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Lipton에서 Milk Tea가 나왔다. Lipton의 옐로우 라벨 홍차 티백은 흔하디 흔해서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아니면 마시지 않지만, 요즘도 웬만한 카페에서 홍차를 부탁하면 대개 Lipton 옐로우 라벨이 나온다, 쩝.

전문 찻집에 가지 않는한, 스스로 격식을 갖춰 홍차를 마시지는 않지만, 그래도 커피를 마시지 않는 나는 홍차를 비롯한 차종류를 마시는 일이 많고, 가능한 옐로우 라벨보다는 나은 홍차 티백을 구하려 한다.

그런데, 홍차 티백은 백화점 지하나 통신 판매를 통해 다양한 제품을 접할 수 있지만, 손쉽게 분말로 된 밀크티는 구할 길이 없었다. 제대로 된 밀크티는 표면에 우유막이 엷게 생기고 혀를 댈 정도로 뜨겁고도 우유의 부드러움과 홍차의 떫음과 설탕의 달콤함이 잘 조화를 이룬다. '라리' 밀크티를 좋아한다만, 서울을 떠난 후엔 그걸 먹을 일도 없어졌다. 작년부턴가서부터 모리나가 밀크티를 백화점 지하식품매장에서 살 수 있게 되었지만, 이게 꽤나 비싸다. 훌쩍. 그런데 이번에 Lipton에서 밀크티가 나온 것이다. 레몬티나 복숭아티등의 분말은 일찌감치 나왔으면서 왜 밀크티는 이제야 나왔는지. 아예 안나와준 거 보다는 낫지만.

맛의 비교를 하자면, 그래도 홍차맛이 더 짙게 나는 건 모리나가 밀크티라고 해야겠다. 그것도 '라리'의 로열밀크티에 비할 바 아니고, 때로는 내가 급식용 우유 남은 거(애들이 흰 우유를 안 먹어서 늘 남는다) 가져다 적당히 티백과 전자렌지로 흉내내는 밀크티가 더 나을 때도 있지만. 하지만, 지금 내 상황을 보면  립튼티라도 감지덕지해야 할 상황인가.  

아직 날씨가 차다. [오후의 홍차]캔을 주머니에 넣고 1교시 수업에 들어가던 일본유학시절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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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ppu는 뱅쿠버 영어학교에서 사귄 Moko가 사는 곳이다. Moko는 나이도 많지만, 오랫동안 여행사에서 일한 경험으로 캐나다에서 내 '언니'같은 존재였다. 뱅쿠버에서의 마지막 한달은 학교도 그만두고 개인교습만 받으며 혼자 아파트를 빌려 살았는데, Moko덕분에 충실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Moko 그리고 일본 오사카에서 온  Shinji, 독일 뮌스터에서 온 유쾌한 Peter, 멕시코에서 온 내성적인 Oswaldo와 시내와 빅토리아 섬을 쏘다니거나, 내 아파트에 모여 소란을 피우거나하며 지냈다. 그리고 Moko의 도움으로 록키산맨과 앨버타주로 여행을 준비할 수 있었다. 

내가 귀국한 후에도 1년정도 더 캐나다에 체류하던 Moko는 Ritsumeikan Asia Pacific University 직원이 되었다. 그런 Moko에게 무작정 놀러간 것은 2002년 구정연휴. 벱푸는 유학생 시절 큐슈 일주 열차 여행을 할 때 한나절 들러서 지옥온천순례를 한 적이 있으므로, 이번에는 벱푸 시내보다 벱푸 주변을 둘러보는 곳이 목적. 처음에 계획했던 야나가와 운하를 나룻배 타고 내려가는 체험이 운하 대청소로 실행불가능하게 되어 아쉬웠지만, 그밖에도 새로운 장소를 볼 수 있겠지. 그리고 무엇보다 큐슈는 남쪽이니 따뜻할거야~~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구정 연휴다보니 비행기표 잡는 게 장난이 아니었다. 회사 단골 여행사에 부탁해서 겨우겨우 연휴 첫날에 후쿠오카로 향하는 마지막 비행기의 비지니스석을 잡을 수 있었다. 후쿠오카행이었기 때문에 다행히 요금이 안비싸서 다행. 비행기 타는 시간은 짧지만, 어쨋건 대형 점보기 비지니스 좌석의 서비스는 다 맛볼 수 있었다. 탑승도 먼저하지, 탑승구에서 계단을 통해 올라가는 비지니스 클라스 전용석에, 코트도 받아서 옷걸이에 걸어주지, 슬리퍼도 주지, 좌석은 푹 파묻힐 정도로 넓지, 게다가 호화판 기내식!!!! 먹는 시간이 짧아서 아쉽게도 눈물이 나올 지경이었다!

