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이 전하는 철학들> 송정섭, 소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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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이 전하는 철학들 - 은퇴한 식물학자가 정원에서 발견한 32가지 인생의 지혜> 송정섭, 소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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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에 관한 책을 종종 읽게 되는데, 읽을 때마다 참 경이롭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평소에는 아무 생각없이 바라보는 길거리의 나무, 떨어지는 잎사귀들과 흩날리는 꽃가루, 거리마다 예쁘게 피어나 있는 꽃들까지. 평소에는 그저 관상용으로 기능한다고 생각하는 식물들이 가진 특성, 그리고 동물과 다른 점들을 찬찬히 살펴보면, 지구의 역사와 함께 살아 온 식물들의 놀라운 점들을 알 수 있었다. 이 책 역시 그런 깨달음을 준다는 점에서 좋았지만, 특히 오래도록 식물을 연구해 온 작가가 천천히 건네는 말이라 더더욱 의미있고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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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는 식물의 생장과 소멸, 기다림과 적응, 뿌리내림과 비움에 관한 이야기들이 꽉꽉 담겨 있었다. 저자는 식물을 단순히 예쁜 풍경이나 위로의 대상으로만 보지 않는다. 꽃이 피는 순간보다 그 꽃이 피기까지 식물이 겪어낸 과정에 더 집중한다. 낙엽이 떨어지는 일을 그저 식물의 쇠락으로만 보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를 정리하는 과정으로 바라본다. 식물에서 나타나는 현상을 철학적 시선으로 전환하는 바로 그 과정이 이 책의 가장 좋은 점이었다. 식물에서 삶의 교훈을 끌어오되, 딱히 억지 감동을 만들지는 않아서 더 좋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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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으면서 자주 생각한 것은 ‘속도’였다. 인간은 무엇이든 빨리 확인하고 싶어 한다. 내가 잘 가고 있는지, 제대로 성장하고 있는지, 이 시간이 의미가 있는지 자꾸 묻고 또 묻는다. 그런데 식물은 그런 질문에 곧장 답하지 않는 듯 하다. 뿌리를 내리는 시간은 밖에서 잘 보이지 않고, 겨울을 견디는 시간은 겉으로는 멈춰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 책은 식물이 겪어내는 보이지 않는 시간을 천천히 바라보게 만든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 같은 시기에도, 속에서는 분명히 어떤 일이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은 말하고 있다. 철학자들의 말이 함께 등장하지만, 그리 어렵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니체나 스피노자, 공자와 노자의 이름이 나온다고 해서 철학에 더 방점을 두거나 무겁게 힘을 주는 책은 아니라는 것이다. 되려 식물을 매개로 삶의 태도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책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천천히 책장을 조금씩 넘기며 읽으면 조금 더 깊이있게 감상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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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다 읽고 나니 식물이 전보다 조금 다르게 보이기도 한다. 길가의 풀, 화분 속에 곱게 피어난 줄기와 잎, 계절이 바뀔 때마다 모습을 달리하는 나무들을 조금 더 자세히 살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마다의 방식으로 버티고, 덜어내고, 다시 시작하고 있는 식물이 참 대단하고도 경이롭다느 생각을 하게 된다. 사람의 삶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늘 피어 있는 상태로 살 수는 없고, 매번 눈에 띄게 자랄 수도 없으니 말이다. 이 책은 지금 내가 어떤 계절을 지나고 있는지 돌아보게 한다는 점에서 소소한 감동과 위로를 준다. 그래서 주위에 마음이 지친 사람이 있다면 무리 없이 건네기 좋은 책일 듯 하다. 읽고 나면 마음 한쪽에 조용히 남는 문장들이 그 지친 마음을 조금이나마 위로해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 이 책은 소용(@soyongbook)에서 제공받았습니다. 이 글은 보내주신 책을 탐독 후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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