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기 위한 연습
<모여라! 퀴어 청소년>은 퀴어 청소년의 삶을 단순히 설명하는 책이 아니라,
당사자들의 고민과 경험, 그리고 학교와 사회 안에서 살아가는 감정을
직접 들려주는 책이었다.
처음에는 사실 ‘퀴어’라는 주제 자체가 나와 크게 관련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퀴어인 사람을 만나더라도 특별히 이상하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고,
그렇다고 깊은 관심을 가져 본 적도 없었다.
그저 “그 사람의 정체성이 나에게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정도로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그런 생각 역시 어쩌면 무관심이라는 이름의 거리감이었을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특히 “나의 사소하다면 사소하고, 크다면 큰 일부를 매번 숨기는 것이
얼마나 피곤하고 지치는 일인지.”(p.30)라는 문장이 오래 남았다.
나는 굳이 숨기며 살아야 하는 경험을 크게 해 본 적이 없기에,
누군가 자신의 일부를 감추며 살아가는 일이 얼마나 사람을 지치게 만드는지
깊게 생각해 보지 못했다.
이 문장을 읽으며 비로소 ‘커밍아웃’이 단순히 정체성을 밝히는 행위가 아니라,
자신을 숨기지 않고 살아가기 위한 과정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정체성을 고민하는 동안에는 ‘정체성을 고민하는 나’가 정체성이며,
이 역시 존중받아야 할 하나의 정체성이다.”(p.52)라는 구절도 인상 깊었다.
우리는 종종 사람에게 명확한 정의를 요구한다.
하지만 누군가는 긴 시간 고민하는 과정 속에 있을 수도 있고,
그 과정 자체가 한 사람의 삶이라는 사실을 이 책은 이야기하고 있었다.
꼭 어떤 이름으로 규정되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이 위로처럼 느껴졌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부분은 학교에서 ‘성 중립 화장실’을 논의하는 과정이었다.
학교는 학생들의 공간이라고 말하지만, 정작 학생들의 의견은 종종 미숙하거나
비현실적이라는 이유로 쉽게 무시되곤 한다.
그런데 퀴어와 관련된 논의에서는 그 반응이 더 거칠고 폭력적으로 느껴졌다.
나는 그 장면을 보며, 어쩌면 많은 폭력은 악의에서만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잘 모름’에서 시작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는 정규 교육 과정 속에서 다양한 정체성에 대해 제대로 배우지 못했고,
그렇기에 낯설어하고 두려워한다.
그래서 “내가 경험하지 못한 삶에 대해 낯설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도 하니까.”(p.65)라는
문장이 그래서 더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이 책은 단순히 퀴어에 대한 이야기만 하지 않는다. 서로 다른 존재가 함께 살아가기 위해
어떤 태도가 필요한지 묻고 있다.
“당사자가 안전하다고 느끼는 공간은 다른 모든 이들에게도 안전한 공간일 것이다.”(p.199)
라는 말처럼, 누군가를 위한 존중과 배려는 결국 모두를 위한 방향이 될 수 있다.
사실 처음 책을 펼쳤을 때는 조금 조심스럽기도 했다. 내가 이 이야기를 잘 이해할 수 있을까
걱정도 했다. 하지만 읽고 나니, 적어도 이해하기 위해 한 걸음을 내디뎠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서로를 완벽하게 알 수는 없지만, 모른다고 해서 외면할 필요는 없다.
중요한 건 계속 배우고 대화하려는 태도 아닐까.
그래서 이 책이 누군가에게는 자신의 이야기를 발견하는 책이 되고,
또 누군가에게는 편견 대신 이해를 시작하는 작은 마중물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학교에서 외롭고 불안했을 많은 청소년들에게, 괜찮다고 작은 응원을 건네고 싶다.
[출판사의 제공을 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의 사소하다면 사소하고, 크다면 큰 일부를 매번 숨기는 것이
얼마나 피곤하고 지치는 일인지
내가 경험하지 못한 삶에 대해 낯설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도 하니까
당사자가 안전하다고 느끼는 공간은 다른 모든 이들에게도 안전한 공간일 것이다.
정체성을 고민하는 동안에는 ‘정체성을 고민하는 나’가 정체성이며,
이 역시 존중받아야 할 하나의 정체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