후쿠오카 공항에 내리니 늦은 시간임에도 구정연휴를 맞은 우리나라와 대만 관광객으로 바글바글. 입국심사관이 누구 집에 가냔다. 모코와의 관계를 설명하기 귀찮아서 학교 친구요했더니, 심사관이 알아서 나의 옜날 유학 비자를 발견하고는 아, 히로시마 유학 시절 친구가 지금은 벱푸에 사나보네, 구정 연휴라 친구네 놀러가느냐고 한다. 그렇다고 대답하고선 통과. 일본의 지방 국제 공항 입국 심사관 "아저씨"들은  꽤나 질문이 많다.

짐을 찾아 나가니, 모코가 바로 기다리고 있다. 나의 기억속의 모코는 늘 애교머리를 내리고 뒷머리를 시니용으로 올린 모습이었는데, 지금은 커트머리. 나를 보자마자 [정말로 다시 만났네]하며 울음부터 터트린다. 덩달아 나까지 눈가가 시큰해진다. 할 얘기는 많았지만, 벱푸까지 가는 리무진 버스 시간이 우리를 재촉한다. 지도로 보면 벱푸와 후쿠오카는 꽤 먼 거리지만, 버스는 칠흑같은 어둠이 깔린 고속도로를 달려 한밤중에 우리를 벱푸 시내에 내려주었다. 고가도로를 내려 벱푸 시내로 들어서니, 온천가 특유의 유황 냄새와 여기저기서 뿜어져나오는 하얀 연기! 버스 정류장에서 다시 모코의 차로 옮겨 타고 모코 어머니가 기다리시는 교외의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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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방학 1달은 직무연수+구정 연휴로 거의 지나가 버렸다.타이완은 예전부터 인연은 있었지만, 정작 갈 생각은 못했던 곳이다. 홍콩과 상하이에 다녀온 이래, 중국 문화권 여행에 친근감을 느끼고 있었다. 이 여행을 결정하게 된 것도, [한자 간판이 가득한 복잡한 거리]를 걷고 싶다는 욕구가 치솟아 올랐기 때문이다.  게다가 캐세이 패시픽을 이용한 저렴한 에어텔 상품이 나와있다. 왜 그런지 2월 요금이 쌌다. 호텔은 어디로 할까. 번화가라는 시먼으로 할까하다가, 현지의 선현씨가 굳이 밤늦게까지 거리 돌아다닐 거 아니라면 좀더 고급스럽고 조용한 중산북로의 Fortuna Hotel로 하라고 조언. 아침 비행기로 떠나로 밤비행기로 오는 스케쥴이라 2박3일임에도 불구하고시간을 유용하게 보낼 수 있을 거 같았다.

새벽에 택시까지 예약해놓고 터미널로 가서 공항가는 첫 버스를 탔다. 이 새벽에도 이용객이 많다. 고속도로 타고나서 잠이 들었고 서울 강변도로 달릴 때 잠깐 깼다가 김포공항가서 깨고...

캐세이 패시픽은 홍콩에 갈 때 이용했는데, 승무원들이 friendly해서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이번에도 매우 만족스러운 비행이었다. 좌석도 맨 앞자리를 줘서 여유있었다. 요정도 비행시간이 비행을 즐기기에 딱 좋단말야.

한없이 바다 위를 날다가 드디어 타이완섬이 발 밑에. 열심히 창밖을 내려다봤다. 비행기 타면 창가에 매달려 다닌 덕분에 항공사진 판독 시간에 잘한다는 소릴  들은 내가 아닌가. 단조로운 해안선, 꽤 높은 산맥들이 보이고...전체적으로 따뜻한 갈색의 인상을 주는 섬나라. SARS땜에 입국신고서 외에도 또 한장 서류를 작성. 

