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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정
  • 9월 7일 오후 12:58 공개
과학을 읽는 이유
‘과학을 읽어야 한다’고 말하면 너무 거창하게 들린다. 많은 사람들이 새해에 서점을 찾아 지난 1년 간의 부채감을 해소하기 위해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손에 든다. 유명하니까, 이게 좋다고 하니까. 그렇지만 흔한 마케팅 논리가 시키는대로 집는 책은 독이 될 때가 더 많다. 독서를 신성시하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자본주의의 논리로는 재단하기 어려운 무형의 가치라서 그렇다. 뭐든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가치를 가늠하기 어려운 법이다. 그렇다고 『코스모스』를 읽지 말라는 얘기는 아니다. 그 책은 정말 좋은 책이니까… 지금 읽지 못해도 언젠가는 다들 읽어줬으면 좋겠다…

자주 접하는 출판사 이음에서 국내 과학저술가 정인경이 쓴 과학사 책이 나왔다. 『과학은 민주주의가 필요하다』. 아주 옛날, 과학이라는 개념이 없고 자연철학이었던 시절로 거슬러올라가 인류의 발자취, 특히 정치와 사회에 과학기술이 얼마나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는지를 쉽게 설명해준다. 학생에게 강의하는 선생님처럼 문체부터 상냥한, 그야말로 부제인 ‘더 나은 사회공동체를 위한 과학사 교과서’ 답게 귀에 쏙쏙 들어오는 재미있는 수업을 듣는 것 같다.

교육과정이 개편되면서 요즘 아이들은 과학사를 따로 배우는 것 같다. 정말 멋진 일이다. ‘수학은 사칙연산만 할 줄 알면 된다’는 말을 유구히 해왔듯이 과학도 비슷한 처지였다. 이공계를 멀리하는 현상도 이제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기후위기 시대에 인류가 지금까지 발견하고 활용해온 과학기술을, 과연 진짜 제대로 잘 사용하고 있었는지 되돌아보는 의미에서라도, 과학사를 아는 것은 참 중요한 일이다. ‘역사로부터 배운다’는 비단 역사로 분류되는 좁은 의미의 학문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인류가 행한 모든 것이 역사이기 때문에 과학 역시 수시로 되돌아보고 점검하는 일이 필요한 것이다.

책은 과학기술을 탐구하기 시작한 고대부터 시작해 우리의 감정을 버려두고 가속해서 발전해나가는 현대까지 짧지만 일목요연하게 정리한다. 탈레스, 소크라테스 등 익숙한 철학자부터 뉴턴, 갈릴레오 등 근대 과학의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한 과학자, 심지어 『1984』라는 과학기술의 발전이 사회에 미칠 영향을 예언한 SF를 쓴 조지 오웰 같은 문학 작가와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를 썼고 기술 진보에 중요한 요소로 민주주의를 꼽았던 대런 애쓰모글루까지, 많은 사람들과 과학에 얽혀있는 수많은 분야의 이야기를 하나로 풀어냈다. 모든 것은 역사나 과학이라는 학문이름 아래 우리와 유리된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과거의 목소리를 듣는 일로 중요하게 이어져있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오펜하이머>로 다시 주목받은 맨해튼 프로젝트. 그리고 불과 얼마 전 일어난 네팔 대홍수. 지금까지 인류 문명의 발전에 아낌없이 휘두르던 손 안의 과학기술을 되돌아보는 타이밍이 너무 늦지 않았길 바랄 뿐이다. 과학이 중요한 것 같긴 한데 막상 읽으려니 어려운 것 같고 겁이 날 때, 이 책을 먼저 읽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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