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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검열당한 발자크
발자크의 원제 Splendeurs et misères des courtisanes에서 핵심은 courtisanes, 즉 고급 창부들이다. 그들은 화려한 파리 사교계를 누비면서도 결코 그 안에 편입될 수 없었던 여성들이며, 발자크는 바로 그 모순된 존재를 제목의 정중앙에 세움으로써 부르주아 사회의 위선을 정면으로 심문한다.
한국어 번역본은 그 자리에 '사교계'를 놓았다. 주체가 풍경으로 대체되는 순간이다. 독자를 배려한 것인지, 유통을 고려한 것인지 알 수 없으나, 결과적으로 번역자(혹은 출판 주체)는 원작자가 의도적으로 날카롭게 세워둔 날을 제목 단계에서 이미 무디게 만들었다. 즉, 예술적 아이러니를 학문적 구체성으로 대체한 것이다. 바로 여기서, 작가의 ‘예술적 함의‘를 살리고자 한 역자의 판단은 오판임이 증명된다.
번역자가 검열자로 탈바꿈하는 순간은 이렇게 악의 없는 배려의 얼굴로 등장한다. 그러나 독자로서 우리는, 바로 그 얼굴에서 등을 돌린 채 이것을 자문해야한다. 제목에서 이미 한 번 걸러진 발자크를, 우리는 본문에서 온전히 만날 수 있는가? 나는 회의적인 입장이다.
유럽어권 번역들이 한결같이 직역을 택하고, 심지어 영어판이 'harlot'이라는 더 거친 단어를 골라 원작의 비판성을 강화하는 방향을 선택했다는 사실은, 이 한국어 제목의 선택이 번역의 필연이 아니라 판단의 결과였음을 말해준다.
심각한 오역은 이러한 검열에서 시작된다. 역자의 변은 그것을 사전에 인지하였을 역자와 출판사의 수동적 고백에 지나지 않는다. 만약에, 발자크가 제목 수정을 허락했다면, 출판사 측은 댓글로 알려주길 바란다. 사과와 함께 본 글은 즉시 삭제할터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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