CKS국제공항에 도착. 전에 홍콩 갈 때 한번 지나간 적이 있긴 하지만, 내리고 보니, 김포공항 구 터미널을 보는 듯 하다. 딱딱한 표정의 입국심사관은 한마디 말도 없이 입국스탬프 꽝. 입국장을 나와 먼저 관광안내소로 가서 고궁박물관 입장 할인권을 얻었다. 그밖에 지도랑 안내서 얻고, 선현씨에게 전화를 했는데 안 받네. 우선 호텔로 가는 버스를 타러 갔다. 공항버스는 노선이 2개. Fortuna?했더니, 표검사하는 아저씨가 기다리란다. 좀 기다리다보니 Fortuna라고 창문에 써붙인 버스가 온다. 좌석이 꽤 높이 위치해있어서 전망은 좋네. 내릴 정류장을 운전사 청년에게 물어볼 요량으로 운전사 뒷 좌석에 앉았는데, 이게 운전사 청년이 Chinese Pop만 크게 틀어놓지, 영어 못하지, 차내 안내방송도 없지, 낭패로다. 내 건너편에 출장온 회사원으로 보이는 사람도 Fortuna가는지, 고속도로 벗어나 교외 풍경이 사라지고 번잡한 시가지 풍경이 들어오자, 연신 Fortuna를 물어본다. 그러나, 이 운전사는 뭐라고 하는건지...결국 사거리에 위치한 전철역같이 보이는 곳에 버스가 섰다. 여기가 민취안시루역인가? 내릴까? 여기서 가깝다고 지도상에는 나와있는데? 결국 건너편 자리 아저씨는 내렸는데, 운전사가 나에게 내리지 말라는 손짓을 한다. 에라, 버스 창에 Fortuna라고 써있었겠다, 역에서 표파는 사람도 호텔 앞에 버스가 선다고 했겠다, 한 정거장 더 가보자했는데, 저말로 버스는 Fortuna호텔 바로 앞에서 섰다.

그런데, 체크인하려하자 이게 왠일? 예약이 취소되었단다?? 하아?? 일요일이라서 여행사에 연락도 안되는데...다행히도 빈방이 있으니 일단 체크인하고 나중에 알아보잖다. 살았다... 리셉션 직원들의 영어는 뱅쿠버 차이나 타운의 영어보다도 더 알아듣기 쉬운 미국식 영어였다. 홍콩처럼 다다다다 빠르게 말하지도 않고. 이리하여 무사히 체크인 마치고, 짐을 풀고 한숨 돌린 후 선현씨에게 통화. 선현씨가 바로 데리러 온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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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98ag904d 2004-02-22 0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넘 부러워요~~~
 

이번 겨울방학은 타카무라 카오루로 시작해서 타카무라 카오루로 끝났다.

지난 주부터 내내 [마크스의 산]을 붙잡고 있었다는데, 어제부터 동떨어진 장소와 시간에 일어난 사건들의 연관성이 점차 뚜렷해지자, 무리해서 새벽4시 가까이까지 다 읽어버렸다. 모든 사건의 출발점이라고도 할 수 있는 노무라 히사시의 죽음에 감춰진 비밀이 석연치않지만, 굉장히 치밀한 문체와 구성이라고 할 수 있겠다. 10대때 읽은 일본 추리 소설의 거장이 쓴 또 다른 소설을 연관시키는 점도 없지 않다. 현대에 일어난 한 평범한 노인의 죽음이 사실은 또다른 연쇄살인사건과 이어져 있었고, 그 살인 사건들은 수십년전 몇사람이 연관된 비밀과 관련있으며 그 비밀은 현대 일본의 정계와 재계에 커다란 파문을 일으킬 수 있는 것...그 소설보다 흡인력있게 읽을 수 있었던 것은 [사실적으로 경찰을 묘사했다는 것][매력적인 캐릭터 설정]이라고 할 수 있겠다.


마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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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ME령희씨

령희씨 홈피 갔다가 기념으로 퍼왔다. 령희씨가 회사를 떠나던 날. 내가 회사를 떠난 후 1달후 일이다. 만5년 가까이 일했고, 단맛 쓴맛 다본 그야말로 애증의 일터였다. 떠나기 전 반년간은 그렇게 싫을 수 없는 곳이었다. 그렇게 떠나고 싶었고, 마침내 직장을 옮겨 떠나게 되었는데, 그래도 마지막날은 눈물이 앞을 가리더라.

사진의 주인공은 착하고 예쁘고 일잘하는 령희씨. 그 옆자리가 내자리. 돌아갈 맘은 없지만, 뒤돌아보니 그립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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