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비
마르그리트 뒤라스 지음, 백수린 옮김 / 미디어창비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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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아버지는 그것을 교외선 기차에 주워오곤 했다. 쓰레기통 옆에, 마치 누군가 죽거나 이사해 사람들이 놓고 간 것 같은 책들을 주워올 때도 있었다.

 

한남자가 ‘조르주 퐁피두의 인생’ 이라는 책을 읽고 있다. 

조르주 퐁피두의 인생에 대단히 매료된 그는 ‘ㅇㅇ의 인생’ 이란 제목의 책들을 찾아 보았지만 ‘조르주 퐁피두의 인생’만큼 흥미로운 인생은 아니였다.

 그의 부인은 ‘조르주 퐁피두의 인생’ 속에 자기 자신의 모습을 찾았다.


이책을 읽기전 그와 아내는 자신들의 생애가 얼마나 다른 이들의 생애와 닮았는지를 알지 못했다.

 

‘모든 인생은 다 비슷비슷했어.’

‘아이들만 빼고, 아이들에 대해서는 우리가 아무것도 몰랐어.’

 

‘조르주 퐁피두의 인생’은 삶의 시간을 어떻게 보냈는가 하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조르주 퐁피두에 인생에 매료된 이 두 남녀는 어떤 인생을 살았을까?

두 사람은 프랑스 파리 외곽에 자리 잡은 ‘비트리’에 이방인들이었다.

비트리에서 만나 이곳에서 결혼해서 체류증을 발급 받고 갱신해가며 한시적인 신분으로 비트리에 살았다. 처음 이곳에 도착 했을때부터 두사람은 ‘실업자’였다.

아무것도 아는게 없었고 특별한 기술도 없는 두사람을 어느 누구도 고용하지 않았다.

시에서 주는 실업 급여, 생계보조금을 지원 받으며 이곳에서 매해 아이들을 낳았다.

철거가 중단된 곳에서 살면서 기차나 서점에 중고 서적 선반 쓰레기통옆에서 주워온 책들을 읽으며 아이들을 키웠다. 

다자녀 정책으로 제공되는 무료 승차권으로 파리를 수시로 오고 가며 ‘조르주 퐁피두의 인생’을 읽었다.

이 남자는 조르주 퐁피두의 인생에서 자신을 발견했다. 


이들 부부에게는 에르네스토라는 아이가 있다.


열두살 사이에서 스무 살 사이라고 스스로 짐작 할정도로 부모도 자신도 확실한 나이를 알지 못한다.

글도 읽을 줄 몰랐다. 오직 자신의 이름만 읽고 쓸 줄 알았다.

어느 날 불탄 책을 발견한 에르네스토는 몇 날 며칠 불탄 책을  가지고 창고에 틀어박혀 여러해가 지난 후 에르네스토는 책이 품고 있는 고독과 고통 불탄 책 속에 갇혀 있는 나무를 떠올렸다.

여동생 잔에게 운명이 어떻게 서로 맞닿게 하고 녹아들게 하고 정신과 육체에 섞여 들게 하는지에 대해 생각한다고 말했다.

에르네스토가 생각하는 인생이란 끝을 보기 전까지 전체를 가늠 할수 없는 것이라고 말한다.

비트리에 한 교사를 찾아간 에르네스토는 부모를 떠나 학교에 가는 것이 자신의 길,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사방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려고 하지 않은 엄마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1년내내 감자만 깎고 있다. 

줄줄이 태어난 아이들에 정확한 나이를 모른다. 부양 가족 수당과 실업 수당을 받은 아버지는 무료 승차권으로 파리를 오고 가며 조르주 퐁피두의 인생을 닿도록 읽고 보졸레나 칼바도스를 정신을 잃을 정도로 마신다.

어린 동생들은 에르네스토와 잔이 자신들에 곁을 떠나는 것이 가장 두렵다.

언젠가 부모님들은 자신들을 ‘빈민 구제 아동 보호소’로 데려가 아이를 파는 서류에 사인을 할지 모른다.

학교로 떠난 아들 에르네스토, 어린 시절부터 ‘타오르는 불’을 사랑했던 딸 잔느

어머니는 자신이 낳은 이 아이들에게 두려움을 느꼈다.

아버지는 종종 창고 같은 집안으로 다른 아이들을 데리고 왔다.

다른 집에 아이들은 아버지를 무척 좋아했지만 창고 같은 집에 살고 있는 아버지에 아이들은 고통을 느끼며 아버지가 행복해 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아버지라는 사람은 이런 사람이었다. 오로지 아이들과 강한 유대감을 만들려고 무시무시한 사랑을 주고 있었다.

