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랜드에서

이 사진은 처음으로 찍은 학생들 사진 중 하나.  서울랜드로 봄 소풍 갔을 때 찍은 2학년 2반 선, 혜진, 미연, 이슬, 단비, 나영. 잘 나왔죠? 무척 좋아하는 사진입니다. 애들도 이 사진이 맘에 들었는지, 집PC의 배경화면으로 쓴다고 하더라구요. 그러고보니 여기 6명중 5명이 종업식때 상을 타게 되네요. 제가 '편애'하는 학생들인가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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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가을 체육대회 2학년2반 사진. 연구부장님이 풍선장식과 학생들 응원복장이 예쁘다고 찍어주셨네요.
체육대회

 

 

 

 

 

 

 

 

 

 

 

 

 

 

 

여고에서 역사교사를 하고 있는 동창에게 보여줬더니, 전혀 신임같지 않은, 안정적이고 단아한 여교사처럼 보인다나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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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로록~*푸른생각 2004-02-10 1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자마자! ㅋㅋ
 

때는 아직 20세기후반. 삼일절 연휴라고 해도 서울은 추웠다. 그러나 홍콩은 아열대에 위치해 있지 않은가. 옷을 어떻게 입을 지가 고민거리였다. 한편 여행 떠나기 바로 전날까지 야근을 했고, 비행기는 또 아침 일찍 출발편이라 짐을 어떻게 챙기고 갔는지. 캐세이 패시픽의 에어텔 상품(Supercity)으로 갔었는데, 갈 때의 비행은 거의 기억이 안난다. 너무 아침 일찍 나서서 정신없기도 했고. 도중에 타이페이를 경유했는데, 타이페이 장개석 공항의 보안이나 설비가 옛 김포공항을 연상케 했다.

홍콩의 쳅랍콕 신공항은 으리으리했다. 그런데 입국수속을 거치고 나와보니, 나와있을 줄 알았던 Supercity패키지 담당 가이드가 없어서 좀 헤매다 공항 안내센터에 물어봐서 어찌어찌 호텔로 가는 리무진 버스를 탈 수 있었다. 공항의 버스 정류장에서부터 홍콩이 의외로 영어가 안통한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호텔명을 외치니, 한 아저씨가 또 다른 아저씨에게 뭐라고 하고, 그러자 그 아저씨는 꼬리표에다 한자로 호텔명을 적어서 달아주는 게 아닌가. 외래어를 중국어로 표기하는 건, 보고나면 아하~하고 고개를 끄덕이지만 어떻게해서 그렇게 표기하게 되는지 참으로 오묘하다. 그런데 호텔 프런트 직원의 영어는 또 왜이리 빠르담. 거의 감으로 알아듣고 대응했다. 

우리는 침사추이의 윈저호텔에 묵었는데, 침사추이의 중심을 가로지르는 도로(뭐라 하더라)에서 가까운 작은 호텔. 미라마 타워를 끼고 돌면 금방이었다. 호텔은 낡았고, 창문 밖의 빽빽히 들어선 낡은 건물에 질겁했지만, 2박3일 머무르기엔 충분했다. 침사추이는 거의 걸어서 돌아다녔으니까, 위치가 좋았다.

홍콩 관광의 압권은 [100만불짜리 야경]이었다! 우리는 이틀밤 내내 야경을 보러 나갔는데, 아이맥스 영화관에서 SF영화를 보고 있는 느낌이었다. 게다가 안개까지 껴서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이것만으로도 홍콩에 온 보람 있다.

그리고 영화 '중경삼림'에 나왔던 세계최장 에스칼레이터도 타보고(올라갈 수록 고급 주택가가 나타난다), 빅토리아 피크도 가보고(트램이 재미있었다), 새로 지은 국제전시회장이랑, 타임즈 스퀘어까지 전차 타고 가보고(전차가 무지 좁고 어두컴컴), 주말이라 거리를 매운 필리핀 출신 가정부들도 잔뜩 보고, 침사추이로 돌아올 때는 배를 탔다.

홍콩관광은 쇼핑과 음식이라더니, 맞는 말이다. 패키지에 식사는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점심, 저녁은 식당에서 사먹었다. 첫날 저녁때 호텔 근처 예쁜 레스토라에 가서 包子라는 단어가 들어간 걸 시켰더니, 샌드위치가 나와서 낭패. 그후로는, 백화점 지하 푸드코트에서 먹기도 하고, 빅토리아 피크에 있는 마르쉐에서 먹기도, 아침식사는 편의점과 제과점에서 전날 저녁에 사둔 걸 호텔방에서 먹었다. 편의점에서 파는 병에 든 비타초코우유가 지금도 그립다. 딤섬(얌차)은 관광가이드에 실린 식당에 가서 아침과 점심 사이에 싸게 하는 시간에 가서 먹었다. 아줌마들이 딤섬이 든 바구니가 가득 실린 카트를 밀고 다니면, 식탁에 앉은 손님들이 원하는 걸 달라고 한다. 그러면 아줌마들은 식탁별로 있는 주문표에 품목별로 주문도장을 찍고 딤섬을 준다. 맛있었는데, 생각만큼 많이 먹을 수 없었다. 아깝다.

