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특별함에 대한 집착은 타인과 내가 결국 같은 세상을 공유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기 어렵게 만들고, 진정성에 대한 과도한 집착은 타인을 나의 자아 탐색에 별 도움이 안 되는 존재로 보게 한다.
진정성에 집착하는 문화에서 타인은 기껏해야 진정한 나를 찾는 데방해물이나 오염물질 같은 존재가 될 뿐이다.
자신을 돌볼 것을 강조하는 문화가 이전의 자기 관리 문화와 다른 점은 어떤 스펙을 획득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만족을 위해,
좋은 기분을 달성하기 위해 자신을 관리하라고 강조한다는 것이다.
특히 외적 부분뿐만 아니라 심리적 차원의 향상에 주목하며, 내면의 평화를 지키고 평화로운 기분을 느끼라고 강조하는 것이 오늘날의 자기 돌봄 문화의 가장 큰 특징이다.
타인의 삶을 알기 위해서는 그를 만나고 그와 공간과 삶을 공유해야 하지만, 소셜 미디어에서는 ‘관계‘ 유지를 위한 어떤 전제 조건이나 노력도 필요치 않다. 소셜 미디어에서 우리는 일상 대화에서조차 드러나지 않는 타인의 가장 내밀한 일상, 마음속 가장 깊은 곳에 숨겨둔 생각과 비밀까지도 아무 대가 없이 들을 수 있다. 타인의삶과 생각과 비밀을 알게 된다는 것은 친밀성의 표지이지만, 소셜미디어의 세계에서는 친밀성의 표지가 때로 실제 친밀성에 선행하기도 한다. 그리고 때로는 아무런 관계나 서사가 없이 오로지 친밀성의 표지만으로도 친밀성이라는 착각을 만들어내는 데 충분하다.
소셜 미디어를 통한 간접적 상호작용이 외로움을 즉각 감소시킨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들에도 불구하고, 이런 상호작용이덜 외롭고 더 충만한 삶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그중 가장 자주 거론되는 것은 소셜 미디어에서의 사회 비교이다. 나보다 나은 사람들과의 사회 비교가 우울감과 외로운 느낌을 촉발한다는 것은 여러 번 입증된 사실이다. 모든 사람이 나보다 더 아름다워 보이고, 나보다 더 좋은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이는세상에서, 외롭고 우울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른다.
우리가 이렇게 많은 시간을 소셜 미디어에 쓰고 있다면, 이 시간이 단지 인간관계 보조에 쓰이는 것이 아니라 아예 인간관계를 위한 시간을 일부 대체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할 법하다. 교육 현장에서는 오래전부터, 아이들이 쉬는 시간은 물론 현장 체험 학습 시간에도 친구와 노는 대신 스마트폰을 보느라 사회성이 저하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곤 했다."
하지만 사실 실제 현실에서의 유대 대신 스크린을 통해 관계 욕구를 대리 충족하는 것은 어린 세대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해당하는 문제인지도 모른다.
일본의 애니메이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는 실제로 경험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사람들이 자신의 실제 경험에 기반해 작품을 만들기보다는 애니메이션을 보고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것이 애니메이션이 위기에 빠진 이유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사실 위기에 빠진 것은 스크린 위 애니메이션만이 아니라스크린을 통해 살아가는 인류 전체의 영혼인지도 모른다. 철학자 한병철이 말하듯, 우리는 살기에는 너무나 죽어 있고 죽기에는 너무나 살아 있다.‘
그러나 외로움을 견뎌야 어른이 된다며 서로의 이야기에는 전혀관심을 내비치지 않는 우리가 정작 하는 일은... AI에게 이야기하는 것이다. 현실의 사람보다 가상의 인간에게 너그러운 우리는 이제는 급기야 사람보다 로봇이 낫다고 믿기까지 한다. 현실의 인간과공동체에는 쉽게 손절을 외치고 심리적 안전지대에 머무르길 고집하면서 스크린 너머 인간, 심지어는 로봇과 이야기하는 현대인의 모습은 거의 애처롭기까지 하다. 어쩌면 디스토피아는 그리 먼 일이아닌지도 모른다.
여성에게 자신보다 아이, 남편, 가정을 우선시하라고 명령하는사회에서, 자신의 행복을 먼저 돌보라는 말처럼 매력적인 주장도 드물 것이다. 여성의 목소리를 침묵시키고 여성에게 자기 욕구나 주장을 억누르라고 은근히 강권하는 사회에서, 진정한 나를 회복하라는 요청은 상당한 설득력이 있다. "보이는 모습을 중시하라"를 가장중요한 메시지로 내면화해 온 여성들에게 자존감을 높이고 나를 사랑하라는 메시지가 가져다주는 해방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신선한 것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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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ailbird님도 <손절사회>를 재미있게 보고 리뷰를 남기셨네요. 리뷰를 읽어보시겠어요?
  • 2026-10-23 10:30 좋아요  l  좋아요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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