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마지막으로 작가 예비 지망생에게 플롯 짜는법과 스토리에 긴장감을 결말까지 탄탄하게 이끄는 비법을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 질문자님 너무 하시군요. 작품 개요도 못 짜는 저에게 이렇게 곤란한 질문을 던져주시다니  시중에 출간된 이런류에 법칙, 비법 같은 책들을 수십권 읽어봐도  시간낭비 돈낭비 인데 작가인 제가 어떤 비법을 말한다 해도 나중에 사기꾼 소리를 들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20대 중반부터 지금 까지 쉼없이 작품을 써오면서 깨달았던 점들에 대해 말해보겠습니다. 

이런것도 저에 글쓰는 스타일을 되새겨 볼 수 있고 고쳐야 할 점은 고칠 수 있는 기회가 될것 같네요.

플롯을 짜는 법이나 스토리에 긴장감을 결말까지 탄탄하게 이끄는 비법 같은 것 없습니다.

이렇게 단정적으로 말할 수 있다는 건 어떤 작가도 이런 비법을 안 상태에서 글을 쓰지 않고 수없이 쓰고 고치고 지우고 버리는 것을 반복하며 스스로 터득해나갑니다.

흔히들 잘 팔리는 책들은 어떻게 독자들에 시선을 사로잡을지 잘 알고 있습니다. 출판사 편집자들에 두뇌와 마케팅 능력, 광고에 쏟아붓는 돈에 힘까지 탄탄하게 뒷받침이 되어야 합니다.

대형 출판사들은 시장에 흐름, 독서 시장에 연령별 베스트들 읽고 싶은 책들을 중심으로 잘팔리는 책을 쓰는 작가 군단을 보유하고 있죠. 

글쓰는 노예계약을 하게 되면 정말로 팔리는 이야기를 써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출판사, 독자들로 부터 외면을 받게 된다는 건 누구나 잘 알고 계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어떤 글이 읽혀 질까요? 아니 독자 여러분은 어떤 이야기를 읽고 싶으신가요?

저는 작가로 살겠다는 결심을 한 후 잡지와 신문을 꼼꼼하게 읽으며 분석했습니다.

시선을 사로잡는 기사, 칼럼들을 통해 내가 진심으로 어떤 이야기를 쓰고 싶은지 방향을 잡아나갔죠.

어떤 분들은 차라리 방구석에서 신문이나 잡지나 들춰보지 말고 서점에 나가 인기 소설들을 사서 읽어 보는게 글쓰는데 훨씬 도움이 될 것이라는 조언을 해주셨죠.

하지만 저에 생각은 달랐습니다. 잘 팔리는 책, 인기 소설들을 읽고 나면 나도 이런글을 쓸 수 있을 것이다 라는 자신감보다, 우와 내능력으로는 어림도 없어 라며 자포자기 해버릴것이 분명했거든요. 

 작가로 살기 전  제 인생은 수 없는 좌절과 실패로 얼룩져 있었기에 글쓰는 것 만큼은 실패를 겪고 싶지 않았습니다. 세상으로부터 비웃음을 당한다 해도 미스터리를 쓰겠다고 마음을 단단히 먹고 쓰기 시작했죠. 

첫번째 완성한 원고는 당연히 출판사한테 퇴짜를 맞았고 두번째 세번째 연달아 제원고는 휴지덩어리 보다 하찮은 존재 였습니다.

 생계가 곤란 할 정도로 빈곤한 시절인데 여유롭게 플롯을 짜고 작품 개요를 구상할 여유가 없었죠.

작가라는 타이틀을 얻고 난 후 친분이 생긴 작가분 들에게 물어보니 이분들도 플롯을 짜고 작품 개요를 쓰지 않고 곧바로 자판기를 두들긴다는 대답을 하시더군요.

모두들 글쓰는 노예 계약을 한 상태들이라 연재 마감 기한과 편집자들이 원하는 퇴고 시간을 꼭 지켜야 하기 때문이죠.

이렇게 까지 주절 주절 이야기 하고 보니  결국 작가가 되려면 플롯이나 개요를 구상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로 귀결되네요.


