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이란 이제 우리의 유대를 강하게 만드는 요인이 아니라, 불평등과 부정의 앞에서도 굴하지 않는 긍정 에너지를 발휘하며 끊임없는 자기 계발과 자기 경영에 참여해야 할 사람들을 전염시키는 질병이 되고 말았다. 공감과 경청도 에너지나 정신적 건강을 소모하는 행위, 일종의 전염성 질병에 노출되는 행위로 인식하는 사회에서는, 그 맥락이 무엇이건 부정적 기운을 퍼뜨리는 사람은 이제 감정 쓰레기통 같은 도덕적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고통을 질병과 동일시하는 현대문화에서는 고통을 경청하는 것이 아니라 고통을 드러내지 않고 홀로 참는 것, 알아서 혼자 해결하는 것이 책임감 있는 관계와 헌신의 표지처럼 여겨지기도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