라스마   (Laulasmaa)에서  지금까지 살고 있다.


아르보는 현존하는 현대 음악가들중에 가장 유명한 작곡가로 발트해 3국중 하나인 에스토니아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이지만 아르보는 자신의 음악에 에스토니아의 어떤 문화나 음악적 영향을 받은 적 없다고 딱 잘라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스토니아 정부는 2018년 8월  탈린에서 서쪽으로 35km 떨어진 라우라스마 마을(페르트의 자택이있는 마을)에 아르보 페르트 센터(아르보 페르트에 관한 자료들이 전시된 자료실과연구실, 공연장 등이 있음)세웠다. 센터 오픈식 때  8개 나라의 문화계 인사들이 줄줄이 와서 축하했다.


아르보의 이곡은 미국에서 임상치료 음악으로 쓰이고 있는데 말기 암환자들의 심적 고통을 완화시켜주고 안정감을 주는 음악으로 '거울속의 거울'음악이 대표적이라고 한다.

환자들은 피아노와 첼로 이중주로 연주되는 것을 가장 좋아한다고 한다.


허블망원경을 수리하기위해 우주를 탐사하던 라이언스톤 박사가 폭파된 인공위성의 잔해와 부딪히면서 우주공간에 갇혀버리며 영화는 시작된다. 그리고 찾아오는 무중력 속에서 인간은 무기력해지는데,,,


영화 [GRAVITY]에서 주인공이 우주를 유영하는 장면과 함께 흘러나오는 '거울 속의 거울'( Spiegel im Spiegel )은 실제로 관객들도 우주 속을 함께 유영하고 있다는 착각이 들정도로 영화 음악 그 이상의 음악이였다.


거울 속의 거울은 끝없이 거울을 비출 뿐이다.


"중력이 주도하는 질서, 그것을 거역 할 수 있는 존재는 이 세상에 없어."-스톤박사







댓글(15) 먼댓글(0) 좋아요(4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파이버 2021-02-24 00:1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운율이 신비로와요 독서할 때 잔잔하게 감상하기 좋을거 같아요

scott 2021-02-24 10:33   좋아요 2 | URL
파이버님 이음악 정말 정말 신비롭죠.
이음악 틀어 놓으면 식물들도 잘자람 ㅋㅋ
파이버님 오늘 하루 행복 만땅!(*´∇`)ノ

김민우 2021-02-24 00:2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scott님 덕분에 매일 좋은 음악 알게 됩니다^^

scott 2021-02-24 10:33   좋아요 2 | URL
민우님!
즐청해주셔서 캄솨~*
수요일 멋지게 보내시길 바래요(*´∇`)ノ

페넬로페 2021-02-24 00:4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거울 속의 거울‘ 이란 제목도, 음악도 많이 들어본 기억이 있어 생각해보니 한동일 신부(요즘은 아닌것 같기도 하고)의 책인 ‘라틴어 수업‘에 소개된 곡이네요^^
책에서 언급된 곡이라 검색해봤는데 좋아서 많이 들었거든요~~
이 곡이 우주로까지 연결되다니^^
막상 그래비티 볼때는 몰랐거든요^^
멋지고 환상적이예요**

scott 2021-02-24 10:35   좋아요 2 | URL
역쉬!
페넬로페님 신부님 책 읽어보셨군요.
신부님도 이분 음악 틀어놓으시고 집중하시는 ㅋㅋㅋ
맞습니다. 이곡이 우주까지 연결되여 ㅋㅋ
우주비행사들 심신 안정시킬때 바흐의 무반주 첼로곡 틀어주는것 처럼,,,
저도 그래비티 볼때 몰랐는데 거의 엔딩 부분에 나와요 !
페넬로페님 수요일 하루 퐌타스틱 하게 ٩(*˙︶˙*)۶

초딩 2021-02-24 08:5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어제 합정 교보 갔다가 이 책 봤어요~~~
어찌나 반갑던지요 ㅎㅎㅎscott님 뵌거 같았어요 ㅎㅎㅎㅎ

scott 2021-02-24 10:37   좋아요 2 | URL
ㅋㅋ 초딩님 유머 센스 완죤! 내취향 ㅋㅋ
매일 매일 올라오는 포스팅의 열혈 VVVIIP이신 초딩님 ㅋㅋ