스토리에 긴장감을 결말까지 탄탄하게 이끌고 가려면 작가는 저기 보이는 산을 반대편 저 너머로 옮길 수 있는 힘과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그 힘과 능력이라는건 첫 문장 부터 짜임새 있게 시작해야 합니다.

 모든 이야기에 출발은 첫 문장부터 시작하고 독자들이  첫문장 이후  책장을 넘기고  싶은 욕구를 일으켜야 합니다.

저는 애초에 매혹적인 문장이나 시간과 시대를 관통하는 명문장을 쓸 능력이 없어서 첫문장을 쓸때마다 정말로 산 전체를 움직일 정도에 힘과 체력을 소모 하고 있습니다.

작가가 되고 난후 14년정도 흐르고 나니 그제서야 첫 문장을 쓰기 시작할때 이미 결말까지 스토리들이 머릿속에 꽉 차올라 3-4달은 거뜬하게 전력 질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야기에는 사건에 핵심 축이 있고 그 사건을 둘러싸고 전환되는 변곡점이 있습니다.

 작가는 그 변곡점 순간을 잘 포착해서 흔들림 없이 주변 상황을 살피며 모든 인물에 생동감을 불어 넣어야 합니다. 

작가로 사는 경력이 차곡차곡 쌓여도 한 작품을 완성 할때 마다 힘들고 고달픔니다.

300여페이지 분량에 장편이 신문에 연재 되면 6개월에 걸쳐 연재가 됩니다. 

하지만 출판사 입장에서 6개월 연재 기간은 시간대비 광고 비용이 손해 보기 때문에 최소 1년에서 1년반 정도에 기간을 아주 선호 하고 있습니다.

 신문사 입장에서도 반년에 한번씩 다음작가들을 줄세우기보다 충분한 기간 동안 수십명에 작가들끼리 경쟁 붙이는 재미와 여유를 선호하고 있죠.

연재 기간이 1년이면 작가는 천페이지 분량을 훌쩍 넘겨야 합니다. 이중에서 불필요한 부분을 뚝 잘라버려도 300페이지 정도 밖에 줄지 않아서 편집자들은 1500매로 넉넉하게 쓰라고 압력을 넣고 있죠.

그래서 작가에 생명줄은 출판 계약에 달려 있고 인세는 작가생명을 연장 시켜주는 것 같습니다.

'화차'와 '이유'라는 작품을 쓰고 난 후 출판사로부터 '미야베씨 다음작품은 두권짜리 대장편으로 가봅시다.'라는 숨이 막히는 소리를 들었죠.

'이제 독자들은 미야베씨가 어떤 분량에 장편을 써도 끝까지 완독하지 않겠어요.'

그래서 저는 노예 계약을 맺고 '모방범'을 연재 하게 되었습니다.

그책에 등장하는 수십명에 등장인물들은 연재기간을 무한대로 늘리기 위해 계속 추가하게 된것이죠. 독자들에 엄청난 호응에 신문사로 부터 연재 기한을 '미야베씨가 쓰고 싶을때까지' 라는 허락을 받고 평생 두번 다시 쓰지 못할 정도로 장기간 연재를 했습니다.

'모방범'을 완결 하고 난 후 실제로 거대한 산 하나를 온전히 제 힘으로 옮긴 것처럼 양쪽어깨에 글쓰는 근육이 생겨버렸습니다.

'모방범'을 쓰기전에 플롯을 짜고 개요를 구성할 시간이 저한테 있었을까요?

'모방범'은 저에게 분명 탄탄한 작가로 발돋음 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되었던 작품이 였습니다. 그작품을 쓰기 전까지 저라는 인간은 절대로 그런 스타일에 미스터리를 쓸 능력이 없었습니다. 

'모방범'이라는 작품을 쓰기 전 '브레이브 스토리' '드림버스터' 류에 작품을 썼던 어찌 생각해보면 시시하고 심심한 스토리만 썼던 작가였죠.

그럼에도 불구 하고 제 능력을 훌쩍 뛰어 넘을 수 있었던 건 아마도 절대로 포기하지 말자라는 굳은 결심을 했기 때문입니다.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갔기 때문이라는 답변이 예비 작가분들에게 식상하실지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제가 예비 작가분들에게 질문을 던져보겠습니다.


