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 공포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 제공을 받아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공포는 언제나 어둠 속에서 찾아온다고 생각했다. 침대 아래에 괴물이 숨어 있지는 않을까, 눈을 감았다 뜨면 귀신이 눈앞에 있지는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아침이 오기를 기다렸다. 지금 생각해 보면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을, 공포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일이었다.
그렇다면 현실에 존재하는 공포는 무엇일까.
나는 적어도 태양 아래 모든 것이 환히 드러난 한낮이 공포의 순간이 되리라고는 생각해 본 적 없었다.
도시를 배경으로 한 세 편의 이야기들은 나를 순식간에 숨을 곳 하나 없는 도시 한복판에 세워 두었다.
이종산 작가님의 「태양 공포」는 부모를 잃고 홀로 살아가게 된 주인공의 이야기를 담았다. 태양을 보면 안 된다는 설정은 뱀파이어를 떠올리게 하며, 목덜미가 서늘해지는 섬뜩함을 남긴다. 하지만, 이 소설의 공포는 뱀파이어의 존재가 아니다. 최소한의 보호 시스템도 갖춰지지 않은 환경에 던져진 청년들의 현실이다.
정보라 작가님의 「탈출기」는 성폭력 피해자였던 주인공이 어느 순간 피의자로 의심받게 되는 이야기를 담았다. 피해자가 피해자로서 보호받지 못하는 데다가 단지 잼있으니까라는 이유로 디지털 범죄의 표적이 되는 모습은 공포를 넘어 역겨울 정도였다. 세 편의 이야기 중 가장 현실적으로 느껴졌으며, 가장 공감할 수 있는 두려움이다.
생존자를 응원하고 가해자들을 저주하는 마음으로 소설을 썼다. 나는 생존자들이 악몽에서 탈출하여 안전한 삶으로 돌아가기를 기원한다. 그리고 그 악몽 속에는 가해자들만 남아 영원히 고통받기를.
작가 노트 중에서ー
허진희 작가님의 「피터와 모」는 입양된 주인공이 죽음을 앞둔 엄마에게 도리를 다 하기 위해 어렸을 때 살던 집으로 돌아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주인공의 어린 시절과 상처 입은 내면을 묘사하는 방식이 인상적이었다. 차별받았기에 엄마의 사랑을 갈망했으며, 갈망했던 만큼 깊이 상처받는다. 스스로 만들어 낸 어둠은 무섭다. 설령 누군가를 해치지 않더라도 끝내 나 자신을 망가트리고 마는 어둠. 용서를 구하는 엄마에게 주인공이 건네는 말은 잔인하게 들리지만, 그의 어린 시절을 알고 있는 나로서는 오히려 안타깝게 느껴졌다.
이 소설에서 가장 공포스러운 건 이 모든 이야기들이 허구가 아니라 실제로 우리가 뉴스나 기사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현실이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언제 어디서든 우리에게 일어날 수 있다.
일상에 들러붙은 공포는 그 어떤 괴물이나 귀신보다도 소름 끼친다.
『태양 공포』는 우리 사회가 외면한 문제들을 마주하게 만든다. 마치 태양 아래, 이 모든 문제들을 환히 비추어 드러내겠다는 듯이. 동시에 상처 입은 이들을 향한 위로 또한 잊지 않는다. 작가 노트를 읽음으로써 완성되는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