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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갇힌 소녀> 브렌다 데이비스, 올리브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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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갇힌 소녀> 브렌다 데이비스, 올리브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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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일생을 파괴하는 데는 꼭 괴물 같은 악의가 필요하지 않은 것 같다. 그 시대를 지배했던 편협한 기준과, 그 불합리한 규범을 단 한 번도 의심하지 않은 채 성실하게 따르고 집행했던 평범한 사람들의 묵인이면 충분할지도... 열일곱 살의 노라가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가졌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정신병원에 감금되는 장면은 오늘날의 시선으로는 쉽게 믿기지 않는 비극이다. 하지만 당시에는 그것이 법과 의학의 이름 아래 지극히 합법적이고 타당한 조치로 여겨진 듯 하다. 이 소설을 읽으며 가장 등골이 서늘해졌던 순간은, 한 개인을 향한 배제와 처벌이 국가와 제도의 테두리 안에서 너무나 자연스럽고 합리적인 정상 절차로 둔갑해 실행되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을 때였다. 사회가 누군가를 문제적 존재로 낙인찍어 울타리 밖으로 격리하기로 합의하는 순간, 그 사람의 호소와 눈물, 인간적인 감정은 얼마나 손쉽게 무의미한 소음으로 지워져 버리는가를 뼈아프게 목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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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와 철저히 단절된 통제 속에서 노라가 체득한 생존 방식은 읽는 내내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부당함에 맞서 저항하지 않고, 의문을 품지 않으며, 시키는 규율대로만 움직이는 길들여진 토끼같은 존재가 되는 것. 그것만이 파멸을 피하고 삶을 이어갈 수 있는 유일한 통로였다. 그 무력한 순응이 꼭 낯설게 느껴지지만은 않았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우리 역시 크고 작은 조직과 사회의 틀 안에서 모난 돌이 되어 정을 맞지 않기 위해 하고 싶은 말을 삼키곤 하기 때문이다.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려 스스로 목소리를 낮추다 보면, 어느 순간 내가 본래 무엇을 원하고 바라는 사람이었는지조차 잊어버리는 순간을 마주한다. 거대한 구조가 인간의 고유성을 소거해 점차 길들여가는 메커니즘은 시대를 막론하고 서글플 만큼 닮아 있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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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년의 세월이 흐른 뒤 자넷이 노라의 삶에 발을 들이며 건네는 연대는 그렇기에 더욱 각별하게 느껴졌다. 자넷은 노라를 위한 영웅적인 구원자가 결코 아니다. 그가 행하는 가장 결정적인 행동은 노라를 병력 기록부 속 번호나 환자가 아닌 완전한 한 인간으로 대하며 그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는 일이었다. 오랜 세월 선택할 권리를 통째로 박탈당한 채 살아온 이에게, 자유는 단순히 굳게 닫혀 있던 철창문을 활짝 열어준다고 해서 완성되지는 않는 것 같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스스로에게 다시 묻고, 내 손으로 사소한 선택을 내리며, 잃어버렸던 내 목소리로 세상과 마주하는 감각을 회복하는 긴 호흡의 시간이 함께 따라와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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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앗겨버린 청춘과 지워진 수십 년의 세월을 온전히 보상받을 길은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남은 삶까지 무의미하다고 볼 수는 없다. 아무리 늦은 순간일지라도, 남겨진 시간을 다시 내 의지와 온기로 채워나갈 수 있다면 삶은 비로소 자신의 이름을 되찾을 수 있지 않을까? 더불어 누군가를 벼랑 끝에서 구한다는 것의 진짜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타인의 인생에 불쑥 뛰어들어 대신 싸워주는 것만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 상처 입은 사람이 스스로 힘을 내어 닫혔던 입을 열고, 자기만의 목소리를 되찾을 때까지 그 곁을 묵묵히 지키며 귀를 기울여주는 일. 사람이 사람에게 건넬 수 있는 가장 품위 있는 구원은 바로 그러한 경청에 있는 것은 아닐까?




* 이 책은 올리브나무(@olive.tree.books)으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이 글은 보내주신 책을 탐독 후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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