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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윤리가 모여 사회의 연대가 된다
얼마 전 『에세이즘』이란 책을 사들이면서 말했지만, 언제부터인지에세이는 내 촉수에 걸리지 않는 장르가 되어버렸다. 어쨌거나 경험에서 의미를 길어올리는 게 중요한 장르인데, 요즘 들어 개인적인 경험에서 사소한 의미를 애써 부풀리는 에세이들만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내 시야가 좁은 걸 괜히 남탓하는 게 아닌가 싶어서 좀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어차피 읽어야 할 책도 많은 마당에 굳이 찾아 읽을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내 마음에서에세이는 점점 멀어지나 싶었지만….

언제나 그렇듯 나는 이 거대한 세상의 조각 하나조차 제대로 볼 수 없는 사람이고, 그래서 편견은 반드시(!) 깨지게 마련이다. 이번에 읽은 『그저 하루치의 낙담』은 내 편견을 (꼴 좋다는 듯) 비웃는 책이었는데, 이런 에세이를 얼마만에 읽었는지 모르겠다. 책에 대략 백번쯤 나올 법한 “엉엉 울었다”는, 그 단순한 문장에 눈이 덩달아 시큰해진 적이 있었나? 한참 기억을 뒤져봤지만 딱히 건져내진 못했다.

이 에세이에서 느낀 그토록 커다란 매력은, 나와같은 고민을, 현장에서 치열하게 이어가며, 나름의 해답까지명쾌하게 내렸다는 점이었다. 아는 분도 계시겠지만, 내가이곳에 게시물을 올릴 때마다 떠드는 주제가 하나 있는데, 바로 ‘공존’이다. 익명성 덕분에 좀 뻔뻔하게 떠들고는 있지만, 온라인 바깥 세상에선 그런 이야기를 떠들어도 괜찮은 사람인지 자꾸만 검열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일단 공존을 위해 딱히 한 일도 없고, 자칫 적자생존의 대한민국에서그저 생존이 목표인 이들에게 모욕처럼 들릴지도 모를 일이니까. 혹은 사람이라면 응당 가질 수밖에 없는결점 하나를 발견할 때마다 ‘역시 세상은 어쩔 수 없다’는냉소를 더하거나.

이 책을 통해 저자와 나는 이 고민을 함께 나누게 된 것이다.공존, 윤리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는 결코 가볍지 않은, 가슴위에 올려둔 벽돌 같은 고민을. 게다가 저자는 ‘기자’였고, 그 직업에 대한 이미지는 누구나 다 안다(굳이 그 별명을 여기에서까지 말하고 싶지는 않아서). 입만 열지 않으면그럭저럭 괜찮을 수 있었던 나와 달리, 그는 일선에서 화살 십 만 발을 받아가는 중에도 치열하게 윤리를고민했으니, 나 같은 소시민은 이런 책을 읽으면서 배우고 또 배워야 하는 것이다. 나에게 이건 선택이 아닌 의무여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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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란 게 그렇다. 아무리 읽어도 가질 수 없는것들이 있다. 마음가짐이나 태도 같은 것들이 그렇다. 이책을 읽고 저자의 생각과 결론을 다 내것으로 만들지는 못하겠지. 열에 하나라도 건지면 다행이 아닐까? 나름의 방식으로 딱 하나만 건져보겠다는 결심과 함께 책을 덮었다. 이정도 결기를 안겨 준 것만으로도 이 책은 (적어도 내게는) 할일을 다 해냈다. 그래서 이 책은 좋은 에세이의 모범사례로 남길 수밖에 없다.

내가 써온 아름다운 문장들이 언젠가부터 견딜 수 없이 싫어졌다. 나는 나의 미문을 자랑하기 위해 사안에 대해, 사물에 대해, 사람에 대해 필요 이상 격찬했다는 혐의를 스스로 벗기 어려웠다. 대상이 사람으로 오면 특히 심각했다. (… …) 세상을 향해 나팔을 부는 일, 나 가진 가장 좋은 것들만 전시해야 하는 공연장. 거짓말을 하지 않아도 결국은 거짓말이 되어버리는 그 본질적인 속성은 생각하면 할수록 무서운 것이었다. 가고 싶지도, 보고 싶지도 않았다. 헛되도다, 헛되고, 또 헛되도다.
더 슬프고 더 현명한 사람. 깨달음이란 기쁨과 함께 오지 않고 슬픔과 함께 온다는 것. 사람을 더 현명해지도록 만든다는 것은 기쁨이 아니라 슬픔이라는 것. (… …) 나는 삶을 잘 살고 싶다. 진짜 삶을 살고 싶다. 삶의 비밀을 속속들이 알고 싶다. 삶의 폭력을 현명하게 잘 헤쳐나가고 싶다. 그러려면 슬퍼야 한다. 슬픔에 귀 기울여야 한다. 슬픔만이 나를 그 길로 안내할 수 있다."
한 예술가가 모든 장르에서 최고인 경우는 없는 것처럼, 인간도 모든 장르의 용기를 다 갖추고 있는 경우는 없다. 그저 나의 장르에서 최고가 되려고 노력하면 된다. 나는 인생을 똑바로 살아보려고 한다. 뭐 대단히 훌륭한 일을 할 것 같지는 않지만, 도덕과 지성의 영역에서만큼은 쫄보가 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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