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3년에 '아사히 신문'에 연재 되었던 작품으로 출간 당시 문인들로 부터 일본 문학 사상 가장 아름다운 소설이라고 극찬을 받았었다. 

어떤 문인은 '대를 이어 읽을 만한 명작' 이라고 평가했다. 이후 수 십년이 흘러 일본 고베 시의 한 중학교에서 국어를 담당한 하시모토 선생이 이책을 기존의 국어 교과서를 과감히 버리고, 3년 내내 나카 간스케의 소설 '은수저' 단 한 권만을 철저히 공부하는  ‘슬로 리딩’ 수업을 하기 시작했다.


문장을 읽어나가다가 흥미로운 장면을 발견하면 동양과 서양에서 쓰였던 시간과 달력 이야기, 고시엔의 야구장 명칭에 대한 유래 같은 샛길로 빠져나가다가 전통 과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시내를 돌아다니며 전통 과자를 사서 학생들과 함께 먹어보는 수업을 하는 동안 하루에 반 페이지를 읽으면 많이 읽은 날이 될 정도가 되니 학생들은 졸업 하기 전 까지 이책 한 권을 다 읽을 수 있을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빨리 읽는 책은 빨리 잊어버리고 빨리 배워 버린건 금방 잊어버린다.' 하시모토 선생은 수업 시작 전 이 말을 학생들에게 강조 하며 끈기 있게 한 문장 한 문장을 함께 읽고 탐구해나갔다.

과연  학생들은 '은수저'라는 책 한권을 3년 동안 읽고 나서 이 수업에서 얻은 지식이 무엇이었을까?

수업을 들은 학생들은 유명한 명문고를 제치고 도쿄 대학에 합격을 하며 해 매다 일본 전국 최고 도쿄 대학 합격생을 배출하는 기록을 세운다.

(시골의 이름없는 학교에 흙수저를 쥐고 태어난 아이들이 은수저를 실제로 쥐게 된 것이다. ㅎㅎ)

하시모토 선생은 매 매수업마다 은수저 책의 발췌 부분을 프린트 한 것을 학생들에게 나눠주고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서술하라는 숙제를 내주었다.


온갖 잡동사니들을 죄다 넣어둔 내 책장 서랍에는 아주 오래 전부터 작은 상자 하나가 들어 있다. 코르크 재질 나무판의 각 이음새마다 모란꽃 무늬 색지(色紙)를 붙였는데 아마 원래는 서양의 가루담배를 담는 상자였을 것이다. 딱히 내세울 만큼 아름다운 물건도 아니지만 나무의 색감이 수수하고 손에 닿는 감촉이 부드러운 것하며 뚜껑을 닫을 때 톡 튀는 소리가 나는 것 때문에 지금도 내 마음에 꼭 드는 물건 중의 하나다. 안에는 별보배고둥(개오지 과의 소용돌이 모양 조개. 타이거조개, 별보배골뱅이라고도 한다. 안산(安産)을 비는 부적으로 쓰였다)이며 동백나무 열매, 어릴 때 갖고 놀던 자질구레한 것들이 가득 들어 있다. 그중에 한 가지, 진기한 모양의 은수저가 있다는 건 한 번도 잊어버린 적이 없다. 6밀리쯤 되는 오목한 접시 모양의 길둥근 숟가락에 살짝 뒤로 젖혀진 짤막한 자루가 달린 것인데, 제법 도톰하게 만들어서 자루 끝을 손으로 들어보면 약간 묵직하다는 느낌이 든다. 나는 때때로 작은 상자 안에서 그 은수저를 꺼내 뿌옇게 서린 먼지를 정성껏 닦고 오래도록 가만히 바라보곤 한다. 우연히 이 작은 숟가락을 찾아낸 것은 지금부터 따져 보면 참으로 옛날 옛적의 일이었다.