수요일 멋지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

미미 2021-02-24 09: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음악들으면서 남김니다. 마음이 안정되고 묘하게 집중하게 되는 선율이네용~♡ 명상하시는 분들에게도 좋을듯해요! 중앙의 노년의 모습 사진이 계속 눈길을 끌어요. 연출일지 순간포착일지 궁금ㅋㅋ오늘도 캄솨 따뜻한 차와 크로와상 놓고갈께요~ㅎㅎ
🥐☕(⑉• ﻌ •⑉)v

scott 2021-02-24 10:39   좋아요 2 | URL
미미님의 독서 배경음악으로 강추해요 ~*

수도자, 아니 음악 구도자 같죠.
소박하게 살며서 부지런하게 작곡하며 살고 계쉼

오늘 아침 미미님이 주신 크로와상 덥석~
∧_∧
(l‐ω‐)ヘ
∩,,_🥐☕_⌒つっ

mini74 2021-02-24 14: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그래비티의 그 음악이군요. 우와. 참 좋아요 *^^* 커피랑 에이스 먹으며 듣고 있어요. 곧 어제 사온 허니아몬드랑 쫀드기도 먹을거예요 ㅎㅎ 제 배도 신비롭답니다. ~

scott 2021-02-25 10:26   좋아요 1 | URL
미니님 서재방에 어제 쫀드기 배달했음 ㅋㅋ
오늘은 꿀통에 빠뜨린 아몬드 들고 놀러갈께용 ʚ❤︎ɞ

Jeremy 2021-02-24 18:3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Spiegel im Spiegel˝ in German literally can mean both ˝mirror in the mirror˝
as well as ˝mirrors in the mirror˝, referring to an infinity mirror,
which produces an infinity of images reflected by parallel plane mirrors.

저는 태생부터 born-to-be Maximalist 라 생활 전반에서는
Minimalism 과는 백만광년 떨어진, 정말 안 친한 사람이지만.
(잠깐동안 괜히 원래 생겨 먹은대로 안 살고 게으름을 Minimalism 포장하다가
Covid‘19 초기에 Meat Monster 인 아들은 대학교에서 돌아오고,
toilet paper crisis 화장지 대란 났던 지난 해 3월, 4월,
정말 식량조달과 기초 생활 물자 보급에서 상상 그 이상의 원시성을 체험한 뒤,
Minimalism 이란 말, 한 동안 듣기도 싫었음.)

오늘 접한 음악에 있어서는 고작 이 것밖에 안 되서,
아니면 이 정도가 최선이라 도달하는
그런 과대포장된 Minimalism 의 Simplicity 가 아니라
모든 정교함, 화려한 선율과 화음을 완벽하게 이해,
초월 혹은 초탈한 경지에 이른 어떤 영혼이 만들어낸
그런 극상의 Serenity 를 느끼게 됩니다.

아마도 우리의 Soul 이나 Spirit 이 Gravity 라는 궁극적인 Boundary 를 벗어나서
도달할 수 있는 몰아의 경지나 Infinity,
the world of transcendence or of transfiguration 에서는
다른 어떤 것도 아니고 이렇게 정제되고 완전 연소된
영롱한 본질의 소리만 메아리처럼 울려 퍼질지도 모르겠구나,
생각해봅니다.

scott 2021-02-25 10:32   좋아요 2 | URL
미트 몬스터 ㅋㅋㅋ
워낙 활동량이 많은 아드님
먹는걸 미니멀할수 없죵ㅋㅋ
흥미로운게 미니멀리즘이 미국에서 1970년을 지나 80년 건축 미술 그리고 90년대 패션으로 까지 번졌는데 정작 음악계에서 미니멀리즘은 외면 받았어요
소리의 움직임을 최소한으로 억제해 패턴화된 음형을 반복시키는 선율을 미국인들은 잘받아들이지 못했다고 합니다.
무용가들이 앞장서서 선도 했고 그뒷받침을 현대 작곡가들 필립글래스를 비롯해 미국에 禪사상, 불교 명상이 대 유행하면서(서부에서 불기 시작해서 동부 까지) 음식,사고 ,식습관 까지 확대 되었어요.
정작 미니멀리즘 음악을 창시한 사람은 음악의 아버지 바흐로 유럽은 세게대전을 겪으면서 혼돈의 시기에 12음계안에서 작곡하는 기법이 보편화 되었는데,,,
소리의 본질 근원은 바다 깊숙한 심연 지구의 땅속 울림 그리고 엄마의 뱃속 태아가 듣는 엄마의 심장 박동소리라고 합니다.
제레미님 오늘 하루 건강하게 보내세요 ^.^

Jeremy 2021-02-25 16: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80년대 후반부터 제가 겪은 미국 전반의 cultural change 를
이렇게 잘 요약해주시다니.
한국에 비하면 급변하지 않는 미국 생활이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되돌아보면 많이 변했고
무엇보다도 제가 진짜 이 변화를 다 겪고 직접 체험했을 정도로
미국에 오래 살았다는게 믿기지가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