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 위기의 사고> 에릭 사댕, 헤이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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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 위기의 사고 - AI 시대, 인간은 어떻게 스스로를 포기하는가?> 에릭 사댕, 헤이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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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를 찾고 요약하고 쓰고자 하는 글의 초안을 잡는 데에 주로 인공지능을 활용하고 있다. 단순한 검색을 넘어 무언가 궁금할 때 ChatGPT와의 대화창부터 열게 되는 건 이미 일상이 되었다. 몇 시간씩 걸리던 고민을 몇 분 만에 정리해 주는 편리함을 맛본 이상 이전 방식으로 돌아가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이 책, 에릭 사댕의 『멸종 위기의 사고』를 읽으며 미묘한 마음의 파동을 느낀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나 싶다. 저자가 신랄하게 비판하는 바로 그 편리함을 일상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누리고 있는 사용자로서 이 책을 접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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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에릭 사댕의 『유령의 삶』을 읽었을 때도 비슷한 감정을 느낀 적이 있다. 당시 저자는 디지털 기술과 화면 속에 갇혀 신체성과 실재감을 잃어버린 채, 마치 '유령'처럼 부유하는 현대인의 소외를 날카롭게 파헤쳤다. 이번 책 『멸종 위기의 사고』는 존재의 양식을 넘어 인간의 고유한 인지 능력과 사유 그 자체에 더 날카로운 비판을 가하는 책이었다. 화면 속 유령이 된 인간이 이제는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표현하는 지적 노동마저 기계에 위탁해 버리며, 사고의 기능 자체를 퇴화시키고 있다는 진단이 이 책의 주된 요지였다. 두 책을 관통하는 저자의 문제의식은 한결같이 집요하고 단호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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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댕이 주목하는 위기는 흔히 언급되는 일자리 감소나 경제적 변화보다 훨씬 근본적인 것이었다. 이 책에 따르면, 정보를 찾기 위해 여러 글을 비교하고, 서로 다른 주장을 저울질하며, 무엇이 타당한지 끙끙 앓다가 겨우 자기 생각을 탄생시켜 내던 지난한 과정 전체가 생성형 AI 앞에서 단숨에 생략되어 버리는 현실을 우리는 마주하고 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정답을 얻는 일과 스스로 생각하는 일이 전혀 다른 층위에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사댕의 이러한 철학적 경고는 최근 MIT 미디어랩 등에서 진행된 생성형 AI 관련 뇌파(EEG) 실험 결과을 떠올리게 한다. 연구진이 글쓰기와 문제 해결 과정에서 생성형 AI를 사용한 집단과 스스로 생각하며 작성한 집단의 뇌 활동을 측정한 결과는 꽤나 인상적이다. AI에 의존해 답을 얻어낸 사람들은 고차원적 사고와 기억, 집중을 담당하는 전두엽과 뇌 신경망의 활성도가 급격히 떨어졌다. 효율적으로 결과물을 얻어내는 동안, 정작 뇌는 '사유의 근육'을 거의 쓰지 않은 채 휴면 상태에 가까워진 것이다. 사댕이 말하는 '사고의 멸종'은 단순한 비유가 아니었다. 정보를 비교하고, 논리적 모순을 찾고, 무엇이 맞는지 끙끙 앓으며 자기 생각을 만들어내는 지난한 과정을 생략할 때, 인간의 뇌 신경망 역시 손쉽게 연결을 끊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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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유령의 삶』을 읽었을 때도 느낀 점인데, 사댕 특유의 비타협적인 태도에 완전히 동의하기는 어려웠다. 생성형 AI와 인간의 창작이 공존할 가능성을 너무 일찍 닫아버리고 창작자가 AI 사용을 전면 거부해야 한다는 식의 결론은 다소 비현실적으로 다가온다. 기술의 발전이 가져다 주는 편리함을 외면했을 때 오히려 도태되는 결과가 초래될 수도 있으며, AI를 쓰지 않는다고 저절로 깊은 사유에 도달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오늘날 사고의 빈곤은 기술 문제뿐 아니라 효율과 속도만을 강요하는 노동 환경과 플랫폼 구조 등 훨씬 복잡한 맥락이 얽혀 있으니 좀더 심층적인 분석과 연구를 통해 복잡한 결론에 접근해야할 필요가 있는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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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사댕이 던지는 질문이 남긴 경고만큼은 쉽게 떨쳐내기 어렵다. 새로운 도구가 등장할 때마다 이것으로 무엇을 더 빠르게 할 수 있는지만을 물어왔다면, 이제는 반대편의 질문을 던져야 할 때다. 편리함을 모조리 포기하고 기술 이전의 시대로 돌아갈 생각은 없지만 모든 의문에 즉각적인 답을 구하기 전에 내 머리로 먼저 고민해 보는 최소한의 여백을 남겨두어야 하지 않나 싶다. 가끔은 정답을 재빠르게 손에 쥐는 것보다, 조금은 헤매며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중요할 떄가 있다. 생각한다는 것은 결국 뇌와 영혼 단련해 나가는 숭고한 과정일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