어떤 학생은 이 문단을 읽고 난 후 자신의 경험을 담은 이야기를 뒤이어 서술해나갔고 또다른 학생은 문단에서 나온 '서양 가루 담배'에 관해 조사 한 것을 서술해 놓기도 했다.


한 문장 한 문장을 긴 시간 동안 문장을 곱씹어 가며 자신들의 상황과 비교하며 주변 사물들을 유심히 관찰해나갔던 학생들은 3년 동안 엄청난 양의 지식을 스스로 찾아 공부 한 것이다.


나카 칸스케는 1885년 출생으로 대학시절 소세키 지도 아래서 습작을 시작했다.

1913년 소세키의 추천으로 아사히 신문에 연재 할 기회를 얻고 장편 '은수저'를 연재 한다.

그의 펜 끝은 어릴 때 보았던 풍경,맛보았던 음식,만났던 사람들을 묘사하며 한때는 평온하고 행복했던 유년기의 추억, 집안 오래된 책장 서랍 안에 든 작은 상자를 펼쳐 보인다.


이책은 일본어를 공부하는 학습자들이 쉽게 읽힐 정도로 페이지가 넘어가는 책이 아니다.

지역 향토색이 짙게 배어 있어서 사전으로 찾은 한국어 의미도 자주 쓰이지 않은 단어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한두 페이지 정도 집중해서 읽다 보면 이런 문장을 만나게 된다.


나는 때때로 작은 상자 안에서 그 은수저를 꺼내 뿌옇게 서린 먼지를 정성껏 닦고 오래도록 가만히 바라보곤 한다. 우연히 이 작은 숟가락을 찾아낸 것은 지금부터 따져 보면 참으로 옛날 옛적의 일이었다.

같은 물건과 함께 그 작은 은수저가 눈에 들어왔다. 나는 별다른 이유도 없이 그 은수저를 꼭 내 것으로 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 곧장 어머니에게 달려가 말했다.
“이거, 나 주세요.”
안방에서 코 안경을 쓰고 바느질을 하던 어머니는 잠깐 뜻밖이라는 표정을 보였지만,
“잘 간수해야 한다.”
하고 여느 때 없이 금세 허락해주시는 바람에 나는 기쁘기도 하고 조금 맥이 빠지기도 했다. 그 서랍은 우리 집이 간다에서 이곳 야마노테로 이사할 때에 살짝 어긋나면서 도무지 열리지 않는 상태가 되었고, 그 바람에 유서 깊은 이 은수저도 어느새 어머니에게조차 까맣게 잊혀버린 것이었다. 어머니는 바느질을 하면서 그 유서를 이야기해주었다.


이책을 3년 동안 음미하면서 (번역서를 읽지 않고 사전을 찾아가며) 읽게 된다면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나는 반쯤 읽었을때 포도처럼 생긴 떡의 맛이 궁금해졌다.(일본떡은 맛이 없는데도) 


부디,3년동안 이 두 사전이 꼬질꼬질하게 해져버렸으면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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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리바바 2019-09-28 09: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글로 번역된 책도 있겠지요? 도서관에서 찾아읽어보고싶네요...
그리고...일본어는 정말 자꾸 포기하고싶게 만들어요ㅜㅜ
분명한 동기가 필요한것같아요. 일본어공부책을 펴놓고 자주 멍때리며 생각합니다.
‘왜 해야하는가... .내 남은생에 얼만큼 필요할까... 나 잘하고 있는건가...‘ 암튼 오늘은 도서관에서 은수저를 찾아보겠습니다.

scott 2019-09-28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Yaribaba 님 양윤옥 번역본이 있는데 품절이네요 일본어를 완전정복이라는 목표 보다 좋아하는 작품 애니를 보고싶다등등 목표를 단순하게 설정해보세요 홧팅!

야리바바 2019-09-28 13: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은수저 도서관에 있어여~~~~~~헤헤^^
빌리러감돠♥ 음...애니 빙과시리즈를 위한 목표를 잡아보겠슴돳!!!

scott 2019-10-01 15: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Yaribaba 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