그리고 쇼핑! 아네스 베같은 건 아무리 홍콩이라고 해도 비싸서 그림에 떡. 그렇지만, Watson같은 화장품 할인점이나 중저가 Local Brand인 Bossini랑 Lady Giordano는 무척 맘에 들었다. 거기서 무지 싸게 구입한 반팔 T셔츠와 면바지, 양모 카디건은 지금도 애용하는 아이템.

2박3일간 무지무지 걸어다녔다. 그때만 해도 젊었다. 지금도 그렇게 걸어다닐 수 있을까? 자신없다.  

귀국할 때, 캐세이 패시픽의 한국인 승무원들이 매우 친절했던 게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맛있는 기내식(비행시간을 즐기기에 딱 알맞다. 그런 의미에서도 좀더 동남아에 가봐야 하는데...)과 여유있는 좌석, 비행기창 바로  건너편으로 보이던 별도. 별을 올려다보지 않고 그냥 옆눈길로 바라본 것은 그 때가 처음. 

한자 간판이 가득한 거리에 서보고 싶은 충동이 마구 일어난다. 타이페이에 가고 싶다. 남들이 '벌레 많데''비만 온데'하고 말리던, 가야겠다. 타이페이에 사는 대학원 동기, 선배들에게 연락을 취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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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반 민정이가 생일선물로 뭐가 필요하다냐. 그래서 쿠쿠 전자밥솥, 수도계량기 동파 방지용 자동 온도감지 전열선, 새 방충망이 필요하다고 했더니(^0^), 역시나 곤란한 모양이다. 요즘 경제도 어려운데 학생들에게 돈을 쓰게하고 싶진 않지만, 바른생활걸인 민정이는 생일선물 교환하기로 했으니까 필요한 걸 얘기해 달란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월간 페이퍼 2월호]. 3,900원정도면 괜찮을까?

[페이퍼]는 1년간 정기구독을 한 적도 있고, 무가지였을 때부터 종종 봐오던 잡지다. IMF외환위기 초창기, 아직 무가지였던 이 잡지를 [이런 거 좋아할거 같아서]하고 모아다 주던 사람이 있어서 처음 알게 된 후 몇년이 흘렀나. 산천도 변하고, 나도 변하고, [페이퍼]도 조금 변했지만 그래도 [페이퍼]는 계속 서점에, 역이나 버스터미널 잡지판매대에 있다. 생각해보니, 여행할 때 제일 많이 갖고 다닌 읽을거리도 [페이퍼]였다.  그리고, 다른 책을 사러 서점에 갔다가 무심결에 껴서 사오는 책도 [페이퍼]다. 왜 이런 걸 읽냐는 사람도 많지만, [페이퍼]는 큰 부담없이 잡다한 읽을거리와 볼거리를 제공하는 좋은 잡지다. 그런 면에서 [잡지]로서의 기능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1회성 글들이 대부분이라 꼭 다음 호를 사야한다는 의무감도 없다. 하지만, 1회성 글들이라서 단순한 킬링타임용인가하면 그렇지 않다. 다 읽고서 사진이나 그림이 좋은 페이지를 잘라 책을 포장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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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강남영풍문고에서 올린 수확은, 키타무라 카오루의 [물에 잠들다] 문고본. 따뜻한 방안에 편한 자세로 기대서는 시계 초침 소리를 BGM으로 곁들여 한나절만에 읽어버렸다.  

11개의 사랑 이야기가 실린 책인데, 키타무라 카오루의 특징이 그대로 드러난 단편집이다. 여백의 미가 느껴지는 서술 방식. 사랑 이야기라고 해도 끈끈함은 찾아볼래야 찾아 볼 수 없음. 독자를 안달하게 할 정도로 수수께끼를 남기는 여유. 처음에는 여대생이 쓴 소설로 착각하게 만들었을 정도로, 색채감각 - 피코크 그린이니, 물망초색이니, 시트로 옐로우라느니, 딸기즙을 떨어트린 우유와 같은 연분홍이니, 도대체 1940년대에 태어난 아저씨가 사용할만한 단어들이 아니다. 


물에잠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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