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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작가상 수상 서장원 작가가 묻는 무차별 혐오 시대의 정당한 분노, 혐오를 지우는 상상력
서장원 작가의 <펀치 드렁크 픽션>은 2026년 9월 2일 출간된 위즈덤하우스의 단편소설 시리즈 위픽 신작이다. 위픽은 단 한 편의 이야기를 천천히 호흡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며, 독자의 가슴에 진하게 새겨질 한 조각의 문학을 지향하는 매력적인 기획 시리즈다. 1990년생인 서장원 소설가는 202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후 2021년 첫 소설집 <당신이 모르는 이야기>를 펴냈다. 이후 단편소설 <리틀 프라이드>로 2024년 이효석문학상 우수작품상, 2025년 이상문학상 우수상, 그리고 젊은작가상을 잇달아 수상하며 한국 문학을 이끌어갈 주요 작가로 확고히 자리매김했다. 약 5년 만에 발표하는 이번 신작 단행본은 112쪽 분량의 한 손에 들어오는 민트색 커버 양장본으로 제작되었다. 작가 본인의 현실을 소설 속 화자 '정원'의 일상에 투영한 메타픽션 성격을 띠며, 차별과 혐오가 만연한 사회 속에서 억압받는 이들이 품는 정당한 분노라는 화두를 예리하게 벼려낸다. 부조리한 세상에서 상처받으면서도 자신의 자리를 지켜내는 사람들에게 위로를 전하고, 타인을 향한 무분별한 적의에 근본적인 의문을 던진다는 점에서 갈등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일독을 권할 만한 소설이다.



혐오에 맞서는 초현실적 상상력과 서사
이 소설은 경남 진주로 이주해 1년 반째 거주하며 글을 쓰는 소설가 정원과 전직 유도, 격투기 선수 조성의 우연한 만남으로 전개된다. 정원은 자신의 소설 속 인물들이 지나치게 심약하다는 생각에 빠져 기나긴 슬럼프를 겪는 중이다. 조성을 처음 대면한 장소는 어느 도서 행사장이며 그는 정원이 쓴 단편소설 <리틀 프라이드>가 수록된 이전 해의 이상문학상 작품집을 들고 와 사인을 청한다. 이개혈종으로 부풀어 오른 귀를 가진 그는 동성애를 정신병 취급하는 전 UFC 챔피언 션 스트릭랜드 같은 이들이 벌을 받는 이야기를 원한다고 털어놓는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강인해 보이는 조성을 보며 정원은 그가 자신의 소설을 앞으로 나아가게 해줄 것이라는 기대감을 품는다. 놀랍게도 조성에게는 자신이 미워하고 원하지 않는 인물이나 사물을 흔적 없이 소멸시키는 비현실적인 초능력이 존재했다. 삼영빌딩 4층 공유 오피스에 나란히 앉아 정원은 극우주의자 정치인, 혐오를 조장하는 유튜버, 유명 인사들의 명단을 불러주고 조성은 그들을 세상에서 하나씩 지워나간다.



사라지는 자들과 남겨진 자들의 딜레마
강렬한 대목은 육각형 체육관 경기장 안에서 벌어지는 시합 장면이다. 정원은 그곳에서 극우 커뮤니티 유머를 거리낌 없이 뿜어내는 '반칙왕'을 마주하며 종합격투기 세계의 적나라한 민낯을 목격한다. 체격 차이가 현격한 반칙왕에게 짓눌리던 조성이 찰나의 순간에 그를 껴안자, 반칙왕은 흔적도 없이 허공으로 증발해 버린다. 사건 직후 친구 호경이 운영하는 카페로 피신한 두 사람은 현실 속 보수 운동가 찰리 커크, 피살된 브라이언 톰슨 사건을 은연중에 언급하며 폭력을 향한 폭력이라는 윤리적 문제에 직면한다. 윤리적인 주제의 글을 쓰면서도 내심 반칙왕의 물리적 접근을 견디지 못하는 정원의 모순적인 태도는 비윤리적 사고와 행동 사이에서 혼란을 겪는 현대인의 초상을 대변한다. 작가 인터뷰에 따르면 이는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영화 <큐어>처럼 미워하는 마음이 기이한 힘을 갖는 호러 장르의 상상력과 맞닿아 있으며, 이를 통해 타자를 향한 증오가 어떻게 파괴적인 물리력으로 치환되는지 묻는다.



미움의 시대에 띄우는 다정한 편지
서장원의 소설이 지닌 가장 매력적인 요소는 혐오의 대상을 향해서도 끝내 인간적인 온기를 잃지 않으려는 진중한 태도에 있다. 책의 말미 작가의 말에서 서장원은 이 소설에 담긴 고민들이 머릿속에서 이미 한자리씩 차지하고 있던 물음들이며, 그저 이 뭉툭한 질문의 면면을 살펴보고 싶었다고 담담히 고백한다. 가해자를 섣불리 단죄하기보다 복잡하게 얽힌 원망의 그물망을 조심스럽게 풀어낸다. 조성이 남몰래 자신을 조롱하는 남성들을 미워하면서도 어떻게 20년 넘게 같은 업계에 머물렀는지에 대한 화자의 짐작은, 폭력적인 세계 안에서도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려는 결연한 투지를 보여준다.



책 앞쪽에 적힌 작가의 친필 서명 "걱정 말아요. 저는 안전하니까."라는 문구는 상처투성이 세상에서도 결코 무너지지 않겠다는 굳건한 선언처럼 다가온다. 폭력, 차별이 범람하는 오늘날 자신을 지키기 위해 때로는 서늘한 상상력이 필요함을 설득력 있게 그려낸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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