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절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삶의 시작이었다
상처받고 싶지 않아서 또는 과거에서 벗어나고 싶어 단절을 선택했지만 여전히 나에게 남아있는 상처를 확인하며 살아갑니다. 물론 시간이 흐르며 아픔은 조금씩 옅어지지만 이전에 나로는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며 살아갑니다. 상처받지 않고 진짜 나를 찾고 싶어 사람들과 거리를 두지만 그 과정에서 내가 누구인지 혼란스러워지거나 세상과 멀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모든 단절에는 자신을 찾고 싶은 희망과 자신을 잃어버릴 위험이 함께 있다'는 문구가 와닿았습니다. 제목에 끌려 읽게 된 『단절(들)』은 상처를 지우는 방법이 아니라 그 상처를 안고 새로운 자신을 만들어 가는 과정을 이야기하는 책이었습니다.
책에서 말하는 단절은 사람과의 이별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가족과의 절연, 질병등 익숙했던 삶을 떠나는 일처럼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없게 만드는 모든 변화를 단절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이런 단절이 우리를 무너뜨리는 사건인 동시에 이전과는 다른 삶을 살아가게 만드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합니다.
저는 전환점이 된다는 말에 의문을 가졌습니다. 단절은 상처를 남기는 일이지 삶을 바꾸는 계기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책을 읽으며 단절은 과거를 잊는 게 아니라 상처를 안은 채 이전과는 다른 나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고 말하는 부분이 인상 깊게 남았습니다. 결국 이전의 나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순간 삶도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단절이 새로운 삶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의미'가 조금은 이해되었습니다.
가족과의 단절에 대한 부분은 제 생각을 다시 돌아보게 했습니다. 부모이자 자식의 입장에서 가족은 언제나 지켜야 하는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자는 때로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 가족과 거리를 두는 선택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책 속에 부모의 사랑 부족으로 인한 분노와 절망으로 쓰인 생존 지침서 같다는 글은 다소 충격적이긴 했습니다. 하지만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상처를 견디며 관계를 이어가는 것이 옳은 일은 아닐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게 합니다. 관계를 이어가는 것이 가족을 위한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제 생각도 조금은 달라졌습니다.
누구나 살아가며 크고 작은 단절을 경험합니다. 이미 지나간 단절을 되돌릴 수는 없지만 그 경험을 어떻게 받아들이며 살아갈지는 각자의 몫이란 생각이 듭니다. 단절은 끝내는 것이 아니라 부러진 삶을 다시 이어가며 새로운 삶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는 저자의 이야기가 여운을 남깁니다. 저 역시 상처를 없애려 하기보다 달라진 나를 인정하며 살아가는 것이 단절 이후의 삶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단절(들)』은 단절을 극복하라고 말하기보다 상처를 안고도 계속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게 한 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