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눈이 반했습니다> 김하진, OT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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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눈이 반했습니다 - 꿰맨 눈과 기울어진 사랑> 김하진, OT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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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한 눈에 반했습니다』인 줄 알았는데, '에'가 아니라 '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눈 하나'가 누군가에게 반해버렸다는 엉뚱함이라니... 김하진의 첫 소설집 『한 눈이 반했습니다』는 이처럼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던 익숙한 언어와 일상을 아주 살짝 비틀어 순식간에 낯설고 기이한 풍경으로 바꿔놓는 여섯 편의 단편을 담고 있다. 기발한 상상력에 가볍게 웃으며 책장을 넘기다 보면, 소설 속 이상한 세계가 실은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과 생각보다 많이 닮아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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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집에 수록된 이야기들의 설정이 약간은 황당하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기본적으로는 매우 기발하다고 느꼈다.
- 「솔로 인 더 라이트」 : 바비인형을 좋아하는 미희와 건담에 빠진 준의 평범한 일상 속에서, 어느 날 갑자기 말을 걸어오는 인형에 관한 이야기
- 「한 눈이 반했습니다」 : 얼굴의 완벽한 대칭이 미의 기준이 된 세상에서, 한쪽 눈을 아예 봉합해 버리는 '외눈 시술'이 유행하는 사회에 대한 이야기
- 「견인지역」 : 일상의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삶에서 조난당한 사람들을 말 그대로 갓길의 고장 난 차처럼 견인해주는 시설에 관한 이야기
조금은 터무니없어 보이는 설정들임에도 독자들이 이 이야기에 쑥 빠져들 수 밖에 없는 까닭은, 그 기묘한 바탕에 우리가 이미 너무 잘 알고 있는 일상적인 감정들이 깔려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타인과 비교했을 때 유별난 사람으로 인식되고 싶지 않다는 불안한 감정, 사랑받기 위해 스스로를 고치려는 노력, 버거우면서도 괜찮은 척 매일 출근길에 오르는 무기력한 감정들이 소설 전반에 짙게 깔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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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제작 「한 눈이 반했습니다」는 아름다워지기 위해 무언가를 더 하려고 노력하는 게 아닌, 오히려 자신의 정상적인 한쪽 눈을 봉합해 없애버린다는 발상이 무척이나 기이하고 잔인하기까지 한 것 같다. 주인공 이심은 비대칭적인 눈을 콤플렉스로 여기다 유행에 따라 한쪽 눈을 봉합한다. 수술 자체보다 더 섬뜩한 건 이심이 그 기괴한 선택을 아주 자연스러운 상식으로 받아들여 가는 과정이지 않을까 싶다. 거울을 보며 남들이 정해놓은 미의 기준에 따라 자신을 바꾸려고 하다 보면, 어느새 그것을 나 자신의 고유한 기준이라고 믿게 된다. 아무리 기괴한 유행이라도 충분히 많은 사람이 따르기 시작하면 어느 순간 그것이 다수의 상식으로 탈바꿈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걸까? 이 지점에서 현실의 공포가 소설 속에서 선명히 넘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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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깊은 인상을 남기는 작품은 「견인지역」이다. 흔히 조난이라 하면 거친 산이나 아득한 바다 한가운데를 떠올리지만, 이 소설에서 사람들은 집에서, 직장에서, 혹은 매일 걷던 길 위에서 조난당한다. 몸은 멀쩡히 일상을 부유하고 있지만 마음은 이미 어디선가 멈춰 선 채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힘들다고 비명을 지를 기운조차 없어 그저 출근하고, 대답하고, 어색하게 웃다가 다음 날 다시 똑같은 굴레를 반복하는 사람들. 그 무기력에 조난이라는 이름이 붙는 순간, 주변의 침묵하던 이들이 눈에 들어온다. 사람을 구하는 데에는 그 조난을 먼저 알아채 주는 시선이 먼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품게 하는 그런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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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편의 완성도가 완벽하게 균일하지는 않았다. 어떤 이야기는 강렬한 아이디어가 인물의 내면 서사를 압도해 감정이 충분히 쌓이기 전에 서둘러 마무리되었다는 아쉬움도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하는 인형, 외눈 시술, 사람을 견인하는 시설, 출산과 가족에 대한 낯선 감각까지, 이토록 다채로운 소재를 거리낌 없이 펼쳐 보이는 작가의 과감이 돋보이는 패기는 언제나 매력적이다. 다 읽고 나면 처음 제목을 잘못 읽었던 순간으로 다시 돌아가게 된다. 한 눈'에' 반해버리는 진부한 사랑 이야기보다, 자신의 한 눈'이' 반해버리는 이상하지만 의미있는 이야기라서 무척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 이 책은 상도덕 서평클럽(@f83_project)으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이 글은 보내주신 책을 탐독 후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출판사 : OTD(@otd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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