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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월 28일 오전 10:06 공개
모여라! 퀴어 청소년 │ 굳이 목소리를 내어 세상을 바꾸는 아이들의 이야기
『모여라! 퀴어 청소년』이라는 제목을 처음 봤을 때는
솔직히 조금 조심스러웠어요.
제목이 선명한 만큼, 이 책을 내가 얼마나
제대로 읽고 받아들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거든요.
쉽게 넘겨 읽을 수 있는 주제는 아니라고 느꼈어요.

그런데 책장을 넘기다 보니 이 책은 누군가를 설득하기 위해
세게 밀어붙이는 책이 아니었어요.
‘퀴어 청소년’에 대해 멀리서 설명하거나 분석하는 책도 아니었고요.
오히려 “나 여기 있어요” 하고 조심스럽지만
분명하게 자기 목소리를 내는 청소년들의 기록에 가까웠어요.

누군가는 이 책 속 아이들에게 이렇게 물을지도 몰라요.

“굳이 왜 학교에서 커밍아웃을 해?”
“굳이 왜 성 중립 화장실을 만들자고 해?”
“그냥 조용히 지내면 안 되는 거야?”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그 ‘굳이’라는 말이 다르게 느껴져요.
그건 유난을 부리는 일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해 꼭 필요했던 움직임이었어요.
청소년이라는 시기만으로도 충분히 복잡하고 불안한데,
그 안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마주하고
외로움을 견디는 일은 결코 가볍지 않았을 거예요.

이 책의 주인공은 퀴어 청소년 당사자 모임 ‘짱똘’의 멤버들이에요.

이들은 대안학교에서 함께 생활하며 자신들이 겪은 고민과 변화,
그리고 학교 안에서 만들어간 움직임을 직접 써 내려가요.
그래서 책을 읽다 보면 누군가가 정리해 준 이야기를 듣는 느낌보다,
아이들이 자기 자리에서 직접 건넨 말을 듣는 느낌이 들어요.

가장 먼저 마음에 남았던 부분은 책 앞쪽의 ‘읽기 전에’ 안내였어요.
성별 정체성과 성적 지향을 단정적으로 설명하기보다,
우리 모두가 어떤 스펙트럼 위에 있는 존재라는 점을 차분하게 짚어주거든요.
이 부분에서 이 책이 누군가를 가르치려는 책이 아니라,
서로를 조금 더 조심스럽고 다정하게 바라보도록 돕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특히 ‘부모’라는 단어를 바라보는 시선도 오래 남았어요.
우리는 너무 자연스럽게 엄마와 아빠를 떠올리지만,
사실 세상에는 다양한 가족의 형태가 있잖아요.
책에서는 그런 관계까지 품을 수 있도록 ‘양육자’라는 표현을 사용해요.
별것 아닌 단어처럼 보여도,
누군가에게는 자신이 지워지지 않았다고
느끼게 해주는 말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책 속 ‘짱똘’들의 이야기는 유쾌하면서도 묵직합니다.


현장에서 청소년 책을 보다 보면 가끔 그런 생각을 해요.
어떤 책은 정보를 주기 위해 필요하고,
어떤 책은 누군가에게
“내 이야기도 책이 될 수 있구나”라는 감각을 주기 위해 필요하다고요.

『모여라! 퀴어 청소년』은 후자에 가까운 책이었어요.
이 책은 퀴어 청소년에게만 필요한 책이 아니라,
그 곁에 있어야 할 친구와 어른에게도 필요한 책이었어요.

책 속 ‘짱똘’들의 이야기는 밝고 유쾌한 장면도 있지만,
읽다 보면 마음이 묵직해지는 순간이 많아요.

전교생 앞에서 커밍아웃을 하고,
성 중립 화장실을 만들기 위해 의견을 내고,
퀴어문화축제 ‘무아지경’을 열기까지.

겉으로 보기에는 용감한 활동처럼 보이지만,
그 뒤에는 혼자 고민하고 두려워했던 시간들이 있었어요.
밤늦게 핸드폰을 붙들고
“나는 누구일까?”
“내가 이상한 걸까?”
검색했을 아이들을 떠올리면 마음이 쉽게 지나가지 않아요.



너는 혼자가 아니야


그런 아이들이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을 만나고,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조금씩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해요.

그 과정은 단순히 동아리 활동이나 학교 행사로만 보이지 않았어요.
내가 나로 살아도 괜찮다는 믿음을 만들어가는 일이었고,
동시에 다른 누군가도 자기 모습 그대로 머물 수 있는 자리를 넓히는 일이었어요.

그래서 이 책은 퀴어 청소년만을 위한 책이 아니라고 느꼈어요.
지금도 어디선가 혼자 고민하고 있을 청소년에게는
“너는 혼자가 아니야”라고 말해주는 책이 될 수 있어요.
그리고 퀴어가 아닌 사람들에게는 곁에 선다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기도 해요.

나는 내가 머무는 공간에서 누군가를 무심코 지우고 있지는 않았을까.
내가 쓰는 말과 태도가 누군가에게는 안전하지 않은 신호가 되지는 않았을까.
학교는 정말 모르면 묻고, 길을 찾아 헤매도 괜찮은 공간일까.
이 책은 이런 질문을 조용히 남겨요.
답을 강하게 요구하지는 않지만, 읽고 나면 그냥 지나칠 수 없게 만들어요.
『모여라! 퀴어 청소년』은 거창한 구호보다
실제 청소년들의 목소리로 더 큰 울림을 주는 책이었어요.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해 시작한
작은 목소리가 학교를 바꾸고,
관계를 바꾸고,
결국 누군가의 자리를 조금 더 넓혀가는 과정이 담겨 있어요.

조금 낯설 수 있는 주제라서 오히려 더 읽어야 하는 책이에요.

잘 몰랐기 때문에 더 조심스럽게 펼쳐야 하는 책이고,
읽고 나면 누군가의 곁에 서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오래 생각하게 되는 책이에요.
무지갯빛 ‘짱똘’들이 던진 질문 앞에서
저도 조용히 마음을 보태고 싶어졌어요.
누구도 자기 자신을 숨기지 않아도 되는 학교,
누구도 이상한 사람으로 밀려나지 않는 교실,
그런 공간을 함께 만들어가는 어른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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