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비인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 제공(가제본)을 받아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성해나 작가님의 첫 기담집 『인비인』은 속이 서늘해지는 이야기들로 엮인 소설이다. ’어제’ 챕터에는 과거의 이야기를, ‘오늘’ 챕터에는 현대의 이야기를, ‘내일’ 챕터에는 미래의 이야기를 담았다.
가제본에서는 각 챕터마다 한 편씩, 총 세 편의 단편을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중 ’어제’ 챕터의 「인비인」에 대해 말해보려고 한다. 책의 제목과 동일한 이 작품은,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이야기이다.
「인비인」은 1945년을 배경으로 한다. 창씨개명을 하고 일본인으로 살아가던 청년은 자신이 존경하는 교수와 함께 하얼빈으로 향한다.
ー교수님, 지금 어디에 가는 겁니까?
ー통나무를 모아두는 곳.
청년이 보게 된 ‘통나무’는, 고문 틀에 매달린 사람, 산 채로 해부되고 있는 사람, 포르말린 용액에 보존된 사람의 박제였다.
이곳에서 실험을 당하던 여자는 마지막으로 무언가를 해산하고 즉사했다.
ー여자가 낳은 건 참으로 곤란한 생명체였습니다. 치댄 밀가루를 얼기설기 뭉쳐놓은 형태에, 눈도 귀도 없었습니다. 얼굴이라고 부를 만한 곳에 코와 입만 겨우 붙어 있었죠. 팔다리도 없고, 생식기조차 달려 있지 않아 자웅을 구별할 수조차 없었습니다. 굳이 종을 나눠야 한다면, 척추가 있는 환형동물 정도로 분류할 수 있을까요. 온몸이 잿빛 털로 덮인 2.6킬로그램의 굴곡 없는 덩어리, 그것이 가타마리였죠.
통나무를 일본어로 말하면 ‘마루타’다.
그리고 우리는 그 이름에 담긴 비극을 알고 있다.
고해성사하듯 담담한 문체로 써 내려간 「인비인」은 순식간에 이야기의 끝으로 이끌었다.
인간은 누구이고, 비인간은 누구인가.
나는 가타마리를 차마 인간이라고 부를 수는 없지만, 인체 실험을 자행하던 그들에게도 인간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는 없었다.
인간이 가지는 본질은 무엇이고,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본질은 또 무엇이며,
인간을 인간답도록 하는 본질은 무엇인가.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는 『인비인』이 인간이 아닌 존재들이 등장하는 괴담이나 그들로 인한 괴이한 현상을 담은 이야기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성해나 작가님의 기담집은 흥미로운 이야기 속에 어려운 질문을 남겼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순간, 나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