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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월 30일 오후 8:25 공개
먼 거울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 제공(가제본)을 받아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중세 시대에도 MBTI가 있었다.

인간의 모든 성미는 다혈질, 점액질, 담즙질, 우울질이라는 네 가지 기질 가운데 어느 하나에 속한다고 간주되었다고 한다.

지금 우리가 MBTI 이야기를 하는 것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

『먼 거울』은 최악이라고 일컫는 14세기 중세 유럽을 이야기하고 있다. 사람들의 일상부터 흑사병, 백년전쟁, 그리고 움트는 혁명까지 모든 것을 엮어낸 책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당시의 의학이었다. 백선은 사내아이의 오줌으로 두피를 씻어서 치료했고, 통풍은 염소 똥에 로즈메리와 꿀을 섞은 환약으로 치료했다. 지금 의료인이 들으면 기함할 이야기들이다. 하지만 당시 치료의 목적은 병을 고치는 것이 아니라 환자를 안심시키는 데 있었고, 치유는 하느님에게 맡겨졌다.

하느님은 요즘 귀를 잡수셨나 우리 목소리를 못 들으신 척하시고, 기도조차 아무런 위력이 없어 전염병이 머물러 있네ー

오줌과 똥으로 치료될 리 없었다. 개똥도 약에 쓰려면 쓸 수 있다는 한국 속담이 떠올랐지만, 그 말 또한 정말 개똥을 약으로 쓰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사람들은 하느님에게 기댔지만, 그가 응답해 주지 않자 이로 인한 인간의 적의를 인간에게 분출했다.

이 책을 읽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저자가 역사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저자는 역사에서 교훈을 얻으려는 목적으로 책을 집필했다고 한다. 솔직하게, 나에게 역사는 어렵고 외우기 힘든 시험 과목이었다. 특히 세계사는 더더욱. 중세 시대란 흑사병 정도로 기억될 뿐이었고, 교과서에서 몇 줄로 넘어가곤 했었다.

하지만 『먼 거울』은 고작 몇 줄로 넘어갔던 시대를 한 권의 책으로 되살렸다. 저자가 정성스레 집필한 한 시대의 역사 속에서 나는 어느새 시간 여행을 하고 있었다. 가히 중세 백과사전이라 불릴 만한 책이었다.

솔직히 이 책을 읽고 교훈을 얻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책을 읽는 내내 어렵기도 했고, 역사의 내용에 분노하고 안타까워하며 ‘역사’ 자체에 집중한 까닭도 있을 것이다. 게다가 우리는 더 이상 백선을 사내아이의 오줌으로 치료하지도 않고, 통풍에 염소 똥을 사용하지도 않는 시대를 살고 있었다.

그런데도 나는 저자의 문장을 의심하지 않고 따라갔다. 외면하고 있었던 역사를 들여다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이 먼 거울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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