플롯도 설정할 줄 모르고 개요도 끄적이지 못하는데 어떻게 작품을 완성하시겠습니까?

단,한번이라도 원고지 200분량에  스토리를 완결 해보신적이 있으신가요?

어떤 인간,사건에 대해 분석해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밤을 꼬박 지새우면서 날이 밝을때까지 글만 써보신적이 있으신가요?

매일 아침 불쑥 떠오르는 어떤 이야기를 일주일 내내 써보신적이 있으신가요?

제 질문을 새겨들으신 예비 작가분들 중 이미 글을 쓰고 계시는 분이 있으시다면 포기 하지 말고 계속 쓰세요.

글쓰는 것이 자신에 성향과 맞지 않는다 거나 생체리듬을 깨버려서 체력이 딸리시는 분은 분명 포기하게 되실 것입니다.

 이세계에서는 오로지 끝까지 글을 쓰시는 분들만 생존하게 되니 어떤 글이라도 쓰세요. 불황에 시달리고 있는 출판사들은 눈에 불을 켜고 개성이 넘치는 작품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두려워하지 마시고 출판사로 달려가서 자신이 쓴 원고를 보여주세요.

이제는 제법 글쓰는 근육이 붙은 저도 여전히 출판 관계자들을 대면하는게 어색하고 긴장됩니다.

 작가로 살려면 출판담당자들로부터 어떤 말을 들을 각오가 있어야 합니다. 이들이 건네는 조언들은 작가로 살아가는데 새겨둬야 할 것들이 많거든요.

이들한테 먼저 쓴소리를 듣고 상처를 받아야 출판 시장에 내던져진 자신에 작품들이 별다른 문제를 일으키지 않게 됩니다.

장편 소설 시장은 독자층이 두텁고 넓게 퍼져 있어서 경쟁도 치열하지만 탄탄한 실력을 갖춘 프로 작가들이 노련한 스타일로 무장해서 시장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이런 프로 작가들 뒤에는 든든한 지원군인 노련한 편집장들이 버티고 있고 이 편집장들에 또다른 지원자들인 약사빠른 평론가들이 기웃거리고 있으니 잘팔리는 작가에 다음 작품들은 반드시 베스트 10안에 쉽게 진입 할 수 있습니다.

아, 제가 이 세계에 대해 너무 자세하게 말해주고 있나요?

예비 작가들한테 이런 독서 시장에 모습을 알려주는것도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유능한 편집자를 만나야 팔리는 작품이 된다는건 독자분들도 잘 알고 계시겠지만 진심으로 어떤 출판사에 어떤 편집장을 만나 첫 작품 계약을 맺는지에 따라 작가에 운명은 뒤바뀌게 됩니다. 

 기나긴 인터뷰에 대한 답변들이 이렇게 부실할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실지 모르겠습니다. 

인기 작가 미야베는 절대로 글쓰는 법을 알려주지 않는구나, 아니 애초부터 그런 능력이 뒷받침 된 작가가 아니였어. 

네, 맞습니다. 저같은 사람도 작가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가끔씩 저라는 인간을 곰곰히 생각해보면 이렇게 보잘것 없이 생겨서 이토록 많은 작품을 써냈다니 라며 스스로가 대견하다고 느낄때가 있습니다.

생전에 제 부모님들도 제가 출간한 작품을 읽으시고 난후 '니가 이런 글을 썼다니.'

'우리 딸이 결국에는 작가가 되었다니.' 라는 말씀을 자주 하셨죠.

중언 부언 내뱉은 저에 조언들이 독자분들, 예비작가분들에게 얼마만큼 도움이 되셨을지 모르지만 제가 힘없이 늙고 지쳐버린 노인이 되었을때  산 하나를 번쩍 들어 옮긴 분들이 곳곳에서 나타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분들중에서 여자분들이 압도적으로 많기를 바랍니다.

진심입니다. 꼭 성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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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21 23: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2-22 21:5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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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22 21:5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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