오빠를 사랑하는 여동생 잔, 아버지는 알고 있었다.

오빠와 함께 있는 순간이 미칠 듯이 행복하다고 울부 짖는 딸에 말에 겁에 질려 집을 나가버린 아버지

 두남매가 사랑과 행복을 공유하면서 이들 가족은 더 이상 서로를 바라보지 않는다.


‘너희가 고속도로를 건너면 그게 딱 한번이더라도 엄마는 나를 죽이고 말거야.’


실제로 동생들은 단 한번도 고속도로를 건너지 않았다.


그해 여름 어느 날부터 인가 유년 시절의 커다란 텅 빈 구멍 검은 시멘트 벌판을 비트리의 아이들은 떠나버렸다. 아니, 비트리의 모든 아이들을 전부 찾아 볼 수 없는 곳이 되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들러 붙어있던 내팽개쳐졌던 아이들 그들은 지금 어디서 어떻게 살며 놀고 있는지 누구와 웃고 있을까?


에르네스토아 잔은 더 이상 동생도 부모님도 만나러 가지 않는다.

그들은 더 이상 그 무엇에 대해서도 그곳에 대해서도 생각 하지 않는다.

서로에 침묵 속에서 그들은 이미 피할 수 없는 언젠가 다가올 그 무엇을 향해 함께 나아가고 있다는 것, 함께 공유 할 수 없는 그 무엇. 생의 끝을 향하고 있을 것이다.

유년 시절을 에르네스토는  이렇게 말한다.

사랑, 그녀에 대한 사랑을

잔과 에르네스토는 눈을 감는다.


생의 끝까지 그녀에 대한 사랑이  폭풍우 치는 하늘에서 내렸던 여름의 비 였다.

비트리에 첫 여름비가  내린다.

비는 시내 전역에 강과 파괴된 고속도로에 나무, 오솔길,아이들이 지나던 비탈길에 세상의  끝까지 떠돌아다닐 창고 옆의 서글픈 의자들 위에도 오열 하는 파도처럼  세차게, 격정적으로 쏟아져 내렸다.


어쩌면 에르네스토는 죽지 않았을지 모른다. 뛰어난 교수가 되었거나 미국에서 임명한 학자가 되었을지 모른다.

잔은 에르네스토가 떠난 그해 떠났을지 모른다.


언젠가는 에르네스토 없이 지내야 할 그 언젠가는 모두 서로와 영원히 헤어질것이다.


하나씩 이별이 생겨나고 머지않아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이들이 자기 차례가 되는것그것이 인생이라는것을…..

여름은 순식간에 난폭하게 들이 닥친다.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여름은 그곳에 움직임 없이 슬픔에 잠긴 채  숨 쉬는 공기를 가득 채운 뜨거운 열기, 유년 시절에 여름은 가난과 고통, 사랑,슬픔까지 집어 삼켜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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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0-09-16 14: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뒤라스의 <연인>을 읽었는데 명성에 비해 다소 실망했었어요. 너무 기대가 컸었나 봐요.
이 작품은 어떨지 모르겠네요. 개인 취향이 각기 달라서 말이죠.

저도 인생은 거기서 거기, 라고 생각하는 쪽입니다. 표면적으론 다르게 보이지만 속은 비슷하다고 느낍니다.

scott 2020-09-16 19:34   좋아요 1 | URL
뒤라스에 문장을 한국어로 번역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의식의 흐름처럼 서술하면서 문단 사이사이 과거와 현재를 오고 가고 꿈과 현실이 뒤섞여서 실화인지 허구인지 모호하게 뒤섞어놓거든요 초기작품 몇개를 제외하고 알콜중독으로 심신이 극도로 불안정할때 작품을 써서 인물들에 독백이 중얼거리게 적어놓기도 하는 작가이고 다양한 방언들 당시 전쟁후 세계각지에 흩어져 있던 이방인들 식민지 에서 돌아온 동포들이 내뱉는 프랑스어를 그대로 적어서 번역자들에게 뒤라스는 가장 난해한 작품이라고 하네요.
이작품은 오래전에 영화로도 만들어졌고 작품속에 인물들이 나누는 대화가 시나리오를 옮겨놓은것처럼 삽입되어 있답니다. 읽다보면 우화 같기도 하고 작가 자신에 이야기인것 같기도 하는데 개인적으로 영화로 유명한 연인보다는 이번 작품이 더 좋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