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기적> 정현우 시집, 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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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기적> 정현우 시집, 아시아
- 성실한 슬픔과 잔상의 언어-
사실 시를 잘 안 읽는데, 표지가 예뻐서 서평단에 신청하게 되었다. 그리고 참 서평단 신청해서 읽어보길 잘 한 것 같다라고 느낀 그런 시집이었다.
정현우 시인의 신작 《검은 기적》은 겉으로는 조용하고 낮은 톤을 유지하지만, 안으로는 삶과 상실의 깊은 질감을 응시하는 시집이었다. 시인의 중심에는 어머니의 부재라는 구체적이고 절대적인 상실이 놓여 있다. 이 시집은 그 상실과 ‘회복’ 사이의 간극을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들로 가득했다.
시집의 여러 편에서 등장하는 오이 비누, 석류, 가지와 같은 일상의 사물들은 단순한 물건들이 아니었다. 그것들은 시 속의 화자의 몸에 배어 있는 기억의 감각이자, 잃어버린 세계와 현재 사이를 이어주는 감정의 매개체와도 같은 것이었다. 이러한 구체적이고 감각적인 사물의 배치는 화자의 슬픔을 머리 뿐만 아니라 온 몸으로 느끼게 하는 힘을 가진 것만 같았다.
이 시집을 읽는 과정은 마치 하나의 풍경을 조심스럽게 더듬어 가는 여정과도 같았다. 특히 시인이 슬픔을 억지로 극복하거나 미화하지 않는 다는 점이 좋았다. 그 대신 슬픔 앞에 성실하게 머무는 모습을 보인다. 이로 인해 마치 시인과 함께 같은 시간을 보낸 것만 같은 느낌조차 들었다.
시집 제목인 검은 기적에서 드러나듯, 기적은 눈부신 순간으로 도약하는 것이 아니라, 어둠 한복판에서도 오래 남는 잔상과도 같은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슬픔과 회복은 선형적 과정이 아니라 겹겹이 쌓이는 감정의 층위와도 같은 것이다. 이 시집을 덮고 난 뒤에도 몇몇 구절은 오래도록 마음속 어딘가에 남아, 삶과 상실을 다시 바라보게 만들었다.
어머니를 잃은 한 개인의 경험에서 출발하지만, 그 안에 담긴 언어와 감각은 오히려 내가 겪은 상실로 이어지는 독특한 경험을 했다. 읽는 동안 내 마음속 작은 상실들의 이름이 하나씩 떠오르곤 했다. 그리고 이것이 이 시집이 우리에게 전하는 조용하지만 굳건한 힘이다.
구구의 서재 @book.gu_book.gu
정현우 시인 @fhzjffltmxm
*서평단으로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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