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저 인문학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우리는 매일 밥상에 앉아 숟가락과 젓가락으로 밥을 먹는다. 어린 시절부터 늘 밥상 위에 놓여 있던 물건이기에 숟가락과 젓가락의 존재를 특별하게 생각해 본 적은 거의 없다.
그저 밥을 먹기 위해 당연히 사용하는 도구라고 여겼을 뿐,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매일 무심코 사용하던 수저에도 우리가 몰랐던 오랜 역사와 문화가 담겨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은 음식고고학자인 저자가 숟가락과 젓가락의 역사를 통해 우리의 식문화와 역사 그리고 동아시아의 음식문화와 사람들의 생활 모습을 살펴볼 수 있도록 만든 책이다.
단순히 수저가 언제 만들어졌고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를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수저라는 작은 도구를 통해 각 나라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삶까지 들여다본다는 점이 매우 흥미롭게 다가왔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식사 도구에 따라 음식문화가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지구촌 인구 가운데 상당수가 지금도 맨손으로 식사한다는 내용을 보면서 내가 익숙하게 여기는 식사 방식이 모든 사람에게 당연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맨손 식사의 역사와 유래를 살펴보고 직접 실험까지 하면서 식사 도구와 음식의 관계를 설명한다. 평소에는 별다른 생각 없이 지나쳤을 내용이지만, 식사하는 방식 하나에도 자연환경과 역사, 생활문화가 깊이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특히 우리나라의 음식문화와 숟가락의 관계가 흥미로웠다. 우리는 밥을 먹을 때 자연스럽게 숟가락을 사용하고 국이나 찌개를 즐겨 먹는다.
우리 식탁에 숟가락이 놓이면서 생겨난 대표적인 음식이 바로 ‘국밥과 비빔밥’을 들 수 있다.
아마도 숟가락이 없었다면 우리가 사랑하는 국밥과 비빔밥은 아마도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이처럼 당연하게 생각했던 우리 음식이 식사 도구와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니 평소 먹던 음식도 조금 다르게 보였다.
또한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에서 사용하는 숟가락과 젓가락의 모양과 재질이 서로 다르다는 점과 같은 동아시아 문화권에 속해 있으면서도 각 나라의 식사 도구에는 저마다의 특징이 있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쇠젓가락을 사용하는 문화와 밥을 먹을 때 숟가락을 함께 사용하는 방식은 우리 음식문화의 독특한 모습을 보여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국수의 역사와 여러 나라의 젓가락 문화를 살펴보는 부분에서는 비슷한 음식과 도구를 사용하면서도 각기 다른 방식으로 발전해 온 문화의 다양성을 느낄 수 있었다. 한·중·일 삼국의 음식문화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발전해 왔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시간이었다.
이 책은 음식고고학자인 저자가 연구한 다양한 자료와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숟가락과 젓가락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낸다. 관련 사진과 그림도 함께 담겨 있어 글로만 접하는 것보다 내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가고 그만큼 다양한 식사 방식과 음식문화가 존재한다.
내가 익숙하게 여기는 방식이 다른 사람에게는 낯설 수 있고, 반대로 내가 낯설게 생각하는 방식이 누군가에게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상일 수 있다. 그렇기에 자신의 방식만을 기준으로 다른 문화를 판단하기보다는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이해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이 책을 통해 배우게 된다.
이 책은 매일 사용하는 숟가락과 젓가락을 통해 음식문화와 역사를 새롭게 바라보게 해 준 책이다.
음식문화는 박물관에 전시된 유물처럼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시대의 변화와 사람들의 생활 방식에 따라 끊임없이 달라지는 살아 있는 문화라는 점을 이 책을 통해 배우게 된다.
앞으로 밥상에 놓인 수저를 볼 때면 그저 음식을 먹기 위한 도구라는 생각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그 안에 담긴 역사와 문화까지 떠올리게 될 것 같다. 익숙한 일상 속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보면 새로운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 준 책이었다.
개인적으로 일본라멘이나 마타탕을 먹을 때 국물까지 먹었었는데 이제는 맛만 보고 먹지 말아야 겠다. 이 책을 통해 또 하나의 음식문화를 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