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교육대학원과 일반대학원 4학기생의 석사논문중간발표회가 있었다. 나도 1년후에는..하고 생각하니 참 막막했다. 작년에는 현장연구를 하겠다고 논문테마를 써서 냈는데, 올해 인사이동으로 그 때와 환경이 확 바뀌어 버렸기 때문이기도 하고, 개인 시간도 줄어버렸기 때문이기도 하다. 참, 논문 이전에, 나는 부전공자이기 때문에 기초과목이수 문제에서도 트러블이 좀 있다. 기초과목이란 것이 대학원에서는 잘 개설해주지 않는 과목이기 때문이다. 교학과에서는 '그 과의 커리큘럼에 문제가 있는 지 선생님때문에 처음 알았네요. 걱정 마세요. 졸업 시켜드릴께요.'라는데...내년부터는 부전공자를 아예 뽑지 않기로 했다는데 이런 문제들 때문이 아닌지?
이번 발표자 둘 다 어학 전공자였는데, 예상했던 대로 지도 학생이 없는 문학담당 ㅇ 교수님께 내용 이외의 면에서 이것저것 지적받았다. 발표는 진지하게! 웃으면서 하면 안되는 겁니다! 교수님들께 학문을 지도받는 자리여요! 어떻게 어학 분야에서는 '분석'이나 '실태조사' 가 논문이 될 수 있는 지 궁금합니다 등등등.
나 자신, 대학원 수업을 위해서는 최소한의 준비만 해 갈 뿐이다. 모든 교수님들이 세미나식 수업을 하시는데, 발표 순서 펑크 내지 않고, 중간 정도의 형식과 내용만 갖추려고 노력할 뿐이다. 발표순서는 대개 첫번째를 자원한다. 직장 일과 스케줄 겹치면 나만 괴로우니까 빨리 끝내고 보자는 심산인 거다. 국비유학생으로 남들이 잘 안하는 고전문학을 어렵게 어렵게 연구하고 오신, 그래서 자부심이 매우매우 높으신 o 교수님께는 그게 못마땅하신 거겠지...그런데, 교수님의 그런 방식 때문에, 입학 동기 중 직장 다니는 다른 한명은 결국 자퇴해버리고 말았고, 2학기생 중 ㅇ 교수님께 논문 지도를 부탁한 학생 아무도 없다. 그러자, ㅇ 교수님의 심기는 더욱 불편해지시기만 하고. 오늘 논문 발표회에서도 교수님은 그런 심기를 그대로 드러내신 거에 틀림없다(고 학생들은 봤다).
근데, 종합시험으로 문학사 본다네. 맙소사...뒷풀이 2차에 함께하신 주임 교수님과 지도 교수님은 그래서 아까 저녁 식사 할 때 일부러 o 교수님 앞에 너 불러서 종합시험 얘기한 거 아니냐고 하신다. 지난 화요일 근세문학시간에 내가 첫 순서로 지명되서 30분 발표하고 30분 깨졌다는 사실, 조교하는 2학기생들이 얘기해서 다른 교수님들도 다 알고 계셨다!
이미 일반 대학원 석사 마쳤고, 직장 생활도 오래 해서, 깨지는 데는 경력이 붙었다만...세상에는 어떻게해도 어려운 사람이 있다. 종합시험까지는 이제 2주도 안남았는데, 시험 과목 발표된 지도 얼마 안됐고, 중간과제도 아직 하나 남았는데, 솔직히 공부할 시간 없고, 무리할 생각도 없다라고 주임교수님께 말씀 드리니, 그러지말고 뻔뻔하게 부딪혀서 한번에 3과목 다 붙어버리라고 한다. 그래서 현직 교사들이 교육 대학원 졸업하고 학위 받아가기 더 힘들다고 하시면서.
내가 애들한테 얘기하는 거랑 같은 결론이다. "막막하다고 그냥 손 놓고 있지 말고, 공부 할 수 있는 데 까지는 해서, 공부한 부분에서 나온 문제는 다 맞혀라." 문학사개론 꺼내서 공부하자, 공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